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화 〉모집 - 7 [친구등장]
“저기 소, 소연씨?”
“네!”
“아, 그 대답 크게 하실 필요 없고요. 그.. 그게...”
말이 잘 안 나온다. 세상에. 현실은 야동보다 어마어마하구나.
“여, 여기 페티쉬에 적힌..”
“네? 아, 아아 그거 말씀이신가요? 목 조르는 거?”
“네네. 그거. 이, 이거는.. 언제부터 아시게 된 건가요?”
크흠. 긴 이야기가 시작되려는지 목부터 가다듬는 그녀.
“몇 달 전에 전남친이랑 헤어지고 알고 있던 남자인 친구랑 관계가 좀 발전이 돼서 남자친구로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굉장히 자상한 스타일이라 끌린 점도 있는데, 이 친구랑 속궁합이 너무 잘 맞아서요, 아니 맞았습니다.”
뭐야 갑자기 왜 이렇게 말투가 딱딱해? 진짜 면접처럼 얘기하는 건가?
“소연씨, 편하게 얘기하셔도 됩니다. 딱딱한 말투 말고 친구랑 얘기하듯이 자연스럽게 부탁드릴게요.”
“아, 네. 그래서 그 친구랑 거의 만나기만 하면 모텔 가거나, 아니면 각자 빈 방에서 매번 하고 그랬거든요. 얘가 잘하기도 하고, 뭔가 손길이나 애무 같은 것을 부드럽게 리드한다고 해야 할까?”
“호오.. 횟수로는 얼마나..?”
A가 듣다가 조용히 하나 던진다.
“횟수는 잘 모르겠고요.. 거의 연애 초기에는 매일 만났는데 만날 때마다 했던 것 같아요. 하루에 두, 세 번씩 한 적도 많고.. 서로가 서로한테 올인하는 스타일이라 한 눈 안 팔고 계속 만나고 있어요. 이제 그러다가.. 좀 시간 지나니까 새로운 것을 찾으려고 해서 그 애가 처음으로 제 목을 졸라줬거든요.”
“목을? 그 친구가요?”
“네. 처음엔 좀 당황스러웠는데 힘 조절을 잘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너무 과하지 않게 조르면서 섹스도 계속 부드럽게 이어져서 굉장히 만족스러웠어요.”
“그.. 하면서 목이 졸리면 무슨 느낌인가요?”
“그.. 그거를 제가 말로 딱히 표현은 못하겠는데.. 그냥 새로운 세계에 눈이 뜨인 느낌? 그렇다고 제가 막 과격하게 너무 세게 힘을 줘서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이 그런 정도를 해본 것은 아니고요.”
“아.. 그러시군요.”
그래도 약간 소프트한 편이군. 어우씨, 깜짝 놀랐잖아. 아무리 소프트하다 해도 목을 조른다니 상상도 못했는걸.
“그.. 힘은 얼마나 주는 건가요?”
어라, 이 새끼 은근 관심 가지는 것 같은데.
“관심 있냐?”
“아,아니 신기해서.”
“그게.. 말로 표현하기가 애매한데.. 그 숨이 완전히 막히지는않고 불편함을 느낄만한 정도에서 천천히 압박을 한다고 해야 할까요..?”
A가 호오.. 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흐음.. 재밌겠는걸?
“한 번 해볼래?”
“어!?”
갑자기 멍청한 표정으로 크게 놀라는 이 녀석. 고개를 돌려 소연을 보면서 한 번 물어본다.
“저희가 확인 해보고 싶어서 그런데 한 번 직접 해봐도 될까요?”
“네? 아, 네. 저는 괜찮아요.”
“괜찮으시다는데 한 번 해봐.”
“어..? 어... 그, 그,그럴까?”
굉장히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 모습을 보던 소연은 자리에서 고개를 들어 목을 제대로 보인다. A가 슬쩍 다가가서 목을 양손으로 쥐려고 하는데..
