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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화 〉1부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1) (15/109)



〈 15화 〉1부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1)

"아 머리야. 그러니까 그게 술은 확실히 다 깬 거 같은데. 하아하아 힘들어.. 후우?!"


은영이 욕실에 들어간  몇 분 후에, 수원에 내려갔던 영길이 투덜거리며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침 이후에 술은 더 마시지 않았지만, 자리에 앉아 잠깐 눈을 붙인다는 것이, 오후 3시가 넘도록 깊이 잠들고 말았다.

핸드폰이 꺼진 탓에 가족들은 물론 은영과도 연락을  수 없어서 다급한 마음에 서둘러 달려온 참이었다. 쏟아지는 땀을 옷소매로 훔쳐닦고, 현관앞에  있는데, 예쁘게 생긴 여자 구두 한 켤레가 영길의 눈에 들어왔다.


'후우 후우. 구러니까 그게 아직 처남댁도 다행히 집에 계신 모양이구먼. 후우 그러니까 그게 혹시라도 연락이 안되서 먼저 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흐흐흐'


영길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거실로 들어갔다. 그러면서도 조용히 은영을 불러 찾기 시작했다.

발걸음을 조심스레 옮겨 재준의 방쪽으로 다가가자 방문이 조금 열려 있는 것이 보였다. 영길은 헛기침을 한번하고 재준의 방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인기척이 없어서 돌아서는데, 얄궂은 물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샤.. 샤워 중이신가? 흐흐흐흐’





영길은 재준의 방문에서 떨어져서 물방울 소리가 들려오는 욕실쪽을 슬쩍 바라봤다. 괜히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 자신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살짝 열려 있는 재준의 방 침대가 시야에 들어왔다. 영길은 슬쩍 눈치를 보다가, 침을 한번 꼴깍 삼키고는 재준의 방안으로 발을 들였다.


영길이 재준 내외의 침대 앞에 다가서자, 바로 방금전에 은영이 벗어놓은 옷가지들이 정신없이 널부러져 있었다. 한 번에 보아도 그것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알아차릴 수 있었던 영길이, 다시금 쉼호흡을 크게 하고서는 그것들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러니까 그게. 흐흐. 이게 그 우리 처남댁의...’


은영의 치마를 손에 들고 있던 영길이, 몇 일전 재준의 방문 앞에서 우연히 들었던 남녀의 나지막한 교합소리와 거칠게 삐걱거리던 침대소리를 기억해냈다. 영길의 쉼호흡이 가빠졌다. 그리고 멀뚱멀뚱  손으로 은영의 옷을 만지작 거리고 있는데, 아직 온기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듯한 느낌이 영길의 두 손에 전해져 왔다.


영길이 금새 얼굴이 발개져서는 자신의 손에 들린 은영의 옷을 코앞으로 가져다 댔다.





'주. 죽인다.. 하아..‘


한동안 잔득 황홀한 표정으로 은영의 치맛자락에 코를 박고 있던 영길이, 겨우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옷을 내려놓고는 부리나케 은영의 방을 빠져 나갔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거친 숨을 몰아 내쉬고 있는데, 좀처럼 발기한 자신의 물건이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딸깍!]




잠자코 자신의 방안에 숨을 죽이고 있는데, 욕실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터질듯한 자신의 물건을 손으로 꼬옥 붙잡고 있던 영길이 자신의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헉!!!’


여자의 완벽한 나신이 영길의 눈에 들어왔다. 물기를 머금고 있는 풍만한 젖가슴이, 은영이 총총걸음으로 걸어갈때마다 정신없이 흔들렸다. 더불어 좌우로 정신없이 씰룩거리는 은영의 엉덩이는 더할 나위없이 영길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살짝 살짝 보이는 수줍은 틈새는 영길의 혼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주.. 죽여준다. 흐흐.. 그.. 그게 그러니까.. 우리 처남댁 끝내 주네.. 흐흐’


한참을 훔쳐보다가, 은영이 자신의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가자 영길이 문앞에서 물러섰다. 저런 몸매의 처남댁과 강원도까지 단 둘이서 내려갈 수 있다니. 자꾸 가슴이 설레어 왔다. 그래, 생각만 해도 소름이.




‘빨리.. 서둘러야 해. 후우.’


머리를 말릴 틈도 없이 은영은 서둘러 옷을 챙겨 입었다. 짐이야 간밤에 모두 싸 놓았기 때문에 옷만 챙겨입고 바로 빠져나가면 그만이다. 영길이 들어오기 전에, 빨리 서둘러서. 은영은 오로지 그 생각뿐이었다.


한참을 옷을 챙겨입던 은영이 자신의 짐을 챙겨서 방문을 열고 나왔다. 그리고 현관으로 가서 구두에 발을 구겨넣으려는데, ‘아까 보이지 않던’ 낯선 신발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곤 거짓말처럼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어.. 처남댁!”



은영의 등뒤에서 가래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심장이  새없이 뛰던 은영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영길이 방문을 열고 나와 음흉하게 웃어보이고 있었다.





