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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화 〉1부 처음 보는 것(2) (7/109)



〈 7화 〉1부 처음 보는 것(2)

방문을 열고 나온 은영은 다시한번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폈다. 인기척이 없음을 느낀 은영은 총총걸음으로 욕실로 달려갔다.






'사실 시누이내외를 훔쳐보긴 했다지만 그렇게 큰 죄를 지은 건 아니잖아. 어찌됐든 나도 일부러 보려 한건 아니었고. 그나저나 영길 그사람을 보면 뭐라고 해야하나. 언제까지 피해다닐수만은 없는 노릇이고'


욕실로 발걸음을 옮기던 은영의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들이 쏟아졌다. 영길이 낮에 있었던 일과 관련해,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알고 있는 이상, 마냥 이렇게 피해다닐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나야말로 아까 왜 그렇게 멀뚱멀뚱  있었던거지? 마치 뭐에 홀리기라도  사람마냥'






욕실앞에 덩그러니 선 은영이 점심시간에 자신이  행동을 진지하게 곱씹어보기 시작했다. 사실 그랬다. 다른 어떤것들 보다도 은영을 가장 당황하게 만들고 있는건 '왜 그순간 나는 연재의 방문앞에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는가'하는 문제였다.





"에이 몰라몰라. 나도 모르겠다 빨리 씻고 자야지 후우"



끝내 풀리지 않은 문제를 안고 은영은 천천히 욕실문을 열었다



"어?"


-어....어!?




은영이 욕실 문을 열자 칠흙같이 어두워야할 욕실안이 환하게 밝혀져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잠시. 은영은 자신과 불과 1미터남짓 떨어진 거리에서 자신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는 다른 두개의 눈을 그대로 마주하고 섰다.

짧지만 정확하게 기억하는 그의 눈. 점심부터 오랜시간을 은영을 옭아맸던 바로 그 눈이다. 애꿎게도 지금상황에서 똑같이 닮아있는건 두개의 하얀 눈동자만이 아닌듯 보였다. 은영이 먼저 반대편의 눈동자를 피하려 눈동자를 이리저리 돌리려니 점심시간에 자신의 눈속에 또렷이 들어왔던 사내의 나신이 천천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은영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왠일인지 움직일수가 없었다. 정말 공교롭게도 모든 상황이 지난 점심에 있었던 일들과 너무나도 똑같다. 아. 다만 한가지 다른게 있다면 점심때와는 달리 지금은 사내가 은영쪽으로 완전히 몸을 돌리고 서있는 탓에 사내의 굵고 긴 ‘물건’이 고스란히 은영의 눈에 반사되어 들어오고 있다는것 정도랄까.



"아아아악!!!!!"

-아아아아아!



한동안 욕실문을 부여잡고 간신히 서있던 은영은,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는지 외딴 비명을 내지르며 자리에 고꾸라지고말았다. 조용히 은영을 마주하던 영길도 거의 반사적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남녀가 만들어내는 단발마의 비명소리가 집안에 울려퍼지자 집안의 불빛이 돌연 켜지는것은 물론이요 방안 여기저기서 가족들이 거의 동시에 쏟아져 나왔다.


"은영아 무슨 일이야?"

"애미야 무슨일이니?"


놀라서 뛰쳐나온 남편과 시어머니가 은영쪽으로 달려가며 말을 건넸다. 은영을 달래던 재준과 재준의 어머니가 욕실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자신의 물건을 미쳐 가릴 생각조차 하지못한채 영길이 멋쩍게 서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재준의 어머니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려 버렸다.



"매...매형... 이게 무슨??"


-그러니까 그게 음 나는 그러니까.



재준마저 자신의 얼굴을 보다 이내 고개를 돌리는 것을 지켜보던 영길이 그제서야 황급히 수건으로 자신의 흉물을 가리고 선다. 재준은 놀라서 주저앉은 은영을 감싸안은채로 천천히 은영을 부축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서방. 잠깐 이리로 나와서 나좀 보게"


-아 그게 그러니까...





은영이부부가 비틀거리며 자리를 옮기자마자 거실에서 들려오는 장모의 목소리에 영길이 바들바들 떨며 대답했다. 충분히 자신도 억울한 상황이건만 영길은 그저 타올 한장을 꺼내들어 자신의 허리춤에 감은뒤 뉘엿뉘엿 욕실밖으로 축축한 발을 내밀었다.

영길이 대충 수건으로 몸을 감싸고 거실로 나오자니 장모가 한소리를 하려다가 그만두고 이내 다시한번 고개를 돌렸다. 영길을 째려보고 있던 연수는 황급히 방안으로 들어가서 간단한 옷가지를 챙겨나와 영길에게 신경질적으로 건넸다. 옷가지를 받아든 영길이 순간적으로 잡고있던 수건을 놓치는 바람에 곁에서 가만히 서있던 은영의 눈에 다시한번 영길의 큼지막한 남성이 드리워졌다. 은영은 눈을 질끈 감은채 재준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가족들의 표정이 과히 좋아 보이지 않았다.



"유서방. 가족이 모여살면 기본적인 에티켓 정도는 지켜줘야지 이사람아. "

-그게 그러니까 장모님. 그러니까 그게 면목업슴다.



