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화 〉망각 - 2 [친구등장]
“아하하하, 난 또 뭐라고.”
A의 옆에 앉아서 맥주잔을 들고 발랄하게 웃는 뉴 멤버. 이름은 이지현. 나이는 스물아홉. 지금까지 만난 여자들 중 최연장자.
첫 만남이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뭐, 이제 이런 갑작스러운 상황에 적응할 때쯤 됐으니까. 바로 드림창 켜서 우리가 하는 성적인 것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끔 만드는 것 정도야 일도 아니지.
일을 벌인 주희누나가 곧바로 미안하다고 턱에 붙은 정액을 닦아주었다. 다만 휴지가 아니라 자기 혀라는 게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손으로 막은 바람에 나의 거시기에 있는 무성한 털에 들어간 것 까지 먹으려고 해서 차마 그 짓은 못하게 막고 휴지로 닦아냈다. 대충 정리가 되니 메인인 회가 나와서 본격적인 회식을 시작한 상황.
“딱 봤을 때 무슨 생각 들었어?”
새로운 인원에 대해 궁금함이 생기는지 A가 물어본다. 처음 보는 여자한테도 이렇게 말 잘 꺼내는 걸 보니 이제 예전의 찐따 같은 모습은 사라진 것 같아.
“회식이라고 해서 기대하면서 딱 문을 열었는데.. 세상에.. 이게 뭐야..?”
그렇겠지. 처음엔 면접이었다가 나중에 회식으로 바꿨는데 오니까 한 놈이 좆까고 있고, 턱에 정액 묻히고 있으면 참 볼만하겠어.
뉴 멤버의 겉모습은 어깨 정도까지 내려오는 머리를 뒤로 살짝 묶어서 옆에서 볼 때 턱선이 돋보이고, 심플한 베이지색 반팔 라운드 니트에 다리 라인을 살려주는 깔끔한 스키니. 심플 그 자체지만 뭔가 유진이 떠오르는 듯한 여유로운 성인 여성만의 성숙미를 지닌 것 같다.
그리고 잘 웃어서 그런지 웃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흠, 괜찮네. 좋아좋아. 역시 이쁜 게 최고야. 몸매도 이제 보니까 옆에 있는 소연이한테 가슴도 안 밀릴 정도네.
“어... 진짜 머리가 하얗게 되면서.. 얘네 뭐지..? 무슨 짓을 하고 있었길래 저걸 까고 있지? 막 이런 생각?”
“막 돌아갈까 생각도 했어?”
“처음엔 그 생각도 들었는데, 점점 생각해보니까 뭐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닌 것 같더라고.”
그것은 나의 컨트롤 때문이지. 요새 점점 속도가 빨라지는 것 같아. 무심한 표정으로 주희를 보며 얘기한다.
“뭐 별거 안했긴 하지. 그쵸, 김주희씨?”
“아니.. 맛에 심취해서 빨다가 너무 깊숙이 넣어서 그래.”
“그거 혹시 내 것이 너무 크다는 얘기인가요?”
“아뇨. 그건 아닌데요.”
미안해하다가 급 정색하는 이 누나. 젠장. 그냥 넘어가주질 않네.
“자자, 그럼 새로운 멤버를 환영하며 한 잔씩 합시다.”
각자의 소주, 맥주잔이 가운데로 모인다. 뭐 섞인 것도 있지만 그건 그거대로 하자고.
“회식인데 구호 없어?”
“구호?”
뜬금없이 지현 누나가 묻는다. 어..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혹시 다른 애들은 있나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띠용? 하는 표정이다.
구호라.. 간단하게 합시다. 쓰윽 하고 빠르게 이 장소 드림창을 가져온다.
「내가 말하는 구호가 마음에 드는 정도」 - 9
“뭐, 간단하게 하시죠. 제가 섹스 섹스 하면 다 같이 보지털 하고 짠합시다.”
그 유명한 섹섹보. 뭔가 딱딱 떨어지는 느낌이라 머릿속에 떠오른 그대로 얘기했다.