“어... 언제부터.. 거기에...”


-흐흐. 그게 그러니까 거시기. 흐흐. 방금전에 들어왔어요 흐흐.

“아까는 분명.. 안.. 계셨...”

-예 뭐. 흐흐. 지금 막 들어왔으니까요. 흐흐.. 아 출발할 준비 다 하신건가봐요? 그게 그러니까. 흐흐. 그럼 저는 몸만 나가면 되니까, 슬슬 가 보실까요? 흐흐




헛기침을 내뱉던 영길이 은영을 지나쳐 신발에 발을 구겨넣었다. 그러면서도 은영의 잘록한 허리와 젖가슴을 훔쳐보는데, 당황한 은영은 그런 영길의 시선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그게 그러니까, 처남댁은 집에 잠깐만 계세요 흐흐.”

-아.. 그.. 저는...


“친구놈 가게까지 금방 다녀와요. 걱정하지 말고 계세요. 흐흐. 그게 그러니까 그럼 갔다 옵니다?”


-아, 자, 잠깐만..






은영은 얼이 빠져서는 연신 말을 더듬었다. 아랑곳하지 않고 영길은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이렇게  바에야, 은영은 짐을 내려놓고 멀뚱멀뚱 집앞에  있을  밖에 없었다.



‘흐흐. 그게 그러니까. 정말... 죽여주는 빨통이구만. 흐흐흐.“





버스를 타고 ‘성인용품’점으로 향하던 영길의 머릿속에 방금전에 봤던 은영의 나신이 떠올랐다. 평생에 그런 훌륭한 몸매를  볼 기회가 있을까? 그러면서도 자신의 물건이 좀체 진정되지 않아, 주위 사람들을 살피며 헛기침을 내뱉었다.



"또 어쩐일이냐? 요새 자주 뵌다?"

-그게 그러니까 차좀 빌려주라

"병신 또라이 새끼. 나한테 차 맡겨놨냐? 다짜고짜 와서는 어디서 차를 내놔라 마라냐? 이런 병신이"



가게주인이 영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영길을 쏘아붙였다. 그러자 영길이 작게 한숨을 내몰아쉬었다.


"근데 갑자기 차는 왜?"

-그게 그러니까 그럼, 빌려줄 생각없으면서 뭐가 씨발 그렇게 궁금한데? 흐흐


"이런 좆병신이 자존심만  살아가지고. 나름  뭐냐? 그래 타당한 이유라도 되면 혹시 아냐? 내가 빌려줄지?"


-아 그러냐? 그게 그러니까 합당한 이유만 대면 '무조건' 빌려줄거냐?

"그럴리가 있냐?"

-이런 씨퐐새끼가.




연신 씨팔을 외치던 영길이 그제야 가게 한 켠에 놓인 의자를 자기쪽으로 끌어당기며 자리를 잡고 앉아서는 차근차근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영길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영길의 친구가 그제야 조금은 흥미가 생겼다는 표정으로 잠자코 물고있던 얇은 에세 담배에 불을 붙였다. 길게 한 모금을 빨아 들인채 뿌연 연기를 천천히 토해냈다.


"그러니까 니 말은 그거 아니야. 오늘 가족들이랑 강원도로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뭐냐 그 사정이 생겨서 너랑 그 줘남댁만 남고는 다른 가족들은 먼저 강원도로 내려갔다. 그런데 차편이 없어서, 나에게 부탁을 한다는게 깜빡했다. 그러니까 지금 좀 빌려줘라. 미안하다?"


영길이 연거푸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그러니까 임마. 나 이제 시간없어. 어쩔거냐. 니가 안빌려주면 후우. 그게 그러니까 나 존나 방법이 없다."


-뭔 방법이 없어 병신아. 버스타!


"넌 임마 그게 그러니까 임마. 친구한테 할 소리냐? 내가  니 차를 놔두고 버스를 타냐?"

-이 새끼좀 봐라. 존나 양심없는 새끼네 큭큭. 후우. 야 근데  줘남댁도 확실히 지금 같이 강원도에 가는거 맞냐?


"아 그게 그러니까 임마. 몇 번을 말하나. 그게 그러니까 가족여행이니까. 암튼 모르긴 몰라도 지금쯤 존나 기다리고 있을거다. 흐흐."


-그래? 아 씨발, 니네 줘남댁 얘기 나오니까 또 꼴린다. 아 니네 줘남댁 정말... 하아. 무슨 주부 몸매가 그렇게 존나 야하냐? 애가 없어서 그런가? 스물 몇이라고?

"그게 그러니까 임마. 뭐 그런 이유도 있겠지"

-아 진짜 니네 줘남댁.  빨통이랑 하루 왠종일 주물럭주물럭 거리고 싶은 궁댕이까지. 아씨발 조꼴린다.


데스크 앞에 서 있는 치가 연신 은영을 떠올리며, 무언가 생각에 잠겨서는 히죽거리고 서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영길의 머릿속으로 다시금 은영의 나신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새끼. 큭 그럴만도 하지. 후우'


사내 두명의 바지 앞섶이 동시에 부풀어 올랐다. 영길은 조금 민망했던지 그제야 자리를 털고 일어나 마지막으로 친구녀석에게 바짝 다가가 명령조로 말했다.


