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화 〉망각 - 7
“그런데 지금 날씨에 이거 입으면 덥지 않을까?”
엄마가 트렌치코트를 꺼내서 한 번 확인시켜 줬는데.. 확실히 이 날씨엔 덥긴 하겠다.
“원피스는?”
“원피스는.. 잠시만. 요거는 어때?”
옷장에서 꺼낸 원피스는 코트보다는 더 괜찮아 보이긴 한데.. 이거 몸매가 부각되는 스타일이라 입고 벗기 귀찮겠네. 안 그래도 밖에서 하려면 입었다가 벗었다가 해야 하는데..
입고 벗기 편한 옷 뭐 없나.. 하는 생각이 들 때 갑자기 불현 듯이 어느 생각 하나가 머릿속에 스쳤다. 마치 일정 조건을 만족했을 때 불현 듯이 떠오르는 능력처럼.
애초에 입고 벗고 하지 말고.. 그냥 벗고 다니면 되잖아.
“그럼.. 아까 입고 있던 거는 어때?”
“응? 어떤 거?”
“집에서 입고 있던 까만 거. 이거”
방금 방에 들어와서 벗었던 란제리 캐미솔을 든다.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이걸로 밀어붙이면 될 것 같아.
“어차피 잠옷 같은 거잖아. 멀리 안 나갔다올 거니까 충분할 것 같은데. 맘에 들기도 하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저걸입고 밖에 나간다는 것은 정신 나간 노출증으로 오해받기 딱 좋겠지만, 이상하게 괜찮을 거라는 믿음이 가슴속에서 무럭무럭 샘솟는다.
그리고 아주 잠깐의 고민 후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어주는 엄마.
“아들이 좋다는 데 입어 줘야지.”
먹혔다. 이 말도 안 되는 요구가 먹혔어. 내가 든 캐미솔말고 일단 팬티부터 다시 입는 엄마. 그리고 내가 건네준 캐미솔을 반대로 입어 앞에서 끈을 묶고 반바퀴 돌린 후에 목에 건다. 아, 저렇게 입는 거구나.
“됐어?”
옷을 벗은 듯 만 듯, 가린 듯 만 듯 입은 그녀가 가볍게 몸을 돌려서 보여준다. 캬.. 미쳤다 미쳤어.
“어. 이뻐이뻐.”
실제로도 이쁘고 몸매도 이쁘니까. 양쪽 엄지를 치켜세워주니 아주 만족스럽다는 듯한 미소를 짓는다. 이 정도 칭찬에저런 반응이면.. 내가 말하는 거 진짜 뭐든지 다 들어주겠네.
“아들도 얼른 옷 입어. 나가야지.”
아참. 보고만 있다가 나 옷 입는 거 깜빡했다. 어느 정도 피가 쏠려서 두꺼워진 거시기를 가리도록 재빠르게 팬티를 올려 입었는데, 입을 옷이 없다. 어...
에라 모르겠다.
“다 입었어.”
“아들도 그렇게 하고 나가게?”
“엄마 혼자 잠옷 차림으로 보낼 수는 없지.”
나의 말에 그녀는 눈이 부드럽게 휘며 눈웃음을 지어준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나에게 너무 잘 웃어주는데, 참 보기 좋네.
“그럼 나갈까?”
안방 문을 열면서 나가니 벌써 잠에 곤히 빠진 듯한 남자가 가볍게 코를 골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둘은 서로 눈이 마주친 후 입술에 손가락을 대며 조용히 발걸음을 떼며 현관으로 향한다.
나가는 도중에 소파 위에 놓아둔 나의 휴대폰이 보인다. 아! 폰 가져가야지. 일단 내 폰을 챙기면서 조용히 얘기한다.
“폰은 내가 가져갈게.”
엄마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신발장에 있는 슬리퍼를 꺼내 신으려고 하는데 현관등이 켜진다. 어이쿠, 이걸 생각 못했네. 갑작스레 밝아져서 약간 당황했지만, 남자는 빛을 피해 몸을 뒤척이는 것 빼면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휴우, 가슴을 쓸어내리며 신발을 신으려고 보니 엄마가 신발장에서 슬리퍼 하나를 꺼내준다. 아마 저 남자 슬리퍼겠지.
