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3화 〉유부녀 빼앗기 - 1 (123/132)



〈 123화 〉유부녀 빼앗기 - 1

“자, 이렇게. 마무리 되는 거지.”


학교 강의실 화이트보드에 써놓은 내용들에 보드마카로 밑줄을 쭉쭉 그으며 말하는 임윤진. 그녀가 하루 동안 열심히 다듬어낸 스토리에 대한 설명이 끝났다.

“어때?”
“음..”

그래.. 뭐. 괜찮긴 한데.. 뭔가 조금 아쉬운데..

“어떠냐고. 음만 하지 말고.”
“그.. 스토리는 딱히 뭐 손대고 싶지는 않은데.. 왜 하필 능력이..”
“능력? 왜? 좋잖아?”
“전부   수 있는데 굳이 욕망만 추가시키는 이유가 있어?”

그래. 이전에 내가 김윤기 시절에는 학교라는 제한이 있기는 했지만 모든 상식을 바꿔버리는 능력을 줬는데, 이번에 윤진이가  주인공에게는 능력이 고작 사람들에게 강력한 욕망을 심어주는 것뿐이다. 아, 물론 저번처럼 새로운 인물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상식 변환 빼고는.

상식개변 다음에는 욕망 증폭이라. 갑자기 너무 약화된 것 같지 않나?

그러자 임윤진은 가볍게 혀를 차며 나를 손가락질 한다.

“그게 문제야. 오빠의 능력이 너무 좋아서 모든 걸 다  수 있으니까 아예 환경을 바꿔버린다니까.”
“그게 나빠?”
“그러면 이번 스토리의 가장 핵심이 빠진단 말야.”
“핵심?”
“이번 스토리의 핵심이 뭐야? 이거잖아.”

그러면서 하나의 단어에 동그라미를 열심히 그린다. 그 단어가 뭐냐?

「NTL」

흔히 NTR이라고 많이 하지만, 그것은 빼앗기는 쪽. 빼앗는 쪽은 NTL이지. 대표적으로 금태양이 있고.

근데  내가 금태양이  것도 아니고, 여자들을 함락시킬 거근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섹스는.. 뭐.. 평범은하지 않을까? 최근들어 나름 많이 해봤으니까.

“오빠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면 임자 있는 여자가 남편까지 버리고 달라붙을 만한 매력은 없잖아?”
“거참 과하게 객관적이네.”
“그러니까 능력으로 남의 여자를 탐하는 거야. 근데, 그거를 저번처럼 상식을 개변해버리면? 뭐가 없지?”

임윤진이 엄지와 검지만 편 채로 검지를 안으로 굽히더니, 엄지로 검지의 가운데 마디를 위에서 아래로 스윽 내린다. 뭐지?

“화투?”
“쪼는 맛. 쪼는 맛. 이걸 모르네.”

아, 쪼는 맛. 얘가 도박까지 해봤나?

“아무리 간통죄가 폐지되었다고 하지만, 그걸 좋게 볼 리가 있나? 거기다 상대가 상대잖아? 들키면 당연히..?”
“얼굴 못 들고 다니겠지.”
“보통 쪽팔려서 직장 그만둘 걸?”

흠, 요즘 같이 자유분방한 시대에도 불륜은 솔직히 용서받지 못할 행위인 것 같긴 해. 아무튼 그래서 상식보다는 욕망을 선택했다 이거지?

“어때? 괜찮아? 할 거야?”
“뭐, 나는 솔직히 재밌어 보이긴 하는데.. 음..”
“아 왜 또. 물어보고 싶은 거 있으면 확실하게 물어보라니까?”
“왜 하필 공무원이야?”
“뭔가 평범한 회사보다 이런 게 더 환경적으로 자극적일 것 같아서.”
“자극적?”
“보통 다른 회사면 그만 두고 다니는데, 공무원은 솔직히 철판 깔고 다닐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뭔가 끌렸어.”

 이상한 데서 끌리는 걸 보니 임윤진의 취향이 특이하다는 건 확실하다.

“근데 우리가 공무원 역할을 하는 건 좋은데.. 우리 일 같은 건 아무것도 모르잖아?”
“에이, 우리가 일을 하면  되지.”
“그럼?”
“그 부분만 상식을 조금 더 바꿀 거야. 우리는 그저 옆에 앉아만 있고, 실제로는 원래 계신 분들이 일하는 거지. 그거를 보면서 우리가 일한다고 생각을 하게 만드는 거고.”

오호라? 그런 방법이?

