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7화 〉학교생활! - 5
배지윤이 얼굴을 씻으러 간 것으로 예상되는 사이. 나는 다시 바지를 올려 자리에 앉은 후에 생각을 정리한다.
아니야. 아니야. 내가 괴롭힘 당하는 걸 좋아하는 변태새끼라고? 아니야. 그건 아니야. 그렇게 괴로웠던 시간을 좋았다고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하지만.. 하지만 그때랑 지금이랑은 전혀 달라. 무엇보다 나를 그런식으로 쳐다본 게김창호가 아닌 배지윤이라는 거. 존나 덩치크고 좆같이 생긴 남자랑 존나게 이쁜 여자랑은 차원이 다르잖아.
아, 이거는 그거다. 흔히 인터넷에서얘기하는 포상. 가끔 여자 아이돌들이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을 때 'ㅗㅜㅑ 포상 감사합니다' 하듯이 드립으로 하는 그거.
근데 방금은 배지윤이 왜 나를 그런 혐오스러운 눈으로 쳐다봤을까? 바로 내가 정액을 배지윤의얼굴을 향해서 쐈기 때문에.
움찔. 존나 느낌온다. 평소 도도한 모습 밖에 보지 못했던 배지윤이 나에게는 애교를 부리며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보다는, 평소처럼 험한 말과 행동을 하면서 나를 성적으로 자극시키는 게 더 꼴릴 거라는 건 명백하다.
정했다. 나같은 아다에게 단순한 섹스도 엄청난 행운이지만, 이런 좋은 능력으로 고작 심플한 성행위로는 너무나 아깝지.
근데 생각해보니 방금 상황은 배지윤이 나를 괴롭힌 건 딱히 아니야.어떻게 보면 사실 내가 괴롭힌 거지. 여기서 확실하게 짚고 넘어갈 게 있다.
괴롭힘을 주는 주체가 내가 될 건지. 여자가 될 건지.
괴롭히는 주체가 나라면? 이제 여자들은 나를 엄청나게 혐오하고, 매도하면서 나를 인간 이하로 취급을 하겠지. 하지만? 어떠한 조건이 있어서 무조건 나랑 섹스를 해야 한다면?
내 자지를 빨면서 치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배지윤. 헛구역질을 참아가며 내 타액과 정액을 맛있게 받아먹는 배지윤. 떨리는 목소리로 알몸 도게자를 하며 자신과 섹스를 해달라고 조아리는 배지윤. 교실에서 알몸으로 섹스하는 도중, 분노와 역겨움으로 눈물을 흘리며 나를 쏘아보면서 동시에 느껴서 신음소리 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입술을 꽉 깨문 배지윤을 신경 쓰지 않고 임신하라고 외치면서 싸는 질싸.
... 존나 꼴린다. 미치겠다. 미치겠어. 당장이라도 하고 싶다. 그러다가 내 자지에 노예가 되어버리는 모습도 보고 싶어.
아, 그렇지. 생각해보니 내가 아다인지라 섹스를 잘하는 건지 모르니까.. 내 자지의 노예가 될 확률은.. 적지 않을까. 그럼 그것도 상식으로 해버리면 어떨까? 막 그런 식으로.. 오오오.. 배지윤이 타락하는 모습이라니.. 그 자리에서 손 안대고 쌀 수도 있을 것 같아.
자, 그럼 괴롭힘의 주체가 나인 것은 여기까지. 그럼 반대로 내가 괴롭힘을 당하는 존재라면 어떨까?
교실에서 옷을 입는 것도 허락 받지 못하는 것은 어떨까. 오자마자 알몸에 꼬추를 잔뜩 세웠지만, 허락 없이 사정하는건 용납하지 못하는 데다가, 절대 자지는 건드리지 않고 자신의 가슴을 내 몸에 문지르면서, 내 유두를 혀로 거침없이 농락하면서 내가 등신같이 느끼는 모습에 희열을 느끼는 배지윤.
나를 묶어놓은 채 잔뜩 성난 내 자지를 자신의 보지에 꽂아 넣고, 조금씩움직이면서 오늘은 임신 가능한 날이라고 내 귀에 속삭이는 배지윤. 나는 임신만큼은 안 된다고 몸부림쳐보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고 오히려 배지윤의 질 속에서 꼬추만 움직여 자극만 더욱 받게 되는 장면.
