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7화 〉모집 - 8 [친구등장] (57/132)



〈 57화 〉모집 - 8 [친구등장]

초이스.. 초이스라.. 다 좋은데 프로정신도 없는 애들한테 추가해봤자 뭔가 인위적인 느낌만 받을 것 같아. 무슨 프로정신이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경험도 없는 애들이 어설프게 하는 것보다.. 어차피 초이스는 맘에 드는 애로 고르는 거잖아? 그러니까.. 오, 그게 좋겠네.

다시  곳 스터디룸 드림창을 가져오면서 A한테 얘기한다.

“야, 내가 여기 상황극  번 만들어보려고 하거든?”
“오, 뭘로?”
“고거는 갔다 오면 보여줄 테니까 일단 애들부터 싹 모아와 줄  있냐.”
“아, 뭔데. 알려줘 좀.”
“갔다오면 추가해서 알려줄게.”
“흠.. 그러던가, 그럼. 불러온다?”

남은 인원들을 부르러 나가는 A의 뒷모습을보면서 드림창 내용에서 기존 내용을 삭제하고 새로 추가한다.

「이 곳을 오디션장이라고 생각하는 정도」 - 10
「이 오디션에 참가한 경위에 대해서는 어떠한 의문도 없으며 자신이 지원했다고 생각하는 정도」 - 10
「오디션 진행 중에 자신의 얼굴과 몸, 그리고 성적인 부분을 평가하는 것과 그 과정에서 노출과 신체적 접촉, 그리고 성적 행위는 매우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정도」 - 9
「나와 A가 얘기하는 오디션에 정말 뽑히고 싶다는 생각하는 정도」 - 8
「나와 A가 말하는 예절과기술이 당연한 것이며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를 때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정도」 - 10
「나를 정말 유명하고 권위 있는 호랑이 심사위원으로 생각하는 정도」 - 9
「A를 자상한 자신들의 담당선생님이자 심사위원으로 생각하는 정도」 - 9
「나랑 A가 입을 가리고 서로 얘기하는 것을 전혀 듣지 못함」 - ON

 정도면 되겠지. 다시 한 번 쭈욱 드림창을 훑고 있으니 A가 여자애들을 데리고 들어온다. 인사를 꾸벅하면서 들어오는 여자들을 일렬로 쭈욱 세우는데, 방이 그렇게 넓은 편은 아니라서 그런지 다소 아치형으로 서게 된다. 수를 세어보니까.. 8명이네?

“한 명은?”
“한 명 방금 갔는데?”
“걔도 그거냐..”

여기에만 두 명이 있었네. 히야, 이거 참.

쭈우욱 훑어본다. 얼굴들은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지만 피지컬은 상당히 차이가 난다. 키가 1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쪼그만 애도 있었고, 70이 넘어 보이는 큰 키도 보였다. 가슴도 절벽부터 시작해서 빵빵한 거유까지. 몸매로만 보면 반 정도는 영 감흥이  온다. 다들 뭔가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A가 옆에 앉으면서 묻는다.

“이제 어떻게 하게?”

그런 A의 물음에 대답하듯 책상을 다소 강하게 쾅! 손바닥으로 친다. 나를 제외한 9명이 흠칫 하면서 놀라는 모습을 보며 이제 상황을 시작한다.

“기본이  돼있어, 기본이!”
“아이씨, 깜짝이야...  개소... 읍.”

A가 옆에서 쌍욕을 퍼붓는  가볍게 손으로 입을 막아 무시하면서 얘기한다.

“니들 여기 뭐하러 왔어 지금?”

다소 강한 어조로 말하니 여자애들이 주눅이 들면서 서로의 눈치만 살핀다. 그럴 수밖에. 얘들은 아무것도 모를 테니까. A도 존나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 미친놈이 뭐라는 거지..’ 하는 얼굴로 나를 본다.

“너희들 지금 우리와 함께 일할 섹스 파트너를 뽑는 오디션 참가한 거잖아. 그래?  그래?”

