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화 〉벌칙 - 4 [친구등장]
“야, 시작해도 되냐?”
“어, 시작하자.”
나의 말에 세팅해 놓은 트라이앵글을 들고 반대편으로 이동하는 A. 이제 대충 시작해보자고.
“내가 깬다?”
“그러셔.”
자세 잡고 흰 공으로 브레이킹 샷을 날리는 A. 깔끔하게 공과 공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각각 퍼져나가는 공들을 눈으로 쫓고 있으니 서연이가약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는다.
“진짜 벗길 건 아니지?”
“어.. 니 실력에 달렸지.”
찡긋. 가볍게 윙크해주는데 반응이 영 별로네. 음, 뭐 해보면 느낌 올 거야.
그리고 대충 공의 움직임이 멈추고 나서 전체를 한 번 쓱 훑어보니 오우, 흰 공 바로 앞에 정말 먹음직스러운 위치에 있는 공이 보인다. 이거는 뭐 초등학생도 넣을 수준인데. 딱 재밌어 보이는데 눈치 없게 A가 바로 자세를 잡는다.
“나 먼저 한다.”
“야야, 잠시만.”
허리 숙여서 대충 자세 잡았던 A의 몸을 일으키면서 얘기한다.
“소연이 시켜라.”
“어? 왜?”
“저거 존나 쉽잖아. 재밌는 거 보여줄게.”
“무슨 재밌는 거?”
“보면 바로 알 거다. 그리고 니가 자세 좀 잡고 제대로 넣게 해줘. 당연히 어디든 터치 가능.”
“개꿀이네 씨발. 바로 한다.”
그리고 A가 손짓으로 옆에 있는 서연을 자기 자리로 부른다. 큐대 들고 천천히 다가오는 그녀.
“어? 왜?”
“너 먼저 해. 진짜 거저먹는 거야.”
자리로 온 서연의 어깨를 잡고 서 있던 자리에서 비켜서 그녀를 세우는 A. 그리고 한 쪽으로는 어깨를 살며시 누르면서 다른 한 쪽으로는 허리를 감싸서 뒤로 엉덩이를 쭉 빼게 한다.
“자, 저거 흰 공이랑 저거 빨간색 줄무늬 보이지?”
“어. 저거는 쉽겠다.”
“되게 간단해. 허리를 숙여서 공 봤을 때, 저 공이 흰 공에 가려져서 안 보이는 자리에 서서 그냥 가운데만 가볍게 맞춰.”
“오케이.”
그리고 자세를 잡아 탐스러운 엉덩이를 과시하는 그녀. 약간 아쉽지만 남자들 있는 반대쪽이라 엉덩이는 나만 감상중이다. 다들 보면 눈 돌아가겠군.
“어어, 거기. 딱이다.”
A가 엉덩이에 손을 올려서 세밀하게 조절해준다. 뭐, 굳이 그 정도까지 필요하진 않을 건데 일부러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천천히 큐대를 손가락 사이에 넣었다 빼면서 조준하는 그녀.
딱!
가볍게 큐대가 공을 때리는 소리가 나고 흰 공은 그대로 쭈욱 앞으로 가서 앞에 있는 공을 쳐서 그대로 구멍에 넣는다.
“오..흐읏!!”
자신의 솜씨에 감탄하던 소연이 갑자기 한 손을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 갖다 대며 그대로 주저앉는다. 다행히 큐대는 쓰러지지 않고 그대로 한 손으로 쥐고 있었다. 와우, 대단하네.
약간 놀란 것 같이 커진 눈으로 바라보던 A가 그대로 나를 보더니 검지로 나랑 소연을 번갈아가면서 가리킨다. 고개를 끄덕여주니 펼쳐진 손가락이 검지에서 엄지로 바뀐다. 뭐, 이런 걸 가지고.. 헤헿.
그녀의 갑작스러운 신음에 놀란 건 우리뿐만이 아니었다. 거기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쏠린 것은 당연한 일.
“뭐야..? 언니 무슨 일이야?”
주저앉은 그녀에게 다가간 건 서연 한 명뿐이었다. 어라, 이렇게 보니까 뭔가 우리가 너무 매정한 것 같기도.
