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화 〉모집 - 3 [친구등장]
얘가 뭔 말을 하려는 거지.
“뭔 소리냐.”
“아니.. 뭐.. 꼭 이렇게 안 찾아도 이쁜 애들 있잖아.”
“누구 말하는 거야?”
“어, 뭐 TV 나오거나 하는 그런 애들이나.. 많잖아?”
이런 얘기 나올 법도 하지.
“모든 일에는 순서라는 게 있는 법이다.”
“뭔 순서.”
“연예인 정도 되는 애들 먹으려면 그 컨트롤 스케일이 최소한 우리나라 전역이던가. 아니면 전세계급은 되야 하지 않겠냐?”
“고건 고렇지.”
“내가 지금 테스트하는 게 뭐냐. 겨우 OO시잖아. 인구 100만도 안 된다고.”
“뭐, 그래도 이 정도면 큰 도시긴 한데.”
“그게 중요한 게아니라 이제 막 광역컨트롤 테스트를 하고 있는 와중이라고. 이게 되는지부터 확인해야 걔네들을 먹을 거 아냐.”
“아, 그러네.”
“그리고 벌써부터 그런 탑클래스 애들 노리면 재미없어진다. 내가 하던 게임에서 데미지 10씩 박다가 갑자기 치트로 수정이 가능해서 데미지 막 10억씩 박아. 최종보스 원킬이야. 그럼 재밌겠냐?”
“...아니염.”
“나도 뭐 그런 생각을 안 해 본 것은 아냐. 내가 언젠가는 그런 애들도 먹겠지. 막 수십, 수백만 명이 흠모하는 여자가 내 좆 한 번 빨아보겠다고 사정사정하게 만들어볼 수도 있지.”
“캬, 씨발.. 생각만 해도 개쩌네.”
“어제 얘기했다시피 이거 얻은 지 아직 2주도 안됐다. 지금의 나는 그냥 혼자 해보겠다고 머리 굴리면서 능력 써보고 이런 것 자체가 재밌어. 천천히, 차례대로 즐길 예정이니까.”
“그래.. 뭐, 알았다. 괜히 얘기했네.”
약간 멋쩍어 하는 A. 에휴, 그런 소리를 해주는 것도 너 밖에 없다.
“근데.. 내가 뭐, 다른 거는 약속 못해주고.. 별거 아닌 거 하나만 약속해줄게.”
“..? 뭔데?”
“내가 TV에 나오는 애들 먹을 때 너도 꼭 불러줄게.”
“...사랑한다, 씹쌔끼야.”
그래그래, 격렬하게 포옹하지 마라. 좆같으니까.
“자, 그럼 이제 두 번째 문서를 만들어볼까.”
“? 두 번째는 뭐냐?”
“뭐겠냐. 면접용 문서인데.”
“... 아, 이력서 같은 그건가?”
“고렇쥐.”
문서 프로그램을 키면서 대답한다.
“내가 너를 믿고 일 하나를 맡길 거야.”
“일? 무슨 일?”
“이번 모집 일의 서류와 정리 작업.”
“오.. 내가 애들 정보 정리하고 그런 건가?”
다소 꺼려하기 보다는 오히려 신나하는 A.
“일 시키는 건데 왜 신나 보이냐?”
“이런 일을 언제 또 해보냐. 애초에 니가 나한테 줄 수도 있는 애들 아냐.”
“그렇지. 아마 여기 있는 애들로 그거 할 확률이 높지.”
“시발.. 그렇다면 당연히 존나 열심히! 꼼꼼하게! 하겠습니다!”
A의 당당한 각오를 듣고 있으니, 알람이 울리면서 핸드폰이 우우웅 하면서 떨린다. 그 진동을 신호로 A와 내가 눈이 마주치며 서로의 고개가 끄덕이고,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아래로 내렸던 인터넷 창을 다시 올렸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것은 새로 고침을 누를 필요도 없이 응답이라 보이는 항목 오른쪽에 써 있는 8천이 넘어가는 숫자.
그래, 이거는 정말 예상했던 그대로야. 정신은 이렇게 위로를 하고 있지만 정작 몸은 순간 숨이 턱 막히면서 할 말을 잃은 상태였다. 그리고 다시 한 번 A랑 눈이 마주치고, 이번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격렬한 승리의 포옹을 나눴다.
“하어, 씨발.. 씨발씨발씨발...”
“어어, 자, 잠깐만. 다른 것도 확인 해야지.”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다른 설문들도 확인했다. 7천, 8천, 8천, 히익 뭐야 이건 만이 넘네. 거의 대략적으로 대부분 8천에 가까운 숫자들이다.
