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화 〉당첨 - 4 [친구등장]
A에게 종이를 건네주던 알바가 C를 보며 다시 묻는다.
“네? 뭐라고 하셨죠?”
“아, 아니 지금 무슨 이용권이라고..”
“이거.. 펠라랑 입싸 자유 이용권이요.”
그리고 건네주기 전에 C에게 종이를 돌려서 보여주는데, 내 눈에도 ‘펠라치오 & 입싸 자유 이용권’ 이라고 써져 있는 종이 밑에 싸인 하나가 휘갈겨져 있다. 오우, 이것 참 믿음직스러운걸?
순간 자기 귀가 잘못된것인지 똑같이 멍한 표정의 진희를 쳐다보며 눈이 마주치는 C. 뭐, 그건 그거고 정작 상품을 받는 A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얘기하며 종이를 받는다.
“에이, 진짜 별 거 없네요.”
“그쵸? 1등 아니면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아요.”
건네주던 알바도 한 마디 거든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대화에 넋이 나가 있던 C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묻는다.
“아, 아니 무슨.. 아니, 아니아니. 그 죄송한데요..”
“네?”
“그.. 페, 펠라라는 게 제가 생각하는 그..”
“모르세요? 이거인데.”
알바가 입을 ‘오’ 발음 하는 식으로 오므리더니 손으로 무언가를 감싼 듯이 말아 쥐어 입 앞에서 앞뒤로 움직인다. 단순히 행위만 묘사했는데 꼴리네. 이게 3일동안 참아낸 효과인가?
제대로 된 설명을 들은 C가 아직도 멍청한 표정으로 우리를 본다. 웃음을 참는 A의 귀에 슬쩍 얼굴을 가져가서 조용히 물어본다.
“놀려먹으니 어때?”
“존나 병신처럼 보이는데? 나도 저랬냐?”
“저기다 침까지 흘리면 딱 너였지.”
“지랄.”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든 C가 멍하니 있으니 이번엔 진희가 나서서 물어본다.
“그럼 입싸라는 게 그거에요?”
“그거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당연히 펠라를 해주니까 남성분이 싸시겠죠?”
“네..? 그, 그렇죠?”
“그럼 당연히 싼다고 했으니 정액이 나오겠죠? 그걸 입에다...”
“아니아니.. 잠시만요.”
한창 잘 설명하고 있는 알바의 말을 끊는 C.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듯이 미간이 좁혀진 상태로 눈을 이리저리 굴린다.
“정말 이해하기가 힘들지만 그건 넘어가볼게요. 근데.. 야, 잠깐 그것 좀 줘봐.”
A에게 손을 내밀어 이용권을 가져가는 C. 그리고 자세히 이용권을 읽더니 이용권에 적혀 있는 ‘자유’ 부분을 가리킨다.
“이.. 자유 이용권이라는 게.. 아까 아무한테나 사용 가능하다고 하셨죠?”
“네? 네. 여기 계신 분들 다 가능하세요. 여성분들이라고 했지만 뭐.. 취향에 따라서..”
슬쩍 A를 쳐다보는 알바. 어라? 시발 설마 남자한테 이걸 쓰겠냐. 어우 생각하니 소름돋네.
“저는 여자 좋아합니다. 여기 계신 알바 분처럼 매력적이신 분이면 더 좋고요.”
진지한 표정으로 대꾸하는 A. 이 새끼 봐라. 언제 이렇게 능글맞게 변했지? 하지만 뭔가 싫지 않은 듯한 표정의 알바다. 이게 먹힌다고?
순간 A의 개소리에 잠시 멈칫한 C가 다시 알바에게 묻는다.
“그, 그게 가능해요? 여기 계신 분들이 다 동의하신 건가요?”
“아, 저희가 이용권으로 봉사해주신 분들께 소주 한 병이나 맥주 500cc 한 잔씩 드리거든요.”
“이야, 그러면 개이득이네.”
슬쩍 나도 거든다. 이렇게 냅두다간 하루 종일 잡고 늘어질 것 같거든.
“뭐, 뭐가 개이득이라는 거에요?”