“역시 임윤진표 상식개변. 성능 확실하구만.”
“그리고 말했다시피 이번 여자는 내가 할 거야. 불만 없지?”
“그래. 뭐 니가 하고 싶다는 데 해줘야지.”

나도 윤진이한테 크게 불만은 없어. 가슴만 빼면. 근데 뭐, 다시 말하자면 가슴만 제외하고는 완벽한 여자잖아. 애초에 윤진이도 겁나게 잘나가는 여자니까.

“오케이. 그러면.. 이제 한 명만 남았는데.”
“한 명?”
“내 남편 할 사람.”

아.. 윤진이 남편.. 갑자기 쪼다새끼가 생각나는  왜일까? 아냐아냐.  새끼는 절대 안 돼. 아니지.. 존나 불쌍한 역할이기도 하니까 괜찮을 수도..?

“아.  누구 한 명 생각났다.”
“누구?”
“지훈 오빠 요새 뭐해?”

지훈..? 지훈이 누구더라.. 아! 김지훈! A 본명이지. 어라? A는 또 뭐지? 근데 A를 등장시킨다고?

“갑자기 김지훈 얘기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만 솔직히 역할도 되게 불쌍한 거잖아. 그걸 걔를 시킨다고?”
“그런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 않나?”
“음..”

내가 그 놈 취향을 잘 몰라서 싫어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안 돼.”
“왜?”
“걔 나오면 난리나.”
“뭔 소리야?”
“아무튼 그런 게 있어.”

그래. 난리난다고. 조심해야해. 무슨 말인지는 나도 모르지만.

“애초에 오빠도 저번에 김창호인가 걔도 엄청 괴롭히드만.”
“걔는 거기 학교에서 유명한 쓰레기였으니까 그렇지.”
“그럼.. 뭐, 그냥 아무나 해?”
“음...”

윤진이한테 아무나 붙여주는 것도 솔직히 좀 그런데.. 에라 모르겠다.

“거 남자는 나중에 하고. 이거대로 하려면 준비해야   좀 있지 않아?”
“그렇지. 오빠가 조금 도와줘야 하는 거 알지?”
“... 근데 이렇게까지 해야해?”
“이런 게 제대로 있어야 몰입이 겁나 잘 되지!”

... 이상한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임윤진이야. 뭐, 나쁠 건 없으니까. 일단 윤진이가 원하는 대로 맞춰줘야 겠다.

-


제대로 된 장소를 찾기 위해 우리랑 전혀 관련 없는 시골 군청까지 가보고, 근처 위치도 파악하고. 대략적으로 공무원 생활이 어떤지도 체험해보고. 내가 사는 방이랑 신혼집으로 해놓을 집도 찾아놓고. 그 신혼부부는 해외여행 보내주고. 심지어 윤진이는 웨딩드레스도 입어보고.. 어휴..

룰루랄라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너무 신나하는 임윤진을 보니 대충하자는 말은 차마 못 꺼내고 결국 3일간에 걸쳐서 모든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지금 나는 한밤중에 윤진이랑 같이 그녀의 차에 타고 있었다. 여기가 이번 시작지점이거든.

준비가  과하다고 생각할 때는 귀찮았는데, 막상 윤진이가 착착 준비해놓은 걸 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서 좀 기대되긴 해.

윤진이가 그 동안 참으로 열심히 써먹은.. 모든 내용이 적혀 있는 노트를 안경까지 낀 채 다시 꼼꼼히 살펴보면서 확인한다. 거기에는 내가 드림창으로 어떤 항목을 어떤 수치로 까지 했는지 전부 적혀있다. 그만큼 내가 윤진이를 신뢰한다는 거지.

“이쯤이면 거의 다 준비된 것 같지?”
“넘치지 넘쳐. 이상한 낌새조차  느낄 걸? 근데  운전도 할 줄 아냐?”
“엄마  조금씩 몰아봤어. 배워두면 써먹을 곳은 많을  같아서.”

그리고는 탁! 노트를 덮으면서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기지개를 쭈욱 펴는 임윤진.

“끄으으윽!”

그리고는 휴우 한숨을 쉬며 안경을 벗으면서 묻는다.

“오케이. 다 됐어. 조금 있다가 시작이야. 준비됐지?”
“어.그래. 이제 슬슬 내리면 되지?”
“응. 오늘 딸 잘치고 내일 봐!”
“그래그래.”

덜컥. 문을 열고 짐을 챙겨서 차에서 나와 서있으니, 윤진이가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든 다음에 차를 몰고 떠난다. 그 모습을 보면서 긴장을 풀듯이 가볍게 한숨을 내쉰다.