거의 10개 평균을 내면 8만이라는 숫자. 진짜냐..? 진짜야 이거..?
“야.. 시발.. 보고도 안 믿긴다.”
“나는 시발 첫 능력 써서 아다 뗄 때보다 더 안 믿겨.”
내가 이 사람들을 한꺼번에 조종할 수 있었다고? 이렇게 손쉽게? 순간 드림창의 무서움에 다시 한 번 감탄하고 있었다.
“...야, 내가 정리할게.”
“...어? 어, 그래라.”
내가 잠시 멍 때리고 있으니 A가 먼저 얘기를 꺼낸다. 얼떨떨한 기분으로 자리를 비켜주니, 설문들을 한 번 쓰윽 확인해보는 A. 그리고 빠르게 엑셀을 킨다. 10개의 설문이 합친 수 만개의 항목들을 정리하려면 역시 엑셀이 좋지.
한 번 설문조사 내용들을 붙여 넣더니 감을 잡았는지 쭉쭉 나머지도 붙여 넣는다. 그리고 뭔가 함수 같은 녀석을 슥슥 활용하더니 쭉쭉 정리해나간다. 몰랐는데 이 새끼 엑셀 잘하네. 나였으면 함수 찾느라 바빴을 건데. 슥슥 항목들을 정리해나가던 녀석이 딱 손가락을 튕기면서 나한테 말한다.
“야, 다했다.”
“... 존나 빠르네. 앞으로 우리 자주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런 데이터 쪼가리들 쯤이야.”
“이건 단순 데이터가 아니야.. 딕데이터지.”
“...? 딕데이터? 빅데이터 아니냐?”
“아니 두 개는 다른 거야. 빅이 아니라 딕데이터 임마.”
뭔 소리지? 하면서 미간이 찌푸려지던 A가 그제야 이해했는지 존나 어이없는 웃음이 터져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딕데이터 미친 ㅋㅋㅋ 누가 지었냐 그거.”
그러게. 누가 지었을까.
“그래서 1등이 누구냐?”
“아, 시발 잠깐만. 어.. 보니까 얘네. 이아영? 얘 누구냐? 너 아는 사람이냐?”
“아니? 처음 들어보는데. 애초에 유명해도 나 같은 놈이 들어볼 리가. 우리 학교 아닐 수도 있잖아.”
“와, 근데 5천표가 넘는데? 미쳤는데?”
“근데 5천표가 1등이냐? 야, 역시 사람들 취향 다 제각각이구나.”
아니면 알고 있는 정보가 제각각이던가.
“아무튼 다 정리했고, 이제 어쩌냐?”
“어쩌긴, 일단은 상위 50명 연락처를 쫘악 정리해봐.”
“오케이, 금방 한다.”
옆에 엑셀 창을 하나 더 키더니 화면을 반으로 갈라서 슉슉슉 옮긴다. 이야, 얘한테 얘기하길 존나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갑자기 낯익은 이름이 보인다.
“어, 야 잠시만.”
“왜?”
“방금 임윤진 있지 않았냐?”
“어? 왜, 아는 애냐?”
“... 방금까지 나랑 살 비비던 애다.”
“...아!”
그제야 생각난 것 같다는 A. 와우, 얘도 그렇게 유명한가. 2천표가 넘는 어마어마한 득표수구만. 순위는 대충 보니까.. 그래도 10위권 안에는 있는 것 같은데.
“하긴 걔 이쁘긴 이쁘더라.”
“흐음.. 야, 얘는 빼고 해줘.”
“그런 거야 뭐 쉽지.”
잠시 멈춰졌던 업무가 다시 빠르게 진행된다. 상위권에 있는 애들이라 그런지 연락처 쓰인 애들이 많아서 별로 어렵지는 않아 보인다. 다행히도 동명이인도 없는 모양.
“... 됐다. 다 했다.”
“딱 50명이냐?”
“어, 걔 윤진인가 빼고 50명.”
“좋아, 개 굿이네.”
“이거 다 한 거는 어쩌냐?”
“그거 끄면 안 돼지. 사진 봐야 되잖아.”
“아, 그르네.”
일단 내 핸드폰을 A에게 건넨다.
“야, 내가 얘네 사진보고 묶어서 컨트롤하기 쉽게 그룹화해서 넣어놓을 테니까. 너 그 사이에 내 폰에 얘네 연락처 저장해 놓을려?”
“뭐? 50명 다? 개노가다 아니냐?”
“아니면 뭐 좋은 방법 있냐?”
“... 아! 잠시만.”
그 새끼가 내 연락처 설정으로 들어가더니 이거저거를 막 만진다.
“뭐하냐? 이상한 거 건드리지 마라.”