“잠시만요.”
아니지, 그게 아니지. 둘을 제지하니 둘의 시선이 나에게 쏠린다.
“단순히 목만 조르는 거 말고 한 번 그 때의 섹스를 재연해주실 수 있나요?”
A의 눈이 커지면서 입이 벌어진다. 요즘 얘 놀려먹는 것도 의외로 재밌다.
“그 때 침대위에서 했는데.. 여기서 하려면..”
“진짜 하는 건 아니니까 옆에 있는 책상 위에서 가볍게만 부탁드릴게요.”
“아, 네.”
소연도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옆에 테이블 위에 앉는다. 그리고 엉덩이를 살짝 들이밀며 자리를 잡더니 그대로 누워버린다. A가 멍하니 쳐다보다가 슬쩍 나를 보길래, 턱으로 가리키면서 하라고 다그치니 그제야 슬금슬금 소연에게 다가간다. 다가오는 A의 모습에 다리를 벌려주는 그녀. 오우, 자동문이네.
“처음 했었을 때가 이 자세였거든요. 그대로 잠시 손 좀..”
소연이 A의 손을 잡아 자신의 목에 가져다댄다. A가 떨떠름하게 손을 목에 갖다 대니 살결이 느껴지는지 등이 살짝 떨리는 게 보였다.
“이 상태였고요. 아, 면접관님. 지금부터 천천히 힘을 조금씩 줘보세요. 제가 됐다! 싶으면 손을 칠게요.”
“네? 아, 네.”
A가 천천히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게 보이는데, 그녀의 목을 아주 조금씩 파고드는 A의 손가락이 보인다. 조금씩 선명하게 자국을 남길 때쯤에 소연이 탁탁 A의 손을 친다. 자신의 손을 치는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손을 그대로 풀어버리는 A. 에잉 쫄보새끼.
...내가 할 말은 아닌가?
“이 정도거든요? 느낌 아시겠어요?”
“네? 아.. 네. 그렇게 세지는 않네요.”
“이제 허리까지 흔들어 봐.”
나의 말에 놀란 표정으로 나랑 소연을 번갈아보던 A. 그녀가 다시 턱을 들어 목을 대주니 이 놈이 다시 손에 힘을 주기 시작한다. 그리고 방금처럼 어느 정도 손가락이 파고드니 손을 가볍게 치는 그녀. 그 상태로 벌어진 소연의 가랑이 사이로 A의 허리가 흔들린다.
참, 못 볼 꼴이다. 저렇게까지 하고 싶나하는 생각도 들 정도. 뭐 사람 취향이아 천차만별이지만. 처음엔 거의 삐걱대는 허리였지만 점점 리듬을 타는 A. 어라? 저거 너무 몰두하는 거 아냐?
그 사이에 힘이 조금 더 들어갔는지 소연이 다소 빠르게 A의 팔을 친다. 그 다급한 손짓에 화들짝 정신이 들었는지 손을 떼고 한 걸음 물러나는 A. 소연이 몸을 일으키면서 콜록 콜록 기침을 한다.
“괘, 괜찮으세요?”
“네, 콜록. 괜찮아요. 사래가 좀 들려서..”
뭐야, 사래였나. 얼떨떨한 표정으로 자리에황급히 돌아오는 A에게 묻는다.
“좋았냐?”
“어... 이게 뭐라고 해야 하냐.. 행위 자체가 좋다기보다는 이 배덕감이라고 해야 되나? 가학심? 이런게 막 끓어오르네.”
멍청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이 놈. 오호라, 그 정도인가? 아냐, 그래도 그런 가학적인 것은 조금.. 하면서 고민하는데 소연도 기침이 진정이 됐는지 자리에 앉는다.
자자, 페티쉬도 약간 놀랐지만 크게 이상이 없는 거 확인했고, 가장 좋았던 섹스도 이 목 졸렸던 경험이구만. 그리고 가장 해보고 싶은 섹스가... 어라.
