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화 〉망각 - 1 [친구등장]
“야야. 정신차려.”
“어..?”
잠깐 넋을 놓고 있었나보다. 나를 깨우는 A의 목소리에 문득 정신을 차려본다.
“뭐지? 나 순간 잠들었나?”
“이 새끼 밥 먹으러 와서 왜 그래?”
주위를 둘러본다. 여기가... 어... 메뉴판을 보니까 횟집인가? 룸이네 게다가.
“우리 회 먹으러 왔냐?”
“이 새끼 정신 나갔네. 니가 회 먹고 싶다매.”
“그랬냐..?”
머쓱한 표정으로 테이블을 보니 눈앞에 깔려있는 스끼다시가 꽤나 화려하다. 이제 보니까 평소 우리가 먹던 곳과는 다르게 주위 인테리어랑 테이블도 약간 때깔이좀 난다.
“여기 가격 좀 나갈 것 같은데.”
“내가 사는 거니까 걱정 말고 드세요.”
“로또 됐냐? 갑자기 뭔 회를 다사주고.”
“나 아니라 내가 아는 사람이 돼서 콩고물 좀 떨어졌다.”
허.. 운 좋은 새끼. 어떤 착한 사람이 돈을 뿌려줬나 보다. 근데 어우, 양이 엄청 많네. 이거저거 다 있는 거 보니까. 내가 좋아하는 멍게 하나 집어 먹으면서 물어본다. 음, 존나 바다향이 물씬 풍긴다.
“야, 근데 우리 둘만 먹는 거야? 뭐 이리 많아?”
“몇 명 더 오기로 했다.”
“어? 누구? B? C?”
“그거는 좀 있으면 알게 돼.”
그래 뭐. 내 돈도 아닌데 잘 먹으면 땡이지. 사람도 더 올 건데 우리가 왜 테이블 끝 쪽이 아니라 가운데에 앉아있나 싶기도 했지만, A가 소주 하나를 까는 모습을 보며 잔을 들며 잊어버린다.
내 잔이 채워진 후에 나역시 병을 뺏어 A의 잔을 채워주고 가볍게 부딪힌다. 쭈욱 들이키니 캬아 소리가 절로 나오는데 정작 A는 마시지도 않고 나를 보면서 재밌다는 듯이 웃고 있다.
“왜?”
“아니, 존나 웃겨서.”
“뭐가 웃긴데?”
“조금 있다가 깜짝 놀랄 니 얼굴이 상상되서.”
뭔 개소리야 이 새끼는. 이번에는 개불을 집어 오독오독 씹는다.
“온다는 애들은 언제 온다는데?”
“어.. 곧 있으면 올 걸?”
휴대폰을 들어서 시간을 확인한 A가 대답하면서 다시 잔을 채워준다. 으흐흐. 해산물이랑 마시면 술이 술술 들어가지. 첫 잔 마신지 얼마 되지도 않아 바로 두 번째 잔을 마시려고 하는데..
“오, 온 거 같은데.”
뭔가 밖에서 이쪽으로 오는 것 같은 인기척이 들린다. 누구지? 일단 A가 부른 거니까 여자는 아닐 거라고 확신할 수 있지.
들어오는 사람을 맞이하기 전에 일단 잔을 들었으니 비워야지 쭈욱 들이키는 와중에 문이 열렸다.
“큽.. 쿨럭..”
와씨.. 순간 뱉을 뻔 했다. 존나 간신히 뱉는 건 참아내니 사래가 들려서 기침이 나온다.
“너 뭐하냐?”
술 마시다가사래 걸려서 고통스럽게 기침하는 나를 어이없게 쳐다보는 A. 시발 내가 더 어이없다.
여자였다. 그것도 엄청 예쁜 여자들. 이 사실을 믿기가 참 어려웠다. 평소에 A 새끼 여자여자 노래를 불러도 막상 아는 여자애도 없는 새끼가 술 먹는데 여자애들을 부르네.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콜록..”
뒤늦게 자리에서 일어나서 인사를 받아준다. 뭐야, 처음 보는 여자들인데. 내가 안쪽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비켜줘야 하나.. 어떻게 하지?
“어. 일단 앉자.”
A가 능숙하게 여자애들을 자리에 앉힌다. 뭐지? 이런 애들을 어떻게 쟤가 알고 있는 거냐. 그것도 평소에 말도 못 붙이던 저놈이?