배지윤을 임신시킬 수 있다는 엄청난 흥분과 동시에 정말로 임신해버리면 내 인생은 완전히 꼬이는 게 아닐까 하는 이성 사이에서 고민하던 내가 결국 배지윤의 찐득한 키스와 함께 질에 가득 사정해버리는 거야.
이런 느낌도 괜찮고.. 아! 그러고보니.. 굳이 배지윤 한 명일 이유가 없잖아?
애초에 최면을 걸고 성적 괴롭힘을 가장한 성대접을 받는 명작이 있지. 거기에도 여자는 세 명이고..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여자들을 괴롭힘을 받는다는 명목으로 마음대로 유린하는 그 작품. 나도 몇 번 신세를 졌지.
약간 그런느낌으로.. 하지만 나는 조금 더 발전할 수 있지. 개인이 아니라 전체의 상식을 바꿔버리는 것이니까. 굳이 숨어서 할 필요가 없잖아?
애초에 그런 장르는 명작을 따라서 조금만 수정하면 괜찮으니까.. 좋아. 이제는 배지윤 말고 다른 여자를 구해야 해. 나야 찐따여서 이름을 아는 예쁜 애가 배지윤 밖에 없어서 그렇지. 우리 학교에는 이상하게 눈에 띄게 존나 쩌는 애들이 둘 정도 더 있단 말야.
딱 좋군. 딱 이상적인 세 명이야. 한 명은 2학년이고 한 명은 3학년인 걸로 알고 있는데.. 뭐, 상식 자체를 바꿔버려서 1학년인걸로 하면 상관없지.
그 두 사람의 이름을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음.. 생각해보니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네. 정수한테만 물어봐도 다 알 걸? 그렇네. 간단하네.
자, 그럼 그건 그거고.. 이제 어떤 행동들을 그 세 사람이 나에게 하도록 만들지.. 그런 상식을 만들어보자. 잠시 적을 게 필요해서 배지윤의 서랍을 뒤지니 노트가 하나 나온다. 노트 한 장을 쭉 찢은 후에 배지윤이 쓰던 펜으로 하나씩 생각나는 대로 적어간다.
-
수업시간이 끝날 때까지 매우 열심히 정리를 한다. 내가 이런 쪽으로 재능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의외로 생각보다 엄청 술술 적힌다. 사실 기본 베이스는 그 명작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조금만 수정하면 더 꼴려서 그런 걸 수도 있지.
근데..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리는 데도 아직 배지윤은 돌아오지 않았다. 뭐지?
"얘는 수업이 끝날 때까지 하루 종일 씻는 거야 뭐하는 거야? 배지윤 돌아오면 나한테 오라고 해."
"네."
화가 나신 듯한 선생님은 곧바로 교실을 나가버렸다. 내가 너무 쓰는데 집중하긴 했지만.. 나 아직 배지윤이랑 섹스도 못해봤잖아. 아무리 그래도 아다 정도는 바로 떼려고 했는데..
그렇게 아쉬운 마음으로 정리해놓은 노트를 잘 접어서 주머니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뒷문을 열고 등장하는 배지윤이 보였다.
아이씨! 어딜 간 거야! 새로운 설정 추가하기 전에 배지윤으로 아다나 떼야지.. 하려고 하는데..
표정이 존나 매섭다. 누구 하나 건들면 죽여버릴 것 같이 무서운 표정. 개빡친 표정으로 이 자리로 오길래 나에게 잠재되어 있는 찐따본능이 깨어나 얼른 몸을 비켜주었다. 거칠게 의자를 뺀 후에 앉은 그녀에게 누군가 한 명이 다가온다.
"지.. 지윤아."
"왜."
"그.. 국어 선생님이.. 잠깐 오라시는데.."
"... 하아, 씨발..."
나즈막히 한숨과 함께 욕설을 내뱉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휙 나가버리는 그녀. 왜 저렇게 화가 난 거지..? 혹시 나 때문인가..? 그런 것 치고는 나를 한 번도 안 쳐다보는데?
으음.. 앞으로 얼싸는 조심해야겠다.. 화장 지우고 다시 화장하고 하려면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닐거니까.. 내가 너무 배려심이 없었네. 음..
