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화 〉당첨 - 5 [친구등장]
눈앞에서 이런 멋진 언니들이 헐벗고 있고, A놈은 저기 가서 좆 빨리면서 괴상한 소리나 내고 있는데 당연히 감흥이 안 올 리가 없지.
네 옆에 있는 여자랑 너무 비교 되잖아. 여기 있는 모든 여자들이 아무리 못해도 진희보다는 훨씬 예쁘고 볼륨이 넘치는 걸. 원래 C한테는 뭐 아다 떼주거나 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런 취급을 당하는 모습을 봤는데 내버려둘 수가 없잖아. 마, 이게 좆 달린 놈들끼리의 우정이란 거다.
C의 당돌한 질문에 알바는 약간 당황한 듯이 다시 물어본다.
“그.. 1등 상품 반납하고 다시 뽑으신다고요..?”
“네. 안 되나요?”
“어.. 그게..”
뭔가 상식을 벗어난 질문에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모습이다. 이런, 도와줘야겠네.
“아니, 1등 말고 도대체 뭘 노리길래 다시 뽑냐?”
나의 말에 C는 쓱 고개를 뒤로 돌려 거의 싸기 직전인 A를 보고난 뒤에 병신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A를 가리키면서 얘기한다.
“저걸 보고서도 그런 말이 나오냐?”
물론 여기 술값이 많이 나와봐야 10만원도 안 나오겠지. 그 돈 공짜로 먹을 바에 저런 멋진 경험 하나 가져가는 게 더 이득이긴 해.
근데 원래 계획은 적당히 분위기가 달아오르면 언니 옆에 앉히고 비교하면서 쟤한테 쪽이나 좀 주려고 했거늘..
결심을 한 듯 굳은 표정으로 나를 보는 C. 에휴, 뭐. 이러나저러나 어차피 쟤가 즐기는 건데 좋을 대로 해라.
“1등 상품은 테이블 술값이기 때문에.. 다른 분들이 괜찮으시다면..”
알바가 우리를 둘러보며 다시 설명해주는데, 나야 별다른 반응 없이 고개를 끄덕여줬다. 하지만 옆에 있는 진희가 살색의 몸을 벗은 옷으로 가린 채,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C를 보고 있었다.
“오, 오빠 지금..”
뭔가 말을 하려다가 이내 입을 다무는 그녀. 의도한 대로 움직여 주는 구나.. 하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려는 순간.
C가 갑자기 진희의 양 어깨를 붙잡으며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한다.
“나만 믿고 있어.”
예상치 못한 C의 한 마디에 당황한 것은 진희뿐만이 아니었다. 나도 솔직히 좀 당황했다. 뭐야 갑자기?
멍한 표정의 그녀를 뒤로 하고 C는 목표가 확고한지, 또렷한 눈빛으로 알바를 바라보며 묻는다.
“저도 3등을 뽑아서 명령할 때 상반되는 내용이 있으면 어떻게 되나요?”
“네..? 어.. 그, 그게..”
이런 거는 따로 설정을 안 알려줬을 텐데. 무슨 상황인지 감이 안 잡히지만 일단 아까처럼 내가 나서주자.
“그거야 뭐.. 명령한 사람끼리 합의를 봐야 하지 않을까..”
“그래? 너 왜 이렇게 잘 아냐?”
그거야 내가 틀은 잡았지만 나머지는 A가 대충 만든 규칙이기 때문이지. 대충 대화를 이어가며 눈치를 준다.
“뭐.. 아마 그렇지 않을까 싶어서.맞나요?”
“네..? 네네.. 뭐, 그런..”
대충 말끝을 흐리며 화제에서 벗어나는 알바. 흠, C가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뭔지 궁금해지네. 그러거나 말거나 마이웨이를 실천중인 이 놈이 열심히 물어본다.
“화장실 갈 때도 이 상태로 가야 하나요?”
그러면서 옆에 있는 진희를 가리키는 C. 띠용?
“어.. 일단 화장실도 가게 내에 있기 때문에..”
“화장실? 갑자기 화장실은 왜?”
물어본 나에게 C는 무심한 시선을 주더니 다시 진희에게 고개를 돌려서 그녀에게 얘기한다.
“일단 화장실에라도 가 있을래?”
“... 어?”
넋 놓고 보고 있던 그녀가 C의 말에 정신이 든 것처럼 반응한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진희에게 한 마디 덧붙인다.
“여기 있으면아무래도 조금 부끄럽잖아.”
그제야 C의 의도를 알아챘다. 얘를 보호하는 거구나. 호오, 이런 모습이 있을 줄이야. 처음 보는 낯선 모습에 나 역시 조금 당황스럽지만.
진희 역시 그 의도를 알아채고, C를 다소 지긋이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벗어놓은 옷을 들고 대충 앞을 가린 채 화장실로 향하는 그녀.
그래, 그런 거였구나. 돌발행동에 납득하고 있으니, 진희가 화장실로 들어가는 걸 확인한 C가다시 알바를 본다.
“이제 다시 뽑아도 될까요?”
손을 들어 상자로 향하던 C. 그리고..
“여기 주문 좀 받아주세요!”