진희가 어이없다는 듯이 쏘아보며 나에게 묻는다. 자, 이제 설정해둔 능력을 쓸 때가 됐군. 그 전에 알바를 보며 묻는다.
“저기, 여기 소주 한 병에 얼마에요?”
“네? 4천원이요.”
“자, 생각해보세요. 여기 계신 분들 보시면 얼굴도 정말 다들 이쁘시고, 몸매도 괜찮으신 분들이 많잖아요?”
“... 그래서요?”
슬쩍 둘러보더니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진희. 뭔가 까칠하네 이년.
“저희 같은 애들이 이런 멋진 분들께 좆 빨려봐야 몇 분이나 버티겠어요? 10분 버티면 정말 잘 버틴거죠.”
우리 셋을 다시 천천히 둘러보더니 뭔가 알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살짝 끄덕이며 다시 나를 본다. 쉬발.
“길어봐야 10분인데,10분 대충 상대해주면 4천원짜리 소주가 한 병 생기는데 단순 계산으로 시급이 2만 4천원의 좋은 알바 아닐까요?”
나의 개소리가 뭔가 그럴싸하게 먹히는지, 두 사람의 눈이 위로 슬쩍 올라가며 생각하는 모습이다.
“거기다 고농축 단백질까지 먹을 수 있고.빨아주면서 우리가 움찔거리면서 웃긴 표정 짓는게 얼마나 저 분들에게 웃기겠어요? 우리 얘기 하면서 자연스레 안주거리도 생기는 건데. 저 같아도 바로 하겠네요.”
“... 그, 그런가..요?”
슬슬 헛소리가 납득이 가는 듯한 두 명의 눈이 마주치더니, 멋쩍게 살짝 웃으면서 다시 분위기를 돌린다.
“아니.. 듣고 보니 그 말도 맞네.”
“저도 이해는 가는데.. 그래도 처음 보는 사람 그, 그거를 빠는게 조금..”
“그래서 소독 하시라고 한 병 드리는 거죠.”
“아.. 소독..”
이제 완전히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진희. 나의 허접한 논리를 화려한 언변으로 포장하니 먹히는구나. 내가 바로 MC계의 괴벨스.. 는 좀 너무 갔네.
존나 재밌다는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던 A가 이제 마무리 된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자, 그럼 나는 어느 분한테 받아 볼까..”
이용권을 팔랑거리고 휘파람을 기분 좋게 불며 가게를 돌아보는A. 사실 뭐, 다 지 취향대로 넣어놨으니 거의 뷔페수준이겠지.
A의 뒷모습을 부럽다는 듯이 쳐다보던 C. 그리고 알바는다시 나에게 상자를 들이민다.
“자, 마지막 분 뽑으세요.”
“... 네?”
진희가 약간 놀라면서 묻는다.
“왜 저 분이 마지막이에요? 저는요?”
“어.. 어차피 옆에 분이 1등 뽑으셔서 술값은 공짜시고.. 또 1등 뽑으셔봤자 오늘만 사용가능해서 필요없으실 거고요..”
“1등 아니라 다른 거는요?”
“그거 뽑으셔봤자.. 남자 분들은 여기 세 분이 전부고.. 아니면 뭐 여자한테 사용하실 거면 뽑으셔도 돼요.”
순간 말이 턱하고 막힌 진희가 가게 안을 둘러보더니, 뭔가 말을 하려다가 도중에 그만 둔다. 이런이런, 너 좋으라고 여기 데려온 거 아니란다. 그런 그녀에게 사람 좋은 미소를 억지로 지어주며 묻는다.
“저 뽑아도 될까요?”
“네..”
힘 없이 대답하는 진희. 왜 방해하고 난리야. 그나저나내가 대략적으로 A에게 얘기했는데, 얘는 어떻게 다른 등수를 구성했으려나?
“아, 이거 꼴등이 몇 등이에요?”
“5등이요.”
1등은 전혀 상관없는 술값이고. 어차피 내 돈으로 나가겠지만... 4등이 펠라. 그럼 5등이 더 약한 거고. 2, 3등이 더 강한 거겠지?