일단 아쉬움은 뒤로하고 나도 교실에서 벗어나 1반으로 다시 향한다. 적을 때 마다 이쪽으로 와야하는 건 솔직히 조금 귀찮지만, 지금 괜히 움직였다가 이 능력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지금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자.
1반으로 다시 들어가니 쉬는 시간이라 다들 제각기 모여서 떠들고 노느라 나한테는 다들 신경을 쓰지 않는다. 오히려 다행이지. 그 사이에 빠르게 '친구들에게 한 마디!'에 항목을 추가한다.
「나 김윤기가 1반에서 '친구들에게 한 마디!'에 언제, 어느 때라도 상관없이 어떤 글이든 써도 되고 관심을 갖지 말아야해.」
좋아, 일단 이렇게 해놓으면 내가 여기와서 무슨 짓을 해도 상관 없겠지. 특히 생각난 김에 수업시간에 바로 쓰러 오는 것도 가능하고.
자,그럼 일단 그 두 사람의 이름부터 알아볼까. 뒤로 가서 당연히 찐따처럼 엎드려 있는 이정수한테 간다.
물론 엎드려 있기는 하지만 자고 있는 건 아니야. 나도 많이 해봐서 안다. 그저 할 짓이 없어서 엎드려 있는 것 뿐임을. 그런 녀석을 톡톡 건드리니 갑작스러운 터치에 정수가 움찔한다.
그리고는 불안한 눈빛으로 천천히 고개를 드는데.. 내가 눈에 들어오니 뭔가 복잡한 한숨을 퓨우우 내쉰다.
"뭐야 갑자기! 니가왜 여기 있어?"
"물어볼 게 있어서."
"안 급한거면 조금 이따 물어보면 안 되냐..?"
"왜? 지금 뭐 아무것도 안하잖아?"
나의 말에 정수가 슬쩍 김창호쪽을 바라본다. 그 시선을 따라 나도 녀석들을 바라보니 평소처럼 김창호 무리가 모여서 존나 시끄럽게 떠들고 있다. 저 놈들이 우리를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정수는 얼굴을 내리고 조용히 얘기한다.
"지금 쟤네가 하고 있는 얘기가 뭔지 아냐?"
"뭔데?"
"김창호가 수업시간에 잠깐 몰래 빠져나가서 여자랑 섹스하고 왔다고 자랑질 중이야."
..? 뭐야 진짜? 수업시간에 몰래? 와.. 미친 새끼 아닌가?그건 그거고 아무튼 존나 재밌는 얘기이긴 하겠다. 나 같아도 존나 엎드려서 얘기 들으면서 꼴려할 듯.
"알았어, 그럼 딱 하나만 물어보고 갈게."
"뭔데?"
"우리 학교 중에 배지윤 말고 존나 이쁜 여자 두 명 더 있지 않냐?"
"누구? 송서현? 김미주?"
음, 얼핏 듣기에는 그 두 사람이 맞는 것 같은데.
"그 중에 한 명은 2학년, 한 명은 3학년에서 존나 이쁘다고 하는 누나들 맞지?"
"2학년 3학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 한 명씩이라 하면 그 둘이 맞지. 2학년김미주. 3학년 송서현. 근데 그건 왜 물어보냐?"
"아니, 그냥.. 한 번 물어봤음. 이름이 생각 안 나서."
좋아, 이제 둘의 이름은 알아놨다. 이제 그 두 사람의 이름까지 써버려서 나에게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줄 수 있도록 해볼까.
그 순간 존나 크게 웃는 소리가 들린다. 찐따 본능이 깨어나 흠칫하고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보니 역시나 김창호 무리. 새끼들.. 조용히좀 하지. 이제 괴롭히지 않을 거라는 걸 아니까 그냥 하나의 병신집단으로 보인다.
"와.. 개쩐다.. 진짜?빨통이 그만해?"
"미쳤다니까 씨발. 이 손이 다 파묻히더라. 존나 커서 시발 젖탱이 꽉 잡고 뒤로 존나게 박아대는데.."
어휘가 참으로 고급스럽다. 김창호 다운 표현. 도대체 누구를 먹었길래 저렇게 자랑스럽게 나대는 거야?
"누구랑 했길래 저렇게 존나 좋아죽냐 애들이?"
"아까 얼핏 배지윤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 뭐!?"
