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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화 〉1부 처음 보는 것(1) (6/109)



〈 6화 〉1부 처음 보는 것(1)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진지도 벌써 보름이라는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보름이라는 시간동안 은영의 학교에서는 학기말고사가 치러졌고, 동시에 슬슬 학교도 방학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시간이 약이라더니 보름이라는 시간이 지나자 연수도 자연스레 안정을 찾는듯 보였다. 그도 그럴것이 그날 이후 영길은 또다시 가족들 눈치를 살피며 조용히 지냈고, 은영은 은영대로 학교에서는 기말고사 문제 출제로, 그리고 집에서는 여느때와 같은 가정살림으로 분주한 나날을 보냈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시간은 많은것을 자연스레 해결해주고 있었다. 영길에게나, 은영에게나.


여름방학을 몇 일 남기고 은영은 교무실에서 이런저런 자료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저기 김은영 선생님!"



은영이 자신을 찾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수학 선생이 말을 걸어온다.

"예 선생님. 무슨?"


-어. 다른게 아니라, 혹시 내가 저번에 부탁했던 워드파일 완성됐나하고.


"워드요? 무슨? 아!!"




미간을 찌푸리며 기억을 더듬던 은영이 무릎을 탁치며 수학선생을 바라봤다.


"아 그거... 그거라면 했지요 당연히. 누구 부탁인데요?"

-아 그래? 고마워요 김선생. 그런데 혹시 그 파일 지금 좀 줄 수 있겠어?


"네?? 아 그거라면"




은영은 기억을 떠올려봤다. 부탁받은 파일이라면 진즉에 완성했다. 다만 집에서 작업하고 따로 usb에 저장하지 않은 탓에, 지금당장은 파일이 자신에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 선생님. 그 파일이라면........ 지금 필요하세요?"


-음?  그게 염치없는 줄은 알지만 지금 당장 필요한거라서. 아 어쩐다? 어제 전화해서 부탁한다는걸 깜박했네


"아..."


은영은 짧은 탄식을 내 뱉은뒤 생각에 잠겼다. 남편은 회사에 있고 시어머니는 목요일에는 어김없이 지역 봉사활동에 가신다. 그럼 남는건 시누이 내왼데.... 집엔 아무도 없는 샘 쳐도 좋으리라. 설령 그들이 컴퓨터를 다룰줄 안다고 해도 은영은 왠지 시누이내외에게 그런일을 맡기고 싶지 않았다.

수업일정을 살폈다. 오늘은 목요일. 1교시 2교시 차례대로 수업을 마치면 오전 수업은 그걸로 끝. 그리고 다음 수업은 오후 1시께나 있다. 은영은 잠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동료교사에게 말했다.





"그럼 선생님. 제가 이따가 점심시간에 잠깐 집에 다녀올게요."


-아 정말? 그래 줄래요? 고마워요 김선생. 괜히 번거롭게 만들어서 미안해요


"아니에요 선생님.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정말 고마워요. 나중에  사례할게요.

"에이 신경쓰지 마세요 선생님"

-에이 정말 밥이라도 산다니까요!

"신경쓰지 마세요 정말로 호호."





그렇게 말하던 은영이 책상  캘린더에 자그만하게 새로운 일정을 적어놓았다.






점심 시간이 시작되자 마자, 오전 일찍 수업을 마친 은영이 교무실을 빠져나왔다. 점심시간은 한시간 남짓. 집에 다녀오는 시간은 왕복 50분정도. 시간이 조금 빠듯하지만 은영은 서둘러 자동차의 시동을 걸었다.


집에 도착해서 시간을 확인하자니 예상보다 빨리 도착했다는 생각에, 은영은 안도의 한숨을 몰아 내쉬었다. 은영은 서둘러 차에서 내려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에 들어가자니 역시나 아무도 없는  보였다. 시어머니는 지금쯤 봉사활동으로 바쁘실테고 남편은 회사에 있을 것이다. 집안이 조용한걸로 봐서는 시누이 내외도 집안에 없는 모양이다.



‘서두르자!’

지체할 겨를이 없이 은영은 재준의 방문을 열어 컴퓨터를 켰다. 모니터를 켜고 그 전날 작업했던 파일을 찾아 수학선생님의 메일 계정으로 메일을 보냈다.



"휴우 겨우  됐네"





일말의 보람을 느낀 은영이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걷어내며 컴퓨터 전원을 내렸다. 긴장이 풀려서 일까? 은영은 그제야 심한 갈증을 느꼈다. 방문을 열고 학교로 가려던 은영이 물 한 모금을 찾아 마실 요량으로 부엌으로 들어섰다. 바로 그 때였다.