“저.. 소연씨?”
“네?”
“여기 해보고 싶은 섹스가.. 격렬하게 남자들한테 갱뱅을 당하고 싶다고요..?”
“아, 그거는..”
시발, 이게 뭐야. 여자들도 이런 걸 해보고 싶다고 생각을 하나? 얘 아까부터 뭔가 생긴 거랑 다르게 쎄다..? A도 같이 보다가 놀라서 소연을 쳐다본다. 약간 우물쭈물하더니 대답하는 그녀.
“해보고 싶은 걸 적으라고 해서..”
“... 해보신 적은 아직 없고요?” “네? 경험은 당연히 없고요.”
“그렇다면 이런 거를 언제 해보고 싶다고 느끼셨나요?”
“그.. 언제 한 번 야동 볼 때 초대남 네 명이서 여자 한 명을 먹는 걸 봤는데.. 쉴 새 없이 당하는 모습 보면서 저러면 어떤 기분일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처음부터 어마어마한 년이 들어온 것 같다. 아닌가? 이게 평균인가? 아니야, 그건 아닐 거야. 나의 환상을 깨부수지 말아줘.
“이.. 부분은 저희가 어떻게 들어드릴 수가 없는 부분이라서요.”
나는 A 놈 거시기 보는 것도 힘겨운데 네 명이라니.
“아뇨, 꼭 하고 싶다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저의 판타지.. 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이라..”
뭐, 솔직히 이거는 크게 중요한 것 같지 않으니까.. 넘어가자. 체위, 애무 무난하고. 장기자랑에 성대모사? 재미없어. 본인 섹스의 장단점.. 잘 빠는데 가슴이 작다. 흠.. 이런 것들 추가할 때는 엄청 재밌을 줄 알고 추가했는데 영 느낌이 안 오네. 어라? 왠 새우깡?
“최악의 좆에 새우깡? 이건 뭐에요.”
“아.. 그거. 첫 남자친구 사이즈가 진짜 새우깡만 해서..”
... 얘 뭐 이렇게 많은 걸 겪어봤지? 남자친구 수도 그렇게 안 많았으면서. 대충 서류를 덮으며 A한테 조용히 묻는다.
“어떤 것 같냐?”
“무난한 것 같은데? 아까 그것도 뭐 그렇게 쎈 편도 아니고.”
“아마 대부분이 이럴 걸? 이번 애는 대충하고 다음 애부터 재미좀 보면서 하자고.”
“오오, 개좋지.”
서로 눈을 마주치면서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소연에게 물어본다.
“혹시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궁금한 내용이라던가, 서류에는 적지 않은 성적인 내용이라던가.”
“아, 저 하나 있는데요.”
“네, 말씀하세요.”
“저.. 그 전 남자친구랑 하다가.. 성병 걸린 적이 있거든요..? 곤지름이라고..”
“.........네!?”
어? 씨발? 뭐라고? 성병? 곤지름!? A랑 나의 입이 떡 벌어지면서 놀라니 소연이 다급하게 해명한다.
“제가 아니라 전 남친이 걸려서 왔는데 모르고 했다가..”
“아, 네. 네... 얘, 얘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A랑 다급하게 눈을 마주치니 고개가 절레절레 저어진다. 이, 일단 보내자.
“네, 아, 아무튼 수고많으셨고요. 이제 돌아가셔도 됩니다.”
“아, 끝났나요?”
“네네. 수고하셨습니다. 조심히 돌아가시고, 아! 다음 분한테는 저희가 따로 얘기하면 들어오라고 해주세요.”
“네,감사합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꾸벅 고개를 숙이고 나가는 그녀의 모습을 뒤로 우리의 호들갑이 시작됐다.
“야, 시발 생각도 못했다.”
“나도 쟤가 얘기하기 전까지는 전혀 생각이 안 났어!”