완전 어둑어둑한밤중의 시골길이라 그런지 더 쓸쓸하구만.

자, 슬슬 시작해볼까.

근데 변신.. 까지는 아니지?


-


“하아아...”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 벌써 시간은 저녁 9시가 다 되어간다. 일찍 퇴근해 본 게 마지막으로 언제인지 모르겠다.

적당히 원룸으로 돌아가는 길에 맥주랑 마른안주 정도만 사서 방으로 돌아온다. 최근에 청소도 제대로  해서 지저분하지만 친숙한 내 방이 반겨준다.

대충 옷을 벗어서 세탁기에 던져놓고 가벼운 샤워를 마친 후에 사다 놓은 맥주를 들고 털썩 컴퓨터 의자에 앉는다. 평소처럼 적당히 유튜브나 보면서 맥주나 한 캔..

한 캔을 다 비워갈 때 쯤 갑자기 현타가 온다. 내가 이러려고 그렇게 고생하면서 공무원 공부를 했나 싶다.

대학을 졸업하고 내가 살고 있는 도시로 공무원을 해보려고 그렇게 노력했으나 매번 안타깝게 미끄러졌다. 점점 가족들의 눈치는 보이기 시작하고, 슬슬 취직하는 친구들 보기도 뭔가 껄끄러웠을 때 쯤.

이번에는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현실을 받아들여 예전에 몇  살았던  단위 시골로 시험을 쳤다.

결과는 다행히도 합격. 부모님이 그렇게 기뻐하시는 모습을처음 봤고, 주변의 칭찬과격려로 그 동안 주눅들어 있던 내 자존감이 한껏 치솟았던 그 시절.

그렇게 차도 뽑고 발령받기 전에 방도 알아보러 내려와보니.. 현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도 군 단위면 최소한의 필요한 것들은 있겠지.. 하면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왔지만..

정말 아무것도 없다. 동네에서 정말로 흔하게  수 있는 프랜차이즈? 거의 없다. 전국적으로 이미 존나 널리 퍼진 몇몇 대기업 정도? 이런 곳은 별로  가는데..

차라리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방을 잡아볼까 했는데.. 전세값이 차원이 다르다. 부모님이 전세금은 지원해주시기로 했지만.. 이 정도까지 주시는  다소 부담이 느껴질만한 금액. 우리집이  그리  사는 곳도 아니고, 내가 모아놓은 돈도 없고.

할  없이 현실을 받아들여 이 곳에 적당한 원룸 하나를 구했다. 그나마 풀옵션인 게 다행인가.

그래도 뭐 아무튼. 방도 구하고, 전세값을 지원해주셨으니 조금 무리해서 차도 뽑았으니 발령받기 전까지는 신나게 놀러다녔다. 자기가 쏜다고 놀러오라고 하는 친구들한테는 죄다 차 끌고 놀러갔다.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걱정 없이 놀았던 때가 아닐까.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당연히 발령을 받고 군청으로 들어갔는데.. 하.. 그 때부터 시작이었다.

일은 더럽게 많고.. 민원 전화는 계속 들어오고.. 출장도 계속 나가고.. 거기에 시골 노인네들 왜 그리 말을 안 들어먹는지.. 소리만 지를 줄 알지 뭐 하나 설명을 해줘도 소용이 없고..

거기에 공무원이 워낙에 여초직장이라 뭐 힘  일 있으면 무조건 나부터 부르고.. 여기 갔다가 저기 갔다가.. 일은 계속 밀려들어오고..

업무가 익숙해졌다 싶을 때부터 시작한 야근과 주말출근 때문에 친구들이랑 게임 한 판 하기도 어렵다. 맨날 피곤에 찌들은 몸을 이끌고와서 대충 맥주 한 잔하고 적당히 유튜브나 보다가 자는 게 일상.

하아..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공무원이라는 게 밖에서 볼 때랑 안에 들어와서 직접 겪게 되는 거랑 정말 천지차이야.. 이렇게까지  줄 알았으면 과연 공무원에 그렇게 목을 맸을까?

지역, 직렬, 업무  다 차이가 있겠지만.. 그래도 이왕 시작한 거 어쩔 수가 없다. 다른 사람들 말 들어보면 10년은 버텨야 좀 살만하다는데..

그나마 야근을 이렇게까지 하니까 먹고 살만은 한데.. 야근 안하면 진짜 돈 못 벌 수준이다. 할부만 얼마야 시발.