"아...아.....아....."


-!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한모금 들이키던 은영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여자의 야릇한 육성에 깜짝놀라며 주위를 살폈다. 간드러진 여인의 신음소리가 어디선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집에.. 누...누가 있었나?'



그렇게 생각에 잠겨있던 은영이, 손에서 물컵을 내려놓고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소리가 발생하는 진원지를 찾아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아...어....읍.....응...."



연재의 방앞에 다가섰을 때, 음절마다 쏟아져 나오는 각기 다른 말소리가 더욱 선명하고 또렷하게 들려왔다. 은영은 떨리는 가슴을 겨우 부여잡고, 미세하게 열려있는 방문을 조심스레 열어봤다.



"아...아...아.....아.."

[퍽퍽퍽...]

-그러니까 그래  물건이 최고지? 그게 나이를 먹어도?


"아... 몰라 인간아.. 아.. 아.."




은영이 간신히 방문을 열어 연재의 방안을 훔쳐보자니, 시누이 내외가 완전히 발가벗고 성교를 하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은영은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 했지만 간신히 자신의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마치 얼어버린 무언가처럼 가만히 자리에 서있을 뿐이었다.



'이....이게..무슨'

은영은 당황하면서도 어쩐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음을 느낄  있었다. 그저 시누이 내외가 나누는 질펀한 정사를 그저 물끄러미 보고  있을수 밖에 없었다.



"하아...하아...연수야. 그러니까 어뙤? 말해봐. 사업은 쪽박찾지만, 그게 역시 좆은 여전히 쓸만하지? 그러니까 보지구녕이 뜨끈뜨끈해 지지?"


-아 몰라 인간아. 이제와서 말이지만 이거라도 없었음 진작에 이혼했지. 아 아 더..  쎄게 해줘!

"그러니까 알았다니까 그게 나도 아직 백프로 힘을 다하고있지 않다니까"




그렇게 대화를 주고받던 연수내외는 방금전 보다도 더 리드미컬하게 관계를 이어갔다. 은영이 조심스레 방문을  탓도 있지만 시누이 내외가 연재의 방문을 등지고 후배위로 관계를 가지고 있는탓에, 연수내외가 은영의 존재를 알아차리는건 생각보다 어려워 보였다.

'하아...이게 무슨'

한참을 무척이나 탄탄해 보이는 영길의 엉덩이에 시선을 꽂아넣던 은영이, 자신의 몸, 깊은곳 어딘가가 뜨거워짐을 느꼈다. 은영과 재준의 관계와는 너무도 달랐다. 더 뜨겁고, 더 적나라했다. 애써 부인하고 싶었지만 은영이 지금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연수의 엉덩이를 거칠고 빠르게 정복하는 영길의 엉덩이에 시선을 꽂아넣은채로 묵묵히 서 있는것 뿐이었다.


"아..아... 그러니까 그게 연수야 자세를 좀 바꿔야겠다. 그러니까.. 힘들다..헉헉. 어??"





영길이 자세를 바꿀 요량으로 반쯤 열려 있는 문 쪽을 향해 고개를 젖히는 순간, 문밖의 낯선 이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서로 마주한 네 개의 눈동자는 누구의 것이 먼저랄것도 없이 심하게 흔들리다가, 문밖의 그것이 먼저 빛을 잃고 빠르게 사라져 버렸다.

 못할 당혹감에 사로잡힌 은영은 목덜미가 벌겋게 물든채로 서둘러 집밖으로 뛰쳐나갔다. 차에 앉아 시동을 거는 순간에도 생전 처음으로 다른이의 성적 교합을 훔쳐봤다는 도덕적인 죄책감과, 그와 동시에 어떤 이유에서인지 아까부터 자신의 몸을 자극하는 약간의 간지럽고 딱히 싫지 않은 감정이 뒤엉켜 은영을 감싸왔다.


"에이... 내가 무슨 짓을.... "






나지막히 속삭이던 은영이 서둘러 학교로 차를 몰았다. 학교로 향하는 은영은 말 못할 고민에 젖어들기 시작했다.



"야... 왜 그래??"


