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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화 〉1부 노래방(2) (27/109)



〈 27화 〉1부 노래방(2)

방에 들어가서 잠시간 앉아있자니, 노래방 기기 아래쪽에 녹색으로 각인된 디지털 숫자가 남은 시간을 가리키며 번쩍 하고 나타났다. 은영의 옆에 앉은 재준이, 은영의 이마를 짚어보며 괜찮냐고 묻자, 은영은 애써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영길이 흥미롭다는 듯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얼마 가지 않아 그 여드름투성이의 알바가 맥주 4캔을 가지고 들어왔다. 맥주 4캔을 내려놓던 알바가 침을 꼴깍 삼키며 은영을 한번 훔쳐보다가 천천히 방을 나섰다.

노래방에 들어와서 처음엔 조용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하지만 이내 연수가 마이크를 잡고는 벌써 몇 분째 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덕분에 방안의 분위기는 조금씩 달아올랐다. 은영과 마주한  멀뚱멀뚱 앉아있던 재준을, 영길이 잡고 일어서더니 돌연 재준의 허리춤을 잡고 블루스를 추기 시작했다.

맥주  모금을 넘기고 연신 노래를 부르던 연수가 그 광경이 재미있었는지 노래를 부르다 말고 연신 웃음을 토해냈다. 재준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영길의 손에 이끌려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 상황이 웃겼는지 얼마 가지 않아 재준도 끝내 웃음을 터뜨렸다. 은영만 자리에 앉아서는 그 상황을 지켜봤다.

품에 재준을 안고선 기회만 엿보던 영길이, 이때다 싶은 생각에 재준을 잠시 밀어내고 은영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당황한 표정의 은영을 내려다보다가 은영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갑작스런 영길의 행동에 재준 내외는 물론 연수도 조금 당황한 기색을 보였지만, 이내 대수롭지 않게 여긴 연수가 웃으면서 다음 곡을 불렀다. 영길이 연신 우스꽝스러운 동작으로 은영 앞에서 춤을 춘 덕분에, 재준도 그냥 웃었다.

은영 만큼은 남편의 눈치를 살피며, 영길의 손에 정신없이 휘둘렸다. 재준도 맥주를 한 모금 들이킨 뒤 자리에 앉아서, 연수의 노래에 맞춰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유심히 살피던 영길이 은영의 허리춤에서 손을 미끄러트리며 은영의 풍만한 엉덩이를 있는 힘껏 움켜쥐었다. 재준이 등지고 있는 탓에, 남편에게 보일 염려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영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엉덩이를 움켜쥐고 있는 영길의 손을 떼어내려 애썼다. 하지만 영길은 웃기만 할  좀처럼 은영의 엉덩이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영길이 연수의 눈치를 보며 연신 은영의 풍만한 엉덩이를 주물러 댔다. 덕분에 은영의 배 쪽에서 영길의 물건이 점점 커지는 느낌이 들어왔다. 그러다 다시 허리춤으로 손을 올린 영길이 은영의 귓가에 아주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흐흐. 그러니까 그게. 처남댁 아까 그거 있잖아요. 그. 제 그 좆물. 흐흐흐. 그거 처남댁이 마셔줬으면  끝내줬을텐데. 흐흐흐흐. 그보다, 조금 있다가.. 흐흐흐 알겠죠?"


술에 취해 발음이 꼬일대로 꼬이는 영길의 목소리를 묵묵히 듣고 있던 은영이, 다시금  볼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영길의 품에서 떨어져서는 재준의 옆에 가서 앉았다. 영길이 그런 은영을 보고 배시시 웃더니 노래를 부르고 있던 연수의 뒤로 가서 연수를  껴 안았다. 연수가 귀찮다는 표정으로 영길을 밀어냈지만, 이내 자신의 엉덩이 쪽으로 파고드는 영길의 물건을 무시한  노래를 계속했다.

노래방 기계 아래로 녹색글자가 20을 찍어내자, 맥주 한 캔을 다 비워낸 은영이 곤란한 표정으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재준이 은영을 부축하며 같이 일어나려 하자, 은영이 다시금 손사래를 치며 문밖을 나섰다. 은영이 사라지자, 영길은 비틀거리며 일어나 재준에게 노래 한 곡을 권하고 나섰다. 딱히 아는 노래가 없던 재준은 박수까지 치며 환호성을 지르는 누나 내외를 바라보며, 못 이기는  기계에 숫자를 찍어넣었다.

재준이 쭈뼛쭈뼛 서서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영길이 자신 앞에 남아있는 맥주를 마저 마시고는 박수를 치다가, 연수와 재준에게 화장실에 다녀온다는 제스쳐를 취하고는 방 밖으로 빠져 나갔다.


방안에서 재준의 노래가 끝나고 연수가 두 곡을 더 부를 때 까지, 은영이와 영길이 방으로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걱정이 된 재준이 품속에서 전화기를 꺼내 은영의 전화번호를 눌러보았지만, 이미 먹통이 되어버린 은영의 전화기가 대답할 리 없었다. 재준은 노래에 취해있는 연수에게 은영이 좀 찾아보고 오겠다며 방을 나섰다.


재준이 방을 나왔을  카운터에는 아무도 없었다. 계단으로 향했더니 여드름투성이 알바가 남자화장실 앞에서 안을 유심히 바라보며 서 있었다. 녀석의 바지 앞섶이 부풀어올라있는 것이 영 거북해서  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자 알바가 재준을 내려다보고는 이내 휘파람을 불며 재준을 지나쳐 카운터 방향으로 사라졌다. 어쩐지 조금 불안해진 마음에 우선 여자화장실쪽 계단으로 내려갔다. 노래방에 들어올 때부터 사람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지만, 재준은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여자 화장실의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저기.. 여보.. 은영아. 안에 있어?"

