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화 〉1부 바닷가(2)
펜션에 돌아와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한 가족들은 각자의 방에 들어가 간단히 휴식을 취했다. 바닷가에 다녀와서 조금 변한 것이 있다면, 은영과 영길이 동시에 앓아 누웠다는 것이다. 물론 은영은 어제 저녁과 마찬가지로 바다에 다녀온 뒤 급작스럽게 찾아온 뜨거운 무언가 때문이었지만, 영길은 도대체 무슨 생각에서인지 방에 들어가서는 이불 속에 몸을 숨기고 꼼짝을 하지 않았다.
"그러게 인간아. 아까 그렇게 신나게 놀더니만은. 몸살 오셨구만. 나이 생각해야지 인간아. 그리고 올케는 어쩔거야? 괜히 감기만 걸리게 하고서는"
침대 옆에 다가와 놀리듯 앉아있는 연수의 말을 애써 무시하며, 바닷가에서 쓰다듬었던 은영의 몸을 떠올렸다. 40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와이프인 연수는 물론, 수많은 년들을 가슴 가득 안았지만, 단연코 그런 몸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잘록한 허리 라인에 한 손에 움켜쥐고도 남을만한 크기의 유방, 그리고 어젯밤에 물을 튀기며 자신의 물건을 받아내던 그 쫀득한... 하아. 그러면서도 자리에 누워있는 은영의 상태가 단순한 감기 때문이 아니다란 것쯤은 알 수 있었다.
'아 그게 그러니까.. 빨리.. 빨리 또 안고 싶다. 흐흐. 처남댁.'
영길은 이불을 뒤집어 쓴 채로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모습을 조금은 딱한듯 바라보고 있던 연수가 조용히 방을 나섰다.
은영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던 재준의 귓가에,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재준이 방문을 열자, 연수가 곤란한 표정으로 문 앞에 서 있었다.
"저기. 올케는 좀 어때?"
-아. 조금씩 괜찮아지는 것 같아요. 것보다 매형이야 말로 좀 어떠세요?
“뭐, 유영길이가 어련하겠어? 나이 생각 안하고 놀더니만, 감기에 걸렸나, 누워버렸네.”
눈을 채 뜨지도 못하고 연수의 말을 듣던 은영의 가슴이 다시 떨려오기 시작했다. 고작 이름 유영길 이름 세글자를 들었을 뿐인데, 왜 이렇게 가슴이 뛰기 시작한단 말인가.
"올케 걱정되서 온 것두 있구, 이제 슬슬 저녁식사 찬거리 준비하러 어머니 모시고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말야."
-아 맞다. 벌써 그러고 보니까 시간이 그렇게 됐네요.
재준이 시계와, 누워있는 은영을 번갈아가며 살폈다. 그러자니 연수가 재준에게 말을 걸었다.
"아까 넌지시 엄마한테 여쭤보니까, 장 보러 갈때 같이 가셨으면 하던데. 어차피 해가 짧아져서 지금 서둘러서 다녀와야 할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떠니?"
-음. 누나 말씀이 맞기는 한데, 집사람 놔두고 가는게 조금 걸리기두 하구...
이불 속에서 은영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이불을 걷어내고 같이 따라가겠다고 말해야 할까? 그러기엔 이젠 팬티가 축축하게 젖어버려 몸을 일으킬 힘도 없었다. 지금이라도 손을 대고 싶은 것을 억누르기에도 벅찼다.
“에이, 3살짜리 어린애도 아니고, 걱정은? 올케 쉬라고 하고, 우리끼리 빨리 다녀오자”
-아.. 뭐.. 그럼.. 그렇게 하죠 뭐.
재준이 준비를 하고 내려가겠다는 말을 건넨 뒤 문을 닫았다. 은영에게 다가가 슬쩍 말을 걸었지만, 은영의 대답이 없었다. 슬쩍 은영의 머리에 손을 가져다 댔을 때, 은영이 천천히 눈을 떴다.
“이상하네 감긴가? 어제부터 왜 계속 그러지?”
은영을 걱정하며 이마에 손을 짚던 재준이 얘기했다. 은영은 가만히 있었다. 감기가 아니라는 것쯤은 자신도 잘 알고 있다. 아침엔 또 괜찮아지는 듯 싶더니, 바다에 갔다 와서는 어제랑 똑같아져 버렸다. 은영이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런 은영을 잠자코 바라보던 재준이 은영의 뺨에 가볍게 키스를 하고선 천천히 1층으로 내려갔다.
"연재아빠. 나 나갔다 올테니까 몸조리 잘하고 있어. 한두 시간 걸릴거야. 마트가 좀 멀리 떨어져 있다네."
방으로 돌아와 외출복으로 갈아입던 연수가, 여전히 이불을 꽁꽁 싸매고 누워있는 영길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약간의 미동만 있을 뿐 더 이상의 움직임이 없었다. 한숨을 내쉰 연수가 문 쪽으로 향하다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휴유. 올케나 남편이나 왜들 자기 관리들을 못하는지. 후우. 그래도 뭐 어짜피 차에 '6명'이나 타고 가는것도 번잡스러울테니까. 오는 길에 약국 있으면 약이라도 사다줄게"
연수가 영길을 한번 물끄러미 쳐다보다 이윽고 문을 닫고 사라졌다.