나의 말에 뭔가 그제야 정신이 든  같은 여자애들이 다소 크게 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렇습니다!””
“소리 낮춰.”

가볍게 목소리 깔면서 얘기하니 다시 소리가 낮아진 채로 대답한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다시 A를 보니 상기된 표정으로 알았다는 듯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 모습을 보고 여자애들과 A를 번갈아가며 얘기한다.

“니들 이래가지고 내가 심사를 봐줄 수나 있겠어? 담당 선생이라는 사람이.. 쟤들한테 뭘 가르친 거야 A선생?”

멍청한 표정을 짓던 A가 이제야 알았다는 듯이 받아주려고 하는데..
“아... 그게... 죄, 죄송한데.. 어떤  때문에 그러시는지..”
“예절이 없잖아 예절이. 누가 섹스 파트너 오디션장 들어오는  속옷을 입고 있나?”

아! 하면서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입이 벌어지는 A가 곧바로 받아친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가르쳤어야 되는데.. 지금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하여간 요즘 것들은.. 빨리 속옷 벗고  다시 입으라 해!”

으음, 뭔가 몰입이 된다. 꼰대 심사위원으로. A가 여자애들한테 말한다.

“여, 여러분. 다들 들으셨죠? 바로 벗고 인사부터 다시 드립시다.”
““네!””

다들 힘차게 대답하며 그 자리에서 옷을 벗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는 의자를 앉은 채로 등을 돌려버리니, A가 슬쩍 옆에 붙으면서 묻는다.

“뭐야 이거? 오디션 컨셉?”
“어. 나는 심사위원. 너는 애들 담당 선생님이랑 심사위원이랑 둘 다.”
“뭐냐? 초이스로 한다는 거 아니었냐?”
“이것도 어떻게 보면 초이스는 맞지.”
“그건 그렇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하냐?”
“니가 먼저 꺼내도 되고 받아쳐도 된다. 주눅 들지 말고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오케이. 대충 이해는 했는데 나는 아마 계속 보기만 할 거 같다.”

그리고 A가 씨익 웃으면서 엄지를 한 번 치켜세워준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리는데 A의 입에서 오우야.. 반사적으로 튀어나온다. 으으, 나도좀 보고 싶지만. 나는 호랑이.. 호랑이 심사위원.. 위엄을 지켜야지..

옷이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상상력을 키워가며 인내의 시간을 견디니 A가 말한다.

“선생님, 옷 다 갈아입었습니다.”
“음..”

다시 의자를 돌려서 제대로 앉으니 8명의 손에 각각 자신의 속옷들과 서류가 들려있었다. 그리고 확실히 방금 전과는 다르게 상체에 도드라진 부분이 생겼다. 음, 좋아.

“A선생, 저거 속옷이랑 서류들 걷어서 한 군데 모아놓으세요.”
“아, 네. 선생님.”

A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한명씩 그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는 속옷이랑 종이를 받아든다. 그 와중에 가운데에 있는 한 명이 A에게 말을 건넨다.

“선생님, 죄송해요. 저희 때문에..”
“네? 아... 아, 아니에요. 제가 잘못했죠..”

오호, 그 와중에 사과를 해? 제대로 몰입을 한 건가. 그럼 나도 제대로 몰입해주지.

“누가 오디션 보는데 잡담을 해?”
“죄, 죄송합니다.”

위엄 있는 나의 모습에 꾸벅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여자애. 키는 한 60 초반..? 가슴까지 내려오는  웨이브 머리에 꽤나 크고 볼륨감 있는 가슴을 과시하는 듯한 베이지색 골지 민소매 티셔츠에 남색 테니스 스커트 아래로 뻗은 깨끗한 매력을 보이는 허벅지. 그리고 다소 굽이 높은 갈색의 통굽슈즈. 으음, 몸매에 자신이 좀 있으신가 봐요?

