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6화 〉당첨 - 3 [친구등장] (86/132)



〈 86화 〉당첨 - 3 [친구등장]

화장실쪽으로 걸어간 뒤에 걸어놓은 존재 지우는 설정을 삭제한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자리로 돌아가니, C가 묻는다.

“야, 어디 갔었냐? 화장실에도 없던데.”
“어? 어어. 잠깐 밖에서 전화좀 받고 왔다.”
“그래.. 근데 A는 어디 갔냐?”
“아.. 걔는 그.."

어.. 갑자기 물어보니까 좀 당황스럽네. 뭐라고 얘기하지.. 아!

"어, 근처에부모님 계신 곳에 할머니랑 친척분들 계신다고 인사드리고 2차 때 합류한대.”
“그러냐? 존나 뜬금없네.”

대충 대답하고 자리에 앉으니 아까 그 사납던 카톡을 하던 여자는 어디가고, 조신하게 표정 관리하는 여자가 보였다. 이미 속내를 알아버리니, 저것도 재수없네.

“근데 2차? 갑자기 왠 2차냐.”
“응? 2차 안 갈거냐? 당연히 니한테 경사가 생겼는데 우리가 축하해줘야지."

겸사겸사 재미도  보고.

"참고로 2차는 우리가 쏜다.”
“어..? 어.. 그, 그럼 좋지.”

공짜 좋아하는 C가 빠질리가 없지. 그리고 슬쩍 이 년한테 물어본다.

“어.. 그 여자친구분? 죄송한데 아까 성함을 들었는데 까먹어서요.”
“저 박진희요.”
“아, 진희씨. 어떻게 술은 괜찮으신가요?”
“네? 네.. 저야 뭐..”
“괜찮으시면 맥주 한 잔 하러 같이 가시죠.”

약간 고민하던 진희가C를 힐끗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일단 참여는 확정이고.

그리고 휴대폰 시간을 확인하니 7시가 넘은 시간. 그리고 A의 카톡이 뜬다. 이 근처에 스몰비어가 하나 있어서 벌써 사장하고 얘기를 다 했댄다. 준비물은 알바가 붙어서 만들기로 했고. 와우, 이 행동력. 일일히 지정을 안 해줘도 이렇게 알아서 해주면 얼마나 좋아.

여자 구하러 나가서  구하면 다시 카톡한다는 A를 뒤로하고, 슬쩍  사람에게 넌지시 말한다.

“다 먹은 것 같은데.. 일어나서 바로 갈까?”
“응? 진희야, 다 먹었어? 얼마  먹은 것 같은데.”
“어..? 어어. 배불러.”

고오오급 오마카세가 아니라서 잘 안들어가시나. 눈앞에서 혀를 한  차려다가 참고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대로 간다. C가 내 앞으로 나서면서 카드를 내미려고 하길래, 그 카드를 뺏고 내 것을 내민다.

“야, 뭐해. 내가 산다고 했잖아.”
“됐고. 나 여자친구 생기면 그 때 사라.”

너 같은 녀석이 자랑하려고 큰 돈 쓰는데, 저런 년한테 들어가는 꼴은 보기 싫다. 약간 감동먹은 것 같은 C랑 약간 의외라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진희년을 뒤로하고  카드로 결제한 후에 계단으로 내려간다.

날이 점점 저물어가는데도 아직도 살짝 후덥지근한 날씨. 뒤에 두 명 다 내려온 후에 그 둘을 보며 얘기한다.

“요 근처에 스몰비어 하나 있는데 그 쪽으로 가자. 괜찮으시죠?”
“네? 네네.저야 좋죠.”

그리고 앞서 걸음을 옮기니 두 사람이 따라오는데, 오면서도 팔짱 낀 상태로 열심히 꽁냥댄다. 저게 가식이라는 걸 알고 난 뒤로는 차마 못보겠어서 그냥 앞만 보고 천천히 걸었다.

