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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4화 〉벌칙 - 2 [친구등장] (64/132)



〈 64화 〉벌칙 - 2 [친구등장]

“그래서 그 벌칙이란 게 뭔데.”

밥 먹고 커피 한 잔 하러 왔다. 여윽씨 디저트는 태운 콩가루즙 아닙니까. 달달한 거 팍팍 넣어서. 여자애들은 둘이서 커피 받으러 잠시 내려갔다.

“내가 너무 일방적으로 생각한 것 같아.”
“뭐가?”
“나는 MC는 무조건 상식 변환해서 뭔가 비현실적인 상황을 당연한 것으로 만드는 게 최고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꼭 그렇게만 놀아야 하는 게 아니더라고.”

A가 약간 아리송한 표정으로 묻는다.

“그럼 어쩌게?”
“이제 그거야. 남들 시선을좀 즐길 수 있다는 거.”
“이 새끼 어제부터 노출노출 하더니 설마..”
“아니 병신아. 좀 들어보라고. 하기 싫냐?”
“이거 점점 협박하는  봐라. 아니요? 하고 싶은데요?”
“그럼 조용히 들어봐라.”
“넹.”

틱틱대면서 말은 잘 듣는 놈. 이거 데리고 다니니 재밌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자, 생각을 해 봐.”
“하고 있는데요.”
“아니 좀 시발.. 아무튼 자. 우리가 밖에서 술 먹을 때를 생각해봐. 우리가 존나 왁자지껄하면서 마시면서 놀다가 갑자기..”
“갑자기?”
“존나 개쩌는 여자가  옆을 지나가는 거야. 존나 꼴릿하게 입고. 그럼 무슨 일이 일어나지?”
“조용해지지.”
“그리고 지나가고 나면?”
“우와 시발 개쩔었다. 봤냐? 봤냐? 그러고 있겠지?”
“근데 거기서 하나를 더 추가하는 거야.”
“뭐를?”

드르륵. 의자를 조금 앞당기고 몸을 숙이면서 얘기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여자가 존나 쌔끈하게 걸어오는 거지. 도도하고 시크하게.”
“그리고?”
“그리고... 걸어오다가 우리 테이블에 앉는 거야.”
“.... 오!”
“뭔가 느낌 오냐?”
“조금..?”

흠.. 비유가 조금 별로였나?

“여기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감정이란 뭘까?”
“... 꼴림?”
“그거 말고.”
“... 기분 좋음?”
“음.. 단어 다른 거 생각나는 거 없냐?”
“... 우월감?”
“그래, 그거.”

우월감. 얼마나 좋은 단어냐. 나랑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단어가 지금 나를 만드는 단어라고 여겨도  정도야. 크으.. 나도  많이 성장했구나. 이것도  능력이지. 음. 진짜 ‘능력’.

그리고 이쪽으로 다가오는 두 사람이 보여 시선을 돌리니, 우월감을 나타낼 수 있는 존재들이 커피를 쟁반에 들고 이쪽으로 오는 게 보인다. 그 애들을 가리키면서 묻는다.

“봐라. 저기 커피 들고 오는 쟤네. 어떠냐?”
“어? ....아!”

A가 몸을 돌려서 가리킨 쪽을 보더니 깨달음을 얻은 모양이다.

얼굴에 바로 눈이 가는 두 명의 여자가 걸어오는 걸 보고 있으니, 옆에 사람들이 힐끗힐끗 시선이 가는 모습. 그리고 애들이 지나가면 뭔가 갑자기 호들갑스럽게 얘기를 시작하는 사람들.

이런 모습들을 보는 것만으로 우월감에 빠질 수 있어. 왜냐?

“갑자기 왜 우리한테 손가락질이야?”

나한테 오는 거거든.

“아냐, 이쁘다고.”
“뭔 소리야 뜬금없이.”

커피를 들고 온 소연이 A의 옆에, 서연이 내 옆에 앉는다. 오전부터 같이 봐왔고 야시시한 일도 하고 밥도 같이 먹었는데 시선이 계속 쏠리는 애들이잖아. 손가락을 튕기면서 A를 가리킨다.

“이해 갔냐?”
“어. 갔다.”
“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 아까부터.”