“병신아, 연락처 동기화도 모르냐?”
“... 아! 이 새끼 천재네.”
“니가 등신인 거 같은데.”
몇 번 검색하더니 PC로 엑셀에 있는 연락처를 내 계정에 한꺼번에 추가하고, 핸드폰 몇 번 만지작거리니 바로 50명의 연락처가 내 핸드폰에 담긴다.
“... 개쩌네.”
“섹스를 위해서 이 정도도 못할까.”
“그럼 단톡은 이따가 만들고 일단 50명 사진 하나하나씩 띄워봐라.”
처음 엑셀을 키고, 1등의 이아영 사진을 보려다가 갑자기 A가 고개를 돌리고 말한다.
“야, 걍 50위부터 보는 게 낫지 않냐?”
“뭐야, 뜬금없이.”
“아니, 1등 존나 이쁜 애 보다가 점점 낮아지는 거 보다 차라리 밑에서올라가는 게 더 쪼는 맛이 있을 것 같아서.”
“흠.. 그것도 괜찮네. 너 시간 많냐?”
“마, 내가 돈이 없지 시간이 없냐?”
“존나 멋있네. 50위부터 가자.”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쳐다보는 A의시선에 50위의 사진 링크가 있다. 예상했지만 당연히 SNS다. 기분 좋게 딱 인터넷 창을 켜고 SNS 주소를 붙여넣으니 바로 나오는 사진. 비공개가 아니라서 다행이네.. 하고 있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지면서 A랑 눈이 마주친다.
“뭐냐, 이거?”
A가 먼저 어이없다는 듯이 말한다.
“얘가 50위라고?”
이야, 이거 생각보다 충격적인데?
이렇게 이쁜 애가 50위라고?
“씨발.. 이거 생각보다 존나 대단한데?”
“그러게. 나도 이건 예상 못했다.”
“야, 추가했냐? 빨리 다음 넘어가자.”
“자, 잠시만..”
사진 속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드림창을 띄우니 바로 튀어나온다. 어디 보자.. 이름 맞고 나이 맞고. 그럼 맞겠지. 새로 ‘OO시’ 그룹을 만들어서 거기 넣는다.
“바로바로 간다.”
“그래, 미리 띄워놔도 된다.”
“그것도 괜찮네.”
계속해서 지나가면서 여러 여자들이 봐왔는데, 대부분이 SNS였다는 것이랑, 하위권들은 크렇게 크게 득표수가 차이가 나지 않는 다는 점, 그리고 보자마자 오.. 소리가 나올 정도로 한 미모를 하시는 분들이라는 게 공통된 특징.
그래도 생각보다 나이 분포는 치우치지 않았다. 물론 사진이 어느 정도 보정이 있다는 것을 감안해도 20대 후반의 나이가 무색해질 만큼의 여성들도 더러 있었다. 중간중간 외모에 밀리지 않는 육감적인 몸매의 소유자들도 있었다는 게 좋은 현상.
다만 이제 처음 예상했던 50위부터 천천히 올라갈수록 외모의 격도 높아질 것이라 예상한 것과는 다르게 어디까지나 취향의 차이던가, 인싸와 씹인싸의 차이라고 볼 수 있는 친구들 숫자 정도로 인해 투표수가 많이 갈린 것 같다. 하위권 여성들도 상위권 여성에 비해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하위권보다 별론데..? 하는 애도 있었으니까. 물론 어디까지나 서로를 비교했을 때.
“와.. 근데 얘네가 지금 다 너한테 면접을 보러 온다고?”
사진 하나하나 보면서 끊임없이 감탄하던 A가 묻는다.
“그렇지. 하, 이거 생각보다 준비할 게 많다.”
“그래, 마음의 준비도 좀 필요한 것 같다.”
“뭔 소리야? 뭐 꽂힌 애라도 있냐?”
“여기 있는 애들 다 좋은데?”
아직 머릿속이 꽃밭이구만. 화면에 떠 있는 여자애 드림창을 띄워 그룹에 넣고 얘기한다.
“야, 잘 생각해봐. 지금 얘.”
“어. 보고 있다.”
“뭔가 청순해 보이는 느낌이지?”
“존나 막.. 깨끗한 느낌이지.”
“근데 얘가 지금 거쳐간 남자만 50명이 넘어서 개헐렁보지면 어쩔 거냐?”
“...... 헐. 씨발.”
그제야 뭔가 느낌이 왔는지 표정이 굳는 A.
“얼굴도 이쁘고 주위에서 이 정도로 뽑아줄 정도로 인기도 있다. 남자들이야 당연히 안 놔두겠지. 근데, 그게 적당해야 할 거 아냐.”