그런 생각을 갖고 상자에 손을넣는다. 손가락에 닿는 수 많은 종이조각들. 근데 여기 있는 것들은 다 낚시야. 죄다 1등이거든.
분명히 아까 A가 손을 옆으로 향했던 느낌이었어. 손을 꺾어서 옆에 있는 벽을 만져보니.. 오? 벽에 뭔가 종이가 붙어있다. 이거구만.
포스트잇처럼 반 정도만 붙어있어서 쉽게 떼어졌다. 그리고 손을 빼내서 기대감을 갖고 바라보는 세 사람의 시선 사이로 종이를 펼쳐보니..
“3등이네.”
펼쳐진 종이를 돌려서 세 사람에게 ‘3등’이라고 쓰여있는 글자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 세 명이 알바를 바라본다.
“3등도.. 뭐, 그냥 그래요. 잠시만요..”
그리고 앞치마에 손을 넣어서 종이를 확인하는 알바. 아까부터 너무 솔직하시네. 반어법으로 얘기하는 거 빼고는.
“아, 여기 있다.”
빼낸 종이를 나에게 건네주며 설명해준다.
“그래도 3등이라 스케일이 좀 커졌어요. 여기 계신 모든 분들에게 명령 하나를 내릴 수 있거든요.”
“명령이요?”
“네. 어떤 것이든 가능하고, 몇 명이든 가능하세요. 아! 섹스만 빼고요.”
그 얘기를 듣고 자연스럽게 알아챘다. 아, 2등이 섹스구나.
이런 것까지 추가했다니.. 생각보다 제대로 준비한 A에게 새삼 감탄하고 있었는데 C가 고개를 완전히 뒤로 돌려서 뭔가를 계속 보고 있었다.
그거 보는 건가.. 하고 나도 고개를 옆으로 빼서 보니 A가 한 테이블 옆에서 좆을 깐 채로 두 명의 여성이 각각 귀두와 기둥을 야릇한 소리를 내며 빨아주는 모습이 보인다.
“어! 잠시만요!”
순간 그 모습을 같이 본 알바가 잠시 제지하듯이 소리친다. 그 소리에 순간 A랑 여자들도 흠칫하더니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물어본다.
“왜.. 왜요?”
“두 분이서 해주셔도 술은 한 병밖에 제공 안 됩니다!”
그 말에 아! 소리를 내며 납득한 A가 그 테이블에 설명해주는 모습이 보인다. 흐음.. 그건 그거고. 뭐를 시킬까.. 고민한다.
그러다가 문득 진희를 보니.. 어라? 이거 봐라. 왜 내 눈을 피하면서 몸을 가려? 니가 볼 게 어디있다고?
어, 갑자기 조금 기분 거시기해지네. 청개구리 심보가 마구마구 솟아올라. 하지말라면 더 하고 싶어지잖아.
“어떻게.. 바로 쓰시겠어요?”
“지금 바로 사용할게요.”
받은 이용권을 다시 알바에게 돌려준다.
“네. 그럼 어떤 걸로..”
알바가 묻는 말에 진희를 보며 썩은 웃음을 날리니 약간 기겁하며 다시 시선을 피하는 그녀. 근데 너 하나만 노리면 그것도 볼 거 없어. 이왕 할 거 보기 좋아야지.
“여기 계신 모든 여성분들한테 명령할게요. 가게 내에서 팬티만 입고 있어주세요.”
나의 말에 힐끔힐끔 A가 당하는 장면 보고 있던 C가 고개를 휙하고 돌리더니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본다. 물론 진희 역시 입이 쩍벌어진 상태.
이 말에 나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반응이 전혀 없는 사람이 나에게 묻는다.
“아.. 혹시 저도 포함인가요?”
“포함 된다면 저야 좋죠. 아! 알바하시니까 앞치마는 입어주셔도 돼요.”
그게 더 보기 좋잖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알바.
“그럼 다른 분들에게 내용 전달해드릴게요.”
그리고 자리를 비운다. 이제 이 술집에 살색이 가득하겠구만. 행복한 미래를 기대하는 와중에 진희년이 초를 친다.