도어락을 손으로 열어서 소리가 최대한 소리가 안 나도록 나가는 엄마를 뒤따라 밖으로 나선 후에, 조용히 현관문을 닫았다.
도어락이 잠기는 삐릭 소리가 들리고 나니까 드디어 밖에 나왔다는 게 실감이 난다. 빤스 바람으로. 엄마랑 나랑 노출도는 비슷하지만 당연히 엄마쪽이 훨씬 더 강력하지.
이 자리에서 처음 만난, 스스로를 엄마라고 부르는 낯선 여자가 나와 같이 속옷 차림으로 밖으로 나오기 까지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노출도 노출이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뭔가 훨씬 꼬추에 자극이 강하게 온다.
밖은 여름이 끝나갈 무렵 갑작스레 찾아온 열대야로 인해 오히려 실내보다 후끈했다. 벗고 다녀도 충분할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벗고 나와 보니까 생각보다 괜찮다. 물론 아직 아파트 안이지만.
엄마가 팔을 뒤로 깍지껴서 뒤로 쭈욱 민다. 가슴을 내미는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며 묻는 그녀.
“아들. 이제 어디서 하고 싶어?”
생각해보면 이 옷을 입고 밖에 나온 것만 해도 어마어마한 건데, 어디서 하고 싶은지 고른다는 것에 뭔가 짜릿짜릿한 기분이 묘하게 퍼진다.
어디가 좋을까.. 생각하면서 엘리베이터 내려가는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 엄마가 내 왼쪽으로 와서 내 팔을 들더니, 뒤로 돌려 란제리 속으로 손을 넣어 왼쪽 가슴에 닿도록 한다.
순간 너무나도 당연하게 밖에서 가슴을 만지도록 하기에 조금 당황해서 물어봤다.
“어, 엄마... 뭐 하는 거야?”
“응? 아들이랑 엄마랑 다닐 때는 보통 이렇게 하잖아.”
아마 이 집안이 아니라 이 사람들이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아니, 문제는 아니지. 좋은 상식이지. 얼마나 좋은 문화야. 아들이 엄마 몸을 언제든 만져도 된다는 건 집안과 집밖을 구분하지 않는구나.
그렇게 엄마 허락 하에 왼쪽 가슴을 적당히 주무르면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띵-동 하면서 울리는 엘리베이터를 보니.. 어, 여기가 7층이었구나.
젖꼭지를 살살 문지르며 엘리베이터를 타니 1층을 누르는 엄마. 문이 닫히고 손에 감촉을 즐기면서 안을 구경하고 있는데.. 카메라가 눈에 들어온다.
카메라... 우리 이러는 거 보고 있겠지..? 나랑 엄마랑 속옷 차림으로 나온 거랑 엘리베이터에서 가슴 쪼물딱 거리고 있는 것도.
근데 이상하게 전혀 당황스럽지가 않아. 분명 내 생각에는 이 행동은 정상적이지 않은 행동인 건 맞는데, 다른 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는 것에 대해 그다지 이상하게 보지 않을 것만 같거든. 뭔가 그런 믿음이 있어.
애초에 그런 믿음이 없었으면 밖에 안 나왔겠지만. 도대체 뭘까.. 이 평화로움은.. 이것도 가슴의 힘인가?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어느 새 1층에 도착한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데 앞에 아줌마가 한 명 계신다. 어.. 과연..
하지만 우리가 내리는 것에 대해 무심하게 한 번 쳐다보더니 그대로 엘리베이터에 타는 아줌마. 확신이 든다. 지금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이나 지금 가슴에 손을 얹고 있는 행위에 대해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아.
아파트 밖으로 나와 보니 역시 밖에도 더운 열기가 남아있다. 그래도 밤이라 그런지 살짝 낮보다는 내려간 것 같지만 충분히 땀 흘릴 수 있을 정도. 하지만 우리는 괜찮을 것 같아.더울 땐 역시 벗어야지.
주위를 둘러보니, 약간 멀리 있는 편의점이 하나 보인다. 음, 날도 더운데 마실 거 하나 정도는 괜찮겠지.
“엄마, 편의점 가자.”
