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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3화 〉학교생활! - 1 (103/132)



〈 103화 〉학교생활! - 1

[※학교편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성인이며, 상식이 조작된 상황입니다.]

“하아..”

드디어 거지같은 배끼기가 끝났다. 밖을 보니 벌써 해가 지고 있다.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어느 새 시간이 이렇게 되어버렸구나.

악명 높은 숙제인 배껴쓰기. 내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새끼들 것까지 하느라 팔을 계속 움직여서 그런지 굉장히 뻐근하다. 아니지.. 그것도 있지만 존나 이쪽만 쳐맞은  때문이지..

내가 정말 하기 싫은, 빽빽하게 배껴쓰는 구시대적 숙제를 왜 남의 것까지 해주고 있을까? 그리고 왜 쳐맞았을까? 그거야 너무 당연한 게 아닐까? 답은 당연히 하나. 김창호.  씹새끼가 나를 존나 괴롭히기 때문이지.

고등학생이 되면 무언가 달라질 줄 알았는데.. 중학교랑 전혀 달라지는 게 남중에서 공학으로 바뀐 빼고는 없구나. 제발 김창호 개새끼랑만 같은 학교가 되지 않게 되기를 그렇게바라고 또 바라고 기도했는데.. 그 새끼랑 같은 학교가 된  알게 된 날 신은 없다고 이불 뒤집어쓰고 꺼억꺼억 울기까지 했다.

중학교에서부터 이어진 괴로운 악연으로 인해 항상 그 새끼 무리들에게 괴롭힘으로 시달리고 있다. 개새끼. 싸움만 못했어도..

아니,  그렇지 만은 않겠다. 내가 몸이 워낙 허약한 것도 있어서... 그 새끼가 장난식으로 등을 때려도 휘청휘청하는  나잖아.

하다못해 다른 반이라도 됐으면.. 했지만.. 씨발. 학교는 어쩔  없다 해도 반만큼은 제발 다르게 해달라고 존나 빌고 또 빌고 빌었는데.. 씨발.. 씨발..!

욕짓거리를 내뱉으면서 겨우 다 써낸 노트들을 가방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텅 빈 교실에는 밖에서 축구하면서 외치는 소리만이 창문을 뚫고 들어오듯이 울린다.

씨발.. 아무튼 끝났으니 빨리 집에나 가자. 돌아가서 게임이나 해야겠다.. 하면서 교실 앞으로 나가려는데..

문득. 평소에는 잘 보이지도 않았던 커다란 알림판이 보인다.

[친구들에게  마디!]

무슨 초등학생들이나  법한 아이디어로 교실 맨 앞에 붙어있는 이 종이. 당연히 뭐 좋은 내용이 있을 리는 없고 시덥잖은 얘기나 적당히 적혀 있다.

평소에는 신경쓰지도 않고 지나치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이걸 보자니 갑자기 좆같음이 화악 끓어오른다. 애새끼들한테 할 말 있냐고? 당연히 있지.

갑자기 엄청나게 울분을 토해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빠르게 가방을 내리고 볼펜을 꺼내 악에 받친 듯이 증오를 담아 커다랗게 한 글자 한 글자 꾸욱꾸욱 눌러쓴다.

‘나  그만 괴롭혀  개새끼들아!!’

어느 새 알림판 정중앙에 써놓은 나의 감정. 후우.. 뭔가 후련한 감정이 들면서 답답했던 무언가  내려가는느낌이다.

... 그리고 뒤늦게 당황스러움이 미친 듯이 몰려들었다. 어? 어어? 씨발. 잠깐만. 이거 어떻게 지우지?

씨발. 이거 볼펜이잖아. 아이 씨발. 아, 존나 개병신새끼야. 생각 좀 하고 썼어야지. 아.. 아.. 미친.. 아 어떻게 하지?

존나 안절부절 못하듯이 손을 잠시도 가만히 못두고 있었다. 머리에 핏기가 싹 가시는 느낌이다. 이거를.. 만약에 그 새끼가 보면.. 나는 뒤질 거야.

거기에 선생님이 봐도 또 지랄을 하겠지. 해결해주지도 않으면서 불러놓고 지랄지랄하다가 끝내서 또 나만 존나 쳐맞을 게 뻔하고.