일단 총 세 명의 여자가 들어왔긴 한데..왜 A 옆에 한 명이 앉는데 왜 내 양 옆에 한명씩 앉는 거냐. 순간 등허리에 바짝 힘이 들어가면서 긴장이 되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내 옆에 앉은 한 명의 복장이 너무 대담하다. 순간 속옷만 입고 온 줄 알았잖아.. 몸매도 좋으신데 어우. 순간 아래쪽으로 감상하다가 눈이 마주쳐서 당황한 상태였는데,웃으면서 먼저 인사해주신다.
“안녕하세요?”
“아. 네.. 아, 안녕하세요.”
멋쩍게 인사를 나누고, 반대쪽에 목에 초커가 있는 여성분이랑도 가볍게 목례를 나눴다. 우리 언제 여자들이랑 술먹어보냐 하면서 꼬추들끼리 서로 위로하기 바빴는데 이런 날도 오는 구나.
존나 낯선 환경이라 긴장된 상태에서 물이나 찔끔찔끔 마시고 있으니, A가 존나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나를 보며 쪼개고 있다. 시발, 뭐가 웃기냐고 한 마디 하고 싶은데 일단은 가만히 있어야지..
“아, 일단 소개해줘야지.”
존나 웃다가 크흠하면서 목을 가다듬은 A가 얘기한다.
“여기는 내 친구 박@@. 그리고 내 옆에 있는 얘는 김소연. 스물 둘이고.”
민소매 입은 그녀랑 가볍게 목례한다. 어우, 미드 봐.. 미친..
“그리고 네 옆에 얘는 송서연. 스물 하나. 그리고 반대쪽은 김주희 누나. 우리보다 한 살 많다.”
다 좋은데 왜 이렇게 양쪽에 끼고 먹는 거냐. 존나 긴장되서 함부로 젓가락도 못 들겟다 시발.. 인사할 때만 고개를 돌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접시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럼 오빠라고 부를게요.”
옆에서 서연이? 라고 했던 애가 뭔가 친근하게 얘기를 건네준다. 오.. 오빠? 존나 기분 좋은 단어네..
“아, 네.. 그, 그러세요..”
“왜 이렇게 딱딱하게 대하냐? 편하게 해.”
A가 존나 자연스럽게 옆에 있는 빈 잔을 돌리고 잔을 채우면서 말한다. 너.. 내가 알던 놈 맞냐.. 뭐 이리 자연스럽지?
“난 원래부터 그럴 생각이었는데.”
그러더니 갑자기 내 팔을 붙들고 뭔가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져서 휙 고개를 돌려보니, 그 주희라는 누나가 내 팔을 잡아 당겨서 자기 가슴 사이에 꾹 누르는 것이 아닌가.
풉. 아무것도 안 마시고 있었는데 그냥 뿜어버렸다. 뭐 따로 튀어나온것은 없지만.. 존나 헛기침이 절로 나올 정도의 파괴력.
이 갑작스러운 행동에몸이 말 그대로 굳어버려서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뭐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원래 다들 이렇게 개방적인가?
“그럼 나도 그러지 뭐.”
그러더니 이번에는 반대쪽 팔도 뭔가 끌어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그 잠깐 사이에 누나가 끌어당긴 팔도 살짝 움직이면서 부드러운 감촉이 살짝 느껴져서 매우 좋았긴 한데, 당겨진 서연이 쪽을 쳐다보니 이번엔 서연이도 내 팔에 팔짱을 끼면서 가슴을 꾸욱 누르는 것이 아닌가.
입이 절로 크게 벌어진다. 머리에 존나 피가 쏠리는 것 같다. 뭐야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은. 이 당돌한 행동들에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 시선을 어따 둬야 하는지 조차 몰라서 A한테 도움을 청하려고 쳐다보니 정작 이 새끼는 테이블에 고개 쳐박고 존나 끅끅 대면서 웃고 있다.
설마 이 새끼가 나 놀려먹으려고 이렇게 만든 건가?
“저.. 저기.. 두, 두 분..”
편하게 하라고 해도 이런 식으로 나오는 데 어떻게 편하게 말을 할 수 있겠나.
“그.. A가 시킨 거면.. 그, 그만해주세요..”
내 인생 최대의용기 중 하나였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천국이 따로 없겠지만.. 더 이상 놀림감으로 전락해 버리는 것은 스스로에게 창피하니까.
