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4화 〉대결 - 5 (44/132)



〈 44화 〉대결 - 5

대충 쉬는 시간 얘기를 하니 뒤에 모여 있는 여자들도 각자 자리로 돌아간다. 그 모습을 보고 나 역시 내 자리에 그대로 앉는다. 물론, 바지랑 팬티는 안 입고 그대로 내버려 둔 상태로. 윤진이는 자리에 앉자마자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그리고 그 새끼도 다급하게 자리에 앉아서 윤진에게 묻는다.

“자, 자기야. 뭐 하는 거야.. 부, 불쌍해서 그런 거지?  샊.. 아니 쟤가 좀 안쓰러워서 뒤에  거지?”

중간에 본심 나왔다 개새끼야. 아니지 시발. 존나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필터 안거치는 거네. 윤진이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이 묵묵부답. 이럴 때 한 번 긁어줘야지.

“형, 왜 그러세요. 어차피 형이 이기셨는데 뭐 상관없지 않나요?”

내 말에 표정이 존나 험악해지면서 나를 쏘아보는 그 새끼. 아, 순간 쫄았다. 와우  개무섭네. 근데 순간의 화를 못 참아서 그걸 깜빡한 듯. 여기는 나만 있는 게 아니라 내 옆에 정화랑 아라도 있는데. 순간 눈알이 좌우로 구르더니 그제야 얼굴이 풀리면서 자신의 실수를 알아챈 듯 살짝 놀란다. 그리고 다시 윤진에게 고개를 돌리며 재차 묻는  놈.

“자, 자기야. 아니, 윤진아..  그래.. 진심 아니지? 우리 할 때마다 내 꺼 좋다고.. 오빠 잘한다고.. 막 칭찬해 주고 그랬잖아...”

... 저거  위험한데. 사람들 앞에서 할 말이랑 못할 말이랑 구분이안 되나? 지금은 대결중이 아니라 휴식중인데도 포함이 되나? 우리뿐만이 아니라 옆 테이블에서도 얘기가 들리는 지 힐끗힐끗 흥미로운 눈길을 몰래 주고 있다.

“아, 오빠!! 좀 조용히 해.. 무슨 그런 소리를 여기서..”

얘기를 듣다 못한 윤진이 그 놈에게 톤을 낮춰서 윽박지르듯이 얘기한다. 음, 역시. 저 새끼가 미친 거였어.

“이것만 얘기해주면 그만할게. 장난친 거지? 저것보다 내 것이 더 좋지? 그렇지? 설마 둘이서 하고 그런 거 아니잖아? 자기가 나를 배신할 리가 없으니까. 당연히 그렇지?”

애절하게 구걸하는 듯한 놈을 보는 윤진의 당황한 것 같은 옆얼굴만 봐도 표정이 대충 짐작이 간다. 근데 생각보다 엄청 충격이 큰가봐. 이 정도까지 처절해지는 건 예상 못했는데. 아, 근데 왠지 재밌다. 나랑 관련도 없는 사람이면 조금 비참해보여서 어느 정도 커버해줄 수는 있는데, 아까 그 개소리를 듣고 나니까 찌질한 모습 보는 것도 재밌네 이거.

“아니.. 오빠 그게 아니라..”

우물쭈물. 쉽사리 대답을 못하는 그녀. 아! 나도 그녀의 본심은 어느 정도 알고는 있는데, 직접 입으로는 듣고 싶어졌어. 단, 저 새끼는 빼고.

쪼다새끼 드림창을 가져온다. 하나 더 추가하자.

「‘남자의 대결’ 쉬는 시간 동안 화장실에서 있고 싶은 정도」 - 9
「‘남자의 대결’ 쉬는 시간은 내가 화장실로 직접 부르러 와야 끝난다고 생각하는 정도」 - 9

됐다. 자리 좀 비워주세요.

“하.. 자기야. 그럼  화장실   있을게..”
“어... 어? 갑자기?”

방금까지 그 처절했던 모습은 어디가고 급하게 화장실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는  놈. 그 뒷모습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윤진. 뭔가 윤진이 휘말리게 하는 건 쪼금 미안하지만.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더니 어처구니없는 한숨을 내쉬는 그녀에게 묻는다.

“뭐야, 근데 진짜 무슨 일인데? 저 형은  왜 저래?”
“... 몰라.. 나도 무슨 일인지..”
“저 형 보니까  집착이 심한 것 같네. 원래 저래?”

하아아아. 깊은 한숨을 내쉰 그녀가 말을 잇는다.