“하아.. 모, 모르겠어.. 갑자기..”
아, 그렇구나.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의심을 살만하겠다. 이것도 추가해놔야지. 세 명드림창 가져와서 내용을 더 추가한다.
「포켓볼에서 여성이 공을 쳐서 넣을 때 쾌감을 느끼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정도」 - 9
“왜 그래? 포켓볼 하면서 느끼는 거 당연한 거잖아.”
능청스럽게 얘기해준다. 옆에A는 살짝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가 바로 표정관리 들어가는 게 슬쩍 보였다.
“아.. 나 포켓볼 처음이라..”
“뭐야, 깜짝 놀랐잖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소연을 일으켜주는 서연. 이런 비일상적인 모습이 꿀잼 아니겠습니까. 상기된 표정으로 몸을 일으키는 소연을 보며 한 마디 해주는 주희.
“나도 해보고 싶다..”
그런 비일상 속에서 이런 예기치 못한 비일상적인 대화를 듣는 게 또 꿀잼 아니겠습니까.
“일단 넣었으니 다음으로 넘어가게 얼른 키스나 하세요.”
A를 슬쩍 소연에게 밀면서 얘기한다. 이 새끼는 그제야 생각난듯, 크으.. 감탄사를 내뱉더니 나에게 작게 한 마디 한다.
“씨예씨예 따거.”
무함마드 이 새끼 이거 봐라. 앗살라말라이쿰이다 임마. 그리고 이 놈은 소연의 앞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순간적으로 충격이 컸던지 아직도 숨을 가볍게 헐떡이는 그녀였다.
“하아.. 아까 키스 어떻게 하라고 했지?”
“그건 하는 사람 마음입니당.”
나의 말에 대충 고개를 끄덕인 소연이 큐대를 들고 있지 않은 손으로 A의 뒷목을 감싸서 그대로 끌어당긴다. 그리고 입을 맞추고 입을 벌려 A의 아랫입술을 가볍게 빨아들이며 두 사람의 얼굴이떨어진다. 오우야 박력보소. 오우야 오우야.
“이것도 한 걸로 쳐줘?”
“어..? 어어. 그럼.”
정말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주 자극적이었어. A를 놓아주고 다시 당구대로 눈을 돌리는 소연. A는 천천히 나의 옆으로 돌아와서 나지막히 얘기한다.
“야..”
“왜.”
“나.. 지금 뭔가..”
“아 쫌 새끼야.”
“아직 얘기도 안했는데?”
“뭐 사랑에 빠졌다던가, 운명을 느꼈다던가. 그런 개소리 하지 마라.”
“가능성은 그래도 있어 보이지 않냐?”
개소리를 듣고 있으니 소연이 날카로운 눈으로 다음 샷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상체를 숙이고 엉덩이를 쭉 빼서 조준을 하고 있으니, 그 튼실한 엉덩이로 남자들의 시선이 쏠리는 게 보인다.
그리고 딱 소리와 함께 힘차게 뻗어나간 공은 여러 공들을 튕기며 맞췄지만 들어간 공은 하나도 없었다. 음, 그럼 그렇지.
“야, 개소리 말고 가서 엉덩이나 때려줘라.”
“어? 아아..”
큐대를 양손으로 움켜쥐고 다소 침울한 모습으로 보이던 소연의 엉덩이를 짝! 소리 날 정도로 때리는 A. 그리고 아까 넣을 때처럼 크게 흐윽! 소리를 내는 그녀. 아무리 봐도 좀 쎈 거 같은데 저거.
“오.. 오빠.. 조금 살살..”
“어? 어어.. 미안.”
힘 조절도 제대로 못 하냐. 자, 그럼 이제 우리 차례니까 시작해볼까!
하고 활기차게 시작했던 것도 예전이다.
정말.. 우리는 포켓볼에 재능이 없나보다.
세 차례가 도는 동안 들어간 공이 하나도 없었다. 말도 안 되는 현실이야. 사실 나랑 A도 당구 존나 못 치긴 하지만 아까부터 공 끗발이 개끗발이다. 대충이라도 때려 넣을 각이 안 보인다. 여자애들 실력도 터무니가 없었다. 덕분에 엉덩이는 찰지게 많이 때렸지만..