"그러니까 그게 임마 빌려줄거야 말거야 임마"


-후우. 알았다 알았어. 2박 3일이라고 했나? 뭐 나도 그동안은 그닥  쓸 일도 없을것 같고.  알았다. 여기 차키. 대신 기름 정도는 채워놔라?


"후우 새끼. 그게 그러니까 뭐 암튼 조금은 고맙다."


-조금은 고맙다가 뭐냐? 병신아. 큭. 아참. 영길아.



조심스레 내미는 렉서스 차키를 영길이 빼앗듯 낚아채서 돌아섰다. 그리곤 성인용품 가게 주인이 영길을 다급히 불러세우며 데스크 아래로 손을 뻗었다. 친구녀석의 손에 언젠가 본적이 있는 작은 '용기' 하나가 보였다.

렉서스 쪽으로 걸어가던 영길이 그제야 발걸음을 멈추고 주인녀석을 바라봤다. 그러자 친구가 영길에게 손을 까딱거리며 자신쪽으로 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야 영길아. 혹시 모르니까 말야. 이거... 가지고 가라."

-이거... 그게 그러니까.. 이거...




영길이 주인친구의 손안에 들린 붉은색 용기를 물끄러미 보자니, 그제야 그것이 무엇인지 기억이 났다. 조금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 작은 용기와 친구놈을 번갈아가며 보고 있는데, 친구놈이 잔득 상기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용기를 영길에게 건네며 말했다.



"후우. 혹시 모르니까 이것도 가져가라"

-그.. 그게 그러니까 이.. 좆병신아. 뭐냐 이거. 이거 그.. 그거 아니냐? 발정제? 왜.. 그게 그러니까  내가 이거를...


"큭큭. 새끼 당황하기는. 뭐 임마 좋은게 좋은거 아니냐? 일단 챙겨가봐!"

-그.. 그러니까 이 미친놈아. 내가 이게 왜 필요하냐?


"큭. 그거야 모르지 임마. 사람일은 누구도 모르는 거니까. 그래도 임마. 형말 들어라. 응? 큭큭. 형 말  들으면 자다가 콩이 생기는거 모르냐?"


-그.. 그게 그러니까. 자다가 콩이 왜 생기냐? 됐다니까 그러네.




당황한채 한사코 거절하며 서있는 영길에게, 주인친구가 거의 반강제적으로 영길의 주머니속에 작은 용기를 쑤셔 넣었다. 그제야 영길의 친구가 만족한 듯 조금은 비릿해 보이는 웃음을 입가에 새겨 넣으며 베시시 웃었다.





"야 새끼야. 빼지마라. 응? 그냥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는거야. 큭큭.  그걸 '누구한테' 쓰든 말든 그건 내 알바 아니니까. 큭큭큭 뭐 어찌됐든 효력은 확실하니까 그 부분에 대해선 너무 걱정말고. 큭큭. 아 맞다. 비싼거니까 깨지지 않게 조심하구."


-아 그러니까 새끼. 진짜. 됐다니까 그러네.

"큭큭. 아 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이 약 자체가 맛이랑 향기가 없는 편이라 일반 음료나 물에 타서 여자한테 멕이면 된다. 근데 물보다는 탄산같은 음료에다가 넣어가지고 한번 흔든뒤에 멕이는걸 추천한다. 탄산이랑 이거랑 섞이면 여자 진짜 작살날걸? 큭큭.


효과를 좀 빨리 보고싶거나 높이고 싶으면 간간히 여자 몸좀 쓰다듬어 주면 된다. 이거 써본 애새끼들 얘기 들어보면 허벅지나 허리같은거 감싸주면 진짜 질질 싼다고 하던데. 뭐 큭큭"

-아 그러니까 그게 새끼 됐다니까. 진짜



영길이 못 이기는척 열쇠를 챙겨 돌아섰다. 친구녀석의 얼굴에서 웃음이 쉬이 가시질 않았다. 영길이 가게문을 열고 나섰다.



“혹시라도 사용하게 되면 얘기라도 해주던가 큭큭”


-좆이나  잡수세요. 흐흐


영길이 미간을 찌푸린 채 가게 문을 닫고 주차된 렉서스 문을 열어 시동을 걸었다. 영길이  자신의 렉서스 차량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가게주인이 담배 한 개비를 입술에 베어물곤 나지막하게 무언가를 속삭였다.




"새끼야. 내가 너를 모르냐? 큭큭. 내가 너를 고등학교 때부터 봐왔어. 큭. 뭐 나로서도 '콩고물'이라도 얻어먹게 될지 또 모르지. 예전 그날처럼. 큭큭. 왠지  기대가 되는걸 큭큭"



다시금 입맛을 다시던 치는 한동안 부풀어 있던 자신의 바지앞섶을 긁적이다 가게 안으로 발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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