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화 〉망각 - 9
“아들이 아니라니?”
“간단한 거야. 나를 아들이 아니라 엄마를 능욕하는 타인이라 생각해주면 돼.”
정확하게는 이해한 것은 아닌 것 같지만 대충 고개를 갸웃하다가 가볍게 끄덕이는 엄마. 근데 커피를 들고 있는 와중에도 주위를 둘러보며 가슴이라도 가리려는지 팔을 자꾸 안쪽으로 모은다.
“엄마 가리면 안 된다니까.”
“그, 그래도.. 사람들이 알아보면 어쩌려고..”
노출 자체보다는 역시 사람들을 신경 쓰시는군. 흠.. 어쩌지. 사실 벗기나 마나 그게 그거인데 옷을 입힐까..
엄마가 벗은 망사 캐미솔을 만지며 고민하다가 문득 딱! 뭔가 재밌는 생각이 떠오른다. 병신 같은 생각이긴 한데 먹힐 것 같은 이상한 생각. 벗어놓은 얇은 캐미솔을 내 목에 걸어서 뒤로 돌린 후에 얘기한다.
“엄마, 잠시만 여기 있어봐.”
“어? 혼자 어디 가려고?”
“여기 편의점 금방 다시 다녀올게.”
우물쭈물하는 엄마를 내버려두고 재빠르게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잡화가 어디 있나.. 오, 저기 있다. 성큼성큼 다가가서 컴퓨터용 사인펜 하나 들고 계산대로 간다.
근데 알바 놈 어디 갔지? 나갔다 온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라고 생각하는 사이에 화장실에서 허겁지겁 나와서 다시 자리로 돌아오는 알바.
자세히 보니 바지 주머니 위로 엄마가 건네준 팬티가 조금 튀어나와있다. 얼굴도 좀 상기되어 있고, 거시기 부분도 약간 부풀어져 있고. 아아, 아아아. 그렇구나. 그럴 수 있지. 이제 다 이해했다.
괜히 좋은 시간 방해해서 미안하다고 생각하는데 알바놈은 쪽팔리는지, 눈도 한 번 안 마주치고 후다닥 결제를 해준다.
휴대폰 돌려줄 때 나를 보기에, 모든 걸 이해한다는 듯한 인자한 미소로 답해주며 나왔다. 나와 보니 엄마는 입구 한 쪽 구석에 조용히 서서 양 손으로 커피를 든 채로 가슴만 가려서 언제 나오나 문만 쳐다보고 있었다.
“뭐 사온 거야?”
반갑다는 듯이 쫄래쫄래 다가오는 엄마. 그런 그녀에게 사온 펜을 까딱까딱 흔들어 보여준다.
“뭐야? 사인펜?”
“어. 컴싸.”
“그걸 어디다 쓰려고?”
“요렇게. 엄마 잠깐만...”
펜 뚜껑을 연 후에 한 손으로 엄마의 턱을 잡고, 한 손으로는 사인펜을 눈 밑에 가져가서 조그맣게 점을 그린다. 살살 문지르고 떼니까.. 어머! 점이 생겼네! 머릿속에 자동으로 노래가 재생된다. 왜 너는 나를 만나서~
“자. 다 됐다. 엄마 이거 봐봐.”
휴대폰을 켜서 셀카 모드로 돌린 후에 엄마 얼굴을 보여준다. 약간 어이없어 하던 엄마가 그래도 휴대폰을 쳐다보는데.. 뭔가 생각보다 놀란 모습.
“어때? 완전 다른 사람 같지 않아?”
“어... 감쪽같다, 정말.”
이게 먹히네.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가며 확인하는 엄마의 모습에 웃음이 나올 것 같다. 순수한 거야? 아니면 순진한 거야? 그것도 아니면 뭔가의 영향이 있겠지.
“이제 그러면 당당해도 되겠지? 아무도 엄마인 거 모를 거 아냐.”
“그렇겠네. 이제 망신당할 일은 없으니까.”
이제 다 살펴본 듯한 엄마가 허리를 쭉 피고, 나를 보며 사랑스럽게 웃어주며 커피를 내 입 가까이에 대며 얘기한다.
“누구 아들이 이렇게 똑똑해?”
쪼로록. 한 모금 마신 후에 다시 얘기한다.
“엄마. 그럼 이제 사람들 있는 곳이든 어디든 돌아다녀도 되는 거지?”
“음.. 아들이 이렇게까지 해줬으니까. 엄마도 어울려 줘야지.”
그러면서 내가 먹었던 커피를 엄마도 그대로 한 모금 한다. 자기 것도 있으면서 내거를 마시는 이 요망함. 한 손으로 눈앞에 있는 젖탱이를 움켜쥔다.
“어디가 좋을까?”