 빠따는 쟤가 좋겠군. 질문을 뭐를 던지나.. 하고 고민하는 사이에 A가 벌써 다 걷어서 옆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선생님, 다 걷었습니다.”
“그래.. 수고했고.. 거기 너.”
“네? 아니, 네!”

아까 A한테 사과했던 걔를 가리키니 모두의 시선이 쏠린다. A도 자리로 돌아오려다가 멈춰서 돌아본다.

“이름.”
“아.. 저 김소연이라고 합니다.”

김소연? 아까는 주소연이더니. 소연이 많네. 괜찮아, 주소연이는 이제 안 볼 거니까.

“지금 여기가 무슨 오디션이라고 했지?”
“아.. 그, 섹스 파트너 뽑는 오디션입니다.”

내가 직접 지정하기는 했지만 아으, 낯간지러워. 이런 것좀 빨리 적응해야 되는데.

“그래. 그러면 뭐를 잘해야 뽑힌다고 생각하나?” “어.. 다, 당연히 섹스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본인은 섹스를 잘 한다고 생각해?”
“그.. 그게.. 괜찮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여기가 괜찮게 하는 사람 뽑으려고 만든 자리인가?”

차가운 나의 말투에 움찔하는 모습. 그렇지만 다시 힘을 내어 말한다.

“아, 아닙니다. 자, 잘한다고 생각.. 아니 잘합니다.”
“그래? 자신 있는 부분이 어디야?”
“저.. 가슴입니다.”
“사이즈는?”
“D에서 E.. 왔다갔다 합니다.”
“한 번 까봐.”

나의 말에 거리낌 없이 티를 올려 가슴을 보이는 그녀.약간 처진 느낌은 있지만 그래도 충분히 남자들 꼴리게 할 수 있는 풍만한 가슴이다. 유륜이나 유두 색깔도 짙지 않아서 더 맛깔스러워 보인다. 얘보다  애가 있나..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얘기한다.

“자신의 가슴이 저거보다 크다 하는 사람, 손들어.”

그러자 제일 끝에 있는 한 명이 손을 든다. 흐음, 확실히 겉으로 봐도 소연이랑 비슷하거나 더  정도다. 그런데 손 안 든 애들 중에는 아예 평평한 애들도 몇몇 보이는데...? 다시 한  질문한다.

“그러면 자신의 컵이 A다. 손들어.”

그러자 세 명이 손을 든다. 흐음.. 가슴이 없으면 골반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다 뭔가 눈에 들어오는 게 없다.  든 세 명을 번갈아보다가 뒤늦게 자리에 앉은 A에게 입을 가리고 얘기한다.

“야야,  가리고 얘기해라.”
“어? 이렇게?”
“어. 그렇게 하면 쟤네 안 들린다.”
“오, 그런 것도 해놨냐?”
“아무튼. 나는 아무리 이뻐도 가슴 너무 작은 애들은 좀 별로거든?” “그건 뭐 개인 취향이니까.”
“근데 위에 볼 게 없으면 아래라도  게 있어야 하는데. 손든 세 명은 너무 볼 게 없어.”

나의 말에 A가 스윽 훑어보더니 다시 입을 가린다.
“겉으로 보기에는 좀 그렇네.”
“그래서 쟤네는 그냥 보내려고 하는데 괜찮냐? 여기  좁은데 사람도 너무 많고.”
“얼굴은 좀 아깝긴 한데.. 나는 뭐 괜찮을 듯?”
“오케이.”

손을 떼고 다시 근엄한 표정으로 돌아온다. 아, 그리고 보내기 전에 설정해야지. 스터디룸 드림창을 가져온다.

「나에게 ‘탈락’ 선언을 받으면 곧바로 속옷을 들고 이 스터디룸을 나가고, 나간 뒤에 화장실로 가서 속옷과 옷을  입으면 ‘오디션’에 대한 기억을 삭제」 - ON
「도서관을 나간 후에 OO시 단톡방에서도 나가며 ‘면접’과 단톡방에 관련된 모든 기억을 삭제」 - ON

좋아, 이제 됐다. 몸매 아쉬운 애들은 얼른얼른 보내버리자고.