풉. 그런데 A 새끼가 그대로 뿜어버리는 바람에 그 놈 잔이 흔들려서 먹음직한 회가 쌓인 위로 소주가 약간 흩뿌려진다. 회에다가 무슨 소독하냐.
끅끅 대면서 쪼개는 A를 무시하고 주위를 보니 다들 재밌다는 표정이다.
“어때? 괜찮으신가요?”
“뭔가 웃기긴 한데.. 괜찮은 것 같아.”
지현 누나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어? 그래? 진짜? 역시. 드림창. 너란 놈이란.
“자, 그럼 짠합시다. 섹스! 섹스!”
““보지털~””
그리고 소주를 쭈욱 들이켰는데, 막상 삼키고 나니까 나도 갑자기 웃음이 나온다. 씨발 이게 뭐야 엌ㅋㅋㅋㅋ시발 술자리 구호가 섹섹보야 미친 ㅋㅋㅋㅋ
웃는 거를 좀 자제하고 서연이가 싸주는 쌈 하나를 받아먹는다. 내가 마늘하고 고추 넣어서 싸달라고 했으니까. 으음.. 회 본연의 맛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역시 시작은 쌈이라니까. 근데 고추가 좀 맵네.
자, 일단 서류는 놓고 와도 된다고 했으니 이제 호구 조사를 시작해봐야지? 주희 누나는 안했지만.. 뭐 겸사겸사. 같이 물어보지 뭐. 이 곳 드림창 가져와서 질문에 관련된 내용을 추가한다.
「나와 A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하고 싶은 정도」 - 9
성적인 것은 이미 섹드립 추가되어 있으니 괜찮겠지.
“자, 그럼 기본적인 것은 알았으니 질문 좀 할게요.”
두어 번에 걸쳐 맥주잔을 깔끔하게 비워낸 지현이 회를 오물오물 씹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천천히 기다리다가 삼키는 걸 보고 질문을 시작한다.
“남친 있어요?”
“남친은 없어.”
“그럼 혹시 남편?”
“응.”
흐음. 두 번째 유부녀군. 반지랑 나이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은 갔어. 물론 그 나이에 안 갈수도 있지만 이런 여자를 누가 내버려 둘까? 싶으니까.
“남편한테는 뭐라고 하고 나왔어요?”
“친구들이랑 저녁 먹고 들어온다고 했지.”
“결혼한지는 얼마나?”
“작년 10월에 했으니까.. 10개월 정도 됐네.”
호오. 그러면 아직 신혼이라 볼 수 있나?
“남편 연세가?”
“오빠는 이제 서른.”
유진 누나도 그렇고 역시 연상남 연하녀가 많네.
“아이는?”
“아직 없어~”
“생각은 있어요?”
“생각이야 당연히 있는데, 우리가 좀 안정되고 갖자고 합의 봤거든.”
요새 애 키우는 데 돈이 어마어마하니까 보통 그렇겠지.
“남편 분은 뭐 하시는데?”
“오빠 여기 시청다녀. 공무원.”
“오.. 어떻게. 밤일은 괜찮으시고?”
“뭐.. 그럭저럭?”
그럭저럭이라고 하는 거 보니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나봐. 흠. 옆에 주희 누나가 소현 누나 맥주 잔 채워주는 걸 보면서 묻는다.
“그럼 누나는 무슨 일 하는데?”
“나? 나 학원에서 애들 가르치다가 요새는 쉬고 있지.”
“오.. 고등학생?”
“아니, 초딩애들. 근데 그것도 정식은 아니라 알바 수준이야. 몇 개월씩 돌아다녀.”
“애들 말 잘 들어?”
“잘 듣는 애들은 잘 듣고. 안 듣는 애들은 죽어라고 안 듣지. 진짜 내 자식 같았으면 그냥..”
약간 격해지시는 거 보니까 뭔가 한이 맺힌 것 같으신데.
어라? 내 자식?
호오.. 이거 조금 느낌오는데?
“누나 애들은 원래 좋아하는 편인가?”