대답이 없는 화장실을 재준이 얼굴을 붉히며 슬쩍 열어봤다.  칸으로 되어 있는 화장실 변기 칸의 문이 모두 열려있다. 얼른 고개를 돌려 화장실 문을 닫아버린 재준이 심호흡을 한번 한 뒤, 다시 위로 올라가 남자 화장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재준이 삐걱거리는 화장실 문을 열고 발을 들이자, 유독 굳게 닫힌 화장실 칸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면서도 느낌 탓인지, 분주하던 움직임이 순식간에 걷히는 느낌이 들었다.

"저... 혹시... 매형이세요?"

그 문을 유심히 바라보던 재준이 헛기침을 한번 하고 천천히 영길을 불렀다.

칸막이 너머에서 무언가가 다시금 분주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얼마 가지 않아 영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어 그게 그러니까 흐흐흐. 어 재준이?"

-어 매형. 왜 이렇게 안 들어오세요?

"어 그게 그러니까 흐흐흐흐, 나 똥 좀 싸느라구 흐흐. 아우 원. 아주 그냥 시원하다. 흐흐"



영길이 칸을 마주하고 재준에게 호들갑을 떨며 이야기를 하자, 재준이 슬쩍 웃어보이며 계수대 앞으로 가서 손을 씻었다. 그리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영길에게 은영의 행방에 대해서 물었다. 그러자 돌연 또 말이 없던 영길이, 웬일인지 조금 거칠어 보이는 숨을 내쉬며 재준에게 말했다.

"어.. 허허..어.. 그.. 그게 그러니까 재준이 와.. 아니지..흐흐흐. 아..아. .처남댁이 없어?. 글쎄... 흐흐 그게 그러니까 난 못 봤는데"


어딘지 조금 이상해보이는 영길의 말투에 고개를 갸웃하던 재준이 먼저 들어가겠다며 화장실을 빠져 나갔다. 언제 다시 올라왔는지 방금 전의 그 여드름투성이 알바가 남자화장실 밖에서 안을 바라보고 있다가, 재준과 마주치더니 황급히 자리를 떴다. 재준이 한마디 해줄 요량으로 터벅터벅 걸어가 봤지만 데스크에 알바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재준이 혀를 끌끌 차며 노래방 밖으로 나갔다.

인적이 거의 드물다고 해도 좋은 거리를, 몇 대의 차가 지나다니고 있었다. 은영을 찾아서 주위를 돌아다니던 재준은, 이내 그것을 포기하고 다시 노래방 안으로 들어갔다.

재준이 노래방 안으로 다시 들어가니, 연수가 마이크를 놓지 않고 여전히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자리를 비운 사이에 영길은 어느새 돌아와 태연하게 재준에게 은영의 행방에 대해서 물어봤다. 하지만, 재준이 고개를 세차게 흔들자 이내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재준을 바라봤다.



연수의 노래가 거의 끝나갈 무렵, 머리가 헝클어질 대로 헝클어진 은영이 노래방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영길 내외와 재준이 고개를 돌려 은영을 바라봤다. 재준이 다가가서 은영의 어깨를 감싸며 무슨 일인지 물었다.


"어.. 그게 오빠..  내가 술을  많이 마셨나. 다른 방에서 졸다가는 이제 일어났지 뭐야"



부시시한 머리를 쓸어넘기며 재준의 품에 안겨 말을 하던 은영을 바라보던 재준이, 은영의 입가에 묻어있는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손으로 그것을 떼어냈다. 은영과 재준이 그것을 동시에 바라봤다. 조금 꼬불꼬불한 털이다. 재준이 아리송한 표정으로 그것을 들고 서 있는데, 화들짝 놀란 은영이 황급히 그것을 치워내며 어색하게 웃었다.

영길 내외가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서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간을 보니 벌써 꽤나 늦은 시간이다. 은영의 얼굴을 바라보던 재준이 가족들과 함께 천천히 방에서 나왔다.

카운터로 빠져 나가자니 그 기분 나쁜 여드름투성이 알바가 은영과 영길에게만 번갈아가며 인사하며 히죽거렸다. 재준이 그 앞을 지나가자 표정이 굳어버린 알바가 재준의 눈을 피했다. 재준이 한마디 하려다가 그만두기로 하고 노래방을 빠져 나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웬일인지 영길이 직접 나서서 운전을 하겠다고 했다. 덕분에 뒷좌석에 나란히 앉은 은영과 재준이 모처럼 어깨를 맞대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런데 한참을 은영의 곁에서 기대고 있던 재준의 코에 조금 비릿한 냄새가 났다. 코를 킁킁거리던 재준은 이내 그것을 그만두기로 하고 잠들어 있는 은영의 어깨를 천천히 감쌌다.


'하아...나 미친 것 같아...'


은영은 깨어있었다. 노래방에서 영길에게 잔뜩 시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재준에게 들킬까 신경을 곤두세운 상태였다. 긴장감이 넘치던  전의 상황을 곰씹으면서.




은영이 화장실을 간다며 룸에서 나왔을 때, 영길에 대한 기대감과 두려움에 잠시 서성였다. 그러다 어린 알바와 눈을 마주쳤는데 피하지 않고 마주 보는 눈빛이 무언가 알고 있다고 말하는  같아 께림칙했다. 은영이 아랫층에 있는 여자화장실로 가는 계단으로 발을 내딛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손목을 낚아챘다.

"어딜 가시려고 처남댁 흐흐."

-놔, 놔요! 누가 보잖아요!

"흐흐 누가 본다고 그래요 처남댁, 흐흐 빨가벗은 것도 아닌데 흐흐, 이리 따라와요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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