“지금 계속 손 들고 있는 사람  명. 탈락.”

손들고 있던 세 명이 탈락 얘기를 듣자마자 아무런 반응 없이 옆테이블로 가서 자신의 속옷을 찾아들고 나간다. 정말 쿨하게 나가버리는 세 명을 본 다른 사람들이 동요하는 모습을 보인다.

“내가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면 그 자리에서 탈락이야.”

나의 말에 여자애들의 허리가 조금 더 꼿꼿하게 펴진다. 생각해보니 이게 뭐라고 다들 긴장을 하냐. 아 갑자기 웃음 나올  같은데 꾸욱 참고 다시  명을 가리킨다.

“너.”
“아, 네.”

키는 60 중반쯤 되보이고.. 다소곳해 보이는 얼굴에 밝은 갈색으로 웨이브를 넣은 그녀. 자주색의 설명하기 어려운 패턴이 들어간 원피스에 흰색 가디건 하나를 걸쳤다. 팔에는 은색 팔찌가 하나 보이고.. 발에는 심플한 흰색 스니커즈. 화려함 속에 늘씬함을 숨긴 모습이다.

“가슴.”
“아, 저.. B입니다.”
“B?”
“네..”
“여기 또 다른 B 있나?”

나의 말에  옆에 있던 한 명이 손을 든다.얘는 60 완전 초반 정도의 키. 그리고염색을 특이하게 했는지 연한 핑크색의 머리는 턱까지 오는 단발이며, 옷은 심플하게 얇은 흰색 카라 셔츠에 약간 밝은 색의 청치마. 그리고 샌들을 신고 있는 여자애다. 속옷을 벗어서 그런가 옷 안이 비쳐 유두가 보인다.

“너도 B야?” “네.. 그, 그렇습니다.”

긴장한 탓인지 목소리가 떨리는 게 보인다. 흐음, 내가 무섭나. 좀 카리스마 있나? 오호홍.

“두 명 다 내 앞으로 나와.”

슬쩍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앞으로 걸어 나오는  명. 어우, 가까이서 보니까 둘 다 예쁘긴 하네. 아까 나간 애들도 이 정도는 되는 애들인가?

“각자 이름.”
“저 이다혜입니다.”
“저는 김지민입니다.”

원피스가 다혜. 핑크가 지민. 음, 좋아.

“너희들은.. 방금 나간 애들이랑 별로 다를 게 없어 보이는데.”

흠칫하는 그녀들을 보면서 테이블에 양팔을 올리고 깍지를 껴 위에 턱을 얹는다.

“둘이 각자 잘하는 거 하나씩 얘기해봐.”
“저.. 키, 키스 잘합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지민이 다급하게 얘기한다. 흠, 키스라?

“저, 저도 키스 잘합니다!”
“잘한다고 생각하는 기준이 뭐야.”
“저.. 그.. 남자친구가.. 잘한다고 해줘서..”

다혜가 멋쩍어 하면서 얘기한다. 피식 냉소를 지으며 지민을 쳐다보면서 묻는다.

“너도?”
“네? 아.. 네.. 저도..”

끼고 있던 손을 풀어 등받이에 기대면서 얘기한다.

“아유, 남자친구가 음식 맛있다고 하면 무슨 마스터쉐프겠어. 그렇지 A선생?”

나의 말에 고개가  숙여지는 두 사람. 으흠, 뭔가 이쁜 애들 갈구는 거라서 그런가. 나쁘지 않은걸. 내가 쓰레기인가?

“네? 아.. 그, 그래도 잘한다고 하는 데 기회 한 번 줘보시죠?”
“기회?”

기회라.. 그거 좋지.

“좋아, 기회를 줄게.”

주눅 들어 있던 두 사람의 고개가 들리며 표정이 약간 밝아진다.

“단, 한 사람에게만.”

그리고 다시 표정이 굳어지는 두 사람. 어라 이거 재밌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