“이 정도 스킨쉽은 원래 당연한 건데?”
이런 터무니없는 말을 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주희 누나가 내 팔에 자기 가슴을 꾸욱 누르는 채로 내 손을 만지작거린다. 허어어어 시발.. 존나 빳빳할 정도로 섰다.
“긴장한 거 보니까.. 혹시 아다야?”
양 팔에 느껴지는 젖탱이 감촉을 만끽하다가 들린 그 소리에 퍼뜩 정신이 든다. 이렇게 다이렉트로 직구를 꽂으시네. 약간 가슴이 아파온다.
“그.. 그게..”
쉽사리 대답을 못한다. 내가 아다라는 사실을 숨긴 적은 없지만 이렇게 직설적으로 물어보면 대답하기가 조금.. 흥분과 창피함이 섞여 빨개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옆에서 지켜보던 서연이 내 귀에 끈적하게 속삭인다.
“오빠, 그럼 내가 떼줄까?”
히이익. 등줄기에 소름이 타고 흘렀다. 항상 듣고 싶었던 메시지를 이렇게 듣는 날이 진짜 오니까 머릿속이 새하얗게 돼버리는 것 같아.
이 어마어마한 상황에 어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불안한 시선으로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주희 누나가 내 손을 붙잡고 그대로 팔을 접게 만들더니 자기 가슴에 내 손을 갖다 대도록 만든다. 순간 입이 쩌어억 벌어지는데 누나가 매혹적인 눈으로 나를 보며 얘기한다.
“아니면 나도 괜찮아.”
순간 너무 소름이 끼칠 정도로 놀라서 양쪽 팔을 그대로 내 몸으로 당겨서 뺐다. 어우씨 뭐야 이거.
나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약간 당황한 것처럼 보이던 두 사람이 갑자기 웃음을 터트린다. 아니, 정확히는 거기서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재밌다는 듯이 빵 터져서웃고 있었다. 뭐.. 뭔가 내가 바보가 된 것 같아서수치심까지 드는 것 같았다.
“나.. 나 갈게.”
여기는 내가 있을만한 곳이 아닌 것 같아. 너무 갑작스럽게 벌어지는 이 행동들에 적응을 못하겠어. 몸을 일으키려고 하니 웃음이 가득한 와중에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아.. 진짜.. 이 오빠 연기 너무 잘해.”
어? 뭐지? 나한테 하는 얘기인가? 슬쩍 그 얘기를 한 A옆에 있는 소연? 이라는 애를 보면서묻는다.
“그거.. 나 말하는 거에요?”
“와, 능청스러운 거봐. 진짜 잘한다 오빠.”
뭐야? 뭔 소리하는 거야? 내가 무슨 연기를 하고 있다는..
“이쯤이면 된 것 같은데.”
갑자기 내 생각을 멈추는 듯한 A의 말. 얘는 또 무슨 말이야 도대체?
“이제 돌아갈 때가 됐다.”
“아까부터 뭔 소리하는 거냐 너는.”
A가 나를 보면서 씨익 웃는다.
“순수했던 그 때로.”
순간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 정말 짧은 시간에 뭔가 가득 흘러들어와. 머리를 가볍게 털어내며 정신을 차리니.. 와우.
“어땠냐?”
A의 물음에 자연스럽게 대답이 나온다.
“개쩔었다.”
이제 모든 기억이 되돌아왔다. 저녁 먹기 전에 한 번 테스트해본 기억조작. 효과는 정말로 대단했다. 정말 처음 겪어보는 것처럼 모든 감각이 낯설어서 흥분됐으니까.
한 번 기억을 지워버리면 어떤 감정이 남는가. 어떤 기분인가 테스트를 해본 것이다. 물론 당시에는 진짜인줄 알고 당황하지만 기억이 돌아오면 그 당시의 진지한 감정이 모두 밀려들어오는 기분이라 꽤나 괜찮다.
특히, 점점 성적 자극에 무덤덤해지고 무감각해져가는 상황에도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는 점. 뭐, 여자애들한테는 연기라고 대충 둘러댔지만.
다만 기억에 관련된 내용이라 정말 큰일 날 수 있으니 안전하게 A에게 나의 기억을 돌아올 수 있게 만드는 키워드를 알려준 것이다.
다시 제대로 자리에 앉으니 아까처럼 팔을 잡아당기면서 가슴을 밀착시키는 두 사람. 훗, 가소롭다는 듯이 웃어준다.