자신도 억울하다는 말이 목구멍에까지 가득 차올랐지만 옆에서 눈을 흘기고 있는 아내와 장모, 그리고 아들까지. 그리고 왠일인지 전에 미쳐 본적없는 듯한, 화난 표정의 재준을 앞에두고 영길은 고개를 숙인채 침을 삼켜 그 말들을 가슴속 저 밑으로 밀어넣었다.



"어쨌든 밤도 늦었고. 누구보다 재준이 와이프가 많이 놀란듯 하니까 유서방도 빨리 사과하고 들어가서 자도록 해"

-그러니까 그게 ... 재준이 와이.... 아니 . 그러니까 면목업슴다 처남댁





영길이 물기가  마르지도 않은 몸위에 꾸역꾸역 옷을밀어넣은탓에 찝찝한 기운을 느끼며 옆에선 은영에게 말했다. 놀란 마음이 어느정도 진정된 은영은 -남들은 모르는- 점심시간에 있었던 일을 겨우 떠올리며 그저 말없이 재준의 품에 기대어 있을 뿐이었다.



"애미가 많이 놀랐나보네. "


"아오 인간아. 한동안 조용하다했어.  그러니 정말? 미안해 올케.. 대신 사과할게"




날카로운 눈매의 시누이까지 사과를 하고 나서자 그제야 은영이 눈물을 훔치며 시어머니와 시누이에게 가볍게 인사한뒤 방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힐끔 눈을돌려 은영의 표정을 살피던 영길을 은영이 애써 피했다.

영길은 들키지않게 최대한 짧은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은영이 방으로 들어가자 뒤이어 재준역시 인사를 건네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연재와 장모가 차례대로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거실에 덩그러니 남겨진 영길 옆에 연수가 다가와 눈을 한번 흘기더니 총총걸음으로 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세게 닫았다. 머리를 긁적이던 영길이 텅빈 거실을 한번 훔쳐보다 연수가 들어간 방쪽으로 걸어갔다. 연수의 방문앞에 잠시간 멈춰선 영길이, 은영이 내외가 들어간 방문을 한번 훔쳐보더니 다시한번 쓴웃음을 지어보이며 애꿎은 자신의 남성을 한번 만져봤다.




방안에 들어온 은영은 복잡한 감정에 휩싸여서는 그대로 침대위에 누워 버렸다. 그런 은영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재준이 기어이 천천히 다가가 옆에 앉았다.


"은영아. 그만 화풀어. 매형도 보니까 많이 놀라신 눈치던데. 너도 좀 진정해."

-........




은영곁에 자리를 잡고 앉은 재준이 침대위에 돌아누운 은영의 몸에 손을 얹어놓으며 말을 걸어보지만, 은영은 별달리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재준은 그런 은영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지만, 정작 재준을 등지고 돌아누운 은영의 머리속은 지금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아니 조금더 솔직한 심정으론 뛰는 가슴을 억지로 진정시키느라 정신이 없었다.

거의 첫사랑이나 마찬가지인 재준을 만나 오래 사랑하다 결혼까지 하게 된 은영이었다. 그렇다보니 생물학교과서나 학생용 성교육 자료를 제외하곤 남자의 몸이라고 해 보았자 자연스레 남편의 몸만을 알고 ‘기억하며’ 살아온 은영이었다.

그런데 지난 하루동안 남편이 아닌 엄연히 다른 남자의 몸을 의도치않게 '훔쳐본' 은영으로썬 마치 야한 영화를 처음 접한 10대 여고생마냥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게다가 지난 점심엔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영길의 몸을 불과 몇 분 전엔 '완전히'제대로 봐버린 참이었다. 은영으로썬 재준옆에 돌아누워 그 강렬한 '영상'을 좋든 싫든 곱씹어   밖에 없었다. 그리고 웃기게도 인정하기 싫지만 영길의 육체에 대한 짧고도 솔직한 감상평을 머리속으로 토해낼 수 밖에 없었다.



'너... 너무 컸어...'




비교대상이 남편밖에 없는탓에 남성 성기의 평균 사이즈나 보편적인 사이즈를 알지 못하는 은영으로썬, 항상 남편의 그것이 대한민국 남성의 대략적인 크기일거라 생각해 왔다. 실제로 남편과 처음 성관계를 가졌을 때에도 이런저런 이유가 있었겠지만 남편의 물건이 작은편인지 큰것인지 가늠할 길이 없었다. 그저 하얀 침대시트위를 얄궂게 물들인 혈흔과 함께 하복부 바로 밑이 따끔했다는 느낌만으로 남성의 성기 크기를 대충 추측할 수 밖에 없었던 은영이었다.

헌데 셍전 처음 접하는 -남편이외의-  남성의 그 거대한 성기 크기에 -하필이면 그것이  축에 속하는 영길이의 물건이었으니- 돌아누운 은영이 받았을 충격은 -어떤 의미에선 흥분-, 그리고 더불어서 지난 점심에 그것으로 시누이의 몸을 격렬히 휘저었던 영길의 모습을 떠올릴  밖에 없는 은영이 받았을 충격은 결코 작지 않았으리라.


재준을 등지고 한동안 누워있던 은영은 이내 고개를 좌우로 한번 흔들더니 머리가 완전히 보이지 않도록 이불을 깊숙이 뒤집어 썼다. 화라도  줄 알았던 은영이 끝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잠들자 재준은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은영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차마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재준은 그저 은영이 단단히 화가 난 줄로만 생각하고, 방안의 불을 끈 채 은영의 옆에 다가가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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