어쩌지.. 어쩌지.. 존나 미친 듯이 고민을 하다가 뒤늦게 해결책이 떠올랐다.

에라, 모르겠다 씨발!

포스터 크기만큼의 종이를 붙여 놓았던 압정을 떼고 종이를 대충 빠르게 구겨서 가방 안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황급히 도망치듯이 교실로부터 빠져나와 빠른 걸음으로 집을 향한다.


-


“아.. 씨발.. 정글 차이 존나 심하네!!”

좆같다. 오늘 게임도 존나 안풀린다.  씨발.  맨날 이런 놈들만 걸리지? 게다가 아까 맞은 곳이 자꾸 아파서 신경쓰여서 집중을 못하겠다.

에휴. 오늘은 더 해봤자 안되겠다.. 하면서 게임을 끄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딸까지 치니 벌써 2시가 넘어갔다.

부모님은 벌써 주무시고.. 나도 슬슬 자긴 해야 되는데.. 존나 자기 싫다. 평일 아침은 정말 지옥이다. 나를 깨우는 엄마의 목소리는 지옥의 종소리나 다름이 없다.

그나마 정말 다행인 건 오늘은 김창호 개새끼가 밤에 따로 부르는 일은 없었다는 거. 자꾸 휴대폰에진동 올 때마다 존나 소름끼치면서 식겁했는데 오늘은 죄다 광고문자였다는 게 좆같으면서도 안심되었다.

그래도 씨발 내일 줘터지지 않기 위해 그 새끼들 노트를 제대로 챙겼나 확인해야 되니까 가방을 확인한다. 아, 그제서야 그 종이가 생각났다.

뭐, 교실에서 그런 거 하나 없어졌다고 해서 크게 무슨 일 일어나지는 않겠지.. 하는 생각이었는데...

어?

어어?

뭐야. 어디 갔어?

아무리 봐도 종이가 없다. 어? 뭐지? 내가 분명히 챙겼는데?

가방에서 책이랑 노트를 다 꺼내 봐도 그 종이가 없다. 뭐야? 내가 여기다 안 넣었나?

미친 듯이 가방에 있는 모든 주머니를 뒤져봤다. 아무리 뒤져봐도 탈탈 털어봐도 종이는 없다.

... 씨발. 어디다 흘린거지? 미친? 나 분명히 넣은 거 같은데?

아오.. 아오 씨발.. 그거 어떤 병신이 보고 우리 반에 다시 갖다놓으면.. 씨발.. 아아아 씨발!!!

진짜 내 무의식이 벌린 작은 해프닝이 아닐까 엄청나게 희망을 품으며 책상이랑 침대 부근을 다 뒤져봐도 안 나온다. 아.. 아아아아아...

새벽에 땀까지  정도로 열심히 찾았지만 나오지 않은 그 종이. 결국 그 종이를 잃어버렸다는 결론을 힘겹게 내리고 나서 허탈감에 빠져서 침대 위에 풀썩 누워버린다.

아.. 씨발.. 제발.. 흘린 건 좋은  제발 우리 반 근처나 우리 학교 놈들한테만 발견되지 말아라.. 그냥 쓰레기통에 쳐박아라.. 제발.. 제발..

그렇게 간절한 기도와 함께 내일 만약에 걸리게 되면 어떤 변명을 해야 할지 밤새 존나 고민하다가.. 그대로 잠에 빠졌다.


-

“세상에 이게 다 뭐야!?”

누군가가 나를 철썩 철썩 때리며 깨운다. 아, 엄마인가. 아.. 진짜 개졸리다..

“얼른  일어나? 방 꼬라지가 이게 뭐야?”

어.. 응?  꼬라지..? 눈만 게슴츠레 뜬 다음에 얼굴을 살짝 들어 주변을 보니.. 아.. 어제 이렇게 해놓고 그냥 잠들었구나..

그 때 갑자기 그 종이 생각이  나면서 잠이 싹 달아난다. 재빨리 몸을 일으켜서 엄마에게 묻는다.

“어, 엄마!”
“어휴, 깜짝이야.”
“엄마 여기서 혹시 종이 같은 거 못 봤어?”
“종이? 뭔 종이? 다 널려 있는 게 종이구만.”
“아니.. 이런 거 말고. 그 조금 커다란 종이인데.. 뭐더라.. 친구들에게  마디라고 써져 있는..”
“그런 거 못 봤으니까 얼른 일어나서 씻고 밥 먹어! 학교 가야지!”