이불을 꽁꽁 감싼 채 묵묵히 연수의 말을 듣고 있던 영길이, 조금씩 천천히 얼굴부터 이불을 걷어내며, 방금 전 연수가 했던 말을 곱씹어 봤다. 그리고 나선 비릿한 미소와 함께 입맛을 다셨다.
"그럼 가실까요?"
재준이 1층으로 내려오자, 팬션 현관에서 어머니와 연수, 그리고 연재가 차례로 빠져 나왔다. 재준의 어머니가 연수와 재준을 번갈아가며 바라보며 은영과 영길의 상태를 걱정하듯 물었다. 거의 동시에 괜찮을 거라는 말이 쏟아졌다. 그러면서 재준과 연수가 어머니를 모시고 차례대로 차에 올라탔다.
재준이 차에 시동을 걸자 녹색의 디지털 숫자가 시간을 나타내며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저녁에 먹을 음식을 준비하려면, 도심까지 나가는 것도 조금은 빠듯해 보이는 시간이었다. 누워있는 아내의 생각에 쉽게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았지만,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재준은 서둘러 자동차 엑셀을 밟았다. 뒷좌석에 앉아있던 연재가 조금 불안해 보이는 표정으로 펜션을 돌아봤다.
베란다에 숨어서 재준의 차가 멀리 떠나가길 기다리던 영길은 재준의 차가 보이지 않길 한없이 기다렸다. 그리고 차가 완전히 보이지 않았을 때, 천천히 고개를 들고 방바닥에 발을 내딛었다. 자신의 방을 따라 걷던 영길이 서둘러 방문을 열고는 밖으로 빠져나갔다.
'아마도 그게 그러니까... 잠들어 있지 않을 거 같긴 하다. 흐흐흐'
이불 속에서 영길은 내내 은영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바로 어제까지.
그리고 바닷가에서 은영의 몸을 구석구석 쓰다듬던 것을 떠올리자니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죽을 것 같았다. 영길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은영이 있을 방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러면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주머니 쑤셔넣은 콘돔을 한 손 가득 주물러댔다. 그리고 반대편 바지춤에 구겨넣었던 은영의 팬티를 주물렀다. 도덕감? 죄책감? 이미 어제 한번 넘어선 안될 선을 넘었다. 이젠 은영을 위해서나, 영길 본인을 위해서나 차라리 이렇게 해야하는게 맞고 옳은 일 이라고 스스로를 납득시키는 중이었다.
성인용품점의 친구녀석이 자신에게 했던 말 그대로다.
'사람은 결코 쉽게 변하지 않는다.'
영길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호흡을 정리하며, 은영의 방 앞에 서 있었다. 눈을 감고 다시 한 번 생각을 정리한 영길이 결국 은영의 방문을 두드렸다.
[똑똑]
기어이 일이 벌어지겠구나 싶은 생각에 은영은 꼼짝 없이 이불 속에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노크소리가 점점 세지는 통에,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유를 모르겠지만, 거울을 보고 머리카락을 정리한 뒤 붉게 물든 자신의 얼굴을 애써 외면한 채 천천히 문으로 걸어갔다. 물이 흥건한 자신의 계곡 때문에, 걸을 때마다 다리 사이로 이질감이 잔득 전해져왔다.
재준과 연수 일행은 해가 거의 저물어갈 때쯤 펜션으로 돌아왔다. 말 못할 정복감에 사로잡혀서는 자기 방 침대에 대자로 누워 승리의 여운을 만끽하고 있던 영길은, 연신 히죽거리며 천천히 방을 나섰다.
'그러니까 그게 곧 죽어도 도도한 척은 혼자 다 하더니, 흐흐 끝내 가랭이는 가랭이대로 쫙쫙 벌려서는 큭큭'
영길은 바지춤에서 은영의 팬티를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만족한 표정으로 은영의 팬티를 바지주머니에 구겨 넣었다. 끝내는 물을 튀기며 허리를 들썩이기까지 하면서 자신의 물건을 받아내던 은영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이제부턴 은영이 알아서 가랑이를 벌려 줄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스마트폰으로 누군가에게 문자 메시지를 찍어 보내기 시작했다. 영길의 액정화면에 덩그러니 몇 글자가 차례대로 박히기 시작했다..
'고맙다. 덕분에 잘 쌌다. 크크'
재준이 방으로 들어오자, 은영이 애써 웃으며 재준을 맞았다. 재준이 웃어보이다가, 방안에 가득 찬 찝찝한 내음과 공기 때문에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도 외출 전보다 어딘지 괜찮아 보이는 은영을 꼭 끌어안았다. 역시나 뻘개진 은영의 양 볼은 여전히 그대로였지만.
재준의 품에 안긴 은영은 좀처럼 자신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남편에게 죄스러운 짓을 했는데, 눈물조차 흐르질 않았다. 그저 야릇한 여운과 만족감만이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