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4화 〉모집 - 5 [친구등장] (54/132)



〈 54화 〉모집 - 5 [친구등장]

“일정은 언제로  거냐?”

A가 작성한 신상명세서를 빙자한 성희롱 문서를 조금  다듬으면서 나한테 묻는다.

“글쎄..? 니 시간 언제 되는데?”
“나야 불러주면 시간을 내서라도 오지. 할 것도 없다.”
“청춘 맞냐?”
“오늘이 남은 인생 중 가장 젊은데, 오늘을 즐겨야 하지 않겠냐.”
“그거 어디서 들어본 말 같은데.”

일정이라.. 사실 급하게 할 생각은 없긴 한데.

“여자애들 일정도 맞춰야 하나?”
“야, 솔직히 그거는 니가 조종해도 되는 거 아니냐? 그냥 가까운 시일 내로 오라고 하면 되잖아.”
“얘네 일정을 내가 다 조절하라고?”
“뭐 어때. 이미 시 전체를 갖고 놀면서.”

흐음.. 생각해보니 그런것도 있네. 어쩌지?

“일단은.. 단톡을 만들어서 애들 언제 가능한지 물어나 보자.”
“오, 바로 단톡 가는 거임?”
“이제 귀찮은 건 다 떠넘기는 게 나을 것 같다.”
“집단지성? 그런 거를 기대하는 건가?”
“그거랑은 조금 다른 것 같은데.”

OO시 그룹으로 만든 49명의 드림창을 켠다. 흐음.. 어떻게 추가할까.. 이렇게 하자.

「나와 A가 포함된 OO시 인원 51명 단톡방(이하 OO시 단톡방)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나랑 A의 말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정도」 - 9
「지금 특별히 하고 있는 일이 없을 경우 OO시 단톡방에서 나랑 A가 요구하는 일을 처리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정도」 - 9
「OO시 단톡방에갑자기 초대되어도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 정도」 - 10
「OO시 단톡방에서 나와 A의 말에 적극적으로 대답해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정도」 - 8
「OO시 단톡방에 항상 솔직하게 대답하고 싶은 정도」 - 9
「OO시 단톡방은 단톡방에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에게도 얘기하거나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정도」 - 9
「질문이 있거나, 의견을 나눠야 하는 경우가아니면 OO시 단톡방에 먼저 선톡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정도」 - 9
「OO시 단톡방에서 나랑 A가 언급하는 ‘면접’에 꼭 참여하고 싶고, 급한 일이 아니면 ‘면접’을 가장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정도」 - 8
「‘면접’에 대해서는 궁금해 하지 말고 나랑 A의 지시에 그대로 따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정도」 - 9
「‘면접’에 관련된 모든 성적인 내용들은 전혀 이상하지 않고 당연하게 생각하며 솔직하게 답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정도」 - 9

이 정도면 됐다. 어우 많기도 하네. 그냥 하나하나 각을 재지 말고 생각나는  다 추가해버리는 게  편하다.

“야, 거기 컴에 내 카톡 로그인 되어 있지?”
“어? 잠시만..”

오른쪽 아래에 숨겨진 아이콘에서 카톡을 찾아 누르는 A.

“어, 있다.”
“그걸로 단톡 하나 만들어라. 나랑 너 포함해서. 총 51명.”
“오? 나도?”
“너 존나 부려먹힐 예정이잖아. 만들기나 하세요.”
“넵. 바로 만들겠습니다.”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말에 잘 따르는 A. 허, 이거 하다보니까 생각보다 남한테 시키는 게 엄청 편하다. 이런 거 하는애들로 몇 명 만들어 놓을까?

“다 추가했습니다.”
“51명 맞지?”
“넵. 딱 51명 맞습니다.”
“좋아, 그러면 일단 인사부터 건네 봐.”
“어.. 뭐라고 하냐?”
“그냥 인사 임마.  그런  고민해.”
“안녕하세요? 라고 치면 되나?”
“... 그냥 쳐 새끼야 좀.”

일은 일사천리로 하던 A가 여자들한테 카톡한다니까 우물쭈물하는 모습. 으, 이거는 언제 고쳐지려나.

“야, 나와봐. 카톡은 내가  테니까.”
“어? 그럴래?”