손을 들며 알바를 찾는 다른 테이블. 알바가 그 소리에 C와 그 곳을 번갈아 보며 우선순위를 가늠하고 있기에, 내가 나서서 C에게 물어봐준다.
“잠깐 주문 먼저 받아도 되겠지?”
“... 그러지 뭐. 다녀오세요.”
“자, 잠시만요..”
알바가 상자를 대충 근처에 놓고 쫄래쫄래 주문 받으러 움직였다. 자, 잠깐 대화의 시간이 생겼군.
“너 왜 그러냐?”
“뭐가?”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이 놈.
“왜 주는 걸 마다해? 이상한 놈이네.”
“... 야, 이상한 건 니들이야.”
나의 말을 들은 이 놈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어.. 뭐지? 그럴싸하게 들려서 납득할 텐데?
“우, 우리가 왜?”
“이런 곳을 왜 니들끼리만 알고 있었냐? 존나 상도덕 없는 새끼들.”
아, 그런 거였나. 하긴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아니지, 쌍욕으로 끝나면 다행이네.
“시발 한 두 번 온 게 아닌데? 저 새끼 존나 자연스럽게 이러는 거봐.”
“어.. 그, 그건 미안하네. 우리도 최근에 알았어..”
휴우, 별로 무서울 것도 없는데 왠지 모르게 약간 섬뜩했잖어.
“아무튼 데려왔잖아.”
“아니, 근데 왜 하필 여자친구 소개한 날에 데려오는 건데?”
그거야.. 뭐.. 저 년 엿이나 멕이려고.. 그렇다고 이렇게 얘기할 수는 없으니 머리를 굴려보는데.. 생각이 안 나.
얼른 화제나 돌려보자.
“아, 아무튼 너도 시발 할 생각 있어서 1등 반납한 거잖아.”
“근데 존나 궁금한데 왜 시발 1등이 이따구냐?”
고거는 소소한 포인트지. 별 큰 의미는 없는 바보짓.
“돈이 최고니까..?”
“돈 주고도 못 사겠다 이런 거는. 아니, 다른 거에 비해 여기 술값 정도는.. 잠깐.”
“왜?”
“여기 뭐 추가 차지 같은 거 있냐? 막 할 때마다 돈 내야 되나?”
“... 그런 건 아니고..”
“여기는 맨날 이러는 거야? 오늘만 특별한 거야?”
“아.. 오, 오늘만 일걸?”
“니들 이런 건 또 어디서 알았냐?”
“어.. 그게..”
아씨. 존나 설명하려니까 또 귀찮네. 그러면서 주위를 쓱 둘러보는 C. 그래도 관심이 없는 건 아닌 모양이야. 자꾸 귀찮게 물어보게 하지 말고 한 명 옆에 앉혀야겠다.
“그래서 어떻게 하게?”
“그걸 꼭 물어봐야 알겠냐? 당연히 그거지. 그리고..”
말을 하다말고 주위를 슬쩍 다시 둘러본 후에 나지막이 속삭인다.
“... 나는 진희랑 할 거야.”
그래, 그 진희라는 애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참 좋은 애겠지...
응?
아니네? 알고 있네? 설마 지금 옆에 앉아 있다가 화장실에 간 그 여자를 말하는 건가?
잠깐 뇌정지가 왔다. 뭐야? 얘 지금 제정신인가? 멍한 표정으로 C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으니 정작 충격발언을 내뱉은 C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왜?”
“아.. 아니 왜는 무슨.. 제정신이냐?”
“뭐가?”
“주위를 둘러보면 나올 곳 다 나오고 들어갈 곳 다 들어간 예쁜 언니들이 가득한데, 굳이 걔를 지목해?”
내 말을 들은 C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선 한숨을 푹 쉰다. 이 놈이 갑자기 왜 이러는지 몰라서 그냥 보고만 있으니 다시 의자를 바짝 가져와서 몸을 숙이며 얘기한다.
“야. 우리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보자.”
“어? 상식?”
“그래, 상식. 처음에는 여기서 무슨 이상한 이벤트라고 할 때부터 뭔가 이상하긴 했어. 마치 누가 만들어낸 것 같은 좋은 상황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금.”
약간 뜨끔했지만 최대한 표정 변화를 숨기며 듣고 있었다.
“하지만 뭐.. 얘기 들어보니 꽤 괜찮은 내용이고, 존나 꿈만 같은 상황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건 좋아. 게다가 니들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는 건 너희들로 인해 안전성이 입증되었다는 거지.”
“안전성?”
“어디 미치지 않고서야 요즘 같이 흉흉한 세상에 이런 걸 냅다 받아 먹냐? 인신매매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저 여자들이 다 짜고 치는 것인지 어찌 알아?”
허어.. 씨발.. 그런 식으로는 생각 못했는데. 얘는 여기서 의외로 정상적인 반응을 보이네.
“하여튼 다 좋아. 다 좋게좋게 생각해서 다 이해할 수 있어. 눈앞에 사실만을 바라보면 내 아다를 뗄 수 있을 절호의 기회일 거 아냐.”
“어.. 그, 그렇지?”