“글쎄... 아무리 사람들이 못 알아본다고 해도 엄마는 아들이 박아주면 소리를 못 참을 것 같은데..”
이번에 할 거는 능욕이라 대화도 많이 할것 같아서 너무 시끄러우면 좀 그래. 정하기가 까다롭다. 너무 시끄러워도 그렇고, 이제 엄마 신음 소리 때문에 시끄러워질 거고.
으음.. 바로 생각이 안 난다. 앞에서 가슴 만지다가 엄마 뒤로 슬쩍 돌아가 팔을 어깨에 얹어서 처음 올 때처럼 옆에 선다.
“일단 걸으면서 생각하자.”
나의 말에 천천히 걷기 시작하는 엄마. 근데 뭔가 방향이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이끄는 듯이 자연스럽게 정해진 것 같다. 뭐.. 그건 그거고. 그나저나 이 요망한 몸뚱이를 어떻게먹어야 만족을 할까... 고민하는 데 엄마가 묻는다.
“근데 아까 말한 상황이 어떤 거야?”
“응?”
“아까 아들 말고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라고 했잖아. 예를 들면 어떤 사람?”
“어.. 대충 상황을 얘기하자면..”
어떻게 얘기해야할지 휴대폰 든 손으로 턱을 긁으며 생각하다가 말한다.
“이제 엄마는 ‘나’ 라는 낯선 사람한테 능욕 당한 이후에 몸이 원해서 시키는 대로 다 하는 거지.”
“능욕? 어떤 거?”
“뭐.. 그건 크게 중요하지 않고. 나랑 의도치 않게 섹스를 했는데 상성이 너무 잘 맞아서 기분이 뿅가죽는 경험을 한 상태.”
“아들보다 더?”
“어.. 음... 뭐, 일단 그런 정도?”
“세상에나. 얼마나 잘 하길래?”
“그, 글쎄..”
스토리 대충 얘기하려는 데 자꾸 끼어드는 엄마. 원래 이렇게 세세하게 해야 하나..
“아무튼 나랑 한 섹스를 잊지 못하고 있는데, 내가 다시 등장해서 엄마에게 수치스러운 명령을 막 내리는 거지.”
“그걸 그냥 따르면 되는 거야?”
“아니지. 뭔가 남편이랑 아들을 배신하고 있다는 배덕감이랑, 몸은 마음대로 하도록 줄지언정 마음은 뺏기지 않겠다는 절개가 서서히 무너져가는 그런 거.. 대충 느낌 와?”
“음.. 뭐 시키는 거 하는 거는 쉬운데. 엄마는 우리 아들 일편단심이라 조금 몰입하기가 힘드네.”
거기서 남편이 아니라 나를 언급하시네. 흐음.. 엄지랑 검지로 꼭지를 가볍게 잡아당기면서 조금 더 걸어가니 아파트 바깥으로 나왔다. 조그마한 상가가 보이는데, 여기서 갈만한 곳이..
멀리 있는 어딘가에서 나오는 사람이 보여서 그 쪽을 자세히 보니 2층에 코인 노래방이 있다. 어라? 코인 노래방?
어... 괜찮네. 시끄러운 곳이긴 해도, 방에 들어가면 별로 안 시끄럽고. 지금 시간에는 애들은.. 10시 넘어서 많이 없겠지만 뭐. 그래도 있을 사람은 있겠지.
근데 이상해. 지금 이 상태에서 저길 가도 아무 일도 없이 안전할 것 같은 기분. 뭔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고 있어. 아마도 엄마가 이렇게 이상한 상식을 갖게 된 힘 때문인가?
일단은 주어진 상황 열심히 즐기기나 하자고. 저기 2층을 가리키며 엄마한테 얘기한다.
“엄마. 저기 가자.”
“응? 어디?”
“2층에 코인 노래방.”
“왜? 노래 부르게?”
“마이크 대고 엄마 신음소리나 듣지 뭐.”
“소리 낼 때 콧소리 좀 많이 섞어야겠네.”
무슨 말을 해도 받아주는 엄마랑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서 천천히 걸어간다. 연식이 느껴지는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니, 오픈한 지 얼마 안돼 보이는 나름 깔끔한 코인노래방이 나온다.
문 열고 들어가려다가 문득 떠오른다. 아! 나 현금 없잖아. 문 앞에 서서 어떻게 하지... 살짝 고민하는데 순간 내 자신이 바보라는 걸 깨달았다.
노래 부를 것도 아니면서 이런 걸 왜 고민했을까?
“아들 뭐 해?”
잠깐 머뭇거리는 나를 보며 묻는 엄마. 아, 말 나온 김에 시작해야겠다.
“엄마. 여기 들어간 순간부터 시작이야.”
“그거? 이제 아들을 아들이라 부르면 안 되는 시간인가?”