반갑게 비켜주는 A. 하아, 얘 보니까 아직 갈 길이 멀다. 만들어놓은 단톡방에 대충 안녕하세요.   한마디를 보낸다. 그리고 카톡 옆에 떠 있던 50의 숫자가 빠르게 내려가더니 30까지는 순식간이다. 그리고 연쇄적으로 똑같이 안녕하세요. 라고 수십 개의 반응이 오는 답장들.

우우우우우웅. 갑자기 진동이 존나 울린다. A가 급하게 자기 주머니에 있던 폰을 꺼낸다.

“알람 꺼놔라.”
“넵, 껐습니다.”

하는 김에 내 것도 꺼놓고 다시 카톡을 한다.

- ‘면접’ 관련해서 연락드렸습니다. 일단은 제 카톡이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는 대답하실 필요 없습니다. 먼저, 여기 작성해 오셔야 할 서류 첨부 드립니다.

단톡방에 A가 정리해놓은 문서 파일 하나를 올린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단톡 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 처음 카톡안 본사람 수가 50에서 이제는 10대로 줄었다.

- 지금 드린 파일 다운받으셔서 수기나, 아니면 PC로 솔직하게 작성하셔서 면접 보기 전에 2부 인쇄해 오시면 됩니다.

파일은 건넸고.. 그리고 다음.

- 그리고 면접 장소를 정해야 합니다. 각각 현재 거주중인 주소를 말씀하셔서 근처 분들끼리 상의해주시면 됩니다.

흐음.. 근데 여기서 49명이 단체로 열심히 일정 맞추려면 좀 보기 그렇잖아. 하나 더 추가하자.

「OO시 단톡방에서 파생된 OO시 단톡방 인원으로만 구성된 단톡방에서는 오로지 ‘면접’ 일정에 대한 이야기만   있다고 생각하는 정도」 - 9

여기서 다들 얘기하시면 혼선이 생길  같으니 각자 살고 있는 곳을 대략적으로 말씀하셔서  인원들끼리 단톡방 따로 파서 정해주세요.

그리고 면접 장소에 대한 얘기.

- 면접 장소는 특별한 기준이 있지는 않으나, 대기실과는 독립적으로 면접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합니다. CCTV나 보안 촬영이 없는 곳이 좋으며, 책상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그래, 괜히 CCTV 또 건들기 귀찮단 말야. 그리고 다시 A를 돌아보면서 얘기한다.

“야, 이왕 할 거 아까 니가 말한대로  일찍 할까?”
“오? 언제?”
“내일이랑 모레로끝내지 뭐.”
“나야 좋지.”
“시간은 밤늦게까지도 상관없지?”
“밥은 챙겨 주십니까?”
“내가 연수원 뺑뺑이 돈 게 니  사줄려고 돈 거다 새끼야.”
“나 존나 감동했는데 무릎 꿇어도 되냐?”
“아, 됐고.  거냐고.”
“안 시켜주면 차 트렁크에 매달려서라도 갈 거다.”

얘랑 말을 하기 시작하면  거 아닌데도 길어지는 느낌이야. 카톡으로 다시 일정을 보낸다.

- 복장은 자율이며 일정은 내일이랑 모레. 월요일과 화요일이고 시간대는 가능한 시간대를 적어주시면 저희가 이동하는 동선을 고려해서 정하겠습니다. 시간은 언제든 가능하니 가능 시간대를 최대한 넓게 잡아주시고, 가능하면 많은 인원이 모일 수 있도록 부탁드리며 1인당 면접 시간은 5~10분 정도 소요될 예정입니다.

카톡 쓰는  보던 A가 묻는다.

“10분이나 보냐?”
“길어지면 그 정도 보겠지. 재미없는 애 오면 그냥 합격 때리고 다음 애 부르면 되니까 실상 시간은 그리 오래 안 걸릴 걸? 그리고 재미있는 애는 나중에 따로 부르면 됨.”
“그것도 좋네.”

카톡을 마저 이어나간다.

- 이 일정에 부득이한 일이 있어 참여하지 못하시는 경우에는 이곳에 남겨주시거나 저희에게 따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가능한 시간이랑 장소랑 인원이 정해지면 이 곳에 세 가지를 모두 적어서 한 분만 대표로 남겨주시면 됩니다. 장소를 따로 예약해야 하는 경우에 비용이 청구될 시, 먼저 예약을 하시면 면접 시작 전에 장소에 도착해서 예약비용 처리해드리겠습니다.