혹시나 해서 물어봤지만 역시나. 마음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 나서야 힘없이 침대에서 일어나서 화장실로 향한다.

근데 이상하게 어제 욱씬거리던 팔이 괜찮아졌네.


-

어떤 변명을 해야 할까? 내가 아니라고 발뺌을 하는 게 나을까? 우리 반에서 왕따는 나뿐인데.. 아니, 꼭 내가 하란 법은 없지. 다른 반 애들이 와서 썼다고 하면..

집에서부터 학교로 오는 내내 그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괜찮을 거라는 희망을 조금이나마 품고 있지만.. 발걸음이 너무 무겁다. 평소에도 가벼운 발걸음은 아니었지만.. 진짜 미치도록 가기가 싫다. 오늘만큼만 빠지면 안 될까..? 나는 왜 독감 같은 것도 안 걸리지?

그러다보니 어느 새 우리 반에 도착했다. 휴우.. 제발.. 제발.. 아무 일도 없게 해주세요.. 아무 일도 없게 해주세요..

눈을 한 번 꾹 감았다가 떨리는 손으로 아주 조용히 교실 뒷문을 열고 들어온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 할 만큼 조용하게..

그리고 긴장된 눈으로 앞쪽 알림판을 보는데...

씨발.

씨발씨발씨발.

교실 뒷문에서 보일 정도로 너무나 명확하게 써져 있는 내 글씨. 그 울분이 담긴 글을 품은 ‘친구들에게 한 마디!’가 알림판에 걸려 있었다.

얼굴에 핏기가 싸악 가신다. 제발. 제발. 제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랬는데.. 숨이 턱 막히고 몸이 그대로 굳어버린다.

“야! 김윤기!”

그 소리에 몸이 움찔한다. 씨발.. 씨발 씨발.. 돌아가지 않는 고개를 천천히 돌리니..

김창호랑  친구 새끼들이 교실 맨 뒷자리 구석에 앉아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몇 명의 시선에 진짜 등줄기에 소름이 쫘악 끼친다.

씨발.. 제발.. 제발 오늘 살아서 집에 돌아갈 수 있게 해주세요.. 아.. 엄마 존나 보고 싶다.. 엄마 오늘 아침에 화내서 미안해..

“어.. 어?”

떨어지지 않는 입으로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듯이 대답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 목소리가 떨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지만..

“잠깐 와 줄래?”

김창호의 그 말에 온 몸에 긴장이 가득했던 내 몸에 힘이 그대로 풀려버릴  했다. 뭐.. 뭐라고?

“어!?”

순간 멍청하게 되물었다. 김창호가 똑같은 말 하는 걸 존나게 싫어한다는  알면서도 완전 잊어버릴 만큼 충격적인 한마디였기 때문이다.

“잠깐 와달라고. 바쁘냐?”
“아... 아, 아니아니!!”

뒤늦게 내가  행동을 알아차리고 헐레벌떡 녀석 앞으로 뛰어갔다. 황급히 그 놈 앞에 선 후에 평소처럼 눈을 깔고 서있었다.

뭔가 이상하게 흘러가는 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일단 몸이 먼저 반응한다. 어쩌면 방금 나한테 한 말은 비꼬는 게 아니었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 때 쯤.

“야야, 왜 그래. 왜 그렇게 불편하게 서 있어.”

김창호가 이런 말을 할 리가 없다. 그제야 정신이 퍼뜩 든다. 이거는 존나게 비꼬는 게 틀림없다. 내가 괴롭히지 말라고 적었으니.. 씨발.. 오늘 살아돌아갈 수나 있을까..?

책상 위에 앉아 있던, 나를 김창호 다음으로 괴롭히던 이의찬 녀석이 내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한다.

“왜 그래? 긴장 풀어. 친구들끼리 왜 그렇게 긴장을 해.”
“어..? 어어.. 미, 미안.”
“아니 미안할 필요 없다니까.”
“어어.. 미, 미안.. 아니아니.. 아, 알았어..”

이 다음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입술이 바짝 마르고 손이 떨리는  멈추지가 않는다.