“설마 저도 해야되는 거에요?”
“그럼요. 이런 말 드리는 것도 실례인데 여성분이시잖아요?”
나의 말에 어처구니 없어하는 진희와 그 사이에 껴서 어쩔 줄 몰라하는 C.
“어, 어떻게 여기서 그런..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어요?”
“뭐, 혼자 하시는 것도 아니고.. 저기 보세요.”
두 사람이 뒤를 돌아보니, 이미 알바가 지나간 자리에 여성분들이 하나하나 옷을 벗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오우, 역시. 옷 벗는 장면은 언제 봐도 좋아.
입이 떡 벌어진 두 사람. C는 감상하기 바쁘지만, 진희는 바로 다시 정신 차리고 나에게 쏘아붙인다.
“저거는 저 사람들이 이상한 거죠!”
“뭐..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어쩔 수 없죠.”
너무 쉽게 내가 발을 빼니 약간 당황한 진희. 하지만 내가 호락호락하게 물러난 것은 당연히 아니지.
“근데.. 괜찮으시겠어요?”
“뭐가요?”
“오히려 여기 계신 모든 여성분들이 다 벗고 계신데, 혼자만 입고 계시면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요? 명령도 모든 여성분들이라고 이미 했고.”
나의 어처구니 없는 말에 얼굴이 굳은 그녀가 주위를 둘러본다. 점점 가게 안이 살색으로 가득 차는 상황과는 반대로, 오로지 자신만이 옷을 하나도 벗지 않은 상태인 것을 확인한 진희.
불안한 눈빛으로 계속 주위를 둘러보는 그녀에게 한 마디 덧붙인다.
“다른 분들이 조금 이상하다는 시선을 보내실 것 같은데, 괜찮으시면 제가 내용을 바꿔드릴게요.”
선심 쓰듯이 한 마디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니 갑자기 다급하게 내 팔을 붙잡는 진희. 예상된 행동이지만 나는 능청스럽게 물어본다.
“왜 그러세요?”
“아, 아니.. 그..”
우물쭈물하는 그녀.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보니 이미 모든 테이블 뿐만 아니라 알바까지 옷을 벗고 있는 게 보인다.
그리고 이미 탈의를 완료한 뒤, 팬티바람으로 테이블에 앉아있는 여자들이 소근거리더니 이 쪽을, 아니 정확히는 진희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쯤에서 한 방 더먹여야지.
“아, 그러시다면 한 가지 방법이 있네요.”
“네..? 뭔데요?”
“어차피 처음 보시는 분들이면 그냥 남자라고 속이죠 뭐.”
나의 말을 듣고 매섭게 쏘아보던 진희가 눈을 감고 짧게 고민하다가 한 마디 내뱉는다.
“... 벗을게요.”
“네?”
“벗는다고요.”
지금까지 능력 사용하면서 가장 안 꼴린 벗는다는 소리였다. 에휴, 뭐 그러시던가요.
진희가 천천히 내키지 않는 손을 움직여 티셔츠를 벗으려고 하는데, 알바가 알몸 앞치마.. 아니 팬티는 입고 있으니 알몸은 아니구나. 아무튼 보기 좋게 앞치마로 앞을 가린 상태로 우리 테이블에 돌아온다.
깨끗한 피부와 폭이좁은 앞치마 가슴 부분에 옆으로 튀어나온 옆가슴까지. 여러 의미로 옆에 있는 진희랑 많이 비교된다.
알바만 해도 이 정도인데. 다른 여자들 여기 옆에다 앉히면 더 볼만 하겠구만.
“명령 다 전달했어요.”
“아, 고맙습니다.”
가볍게 인사하고 임무를 마친 알바가 돌아가려 하는데..
“잠시만요.”
C가 알바를 멈춰세운다. 응? 왜 저러지?
“네?”
“제가 갖고 있는 1등 이거요.”
처음 뽑기로 받은 술값 공짜 이용권을 펼쳐보인 C가 다소 비장해 보이는 표정으로 묻는다.
“반납하고 뽑기다시 할 수는 없나요?”
새끼, 너도 남자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