“이제 연기 끝나서 안 통해.”
“아.. 뭐야.. 아까 진짜 실감나게 잘 했는데.”
오늘은 이제 피곤해. 진짜 오늘 참 많은 일이 일어났거든. 마치 소설로 따지면 10편이상 쓸 수 있을 정도로.. 그것도 한 발도 안 빼고 말야. 물론 도중에 귀찮아서 좀 놀긴 했지만.
“이제 그냥 평범하게 하자. 존나 귀찮다.”
“하긴 오늘 뭐 이것저것 많이 했지?”
이제 그냥 맘 편히 하고 싶어. 여기 있는 세 명의 드림창을 켜서 내용을 추가한다.
「나와 A가 요구하는 성적 행위를 즐겁고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정도」 - 9
「나와 A의 좆과 정액이 너무나 맛있고 달콤하다고 생각하는 정도」 - 9
그리고 나의 바지를 풀러서 내리고, 빤쓰까지 같이 내려버린 뒤에 내 양 옆에서 거시기에 시선을 계속 주던 그녀들에게 묻는다.
“빠실 분?”
“저요!”
엄청나게 빠른 반응으로 손을 올린 서연이랑 아예 손도 안 들고 바로 거시기를 입에 넣은 주희. 으음, 좆에 느껴지는 축축하고 따뜻한 이 느낌.
“아,언니 뭐야!”
좆대가리까지 쭈욱 빨아올리며 맛을 보던 주희가 쪽! 하고 거시기에서 입을 떼더니, 기분 좋게 미소를 지어주고 난 뒤에 바로 다시 입에 문다.
뭔가 분해보이는 서연이를 팔로 끌어안아서 가슴을 움켜쥔다. 흐음.. 역시 심플 이즈 베스트야. 나의 모습을 본 A도 서연이랑 알콩달콩 스킨쉽을 시작하려는 지, 자기 옆으로 바짝 붙여서 앉히고 어깨를 감싸 쥐며 얘기한다.
“근데 우리 내일도 해야 되지 않냐?”
“하.. 내일..”
그러네. 이거 생각보다 엄청 귀찮네. 물론 막상 가면 또 모르지만.. 에휴.
“내일 취소하자.”
“어? 남은 사람들은?”
“그냥 다 합격시키고 단톡방에 넣어놔. 심심하면 부르지 뭐.”
“나야 좋긴 한데.. 아, 지금 한명 더 오고 있다.”
아참. 저녁에 한 명 더 있다고 했지. 그 사람은 얘 주지 뭐.
“여기로 오라고 하고 걔는 너 해.”
“와.. 시발 존나 멋진 말이다. 너 하라니.”
한 손은 소연이 가슴위에 놓고 다른 한 손으로는 카톡하느라 폰을 두드리는 A. 얘도 많이 익숙해졌나보다. 오우, 근데 아까부터 주희 누나 빠는 게 예사롭지 않은데? 아무리 한 번도 안 쌌다지만 혀놀림이.. 호오..
으어어. 드디어 감격의 오늘 첫 사정이 시작될 것 같다. 서있던 시간은 오래인데 싼 적이 없어서 그런가 빠르게 사정감이 몰려온다. 이번에는 묘사할 시간도없이 너무 빨랐다. 짜릿한 쾌감이 머리를 때리니.. 마치 더위로 지친 몸에 시원한 맥주를 들이붓는 듯한 상쾌한 오르가즘이 오고 있었다.
근데 예상외에 일이 벌어진다. 당연히 입으로 다 받아낼 줄 알았던 주희가 갑자기 사래가 들렸는지 급하게 좆에서 입을 떼고 기침을 하는 것이다. 어..? 거기서 그렇게 떼버리면..
한 손으로 막아보려다가 첫 발은 놓쳐버렸다. 좆에서 힘차게 발사된 정액이 내 턱을 때려버리고 아래로 조용히 흐르는데.. 아.. 이거 참.. 기분이..
다행히 두 번째부터는 손으로 막아서 튀지는 않았지만 이미 손이랑 거시기 주변이 끈적한 정액으로 뭔가 기분이 영.. 좋지 않은데 갑자기 우리 룸 문이 열린다. 그리고 반갑게 들어오는 한 명의 여성.
“안녕하세......요?”
아, 오늘 진짜 왜 이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