“편의점? 엄마 지갑 안 가져왔는데.”
“괜찮아. 내가 살 게.”
휴대폰 페이앱으로 결제하면 되니까. 나의 별 거 아닌 이 말에도 엄마는 감동한 듯이 나의 뺨을 부드럽게 한 번 쓰다듬어준다.
그리고 천천히 편의점을 향해 발걸음을 떼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다.
분명 스릴을 즐기려고 밖에서 하자고 했던 것 같은데.. 이런 노출을 해도 당연하게 여기면 스릴이 아니지 않나. 아, 물론 이 비상식적인 상황이라는 건 알고 있다.
의미가 약간 변질된 것 같지만.. 뭐 여기까지 왔으니 상황을 즐깁시다. 팬티만 입고 거의 알몸이나 다름없는 이쁘고 몸매 좋은 남의 부인 가슴 만지면서 편의점 간다는 이 말 자체가 존나 개쩔잖아.
검지로 유두 빙글빙글 돌리는 와중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밖에서 이런 모습을 봐도 아무렇지도 않으면, 섹드립도 통하지 않을까?
일단 엄마한테 테스트 해보자.
“엄마.”
“응?”
“엄마 내가 가슴 만져줘도 안 느껴?”
“당연히 느끼지.”
“근데 아까부터 계속 꼭지 만져도 거의 반응이 없는 것 같은데.”
“평소에 만지는 거랑 섹스할 때 만지는 거랑은 다르니까.”
흠. 역시 분위기가 중요한 건가. 그럼 밖에서는 어디까지 허용이 되는 건가?
“그럼 밖에서 가슴 빨아도 돼?”
“그럼.”
“어? 진짜?”
“엄마가 아들한테 맘마 주는 게 뭐 어때서. 지금 먹고 싶어?”
“아, 아니. 지금 말고.”
맘마라니. 굉장히 성적인 단어가 아닌데도 야하게 들려. 이것도 하나의 플레이라고 볼 수 있나.
“그럼 섹스는?”
“섹스는.. 사람들 있는 곳에서는 안 돼.”
“그건 왜?”
“엄마가 소리를 계속 내야 하는데 그럼 다른 사람들한테 민폐잖니.”
소리! 행위 자체가 아니라 소리 때문에 안 된다니. 확실히 뭔가 이상한데.
“그럼 씹질도 안 되겠네?”
“그거는 천천히 하면 허락해주고, 너무 강하게 하면 안 돼.”
“역시 소리 때문에?”
“그렇지.”
종합해보니 성적 행위 자체는 OK인데, 남한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만 OK네. 이것 참. 내가 어디 다른 이세계라도 온 건가? 야외 성행위가 합법화된 뭐 그런 곳?
이 정도면 이것도 당연히 되겠지.
“그럼 알몸은?”
“알몸은 당연히 안 되지!”
어라? 여기서 반대가?
“어? 왜?”
“얘가.. 그런 거 하는 사람 노출증이야. 큰일 날 소리를.”
아, 아니.. 엄마가그런 옷 입고 그런 말을 하시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엄마가 지금 입고 있는 게..”
“응? 이거? 이게 왜?”
“지금 가슴 다 보이고 있는데도?”
“가슴 보이는 게 문제가 아니라 아예 안 입고 있는 게 문제인 거야.”
뭐라도 입고 있느냐, 안 입고 있느냐의 차이인가?
“그럼 엄마 지금 상태에서 팬티 벗으면? 그것도 알몸은 아닌가?”
“당연히 아니지.”
“팬티만 입고 있는 건?”
“그것도 당연히 아니고.”
그럼 극단적으로 예를 들어보자.
“그럼 그것도 가능해? 다 벗은 상태에서 밴드 하나 붙인 거는?”
“글쎄.. 멀리 있는 사람들은 놀랄 수도 있겠네.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밴드 붙인 거 알면 괜찮을거고.”
세상에. 어떻게든 가리기만 하면 옷으로 취급하는 건가? 어메이징하구만.
“오늘따라 왜 이리 궁금한 게 많으실까?”
나의 계속된 질문에도 전혀 귀찮은 기색 없이 웃으며 대답해주는 그녀. 그리고 오늘따라가 아니라 오늘 처음 만난 사이다.