-어? 그러니까 그게 음..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운 것은 영길쪽도 매한가지였지만 이내 곧 영길은 야릇한 기분에 젖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 뭐냐..얌전한 고양이가 먼저 부뚜막인가 뭔가에 올라간다더니. 보기보다 응큼한 취미가 있구만 재준이 와이프 크큭'

그렇게 잠시간 생각에 잠긴 영길을 연수가 쏘아보자, 영길은 화들짝 놀라며 다시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아 이거 왠지  꼴리네. 생각도 못한 일을 겪었어. 큭큭'



야릇한 생각에 잠긴 영길이 우람하게 솟아있는 자신의 물건을 연수의 몸안에 꽂아넣고 다시 거친 움직임을 계속하자 왠지 아까보다 더  신음소리가 방안을 수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차츰차츰 영길의 마음속엔 무언가가 새록새록 돋아나기 시작했음을 영길은 아직 알지 못했다.





어떻게 운전을 하는지도 모른채 그저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운전을 계속하던 은영은 신호등의 빨간 신호에 깜짝 놀라며 신경질적으로 브레이크를 눌러 밟았다. 운전대에 얼굴을 파뭍고는 놀란 마음을 간신히 진정시킨 은영은 다시금 자신의 머릿속을 파고들어오는 방금전의 일들을 애써 밀어내려 애썼다.



"내가 무슨 짓을."






몇번을 되뇌이고  곱씹어봐도 결단코 옳지 않은 일을 했다는 죄책감이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동시에 방금 전 보았던 영길의 능숙하고도 기계적인 몸놀림을 끊임없이 기억해 내는 자신을 향해, 약간의 매스꺼움을 느꼈다.

[빵 빵]


한동안 자동차 핸들에 얼굴을 파묻고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던 은영은 뒤에서 울려대는 경적소리에 놀라 신호등을 확인했다. 그리곤 머리를 세차게 흔든 후에, 천천히 자동차 엑셀을 밟아 학교로 차를 몰았다.




은영으로썬 어떻게 보냈는지도 모를 하루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점심에 생각지도 못한 일을 당한터라 정말이지 ‘쉽지 않은’ 하루였다. 은영이 할  있는 것이라곤 그저 사무적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일과, 더불어 쉴새없이 돋아나는 영길에 대한 생각을 억누르고 지극히 태연하게, 아니 그러한 척 사람들을 대하는 것 뿐이었다.





"하.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어. 그나저나 이제부터가 걱정이라면 걱정이네.."


어둑어둑해진 교무실안. 자신의 자리를 어쩐지 외롭게 비추고 있는 듯한 느낌의 스탠드 아래에서 은영은 다시금 고민에 빠져버리고 만다. 오늘도 야자 감독인 탓에 밤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있었지만 어쩐지 집에 돌아갈 용기가 쉬이 생기질 않아 모두가 돌아간 학교를 벌써 몇분 째 홀로 지키고 있었다.





"아이씨. 도대체 어떻게 해야해. 내 얼굴은 확실히 봤을까? 봤겠지. 아이 봤을거야. 눈을 또렷하게 마주쳤는걸. 하아 어떻게 한다"



은영은 답이 없는 질문에 책상에 턱을 괴고 다시금 생각에 잠겼다. 얼마간 시간이 흐르자니 은영의 스마트폰 진동소리가 책상위에서 요란하게도 울려퍼졌다. 은영이 이마위에서 쉽게 떨어지지 않는 손을 겨우 움직여 액정을 살폈다. 남편인 재준이었다.



"어 오빠"

-어 은영아 나. 무슨일 있어??

"어?! 뭐라고? 일? 무슨일?"

-연재는 벌써 전에 들어왔는데, 정작 은영인 안들어와서 무슨 일이 있나 하고.





괜시리 당황해버린 은영이 잿빛을 구기며 한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그러고보니 고민한답시고 너무 오래 앉아 있었나보다. 고개를 돌려 교무실에 걸린 시계를 힐끔 바라보자니 벌써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다. 시계를 보고 흠칫 놀라던 은영이 재준에게 정리할거리가 남았노라고 대충 둘러댄뒤 지금 출발하겠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하아 뭐 일단 집으로 가야겠지. 하아. 정말 처음봤을 때부터 기분나쁜 사람이야 그 사람."



다시한번 머릿속으로 영길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치던 은영이 책상위에 놓인 가방을 챙겨서는 교무실을 빠져나갔다. 어쨌든 집으로 가면 해결책이 나오겠지라는 생각, 아니 '착각'과 함께.

집 앞에서 멀뚱히 선 은영은 쉽게 집안으로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발걸음을 멈춘 채 서있었다. 오후 내내. 아니 반나절이라는 시간을 은영을 붙잡고 고민하게 만든 문제가 다시금 빠르고 거칠게 은영을 몰아세웠다.