그렇게 짧은 시간동안 슬리퍼 사이로 삐져나온 내 발가락만 보고 있었을 때, 갑자기 김창호가 충격적인 말을 한다.

“야, 어제 우리가 숙제 시켜서 미안하다.”

응? 뭐라고? 아니지아니지. 이거는 돌려서 엿멕이는 거야. 얼른 대답하자.

“아.. 아니야. 내, 내가 하고 싶어서  건데 뭘..”
“앞으로 너한테 그런 거 절대 안 시킬 테니까 노트만 돌려줘.”
“어.. 어어 노트. 잠시만..”

뭔가 이상함이 살짝 느껴지지만.. 일단 빠르게 녀석의 말을 듣고 가방을 내려서 노트 무더기를 꺼내서 돌려준다.

“여.. 여기..”

김창호는 그대로 노트를 받아들고주변에 있는 놈들한테 각자의 노트을 나눠 주더니..

“됐어. 가 봐.”

응? 벌써? 순간 멍청하게 고개를 들어서 김창호를 쳐다봤다가  눈빛에 황급히 고개를 숙인다.

“으.. 응..”

그리고 얼른 가방을 닫아서 맨 앞에 있는 내 자리로 발걸음을 옮긴다. 묘한 기분을 느끼면서 자리로 돌아가서 곁눈질로 들키지 않게끔 김창호 무리를 쳐다보는데..

이상하게 나한테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지들끼리 시끄럽게 떠들기시작한다. 뭐지..? 무슨 일이지?

아냐, 방심하지 말자. 저러다가 언제 다시 나한테 와서 지랄할지 모른다. 일단.. 오늘은 그냥 가만히 있자.. 오늘은 진짜 죽은 듯이 가만히 있자..

그러면서 마음을 최대한 추스르고 있는데 내 눈에  알림판이 떡하니 들어온다.

씨발.. 어떤 개새끼가 저거를 다시 여기로 되돌려 놓은 거야? 씨발새끼.. 거 그냥 버려주면 어디가 덧나냐 씨발..

그렇게 조마조마하고 좆같은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으니 어느  수업시작 종이 울린다.

-

“야, 피방 바로 가냐?”
“한 대 빨고.”
“어, 나도나도.”
“돛대야 븅신아.”

학교 수업이 끝나고 김창호랑 그 놈들이 나한테 올까봐 가까이 오는 발소리에 온몸이 떨리면서 긴장을 바짝하고 있었는데.. 그대로 교실 뒷문으로 나가버린다.  사실이 정말 믿기지가 않아 슬쩍 따라나가서 뒷모습을 보니 진짜 그대로 가는 모양이다.

충격적인 하루였다. 오늘.. 오늘 하루 내내.. 진짜 단 한 번도 김창호한테 쳐맞거나 욕을먹거나 불려가거나 한 적이 없어.

아니.. 아니아니.. 이런 날이있다고? 믿기지가 않아 다시 자리로 돌아왔는데도.. 아니 믿을 수가 없잖아.다들 어느  자리를 떠나는 와중에도 계속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어제 연패 존나게 했더라?”

꿈만 같은 하루를 보낸 나에게 한 명이 다가와서 말을 건다. 나에게 말을 건 놈은 이정수라는 놈이고.. 엄청 친한 건 아니지만 몇 번 게임 같이하다보니 몇 마디 나누는 사이다. 그리고 나한테 말을 거는 이 녀석도 당연히 찐따다.

“어..? 어어.. 어제 만나는 정글마다 아주... 가 아니라..”

아니,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얘도 나한테 말을 그렇게 자주 걸지 않는 이유는 김창호 때문인데.. 당연히 오늘 내가 단  번도 김창호에게 시달리지 않았다는 걸 알겠지?

“야.. 오늘 진짜 무슨 날인가 보다...”
“날? 무슨 날?”
“무슨 날이겠냐. 오늘 김창호한테 아침에만 일어난 일만 빼면 진짜 한 번도 불려가지 않았다고. 심지어 한 대도 안 맞았어! 장난으로도!”

내가 다시 지금의 상황을 말로 풀어내니 갑자기 존나 기분이 좋아진다.  환희가 가득한 얼굴로 정수를 보니..

“뭔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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