“야, 그런 애들은 그냥 안 받는 게 낫지 않냐?”
“아니지, 경험을 쌓아야지. 와.. 이 정도 남자랑 섹스한 여자가 이렇게 헐렁하구나. 뭐 이런 식으로.”
“... 별로 유쾌하지는 않네. 시발.”
“근데 오히려 그런 게 딱딱한 면접만 보는 것보다는 재밌을 거라고.”
50명이나 똑같은 질문하고 대답하면 재미없잖아.
“그러고 보니 카페에서 했던 그 언니는 좋았냐?”
“개쩔었지. 벗겨보니까 운동을 했는지, 몸 탄력이 존나.. 와.. 시발.. 존나 행복했지..”
“그런 언니들 많으면 좋겠는데.”
“..? 뭔 소리야. 여기 있었잖아.”
“어? 그랬냐?”
“여기 있잖아. 어딨더라..”
휠을 내리더니 사진 하나를 켜는 A. 자세히 보니까.. 어 맞네. 그.. 이름이.. 옆에 보니까아 맞다. 허민주.
“어떻게 바로 알았네?”
“그럼 아다 떼준 사람 얼굴도 잊어 버리냐.”
“그것도 맞네.”
흐음, 윤진이도 그렇고 이 누님도 그렇고. 역시 내 생각보다 나는 처음치고 운이 굉장히 좋은 놈이었다는 건 알 것 같아.
“자, 그럼 계속하자. 얼마 안 남았다.”
“좋지, 빠르게마무리 하자.”
“야, 근데 뭐 좀 마시면서 할까? 할 것도 많은데.”
“마실 거 있냐?”
“아니, 배달시키지 뭐. 요새 커피도 배달해주던데.”
“와.. 개쩌네.. 내가 진짜 돈지랄이라고 생각했던 그걸 거리낌 없이 얘기하냐.”
“나는 존나 합리적인 장사꾼이야. 내가 기분 좀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대신에 고작 몇 천원 받잖아. 이거 어디가도 못 구하는 개쩌는 상품이라고.”
“... 그래, 뭐. 그렇다 치자고.”
“뭐 마실 건데?”
“나 스무디. 스무디. 딸기 좋다 딸기.”
“말 왜 그따구로 하냐. 귀여운 척 하지 마라.”
대충 배달 어플을 키면서 A가 보여준 여자들 드림창도 계속 그룹에 넣는다. 스무디 두 잔 시켜서 계산하면서 드림창 넣는 멀티태스킹이 뭐 그리 어렵지는 않다.
“야, 마지막이다. 1등.”
“오, 1등이냐?”
결제까지 마치고 나니 이제 1등이다. 그래, 누군지 얼굴 한 번 보자. 두근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SNS를 들어갔는데... 어라? 뭐지 이 위화감은?
“...얘 사진 뭐냐.”
“그러게. 이쁘긴 한데.. 이거 뭐지? 왜 이리 컨셉 사진 같은 게 많냐.”
“... 뭔가 느낌이 오는데. 잠시만.”
갑자기 검색창에 이름을 검색해보는 A. 검색하고 나니 검색화면을 떡하니 보여주는데..
“...뭐야. 아이돌이야?”
“그런 듯. 나는 처음 들어보는데 최근에 데뷔했나?”
“나 전역하기 전에 애들 다 알았는데 모르는 거 보니.. 신인인 듯.”
“그럼 얘는?”
“걸러.”
결국엔 49명이 되는구나.
“그럼 49명은 다 추가한 거임?”
“어, 얘네 이제 다 컨트롤 가능하다.”
“와우, 근데 생각보다 좀 걸렸네. 금방 금방 한 것 같은데.”
그러게. 의외로 시간이 좀 흐른 상태다.
“이제 다 추가했고, 뭐하냐?”“뭐하긴, 아까 하던 설문지 두 번째 계속 작성해야지.”
“아.. 그거.”
아니다, 일단 만드는 것보다 일정부터 확인하자.
“야, 다음 주에 언제 시간 되냐?”
“나? 나 글쎄.. 다음 주에 특별히 할 거 없긴 한데.. 어? 나도 껴주냐?”
“그럼 면접을 1:1로 나 혼자 보냐. 답답해 뒤져 병신아.”
“... 어우씨 약간 뭉클한다.”
“놀고 있네 아주.”
가슴을 움켜쥐고 지랄하던 A가 금방 원래대로 돌아와서 묻는다.
“야, 근데 그거는 어떻게 만들게?”
“그거야 뭐 물어보나마나 뻔하지.”
한 쪽으로만 웃어주면서 썩소를 날린다.
“존나 적나라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