"후우. 일단 들어가자. 괜히 나 혼자 고민할 것도 없고. 오빠한테 털어놓으면.... 후우"



머릿속으로 영길과 남편 재준을 번갈아가며 떠올리던 은영은, 깊게 숨을 몰아쉰뒤 어렵게, 정말 어렵게 현관문 손잡이를 돌려 열었다. 현관에 들어선 은영은 혹여라도 시누이 내외와 마주치기라도 할까-정확히 얘기하면 물론 영길을 마주칠까 두려웠던 은영이다- 조심조심하며 주위를 살폈다.



"어 은영아. 지금와? 힘들...."


-쉿! 쉿 조용




방안에서 나오며 은영을 반기던 재준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던 은영이 입술위로 곧게 펴올린 검지로 재준에게 조용히 할 것을 당부한  급히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다. 그리곤 신고 있던 구두를 신경질적으로 벗어버리고 남편의 손목을 잡아서는 황급히 방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하아하아"


-왜 그래? 무슨일있어? 누가 좇아오기라도 하는것마냥.


"일? 일은 무슨. 것보다 다른분들은?"



문가에 기대서 긴장을 채 풀지 않는 은영을 재준이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올려다봤다.


"어머닌 봉사활동 가셨다가 피곤하신지 자리에 누우셨고 연재도 학교갔다와서 자나봐. 매형이랑 누나는 방에 계신가봐"


-아.



재준의 말이 끝나자, 겨우 안도감이 찾아들었다. 그리곤 천천히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12시를 훌쩍 넘은 시간이다. 사람이 깨어 있는게 이상할 시간이긴 했다. 은영은 그제서야 가방을 내려놓으며 재준옆에 가서 살포시 앉았다.




"자기 오늘 이상하네? 다른 가족들은 다 기분 좋아보이던데."


-뭐라구? 그게 무슨 말이야 오빠?


재준의 입에서 뜻하지 않은 말이 흘러나오자 은영이 거의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재준에게 물었다.



"아..아니 그냥 내말은. 그냥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아까 퇴근할 때 보니깐 다른 가족들은 기분이 좋아보이는데 은영인 그렇지 않아보이니까 무슨일있나 싶기도 하고"

-아..아니 오빠 그보다 빨리 말해줘. 누가 어떻게 기분이 좋아보였는데?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은영이 다급하게 재준을 몰아세우자 재준이 잠시 놀랬다가 이내 침착하게 말을 받았다.


"어. 어. 알았어. 뭐 기분이 좋아보인다고 해봤자 누나랑 매형뿐이지 뭐"

-아.....





재준의 입에서 시누이 내외 얘기가 흘러나오자 재준이 의식하지 않을만큼의 짧은 탄식을 내뱉은 은영이 신경을 곤두세우며 다시금 재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둘이 말야 뭐가 좋은지 아까 퇴근할 때 보니깐 실실 웃더라고. 특히 매형은 오늘따라 유난히 ‘어이 재준이 재준이 우리 재준이 왔는가’ 하면서 어찌나 살갑게 대해주시던지"


-그러시겠지.


"어 뭐라고?"

-아니야 아니야 그냥..






말꼬리를 흐리는 은영을 재준이 연신 이상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재준의 말을 듣고 있던 은영은 머릿속으로 흩어진 생각들을 모아 연결하기 시작했다. 집에 오늘길에 그토록 바라고 바랬던 일이건만 남편의 말뿐으로도 느낌상  수 있다.



'제대로 봤다. 난  아는거야.'




은영은 기운이 빠진채로 천천히 옷장에서 옷을 꺼내 최대한 편한차림으로 갈아입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남편은 뭐가 그리 좋은지 은영의 곁에서 연신 이야기를 쏟아 냈다. 누나네 가족이 집으로 들어온지도 꽤 되었는데 이제야 좀 친근해 지는 기분이라는둥, 누나가 왠일로 밥까지 차려주었다는둥. 옷을 갈아입으며 재준의 말을 흘려듣던 은영이 벌써 하루반나절간 떠올렸던 ‘점심께 있었던 일’을 다시한번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좋긴 엄청 좋았나보네. 하긴 거의 죽을것같이...."

-응? 뭐라고?

"아..아니야 오빠"




정신이 나간사람처럼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은영이 흠칫 놀라며 대꾸했다.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우려던 은영은 그냥 이대로 누우려다 찝찝함을 견디지 못하고 욕실로 향했다. 그런 은영의 부자연스러운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재준은 이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침대위로 몸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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