A가 찍어준 곳을 가니 정말 가까웠다. 걷기 시작한지 채 5분이 안 되서 도착했으니까. 넓지 않은 내부에 테이블은 고작 한 테이블에 두 명의 여자만 있을 뿐이었다. 저 사람들 우리 단톡방인가? 처음 보는데 밖에서 봐도 비주얼은 끝장나는구만.

“여기에요. 들어가시죠.”

 따라오는 두 사람을 향해 말하고 들어가려는 찰나에 휴대폰에 진동이 울리며 A에게 카톡이 왔다. 문을 열면서 보니 가게 들어갈 때 제스처를 취해야 한다고 사진을 보내왔다.

뭐야이거. 손을 핀 상태에서 중지랑 약지 접은 손. 이거 러브앤피스인가 그거 아닌가.

확인한 후에 들어와서 자리를 둘러보는데, 알바가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온다. 오, 여기 알바 이쁘네. 괜찮네.

"저기.."

뭔가 반기는  같지 않은 껄끄러운 분위기로 대하는 알바. 아, 손짓. 대충 뒤에 둘에게 보이지 않게끔 손을 몸에 바짝 붙여 보여주니 알바가 자연스럽게 웃어주며 물어본다.

“몇 분이세요?”
“세 명.. 아니 네 명이요.”
“네. 안쪽으로 모실게요.”

그리고 가게에서 가장 깊숙한 테이블로 안내해준다. 뭐, 남는 테이블이긴 한데. 굳이 안내해주는 거 보니 A가 시킨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그대로 따랐다.

자리에 앉으면서 보니 유일한 손님이었던 옆 테이블 여자 두 명도.. 오우. 밖에서 본 것 보다 엄청 쌔끈하네.성숙한 여인의 향기를 물씬 풍기는 것 같은 매력적인 여자들이다.

확실히 A가 일을 제대로 처리하는 것 같아. 우리를 안내해준 알바가 다시 카운터 안쪽으로 들어가서 사장이랑 같이 뭔가 만들고 있었으니까.

C는 일단 진희년을 안쪽에 앉힌 후에, 메뉴를 펼치는 척 하면서 옆에 여자들을 힐끗힐끗 보느라 바빴다. 일단은 뭐라도 하나 빠르게 시켜놓자.

“배는 어느 정도 채우고 왔으니, 가볍게 드시죠. 소주 드시겠어요? 아니면 맥주?”
“저는.. 맥주요.”
“어, 그럼 나도.”
“그럼 생맥 세 개에 안주는.. 마른 거 어때?”
“나야 좋지. 자기는?”
“저도 좋아요.”
“그럼 그렇게 가시죠.”

띵동. 테이블에 붙어 있는 벨을 눌러서 알바를 부른 뒤에 주문한다.  사이에  명의 여자가 가게로 들어온다. 역시, 여기서 봐도 미모 하시는 분들이다.

뭐, 즐거움은 나중으로 미뤄두고. 일단 가볍게 입을 털어야지.

“자, 그럼  잔 하러 왔으니 재밌는 주제를 꺼내야 겠죠.”
“응? 무슨 주제?”
“뭐긴 뭐겠냐. 진희씨가 모르는 C의 모습을 상세히 알려드려야지.”

잠깐 카톡하던 진희가 약간 관심을 가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묻는다.

“어떤 모습이요?”
“음.. 어떤 가장 궁금해 하시려나.. 역시 전 여친 같은 게 제일 좋을까요?”
“응? 오빠 내가 처음이라고 안 했어?”
“어, 맞아. 처음이야! 이 샊.. 아니 얘가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네.”
“아, 메이플 여친은 안 치는 건가봐요. 이거 참.”
“이런 미친..”

순간 욕설이 나오려다가 눈치보고 다시 삼키는 C. 어차피 기다리는 동안 심심하니까 이런 얘기라도 풀어야지.