소연이 커피를 나눠주면서 묻는다. 어차피 도중에 나갈거라 테이크아웃으로 가져왔다.

“아냐, 어디 갈지나 정해보자.”
“오빠만 얘기 안했잖아.”
“흐음.. 글쎄... 나는 일단 사람 많은 곳이 좋은데..”
“우리끼리 놀 건데 사람 많은 곳을 왜 이렇게 좋아해?”
왜냐고? 그곳에 시선이 많잖아.

“그냥 뭐.. 시끌벅적하게 노는 것도 나쁘지 않아서.”
“평일 대낮에 사람 많은  찾는 거 자체가..”

그것도 그렇지. 아! 하나 더 생각났다.

“야, 하나 더 중요한 거 생각났다.”
“뭔데?”
“아니, 니들 말고 A한테.”

시원한 아메리카노 쪼오옥 빨아드시던 A가 나를 보며 눈을 치켜뜬다.

“뭔 얘기?”
“시선을 끌려면 제대로 필요한 게 하나 더 있지.”
“뭔데.”
“복장.”
“복장?”

옆에서 우리 얘기 가만히 듣고만 있는 애들을 가리키면서 얘기한다.

“봐봐. 얘네 얼굴도 이쁘고, 몸매도 괜찮아.  상태로만 봐도 존나 좋긴 하지.”
“근데?”
“근데 생각해봐. 봐봐. 소연이 여기에.”

몸을 앞으로 숙여서 소연의 가슴 위쪽 부분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톡톡 치면서 얘기한다. 이렇게 만져도 바디터치는 아무 상관없지.

“여기가 뚫려있어봐. 어떨 것 같냐?”
“호오..”
“존나 야해.”

서연이가 대신 대답해준다. 그래 고맙구나.

“몸매가 좋으면 모든 게 좋지. 근데 거기다 존나 복장까지 갖춰 입으면?”
“어마어마하지. 아, 그 때. 저번에 그거 앞치마.”
“그렇지. 이제 슬슬 복장을 갖출 때가 된 것 같다.”

다시 몸을 뒤로 빼면서 묻는다.

“야, 소연아. 너 그런 옷 있냐?”
“여기 파인 거?”
“그런 것도 좋고. 아니면몸매 되게 부각 되는 옷.”
“있기야 하지. 근데 사놓고   입어.”
“왜?”
“왜긴 왜야. 너무 대놓고 보는 사람도 많고, 이상한 놈들 꼬여서 그렇지.”

흠, 그때 민주 누나랑은 다르네.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 옆에 있는 서연이한테도 묻는다.

“너는?”
“나는.. 뭐.. 저 정도는 안 돼서..”

슬쩍 한 모금 마시고 있는 소연의 몸을 훑으면서 조금 주눅 드는 그녀. 그 말을 듣고 한쪽 팔을 테이블에 올리고 주먹에 턱을 얹어서 서연의 몸을 노골적으로 쭉 훑어본다.

“어.....”

이 정도도 나쁘진 않은데. 흐음.. 뭐, 니가 그렇다면야.

“어..... 그래. 힘내라.”

푸웁. 뜬금없이 소연이 고개를 돌려서 벽에다가 마시던 커피를 뿌린다. 뭐야 엄청 뜬금없네.

“커흑.. 하아..”
“... 너 이런 개그 좋아하니?”

이런 거 좋아하는 애는 처음 보네. 급하게 휴지로 입가를 닦아내는 그녀. 어라? 이것도 의외로 괜찮네. 이쁜 애가 나의 어이없는 개그에 빵 터져주는 것도. 뭔가 뿌듯해.

어?

뜬금없이 터진다? 원래 안 터지는 게 맞는데?

어? 어라? 느낌 오는데?

오묘한 눈치로 입가를 닦아내는소연을 보던 A를 툭툭 치면서 얘기한다.

“야, 느낌 왔다.”
“뭔 느낌?”
“오후에  거 느낌 왔다고.”
“뭔데?”
“이따 알려줌.”
“그럴 거면 왜 얘기했냐?” “너 궁금하라고.”
“씹새끼네 진짜.”