근데 여자들 눈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게 보인다. 하긴, 내가 때릴 때마다 승부욕 증가시켰잖아.
“야, 이거 오늘 내로 끝나긴 하냐?”
처음엔 재밌다는 듯이 참여했던 A도 살짝 걱정된다는 듯이 얘기한다. 흐음.. 안되겠어. 룰을 좀 변경해야겠어. 진짜 포켓볼 치러 온 거 아니잖아. 돌아온 내 차례에 잠시 멈추고 세 명 드림창을 가져와서 하나 추가한다.
「내가 어떻게 포켓볼 공을 움직여도 전혀 상관하지 않고 당연하게 여기는 정도」 - 9
“자자, 이거 게임이 너무 루즈해지는 것 같으니 변경을 좀 하겠습니다.”
나의 말에 세 여성들의 날카로운 시선이 나에게 꽂힌다. 어우, 얘네 너무 진지하다 야..
“이제부터 하나 들어갈 때마다 벌칙게임 하나씩 하겠습니다.”
핵심은 벌칙이잖아. 포켓볼이 아니라고.
아까 소연이가 줄무늬를 넣었으니 나는 당연히 민무늬. 흰 공이랑 빨간색 공을 하나 집어서 구멍 바로앞에 일직선으로 놓는다.
“야 뭐하냐?”
당연히 A한테서 클레임이 들어오지. 하지만 상관없어. 괜히 태클거는 이 놈을 가리키면서 말한다.
“아저씨. 우리한테 중요한 게 뭐라고?”
내 말을 들은 녀석이 뭔가 미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내가 몸을 숙여서 큐대로 조준하는 데.. 진짜 존나 이거 못 넣으면 나는 병신이 맞습니다! 할 정도로 거저주는 공.
두어 번 큐대를 넣었다 빼며 조준한 다음에 가볍게 딱 소리를 내면서 공을 친다. 그리고 너무나 쉽게 구멍으로 쏙 들어가는 빨간 민무늬 공.
휴우.. 시발 살짝 쫄렸어. 이러고도 못 넣으면 개찐따처럼 보이잖아? 가볍게 가슴을 쓸어내리는 데 뒤에서 짝! 소리가 들린다.
뭐지? 하고 보니 서연이랑 주희 누나가 서로 하이파이브를 한 것처럼 두 사람의 맞댄 손이 떨어지고 있었다.
“뭐야. 왜 둘이 더 좋아해?”
“뭔 소리야. 우리 팀이 이겨야지.”
아! 승부욕. 이거 승부욕이 개인이 아니라 팀게임에서는 팀으로 작용하는 구나.
“넣었으니까 이리와.”
다소 신난 것처럼 보이는 누나가 손을 까딱까딱한다. 왠지 이거 입장이 역전된 것 같은데.
내가 다소 주춤거리니 그 사이를 못 참고 누나가 다가와서 양손으로 목뒤를 확 잡아채서 그대로 입술박치기를 시전한다. 쭈욱. 쪼옥이 아니라 쭈욱이다. 왜냐면 내 입술이 누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거든.
그리고 쓱 고개를 떼니 관능적인 눈빛으로 반들해진 입술을 혀로 쓱 핥는 모습. 어우야. 역전당해도 좋아.
“아까 키스는 한 명만 이랬나?”
“어? 어어어.”
그 사이에 옆으로 온 서연이가 물었다. 어.. 아까 한 명이라고 했던 것 같거든. 두 명도 좋지만 뭐 상관있나.
“자, 그럼 벌칙은 어떤 걸로 하시게?”
서연이에 말에 잠깐 나갔던 정신이 돌아온다. 아, 벌칙. 흐흐흐. 벌칙 너무 좋아.
“자, 벌칙 시키겠습니다.”
약간 화가 나보이는 듯한 소연과 옆에서 두근거리는 모습으로 기대하는 A. 둘이 너무 상반되는 거 아니냐 이거.
“소연님 속옷빼고 다 벗으세요. 아, 양말 제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