“애들이야 좋아하긴 하는데. 말 안 듣는 남의 애들까지 좋아할 리가 없지.”
그건 그렇지.
“누나가 만약 애가 있다고 하면 모성애가 좀 강한 편일 거라고 생각해?”
“글쎄?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아마 그렇지 않을까?”
모성애라. 뭔가 느낌이 온다 이거. 잔을 들어서 서연이가 채워주는 소주를 받는다. 신혼에 모성애 강한 여성이라..
“또 뭔 생각하냐.”
A가 도중에 끼어든다. 내가 머리가 돌아가는 중이라는 걸 안 모양이다. 표정에서 드러나나? 대답하기 전에 드림창을 가져와서 추가한다.
「나와 A가 서로 대화하는 내용이 전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음」 - ON
이러면 우리의 직설적인 대화가 안 들리겠지.
“야. 내가 아까 새로 오면 니 하라고 했잖아.”
“그렇지.”
“바꾸자.”
“어? 갑자기 왜?”
“재밌는 거 떠올랐다.”
“또 뭔 재밌는 거? 아까 피곤하다며?”
“괜찮아. 그리고 이번에는 나 혼자 할 거야.”
“왜 나 빼먹냐? 그리고 나 이 누나 좀 맘에 드는데..”
“대신 얘네 줄게.”
서연이랑 주희 어깨에 양손을 올리면서 얘기한다. A의 눈이 커지면서 놀라는 건 당연하고.
“그럼 나 소연이까지 세 명 데려가라고?”
“어. 잠시만 기다려 봐라.”
소연, 서연, 주희. 세 명의 드림창을 가져와서 추가한다.
「A의 요구는 어떠한 것이라도 들어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정도」 - 10
「A와의 섹스로 흥분되고 느끼는 정도」 - 4
‘A를 제외하고 가장 기분 좋게 했던 섹스 기준 2’
“됐다. 설정해놨으니까 이제 밥 먹고 애들 데려가서 니가 원하는 거 다 시켜.”
“헐.. 진짜냐?”
입이 벌어지면서 내 옆에 있는 여자들을 둘러보는 A. 니 체력만 되면 다 하거라.
“갈 곳 있냐? 니 방 비어있어?”
“어..? 아, 아니. 룸메 형 있는데.”
“그럼 내 방 가라.”
“오? 진짜?”
“대신 뒤처리 깔끔하게 해놔라. 내일 이불 코인세탁소에서 돌려놓고 가. 오케이?”
“당연하지요 형님.”
좋아죽을 것 같은지 입이 쭉 찢어지는 것 같이 기쁨의 미소를 활짝 피워내는 A.
내가 요새 이런저런 여자애들 많이 만나봤지만. 여자가 많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닌 것 같아. 한 명만 제대로 골라도 충분히 재밌어.
“둘이서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해?”
여자들이 우리 얘기가 궁금한지 묻는다. 근데 이제 얘기 끝났으니 아까 추가한 내용 지우면서 능청스럽게 얘기한다.
“아니야. 일단 먹읍시다. 밥 먹고 섹스할 예정이니 술 너무 많이 마시면 안됩니다.”
“오 진짜? 그럼 사온 거 먹어야 되나?”
“사온 거?”
“그거.. 뭐라고 하더라.. 경구피임약? 그거 있잖아.”
“아. 그거 사놓은 거 깜빡했네.”
소연이의 말에 그제야생각이났다. 맞아. 샀었다가 당구장에서 좆같은 일 있어서 까먹고 있었지.
“근데 그거 언제 먹는 거냐?”
“거기 약국에 물어보니까 생리 시작할 때 먹어야 한다던데.”
“어? 니네 시작했어?”
“나? 나는 끝난 지 며칠 됐지.”
그렇군. 어.. 근데 잠깐만. 근데 이미 끝난 지 며칠 됐으면 생리가 문제가 아니라 배란일이 중요한 거 아니냐. 지금 가임기일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럼 지금 먹어도 효과 없는 거 아냐?”
“그렇네.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렇다.”
“... 그럼 왜 사왔냐.”