쪼로록. 달달하게  모금 한 다음에 다시 얘기한다.

“야야.”
“왜 또.”
“걔 아직 안 나왔지?”
“누구. 데리러 가는 애?”
“어. 걔 이름 뭐냐.”
“걔? 김주희인가? 어... 맞네.”

휴대폰 한 번 확인한 A가 대답해준다.

“야, 걔한테 카톡해라.”
“뭐라고?”
“몸매가 좀 부각되게.. 노출 좀 있게 입고 나오라고.”
“... 남들 눈은 어쩌려고.”
“어차피 스케일 커졌는데 조금 더 손대지 뭐.”
“어떻게?”
“우리 빼고 별로 안 대담하게 보면 되지. 사진 보여줘 봐.”
“오호..”

A가 휴대폰을 돌려 사진을 보여준다. 호오.. 눈이 똘망똘망하네. 여기 애들 보면 죄다 눈이 이쁜 것 같아. 코에 매력점까지. 으음.. 아주 좋아.

그리고 어제 설정해놨던 OO시 드림창을 꺼내서 하나 추가한다.

「‘김주희’의 노출을 보고 아무런 감흥도 들지 않는 정도」 - 9
‘제외 - 김소연, 송서연’

영상 확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기 사람들일 테니, 어디 올릴 일도 없겠지. 너무 벌어질 일을 걱정만 하면 되는 게 없으니 그냥 하자. 슬슬 나가볼까.

“자, 시간 된 것 같은데 슬슬 나갈까.”
“그러시죠.”

자리에서 드르륵 일어난다. 커피 하나씩 들고 카페를 나가서 근처에 주차되어 있는 차로 향한다. 아까는 내가 조수석에 타고 왔지만.. 흐흐. 이번에는 뒤에 타야지.

차량 근처에 오고 나서 애들한테 얘기한다.

“나 뒤에 탈 테니까 둘 중에 아무나 앞에 타라.”
“어? 갑자기 왜?”
“그냥 뒤에 타고 싶어졌음.”
“내가 앞에 타지 뭐.”

소연이가 조수석 쪽으로 가서 문을 연다. 으흠. 좋아.

뒷좌석 문을열고 차에 앉는다. 으어, 햇빛 존나 뜨거워서그런가 달아올랐네. 빠르게 시동 걸고 에어컨 풀로 트는 A한테 묻는다.

“야, 근데 여기 실내 블랙박스 있냐?”
“어?”

내 말에 블랙박스 쪽 대충 확인해보는 A.

“없는  같은데?”
“그래? 좋네.”

내 말에 약간 의구심이 드는 A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가 내가 서연이 어깨에 팔을 얹으려고 하니까 떨떠름하게 얘기한다.

“뒤에서 가만히 있어라.”
“어? 내가 뭘.”
“니 그 짓하면 내가 그거 보다가 사고 날 수도 있다.”
“... 자제할게.”

이런. 그런 식으로 차단을  줄이야. 하지만 목숨은 소중하니까. 팔을 조용히 다시 내 자리에 돌려놓는다. 옆에 소연이 자기 폰이랑 차 블루투스랑 연결시키는 도중에 묻는다.

“가는데 얼마나 걸려?”
“20분  걸릴걸?”
“그래? 노래 들으면서 가자.”

호오, 그래. 이왕 가는 거 좀 더 신나게 가면 좋겠지. 아까는 너무 조용히  것 같아. 분위기 좀 띄워볼까.. 하면서 드림창을 켠다. 드림창 테스트도 해볼겸.

드림창 범위는 어디로? 여기 차 안으로. 생각해보니 움직이는 장소에는 테스트  해봤으니 시험해보면 좋지 뭐. 딱 하나만 추가한다.

「차 안에서 노래를 들으면 점점 흥겹고 신나는 정도」 - 7

이번에는 조금 예외로 나한테도 개인적으로 적용시켰다. A가 너무 신나면 위험하니 따로 설정 안했다. 어차피 면역인 애라.

으흐흐 재밌겠네.. 하면서 소연이한테 얘기한다.

“야야, 신나는 걸로 틀어줘.”
“어? 신나는 거..? 잠시만..”