"뭘 놀래. 배지윤이랑 김창호 사귀잖아 둘이."
순간 가슴속에서 정말 깊은 분노가 치솟아 오른다. 나도 아직 못 벅어본 배지윤을 니가 먹었다고? 씨발새끼가..?
순간 정신줄을 놓고 화난 표정으로 김창호를 째려보다가, 갑자기 나랑 눈이 마주쳐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서 눈을 깔았다. 씨발. 내가 무슨 짓을..?
그 순간. 들리지 않았으면 하는 소리가 드르륵 들린다. 이거는 의자를 뒤로 끄는 소리. 그 소리에 정신이 멍해진다. 아무리 김창호가 나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는다고는 했지만 그런 미친 짓을..?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마구 들기 시작한다. 상식이라는 게 아까 배지윤이 그렇듯이, 정확하게 해놓지 않으면 개인의 판단에 의해서 다르게 결론 내릴 수 있잖아.
이런 경우에는 괴롭힘이 아니라 당당하게 맞짱이라는 명목이 있을 수도 있어. 젠장. 젠장 젠장.
김창호 특유의 슬리퍼를 바닥에 때리면서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젠장. 제발. 그냥 지나가라. 제발 지나가라.
하지만 나의 간절한 바램과는 다르게 김창호는 바로 내 뒤에 서더니 차갑게 한마디 내뱉는다.
"야."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저 좆같이 차가운 목소리. 진짜 빡쳤다는 게 느껴진다. 입술이 바짝 말라가면서 몸이 떨려오지만,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돌리는데..
저 커다란 몸집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김창호의 좆같이 무서운 얼굴이 보인다. 공포. 지금 느끼는 건 공포 밖에 없었다. 빠르게 눈부터 깔고 대답한다.
"왜.. 왜 창호야..?"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해도 목소리가 떨린다. 존나 무섭다, 김창호의 괴롭힘에서 벗어난 지 고작 하루. 아직 내 몸은 이 공포를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이 무서움은 그가 말한 단 한 마디에 끝나고 말았다.
"너말고."
나 말고..? 그 순간 놀란 표정으로 김창호를 쳐다보니.. 그 시선의 끝은 내가 아니라..
"...나..?"
정수였다.
"어, 그래 너 이 새꺄."
뜬금없었다. 정수는 그저 나랑 얘기만 한 것 밖에 없는데.. 갑자기 왜 얘를 부르는 거지? 정수는 얼굴 표정이 굳은 채로 나를 잠깐 옆으로 밀어낸 김창수를 쳐다보다가..
짝!
김창수의 싸대기로 인해 그대로 고개가 돌아가버린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폭력. 소리만 들어도 아픈 싸대기.
"너 이 씨발놈이 어디서 꼬라보고 지랄이야?"
꼬라보다니..?정수는 처음에 고개가 돌아간 그 상태로 넋이 나가 있었으나, 뒤늦게 정신을 차렸는지 재빨리 고개를 원래 자리로 돌려놓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미... 미,미안해.."
바들바들. 몸이랑 손이 떨리는 게 바로 옆에 있다보니 잘 보인다.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해도 저 모습이 내 모습이었겠지..
하지만 사과를 해도 김창호의 속은 풀리지 않는지, 고개를 떨구고 있는 정수의 뒷목을 콱 잡더니 그대로 일으킨다.
"너 이리와봐 이 씨발새끼야."
그러더니 교실 뒷문을 쾅!하고 열어서 나가버리는 창호와 정수. 그러자 김창호 자리에 있던 무리들이 우루루 같이 뒤따라나간다.
아니야.. 정수는 째려보지 않았어.. 내가 본 거야. 근데 나는 괴롭히면 안 되는 걸 아니까 괜히 옆에 있는 정수한테 시비를 건거지.
하지만 그 순간에도 나는 분노보다 얼떨떨한 마음보다는 스스로가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감정이 크다는 게.. 점점좆같게 느껴졌다. 씨이발..
그 순간만큼은 내가 생각해낸 다른 상식변환들을 얼른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저 개새끼를.. 저 개새끼를 진짜 죽여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쥐고 있던 상식변환 내용이 담긴 종이를 꾸깃꾸깃하게 구겨버린다. 그래.. 결심했어. 너만큼은 나만의 상식세계에 꼭 끼워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