“최대한 진지하게 부탁해.”
“열심히는 해보겠는데.. 솔직히 자신은 없어.”
“아들이 그렇게 좋아서 그래?”
“그럼. 아들이 부탁하니까 이렇게 옷까지 다 벗어주잖아.”
흐음.. 이거 참. 너무 좋아해도 마이너스 요인이구만. 어떻게 집중하게 만들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아직까지 안 버린 사인펜이 보인다. 아! 그렇네.
“엄마. 이거.”
“응?”
엄마한테 사인펜을 건넨다.
“이걸로 내 얼굴에 필요한 만큼 그려. 나 생각 안 날수 있을 만큼.”
“아아. 알았어.”
들고 있던 커피 하나를 나한테 주고 사인펜을 받아서 뚜껑을 여는 엄마가 약간 신난 표정으로 말한다.
“아들. 눈 감아봐.”
“어? 눈?”
“응.”
뭐하려고 눈까지 감으라는 거지? 일단 눈을 감았다. 그리고 사인펜의 다소 딱딱한 감촉이 눈 주변에 닿는 게 느껴졌는데..
단순히 그리는 게 아니라 칠하는 수준으로 현란한 놀림을 보이는 사인펜. 뭐, 뭐야 이거. 이거는 예상 못했는데. 일단 입이 있는 쪽에는 전혀 올 기색이 없어서 물어본다.
“엄마..?”
“응? 왜?”
“설마 얼굴 다 칠할 거는 아니지?”
“아니야. 눈 주변만 할 거야.”
“그.. 그래?”
엄마가 열심히 칠한 덕분인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사인펜이 얼굴에서 떨어지기에 슬쩍 눈을 뜨니 아직도 만족 못한 듯이 갸웃한 표정의 엄마가 보인다.
“왜? 뭐 안 됐어?”
“어.. 아직도 아들 얼굴이 좀 보이네.”
“도대체 어떻게 해놨기에..”
휴대폰 셀카 모드로 켜서 얼굴을 보니.. 와우. 쿵푸팬더가 따로 없잖아. 눈덩이가 새까매. 근데 이 정도인데도 만족을 못한다고?
아들 사랑인지, 미적 감각이 이상한 건지 궁금하던 와중에 손에 사인펜을끼운 채로 턱을 괴며 나를 보던 엄마가 묻는다.
“조금만 더 칠하면 안 될까?”
“... 그래.”
어디까지 하나 한 번 보자. 다시 얼굴을 가져다 대니 이번에는 입 주변을 색칠한다. 대충 어떤 그림 나올지 예상이 되네.
엄마가 색칠에 여념이 없는 사이 슬쩍 눈을 굴려 노래방 안쪽을 보니 바깥으로 나오려던 남자 손님 두 명이 문 앞에서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우리를 보고 있었다. 음, 여기도 편돌이처럼 인식은 정상인 편인가보다.
너무 문 앞에 서있는 것 같아서 칠하는 데 열중인 엄마 허리를 붙잡고 옆으로 몇 걸음 걸어가 비켜줬다. 그 사람들은 시선은 그대로 우리.. 가 아니라 엄마 몸에 꽂힌 채로 문을 열고 나오더니, 계단이랑 엄마 몸을 번갈아 가면서 천천히 내려갔다.
그러다가 거의 다 내려갈 때쯤에 발을 한 번 헛디뎌서 한 사람이 넘어질 뻔했지만.
“다 됐다!”
그 사이에 엄마가 신난 목소리와 함께 내 얼굴에서 사인펜을 뗀다. 싱글벙글한 엄마랑 다르게 떨떠름한 기분으로 휴대폰을 다시 보니.. 이건 뭐. 쿵푸팬더가 산적 같은 거 하면 딱 이런 모습이겠다. 얼굴에 시커먼 덩어리가 세 개씩이나 있네.
“이제 만족해?”
“음.. 아직도 살짝 아들 얼굴이 보이긴 하는데. 이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아.”
“그래..?”
나름 만족한 얼굴로 펜 뚜껑을 닫는 엄마. 그 와중에 내 얼굴이 보인다니.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사인펜을 받고 요거는 이제 어쩌지.. 하다가 팬티와 허리 사이에 꽂는다.
오호. 진작에 이럴 걸. 새 거라 그런지 빤스 고무줄이 좀 빳빳해서휴대폰도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혹시나 하고 반대쪽에 휴대폰도 꽂아보니.. 오. 괜찮은데? 액정이 살에 닿게 하니잘 안 미끄러진다.
손에 여유를 되찾고 커피 한 모금 다시 쪼로록 마신다. 자, 시작하기 전에 확인부터 들어갑시다. 문에 손을 대고, 커피를 들고 있는 남은 팔은 엄마 어깨에 걸치며 얘기한다.