즉, 어떠한 것이든 단 하나라도 입고 있으면 OK라는 거구나. 어.. 그렇다면..
“엄마 밖에서 알몸으로 다녀본 적 있어?”
“에이, 당연히 없지.”
“나 엄마가 밖에서 알몸인 거 보고 싶은데.”
“응?”
약간 놀란 듯한 그녀가 살짝 고민을 하는 듯 눈이 위로 향한다. 그리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어주는 그녀.
“사람 없는 곳에서 만이야.”
애초에 지금 입고 있는 옷도 알몸에 가까운 옷이지만.
즉, 이 뜻은 뭐다? 선택적인 노출이 가능하다는 거네. 밴드 붙이면 일반 플레이. 밴드 떼면 노출 플레이.
엄마만 이런 건가? 아니면 전체가 이런 건가? 아까 이 복장 입고 있는 엄마도 무심하게 엘리베이터 탄 아줌마를 보면 전체가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이런저런 생각하다보니 벌써 편의점에 도착했다. 밖에는 열대야라 잠이 안 오시는 분들인지, 편의점 밖 테이블에서 맥주 한 잔씩 하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에어컨을 틀고 있어서 그런가 확실히 서늘해. 살갗에 차가운 공기가 그대로 닿아서 좀 춥네. 엄마도 추운지 만지고 있던 가슴이 살짝 떨렸다.
안에는 손님은 없는 것 같고, 핸드폰을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인사하는 남자 알바생이 보였는데.. 적당히 인사를 하다말고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입이 쩍 벌어진다. 응?
우리는 카운터를 지나 냉장음료 쪽으로 향하는데 엄마한테서 눈이 떨어지지 않는다. 설마 쟤.. 쟤는 멀쩡한 건가? 근데 밖에 있는 사람들도 우리 쪽에 관심 없었는데..
음료 앞에 서서 잠시 생각하느라 멍-하니 보고 있으니 엄마가 커피 하나를 고른다.
“아들. 나 이거.”
“아들!?”
순간 소리 난 쪽을 돌아보니 알바가 앞으로 내밀고 있던 상체를 재빠르게 뒤로 빼며 모습이 사라진다. 대충 보아 하니.. 열심히 관찰하다가 나를 아들이라 부르는 엄마를 보고 충격으로 인해 자기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온 모양.
어쩌면 잘못될 수도 있어서 조심해야 하겠지. 엄마가 딴 생각하는 나에게 얘기한다.
“아들 안 골라?”
“어? 아. 나도 똑같은 걸로.”
대충 대답하니 엄마가 맛은 다른 커피로 하나 더 집는다. 그 사이에 띠링 하며 손님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니, 교복 입은 여학생 두 명이 들어오는 게 보인다. 학원이나 야자 끝나고 오는 길인가?
음료를 골랐기에 카운터 쪽으로 간다. 엄마가 계산대 위에 커피 두 개를 놓으니, 알바가 엄청 당황하긴 했지만 일단 계신하기 위해 바코드를 찍는다.
“저.. 이, 이거.. 2+1 이거든요..”
머뭇머뭇 최대한 엄마 가슴 쪽으로 시선을 안 주려고 정면을 열심히 보는 척 얘기하는 알바. 근데 그렇게 해도 흘깃흘깃 보는 게 다 보여서 피식 웃음이 나온다.
“음.. 저희는 괜찮은데. 하나 드시겠어요?”
“네? 어.. 어.. 저, 저야 감사하죠..”
왼손으로 보란 듯이 가슴을 주물럭대면서 엄마에게 부탁한다.
“엄마. 아무거나 하나만 더 가져와줘.”
고개를 끄덕인 엄마가 내 손을 떠나 커피 하나 더 가지러 간 사이에 내 뒤에 여학생들이 컵라면 하나씩 들고 섰다. 빤스 바람이 나를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둘을 보고 나니 확신이 생겼다.
여기서 정상인은 나랑 알바 밖에 없다는 걸. 근데 이상하게 얘가 멀쩡하다는 것을 아니까.. 갑자기 재밌는 생각이 드네.
씨익. 한 번 놀려 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