“아니, 시발. 그게 있구나. 그냥 좋다고 마냥 박아댈 때가 아니었네?”
“쟤 말고 다른 애들도 있는 거 아냐?”
“씨발 어떻게 하냐 이거. 일단은 빨리 단톡해야겠다.”
급하게 폰을 들고 OO시 단톡방을 켠다. 아씨, 어떻게 적어야하지? 고민하다가 일단 내보낼 거니까 애들 드림창부터 꺼낸다.
「OO시 단톡방에서 나가는 경우 모든 단톡방 내용과 ‘면접’에 관한 기억 삭제」 - ON
그리고 카톡에서는 그냥 생각나는 그대로 적는다.
- 미처 말씀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여기 계신 분들 중에서 현재 성병을 가지고 계시거나 과거 성병 이력이 있으신 분들은 면접에 참가하실 수 없습니다. 여기 단톡방도 그대로 나가주시면 됩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아씨, 이러면 되겠지? 카톡 보내고 바로 핸드폰 덮었다. 으아아 생각도 못했다 진짜. 몇 명이나 나가냐? A는 폰 보고 있었다.
“야, 카톡 보고 있냐?”
“어, 보고 있다.”
“몇 명 나갔냐?”
“지금 카톡 본 애들로는 다섯.”
“다섯? 씨발 10프로가 넘는다고?”
“아냐. 방금 한 명 더 나갔다. 여섯.”
“미친.. 쟤가 얘기 안했으면 얘기 꺼내지도 않았을 건데.”
그러면 나의 즐거운 장밋빛 좆방맹이 휘두르는 나날에 먹구름이 끼잖아. 똥 밟을 뻔 했다. 와, 저거 소연이한테 좀 고마워해야겠는데? 서, 설마 우리 애들은 없겠지? 그렇겠지? 아씨, 갑자기 존나 의심병 생길 것 같네.
“야, 이거 끝나고 우리도 검사 한 번 받아야 하나?”
“내가 왜? 나 한 번 밖에 안했는데. 콘돔도 제대로 꼈고.”
“하.. 씨발.. 괜찮겠지? 갑자기 존나 현실로 돌아오는 기분이야.”
“그래도 처음부터 걸러서 다행이잖아.”
그래, 다행이긴 하지. 섹스하면서 고려해야 될 게 여자 마음만이 아니었구나. 젠장, 뭔가 현실의 쓴 맛을 배운 기분이야.
“야, 뭐 또 생각해야 될 거 있냐?”
“성병만 조심하면.. 뭐 남자친구나 남편이 어디 조폭이거나 범죄자거나 그런 거?”
“... 시발. 확률은 존나 낮겠지만 어쩌다 걸리면 귀찮아지겠네.”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다. 아아, 스케일이 커지니까 이런 게 귀찮아지는구나. 이제 시작인데 벌써부터 피곤해지려고 하잖아. 안되겠다. 기분 전환이 필요해.
“야, 안되겠다. 오전에 하는 애들 싹 다 불러서 한 번에 보자.”
“오? 갑자기 무슨 변화?”
“그냥 한꺼번에 물어봐. 이렇게 디테일하게 할 필요가 있나. 생각할 때는 재밌는데 막상 하자니 귀찮아진다.”
“하긴 상상이랑 현실이랑 좀 다르더라. 근데 서류는 어떻게 하고?”
“내용 대부분 무난할 것 같으니까 서류 내용 중에 자기는 정말 특별한 게 있다! 하는 애만 얘기하라 해.”
그래, 뭐 아까 소연이도 목조르기랑 새우깡 빼고는 죄다 평범했잖아. 아, 갱뱅도 있었지.
“애들 앉을 자리는?”
“앉을 필요 있냐. 그냥 일렬로 쭉 세워.”
“오, 뭐냐? 초이스냐?”
“초이스?”
어? 어라? 갑자기 재밌어지려고 하는데?
“그거 괜찮네. 초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