“여기 문 여는 순간부터 진짜 시작할거야. 나를 부를 때는 당신이나 너로 부르면 돼. 내가 누구라고?”
“우리 가정의 화목을 망치는 나쁜 사람.”
“어.. 뭐. 그렇긴 한데.. 내가 시키는 건?”
“분하다는 생각이 들어도 다 들어주기.”
“나랑 아들이랑 둘 중에 누가 더 섹스하면 기분이 좋지?” “당연히 아들...이 아니라 어.. 당신.”
너무 과한 아들 사랑이 이제는 조금 부담 돼. 하.. 자꾸 이러면 도중에 100% 한 번 끊길 것 같은데.
문을 잡고 열기 전에 고민하다가.. 어? 재밌는 생각이 떠오르네.
오오.. 뭔가 방향이 잡힌다. 이거 아들 사랑 가득한 엄마한테 직빵으로 먹히겠는데?
얼굴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면서 문을 연다. 카운터에 앉아 있던 남자 알바가 폰에서 슬쩍 고개를 들어 우리를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진다. 어, 그거 이제 좀 질려.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엄마랑 천천히 카운터를 지나며 주변을 살펴본다. 그리 사람이 많지는 않은 모양이다. 빈 방이 더 많은 것 같아.
그래도 뭐. 노래 소리가 섞여서 들리는 걸 보니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니까. 적당히 빈 곳을 찾아서 들어간다. 넓은 곳보다는 둘이 있으니까 좁은 곳이 낫지. 내 거랑 엄마 커피를 받아서 위에 올려놓고 의자에 마주 앉는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손을 가볍게 비비며 엄마를 보니 뭔가 생글생글 웃던 방금 전과는 다르게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손으로 가슴이랑 사타구니를 가리며 나를 본다.
“당신.. 나한테 이런 짓까지 시키다니.. 제 정신이야?”
오우. 생각보다 엄청 느낌 있게 대사를 치시네. 좋아좋아. 이런 스타일 아주 좋아.
“왜 이러실까? 내 밑에 깔려서 가족도 잊어버린 채로 앙앙 거리던 분께서.”
“그건..!”
말을 하려다 말고 아랫입술을 깨물며 나를 조용히 노려보는 엄마. 오오.. 생각보다 엄청 몰입한 것 같은데? 만족스러운 미소가 절로 그려진다. 물론 얼굴 절반이 시꺼멓게 칠해져 때문에 존나 음흉하게 보이겠지만.
“그렇게노려봐도 소용없어. 어차피 당신이 그렇게 절개 있는 여자라고 해도 몸의 소유권을 남편한테 뺏어오는 데 얼마 안 걸릴..”
“아니야.”
“응?”
도중에 말을 끊는 엄마.
“내 몸 남편 거 아니야. 우리 아들 거지.”
“어.... 어어. 아, 아들한테서.”
이런데서 칼같이 끊으시면 어떻게 해... 아까부터 왠지 아들 사랑 때문에 이럴 것 같더라. 갑자기 분위기 싸해져서 어떻게 할지 생각하는데 갑자기 엄마가 싸늘하게 웃으면서 얘기한다.
“나는 잠깐의 수치만 참으면 될 뿐이야.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호오.. 그러세요? 근데 그 당당함이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네. 나한테 아주 좋은 생각이 있어서 말야.”
금방 다시 분위기가 돌아왔다. 연기인건지 진짜인건지 보면서 좀 감탄이 나올 정도인 엄마의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콧방귀를 뀐다.
“흥. 당신이 어떤 협박을 한다 해도 내가 눈 하나 깜짝할 것 같아?”
“한 번 얘기를 들어보면 그런 오만한 태도를 보일 수는 없을 텐데.”
“당신이 아무리 섹스를 잘한다 해도, 나는 우리 사랑하는 아들이랑 하는 섹스만으로도..”
“그 아들 얘기야.”
이번에 내가 엄마의 말을 끊었다. 아들 얘기가 나오니까 눈이 커지며 얼굴이 확 굳어버리는 엄마.
“다.. 당신..”
몸을 가리고 있던 손까지 조금씩 떨리는 게 보인다. 오우, 저 세심한 연기.
“내.. 내 아들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
작아질 생각을 안 하는 커진 눈으로 나를 매섭게 노려보는 엄마에게 편안한 표정으로 다리를 꼬며 무심하게 얘기한다.
“별 거 아니야. 당신 아들이..”
아까 문 앞에서 생각난 엄마에게 먹힐 만한 가장 그럴싸한 협박. 물론 남이 들으면 존나 어이가 없을 만한 이야기.
“혼자 자위하도록 만들 거야.”
엄마의 입이 떠억 하니 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