출발하는 차 속에서 울려 퍼지는 둠칫둠칫 흥겨운 비트... 어라? 어깨가 절로 들썩이는 걸? 나도 모르게 저절로 따라 부르는데? 오호? 신나는데?

옆에 있던 서연이도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더니 점점 한 소절씩 따라서 읊던 노랫소리가 점점 커진다. 확실히 출발하고 조금 지났는데도 계속 느낌이 나는 걸 보니 드림창 장소도 움직일  있나 보다. 아, 몰라. 다 필요 없고 존나 흥겨워 시발.

차 안이 파티장이 되는데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 차 안에서  명이서 같이 큰 소리로 신나게 부르니 흥이 멈추지 않는다. 도중에 나오는  파트에서 읊조리는 나의 서투른 랩에도 적극적으로 환호하고 반응해주는 애들 덕분이라 그런지 더 신난다. A만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감을  잡으며 운전하는 모습.

정말 건전하게 쓰는 방법인 것 같아. 이것도 나름 괜찮네. 정신없이 흔들어대니 에어컨 빵빵하게 틀었는데도 살짝 땀이 날 정도다.

후우.. 가볍게 숨을 헐떡거리는 세 사람이 잠시 휴식을갖고자 음악을 일시정지 했을 때는 이미 목적지에 거의 도착했을 때쯤이었다. 차가운 공기에 땀을 식히고 있으니..

“오, 저기 있는 쟤 같은데... 야. 야야야. 쟤, 쟤 좀..”

A가 다급하게 우리들을 부른다. 뭔데.. 하고 몸을 숙여서 앞에 있는 유리로 보니까..

...  속옷만 입고 있는 줄로 착각할 뻔 했다. 아니지? 하고 차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다행이라고 생각은 되는데..

가슴부근까지 내려오는 긴 검은 머리. 그 사이에 짙은 회색과 검은 색 사이 정도의 브라탑 하나가 볼륨감 가득한 가슴을 매달고 있었고,깨끗한 복근을 지나 아래에는 올려 입은 것 같아 엉덩이 아랫부분이 돋보이는 짧은 검은 돌핀팬츠. 그리고 겉에 얇아서 안이 비치는 흰색 가디건 하나랑 깔끔한 운동화 하나를 신고 있는 그녀.

이야.. 이거 참.. 대, 대단하네..

“우와...”

놀라고 있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A도 그렇고, 소서연 듀오도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놀라고 있다. 여기서 가장 무심하게 있는 사람은 우리가 모두 쳐다보고 있는 당사자였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A가 그녀가 서있는 곳으로 차를 가까이 댄다. 그리고 내가창문을 여니 이쪽으로 다가오는 그녀에게 묻는다.

“김주희씨죠?”
“아, 네. 안녕하세요.”
“이, 일단 이쪽으로 타세요.”

서연이랑 내가 자리를 비켜주면서 문을 열어주니 옆에 탄다. 일부러 뒤에 탄 이유인 양손의 꽃. 주희쪽에서 은은하게 풍겨오는 새로운 향기에.. 옆에서 보니 골이 제대로 보인다. 하아.. 존나 좋네 씨발.

“이제 모였는데 어디로 가냐?”
“아.. 일단 약국부터 가자.”
“약국?”
“어. 큰 곳이면  좋고.”
“어... 오다가 아까  곳  것 같은데.”

차를 돌리는 A를 보며 주희에게도 섹드립이랑 바디 터치 내용을 추가한다. 추가하는 와중에 옆에 서연이가 묻는다.

“약국? 약국은 왜?”
“니들 피임약 사야 돼.”

덜컹. 순간 몸이 앞쪽으로 쏠렸다가 다시 뒤로 돌아온다. A가 놀란 눈으로 백미러를 보며 힐끗 나랑 눈을 마주친다.

“뭐하냐?”
“아.. 미, 미안. 그... 근데 피임약이라고?”
“어. 콘돔보다 낫잖아.”
“그.. 그럼..”

어흠.. 하면서 좁은 곳에서 다리를 꼬고 양쪽 팔을 양 옆의 언니들에게 얹어서 내쪽으로 끌어당기며 얘기한다.

“오늘 한 번 끝까지 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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