또 무슨.. 공무원만 되면 무슨 소개팅이 계속 들어온다느니, 공무원 여자 만나서 부부 공무원하는 게 최고라느니 하는 소리는 들어봤지만.. 전혀 그런 낌새가 없다.

거기에 대학시절도 존나 노잼으로 보낸  같은아다새끼한테 무슨 여자 소개가 들어오겠냐. 처음에는 그래도 조금 꾸며보려고 했는데, 일에 찌들으니 그런 것도 신경 안 쓰게 되더라.

그리고 무슨 군청 여직원들? 죄다 기본적으로 남자친구는 있고, 결혼까지 한 사람이 태반이다. 남자친구 있는 애들 중에는 결혼 날짜 잡고 있는 애들도 많고.

거기에 내가 있는 팀도 팀장을 포함해 죄다 여자들뿐이다. 당연히 팀장은 연배가 좀 있으니 애들도 많이 컸고, 차석은 나랑 10살 차이에, 내 바로 위 1살차이 사수분도 이미 작년에 결혼한 몸.

그래서 혹시나 하고 연수원에 가면 생기겠지 하고 기대를 했는데.. 아니 좀 보내줘야 가지. 맨날 일 많다고 나중에 가라고 해서 아직 멀었다.

어쨌든 아무리 한탄을 해도 계속 다녀야 하는  사실이고.. 바뀌는 건 없을 거고.. 하다못해 좀 일하는 동안 숨 돌릴 틈은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숨을 돌린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싶다가 자동재생이 된 유튜브에 꽤나 노골적인 영상이 흘러나온다. 오.. 내가 이런 영상도 언제 봤었나?

사실 군청 여직원들중에 보기 좋은 여자들이 없는 건 아니다. 다들 잘 꾸미고 다녀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가끔 몸에 달라붙는 옷을 입어서 가슴이 도드라진 직원들을 힐끗힐끗 보기도 한다.

그런  출근하고  안 되는 즐거운 시간이지.  사수분도 팀장님들한테 예쁘다는 소리는 많이 듣기도 하고. 의외로 공무원 여자들이 이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뭐 대부분이 임자 있는 몸들인  알고 있지만.. 술이 살짝 들어가서 그런지 알딸딸한 기분이면서 동시에 야릇한 내용의 유튜브가 나오니.. 그런 생각이 든다.

만약에.. 만약에.. 그.. 내 사수랑.. 출장 나가서.. 몰래 한 판 하거나.. 그러면 씨발.. 존나 존나 존나 출장갈 맛 날텐데..

갑자기 존나 꼴리기 시작한다. 막 주변에 여자들로 상상딸 치는 새끼 존나 병신같아 보였는데..  주변에 이쁜 여자들과 내가 몸을 섞는 생각을 하니.. 어우.. 씨발..

마침 요 며칠 동안 딸도 못쳐서 그런지 이미 빵빵해져버린 좆을 잡고 존나 움직이기 시작한다. 사수가 내 좆을 물고 진짜 맛있게 빨아주는 상상을 하면서.. 내가 남편을 언급하며 빼는 척을 해보지만,그게  흥분되지 않냐면서 끈적한 눈빛으로 나를 보는데.. 어우.. 어우 씨발..!

그 동안 쌓여온 성욕이 폭발하듯이 거시기가 점점 단단해졌고.. 개꼴리는 상상과 함께하니 진짜 존나 금방 쌀  같은 느낌이 왔다. 아.. 씨발.. 휴지.. 휴지 준비 안했는데.. 아 씨발.. 모르겠다!

자리에서만 일어나서 바로 옆에 베란다쪽 유리문에다가 조준한 뒤에 그대로 몰려들어오는 싸고 싶다는 욕망을 분출해버린다. 정액이 요도를 지날  마다 발끝이 오므려지면서 쾌감이 온몸을 휘감는다.

착! 착! 유리에 달라붙어서 아래로 흐르는 정액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절정의 여운을 만끽하고 있다가.. 유리문에 붙은 정액을 보니 급격하게 현타가 오기 시작한다.

시발.. 내가 무슨 상상을 하는 거냐.. 미친놈.. 뭔가 뒤늦게 씁쓸해지면서 얼른 휴지로 내 성욕의 결과를 닦아낸다.

갑자기 짜게 식어버린 몸에 급격하게 피로가 찾아온다. 적당히 닦아낸 휴지들은 변기에 버리고 침대 위로 누워버리니 진짜 금새 잠이 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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