“이 정도면 된 것 같냐?”
“오.. 존나 괜찮은데?”
“일단은 대충 이 정도로 하고, 얘네 서로 상의한 다음에 나오는 거 보고 정하자고.” “오케이. 이해했음.”

끄덕이는 A를 보며 마지막 카톡을 한다.

-자 이제부터 다들 얘기 나누시면서 정해주세요.

그 카톡을 계기로 슥슥 카톡이 올라온다. 하아, 이거 굳이  필요는 없겠지. 기지개를 켜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시원하게 기지개를 마저 펴고 먹던 스무디를 다시 들어보니, 어라 다 먹었네.

대충 다시 책상 위로 올려놓고 침대위로 풀썩 쓰러진다. 아침부터 힘을 써서 기력이 부족한데, 밥 먹은 뒤에 식곤증까지 뒤늦게 찾아와 정신이 살짝 아득해진다. 근데 내가 일어선 자리에 A가 앉아서 피식피식 웃으면서 켜져 있는 단톡을 본다.

“야, 그거 보고 있게?”
“어, 그냥 재밌네.”
“뭐하는데 거기서?”
“그냥 다들 일정 맞추는데, 존나 비현실적이라 보고만 있어도 재밌다.”
“그래.. 뭐, 알아서 해라.”

지가 재밌다는 데 내가 뭐하겠냐. 아, 근데 존나 피곤하네. 이러다 자겠는데...

-

뜨헉?

몸이 움찔하면서 잠이 깼다. 허억.. 씨발.. 조다 새끼한테 내 자지만 꽂아 넣으면 완벽하다고 윤진이가 내 거시기 뽑아가는 꿈을 꿨다. 그리고 뽑힌 기념으로 자기 거시기에  번 박혀보라고 나를 그 새끼 앞으로 끌고 가는데.. 존나 개무서웠다 씨발..

한숨 돌리면서 몸을 일으킨다. 어으, 잠깐 잠들었는데 그런 꿈까지 꾸냐. 피곤하긴 했나보다. 그 사이에 키보드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서 A를 보니 진지한 표정으로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일어난 것을 알았는지, 살짝 시선을 돌려 나한테 얘기한다.

“일어났냐?”
“야, 나 존나 빨리 잠들었네. 얼마나 잤냐?”
“1시간? 그 정도?”
“많이는 안 잤네. 근데 뭐 하냐?”
“시간대랑 장소 안 맞는 애들 조율 좀 하고 있다.”
“... 계속 그거 하고 있었냐?”
“어. 근데 효과 개쩐다. 내가 이렇게 하자고 하면 다들 ㅇㅋ 하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A에게 다가간다.

“그래서 다 정해졌냐?”
“어,  온다고 하는 사람이 한 열 명쯤 되는데 그건 어쩔 수 없고. 나머지는 내가 직접 다 지정해주니까 빠르네. 동선도 다 짜봤다.”
“동선?”
“어, 잠시만.”

켜놨던 인터넷 지도 화면을 보여준다. 창이 여러개인 것을 봐서 이거저거 많이 찾아봤나 보다.

“일단우리 학교 근처로사람들 많이 올 수 있다고 해서 여기 도서관에서  거고. 그 다음에 차타고 여기로 가서여기서 볼 건데 여기는 특이하게 얘네 부모님이 여행가고 동생은 군대 가서 집이 비었다네? 그래서 집에서 보고..”

주절주절 떠드는 A. 가만히 듣고 있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멍하니 머릿속을 비우고 듣는 척만 했다. 화면은 안보고 떠드는 A만 보고 있으니 갑자기 묻는다.

“야, 듣고 있냐?”
“...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한테 얘기한  신의  수인  같아.”
“그래. 그러니까 자주 부르라고.”
“이렇게 나와 주면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아무튼 내가 다 정리했고 다 알고 있으니까 너는 그냥 몸만 오면 된다. 운전도 내가  거니까.”

하.. 진짜 감탄이 나온다. 얘가이렇게 계획적인 놈이었나? 맨날 술마실 때마다 쎅쓰!나 외치던 섹무새는 어디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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