“얘가 군대 가기전에 술을 진탕 쳐먹고 얘기를 해줬거든요. 우리도 몰랐는데.. 햐.  놈이 이렇게 순정파일줄은 몰랐네요?”
“아니 좀 조용히..”
“왜? 재밌는데. 언제적 얘기인데요?”
“한참 감수성 예민한 중학교 2학년 시절이었던가..”
“아니, 1학년때 였거든?”
“어, 그래. 1학년. 뭐, 1학년이나 2학년이나..”

최대한 과거 C의 스토리에 양념을 가미해서 풀어내니, C가 자꾸 태클을 걸면서 화기애애하고 재미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그 사이에 맥주가 먼저 나와서 가볍게 잔을 부딪히고 쭈욱 마시면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런 년한테 굳이 이렇게 열심히 입을 터는 이유는 하나다. 괜히 싸늘한 분위기에서 계획을 실행하는 것보다는, 다소 즐거운 분위기에서 한 방 터트리는 게 더 재밌으니까. 그리고 C 놀려먹는 거 이거 재밌거든.

C의 옛날 랜선 연애부터 시작해서, 얼굴만 알고 별로 친하지 않았던 중학교 시절 수학여행 썰, 고등학교  친해져서 같이 야자 째고 놀러간 썰, 그리고 뭐 입대하기 전에 술 쳐먹고 난동 피운 이야기까지.

그렇다고 너무 까내리는 듯이 이야기를 푼 것은 아니고, 최대한 뭔가 재미있을 만한 얘기만 골라서 양념 계속 쳐가면서 얘기했다. 그 결과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분위기가 만들어진 상태.

C는 ‘이 새끼 언제부터 이렇게 입을 잘 털었지?’ 하는 눈빛으로 나를 봤다. 요새 뭐, 여자애들이랑 계속 놀다 보니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됐네.

점점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내부에 이쁜 여자 손님들이 많아지더니,  테이블이 없을 정도로 가득찼다. 이야기에 집중하던 C도 주위를 한 번 둘러보더니 뭔가 이상한 것을 눈치챘나보다.

그리고 그 사이에 A가 당당하게 들어오는 걸 보고 휴대폰을 보니, 이제 보니까 간다고 카톡도 했는데 못봤구나. 그래도 이제 슬슬 시작할 타이밍이라는 걸 알았다.

여기 가게 드림창 하나를 새로 만들어서 꺼낸 후에, 내용을 추가한다.

「가게에서 진행한 이벤트의 ‘경품’으로 인해 자신이 지목당했을 때, 당첨자에게 어떠한 일이라도 해줘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정도」 - 9
「가게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성적행위는 전혀 수치스럽거나 야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기쁘게 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정도」 - 9
「가게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성적 행위로 인해 흥분하고 느끼는 정도」 - 5
‘어제까지를 기준으로 가장 기분 좋았던 경험 기준 - 2’
「이벤트를 우리만 진행하는 데 아무런 의심과 불만이 없는 정도」 - 9

그리고 이 항목들을 하나의 그룹으로 모은 뒤에 하나 더 추가한다.

‘제외 - C, 박진희.’

그리고  두 사람의 드림창은 따로 만들어서 추가한다.

「가게 내에서 이벤트와 경품에 관련된 내용에 대해 나와 A의 이야기가 굉장히 그럴싸하게 들리며 납득하게 되는 정도」 - 6

좋아, 이 정도면 되겠지. 다 설정하고 나니 A가  옆에 앉는다.

“왔냐? 친척분들한테 인사 잘 드렸고?”
“어?”

말에 약간 놀란 A는 대충  뜻을 이해하고 받아준다.

“어어. 잘 드리고 왔지. 가니까 뭐 거의 끝난 분위기라 그냥 인사만 드리고 왔다.”

호, 받아치네. 녀석. 설정 맞추는 데 이제 어느정도 짬이 찬 모양이구만. 그리고 슬쩍 귓속말로 A가 나에게 묻는다.

“야, 설정 다 했냐?”
“어. 니 오는 거 보고  했다. 그거 이벤트는 다 짜뒀냐?”
“상황이랑 경품까지  얘기해놨다.”