“오빠 돈이니까 사왔지.”
영악한년.
“나는 며칠 남았는데.”
“어. 나도.”
서연이랑 주희도 이렇게 얘기한다. 대충 얘기 들어보니까 지금 약이 필요한 시점은 아닌 것 같아.. A에게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 얘기한다.
“야. 갈 때 콘돔 사가라.”
“네.. 형..”
얘도 좀 기대했나봐. 우리는 정보가 부족하니 그냥 최대한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나는 예상일로는 내일 시작.”
어? 의외의 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돌려보니 지현 누나가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근데 왜 이렇게 멀쩡해 보여? 술 마셔도 돼?”
“글쎄? 나는 시작하기 전에는 괜찮던데.”
“그렇다면 내일이면은.. 오늘부터 먹어도 괜찮겠지?”
“그렇지 않을까?”
듣던 중 아주 반가운 소리야. A가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지만, 너는 이 세 명이라도 존나 감지덕지해야 하잖아.
좋아. 일단은.. 뭐. 밥 먹으러 왔으니까 즐겁게 밥은 먹읍시다. 다시 한 번 잔을 든다. 아, 술 적당히 마셔야지.
“자, 우리의 즐거운 섹스 라이프를 위하여.섹스! 섹스!”
“보지털~”
A 새끼는 차마 대답은 못하는지 존나 웃기 바쁘다. 근데 진짜 미친 것 같아 ㅋㅋㅋㅋㅋㅋ 나도 제정신이 아니야.
적당히 마시려고 한 번 꺾었다. 너무 취하면 안 되기도 하고, 요새 너무 자주마시는 것 같아서 자제 좀 해야지. 이번에는 주희가 먹여주는 쌈을 받아먹었는데.. 아니 시발 고추 왜 이렇게 매워 여기?
헥헥 대면서 회를 좋아하는 지 정말 맛있게 먹고 있는 시현 누나에게 얘기한다.
“하아.. 하아..누, 누나?”
“응?”
“남편분 사진 좀 보여줘.”
드림창 켜놓고 먹으면서 생각날 때마다 추가해야지. 누나가 휴대폰에 사진을 띄워 건네주기에 받는데, A가또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면서 얘기한다.
“야.”
“셔덥.”
“넵.”
들을 필요 없다. 휴대폰 받아서 사진을 보니.. 호오.. 꽤 훈남인데. 유진이랑 다르게 선남선녀 느낌이네.
“이름이 어떻게 되셔?”
“김$$.”
바로 드림창 띄워버린 후에 폰을 돌려준다. 자아, 일단 먹으면서 생각해보자.
그렇게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술은 최대한 자제했고, 지현 누나 역시 술은 취기가 올라오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마시게끔 했다. 나머지는 뭐, A가 알아서 하라 했고.
도중에 주희 누나의 노출 썰이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만들어서 즐거운 시간이 흘러갔는데...
갑자기 필름이 끊기듯이 기억이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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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여기가 어디지?
정신을 차려보니 어디 아파트 문 앞에 서 있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조차 제대로 기억이 안 난다. 앞에 있는 문도 낯설고, 주위를 둘러봐도 전혀 와본 적이 없는 곳이다. 내가 왜 여기 있지?
이제 보니 손에 뭔가 포스트잇이 하나 들려있다. 내용이 써져 있어서 확인을 해본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이게 무슨 소리야? 메멘토냐? 존나 뜬금없네. 이, 일단.. 방으로 돌아가야겠다.. 하는 생각에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려는데 띵동 하고 도착을 알리더니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그 안에서 사람이 한 명 나오는데, 키는 나보다 조금 작은 성숙한 느낌의 매력적인 여자다. 얼굴은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뭐지? 왠지 모르게 좀 친숙한 느낌이야.
그리고 그 사람과 눈이 마주친다. 그 지현이라는 여자는 나를 보더니 갑자기 정말 활짝 웃으면서 나에게 말한다.
“아들!”
... 뒤를 돌아봤다. 당연히 아무도 없었다. 설마..
나한테 말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