“그런데 이런 기회가 손쉽게 오지는 않잖아. 그러면 당연히 최대한 멀리 보고 이득을 봐야하지 않겠냐?”
이런 상황에서 논리적으로 판단하려고 하는 이 녀석이 갑자기 대단해보인다. 우리 모두 좆의 노예 아니었냐.
“멀리 본다고? 어떻게?”
나의 말에 슬쩍 고개를 돌려 A를 본 C가 말을 이어간다.
“저 새끼 하는 거 보니까 저런 짓은 뭐 되게 당연한 것 같이 하네. 그 뜻은 아무리 못해도 저런 게 기본 베이스겠지. 맞냐?”
“어..그, 그렇겠지..?”
“그럼 당연히 여기서 순서가 제일 중요하니까. 그래서 내가 진희를 먼저 얘기한 거야.”
뭐지? 거기서 걔가 왜 튀어나오는 거지? 도통 이해하지 못한다는 표정으로 일관하니 C가 마저 설명해준다.
“한 번 밖에 못할 지도 모르는 이 일에 지금까지 노력해왔던 여자친구를 바로 포기하는 건 등신짓이니까. 먼저진희에게 부탁해보고 그 결과에 따라 움직이면 되니까.”
“... 근데 갑자기 쟤가 OK 해버리면?”
“진희가? 그럼 나야 좋지. 애초에 여자친구 사귀는 목적 중 하나가 그건데, 한 번 OK가 떨어지면 그 뒤로 몇 번이나 가능할 수도 있잖아.”
“그래? 그럼 NO면?”
“NO면 이미 나한테 정떨어졌다는 거니 뭐, 포기하고 여기서 놀아야지. 요새 영 진도가 안 나가서 한 번 들이대 보려고는 했어. 너무 철벽치는 느낌이라 솔직히 좀 그랬거든.”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다. 솔직히 말해 상상 이상이다. 얘 여자친구가 좆같아서 놀려먹으려고 시작했는데, 정작 내가 보게 된 것은 짧은 시간동안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빠르게 파악하는 C의 색다른 면모다.
이게 일반적인 것일까. 그 동안 나의 MC 생활에 참여한 남자들은 A를 제외하면 제물이나 다름없던 임자 있는 남자들이었고, A는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으니 벌어지는 상황에 아무런 의심이 없었으니까. 처음 보는 일반인 남자의 반응. 꽤나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내가 그냥 보내줄 수는 없지. 그렇다고 좋은 일 한 번 시켜주자고 내가 얘한테 능력에 대해서 알려주지는 않을 거야. 능력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하는 건 A만으로도 충분하고 오히려 넘칠 지경이니.
C랑 진희의 드림창을 꺼내려고 할 때, 알바가 우리 테이블 옆으로 다가와서 놓아둔 상자를 들어올린다.
“아, 죄송합니다. 다시 뽑으시겠어요?”
“네? 아.. 그, 그럼..”
“잠시만.”
어떻게 해줘야하나.. 고민하다가 어느 새 벌써 다시 뽑으러고 하길래 일단 멈춰세웠다. 처음의 목적을 달성하면서 이 놈에게 상을 주는 방법이라.. 응? 처음의 목적?
그래.. 생각해보니 여기 처음 온 이유가 저 진희라는 년 떼어내려고 온 거잖아. 약간 방향은 틀어졌지만 원래 그 년 좆같아서 온 거지. 얼굴도 별로고 씨발.. 하다 못해 예쁘기라도 하면 몰라. 여기 알바처럼..
응?
“왜? 왜 또 난리야?”
옆에서 이상한 표정으로 보는 C. 그리고 똑같이 옆에서 갸우뚱한 표정으로 나를 보는 알바. 어어.. 대충 감이 온다.. 느낌이 와..!
“어.. 아, 아냐. 계속해.”
뭔가 찝찝한 느낌으로 다시 상자에 손을 넣는 C. 재빠르게 가게의 드림창을 빠르게 불러와서 추가한다.
「상자에서 뽑은 추첨권이 특등으로 보임」 - ON
「특등상에 관한 모든 내용은 내가 말하는 것이 무조건 옳고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정도」 - 10
시간이 없으니 빠르게 추가했다. 손에 넣고 추첨권을 뽑아서 C가 내용을 읽기 전에 설정해야 했으니까.
그리고 C가 대충 손을 휘저어 꺼낸 그 종이. 분명 내 눈에는 4등으로 적혀있었지만 C가 화들짝 놀라는 모습을 보니 대충 먹힌 것 같다.
“왜 그래? 뭔데?”
“트.. 특등은 또 뭐냐..”
그렇지. 대충 설정했지만 그래도 제대로 먹혔구만.
“이거.. 특등은 뭐에요?”
“어.. 특등이요..? 그, 그게.. 그..”
당연히 알바가 알 리가 있나. 자, 이제 나의 화려한 진행이 필요할 차례구만.
“이야, 존나 개쩌네. 특등상 그거 아냐 그거!”
“어? 뭐, 뭔데?”
나의 호들갑에 기대와 두근거림을 가득 안은 C가 눈을 빛내며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여자친구 교환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