역시.  하나 제대로 잘하는 구만. C가 맥주 한 모금 적시면서 A에게 묻는다.

“마실 거 시켰냐?”
“어. 시키고 왔다.”

그리고 말 끝나기가 무섭게 맥주 한 잔이 우리 테이블에 왔다. 그런데 알바가 맥주랑 같이 뭔가 상자 같은 걸 하나 가져온다. 슬슬 시작이군.

맥주를 테이블에 내려놓은 알바가 목을 가볍게 가다듬더니 얘기를 시작한다.

“저희가 오늘이 오픈 1주년이라 작게 이벤트 하나 하고 있거든요.”
“이벤트요?”
“네. 지금 가져온 상자에서 하나 뽑으시면 종이에 적힌 등수에 맞춰서 저희가 상품 드리고 있어요.”
“오.. 그냥 뽑으면 되는 건가요?”
“네. 그냥  넣으셔서 뽑아주시면 돼요.”

이벤트라는 말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 우리 둘은 자연스럽게 C에게 먼저 뽑게 만든다.

“야, 너 먼저 뽑아봐.”
“그럴까? 어디...”

크지 않은 상자 속에 손을 넣고 이리저리 돌리던 C가 하나를 딱 뽑는다. 안에서 나온 것은 접혀진 조그마한 종이 조각. 진희년이랑 같이 천천히 종이를 피던 두 사람이 화들짝 놀랜다.

“오..!”
“왜? 뭔데?”
“1등인데?”

1등이라는 말에 놀라서 네 명이 궁금한 표정으로 알바를 쳐다보니 알바도 이쁘게 놀란 듯이 얘기한다.

“처, 처음부터 1등이네요..”
“1등은 뭔가요 그럼?”
“1등은.. 오늘 저희 가게 메뉴 전부 무료로 드실  있는 무료이용권이세요.”

알바가 앞치마에서 슥 종이 한 장을 꺼내 C에게 건넨다. 다소 조잡하게 무료이용권이라 써져 있고, 아래쪽에는 싸인으로 보이는 뭔가가 적혀있다. 사장 싸인인가?

이용권 받아든 C가 턱을 치켜 세우며 존나 자신의 행운에 감탄하듯 온몸으로 지랄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받아든 이용권을 손가락에 끼워 팔랑거리며 느끼한 눈빛으로 목소리 깔면서얘기한다.

“오늘 밤.. 형이 쏜다.”
“지랄하네 진짜.”

어우,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어. 슬쩍 진희년을 보니 재밌다는 듯이 깔깔대고 있었다. 지금을 즐겨두거라  년아.

“다음은 제가 뽑아도 되나요?”
“네네. 그럼요.”

A의 앞으로 알바가 상자를 내민다. A는 나를 보고 잘 보라는 듯이 손을 집어넣더니, 아래쪽이 아니라 옆쪽으로 손을 향하고 꼼지락 대더니 종이 하나를 뽑는다.

그리고 다 같이 보라는 듯이 자랑스럽게 쫙 펼치는 A. 그리고 그 안에 적혀있는 등수는..

“뭐야.. 4등이네.”

그리고 약간 실망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앞에 두 남녀. 4등. 몇 등이 가장 낮은 등수인지는 몰라도 4등은 뭐 그냥저냥 낮은 등수겠지. 하지만 A는 전혀 개의치 않은 표정으로 알바에게 묻는다.

“4등은 뭐에요?”
“4등은.. 솔직히  거 없네요.”

기대감을 떨어트리는  마디를 하며 앞치마 주머니에 손을 넣은 알바가 종이 하나를 꺼내며 얘기한다.

“여기 펠라치오랑 입싸 자유이용권이세요. 가게에 계신 아무 여성분한테 가서 사용하시면 돼요.”

별로 기대도 안 하고 있던 C가 맥주 마시려고 잔을 들었다가, 멈칫 하더니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잔을 내려놓는다.

“... 무슨 이용권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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