“오빠가.. 원래 그런  좀 심했거든. 평소에는 되게 자상하고 나 많이 생각해주고 다 좋은데.. 내가 다른 남자친구들, 그러니까.. 남자사람친구 만나는 것도 되게 싫어해.”
“뭐, 그걸 좋아하는 남자친구는 사실 없지 않을까..”
“아니, 그게 너무 심해.너어어무 심해. 병적일 정도야. 친구들이랑 한 잔 한다고 카톡하면 가장 먼저 남자 있는지부터 확인하더라. 있다고 하면 겉으로는 괜찮은 척 하는데 그 다음에 그거 가지고 계속 늘어져. 이게 한두 번째가 아니야. 그런 거 한 번 걸리면 내가 너무 피곤해.”
“거기.. 까지는 뭐 이해 할 수 있을 듯..?”
“그 다음부터가 문제야. 자꾸 떨어져있으면 의심스러운 말투로 계속 떠 본단 말야. 그래서 내가 막 인증샷도 보내고 하는데 그거 안 믿고 영상통화 계속 걸고. 처음에는 미안해서 받아줬는데, 이게 계속 지속되면 진짜 스트레스라니까.”

흠, 믿음이  부족해진 건가. 근데 얘 저번에 보니까 엄청 자유분방한 스타일이던데. 피곤해하긴 할 듯.

“오빠 나랑 처음 봤을 때도 MT 갔던 애들이랑 마시러 왔다가 본 거 잖아. 그 MT 때도 학회장으로 순찰하러 왔다면서 거의 술자리 파하기 직전까지 계속 앉아 있으면서  술 마시는 것도 많이 마셨다고  지가 끊고. 여자방까지 데려다 주고 가고. 그 다음날도 또 그러고. 애들 자꾸주눅 들게 만들어서 내가 따로 마련한 게  날이란 말야.”
“어.. 그랬니..?”

이거 좀 미안해지는걸.

“근데 그거 사실 오빠한테 비밀로 하고 간 거라, 좀 늦게 만나긴 했어도 어떻게 마무리 짓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스윽, 상체가 앞으로 숙여지면서 살짝 목소리가 작아진다.

“오빠 방에서 그거, 왕게임 했잖아..”

그리고 다시 돌아가면서 본래 목소리로 돌아온다.

“아무튼 그거 하느라 새벽 늦게까지 하고 거기서 그대로 잤잖아? 근데 씻으려고 정화방 가서 폰을 보니까 카톡이랑 전화가 엄청 와 있더라고. 어떻게 하지.. 하다가 정화랑 아라 얘기는 했는데..”
“아.. 거기서  이름도 나왔구만?”
“어... 그래서 아까 오빠 이름 많이 들었다고 했을 때.. 조금 흠칫했어. 오빠 이름  거 같아서.. 실제로 많이 한 거는 아니고. 그냥 같이 마시고 정화방 가서 셋이 더 마시다가 잤다..  정도만 얘기했는데..”
“그래? 아니 뭐, 그런 건 전혀 상관없어. 나는 네가 나랑 카톡도 많이 했다고 해서 그냥 평범하게 얘기한 줄 알았지.”
“어?”

눈이 커지면서 놀라는 윤진. 어라? 내가 뭐 이상한 말 했나?

“왜 그래?”
“무슨 카톡?”
“어?”
“아니 내가 오빠랑 카톡을  걸 봤다고 얘기해? 오빠한테?”
“아까 화장실에서 그러던데? 카톡도 자주 하는 것 같다고..”
“아니.. 아.. 그 오빠 진짜..”

머리를 짚으면서 화가 나는 듯 미간이 좁혀지는 그녀. 어라? 내가 뭐 말실수 했나?

“왜 그래. 내가  이상한 거 말했냐?”
“아니, 오빠 잘못은 아닌데.. 내가 조다 오빠랑 있을 때는  번도 우리 단톡방에 카톡 한 적이 없거든. 하.. 또 내 폰 훔쳐본 것 같아..”

어라? 폰을 훔쳐봐? 거기다 ‘또’?

“뭐야,  오빠 그런 짓까지 해?”

가만히 듣고만 있던 정화가 갑자기 끼어든다.

“내가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자꾸 몰래 보다가 나한테 몇  걸렸어.  때 마다 진짜 잘못했다고 안 그러겠다고 했는데 또 보더라. 마지막으로 걸렸을 때는 우리 이럴 거면 그만 만나자고까지 얘기했는데, 진짜 싹싹 빌어서 내가 겨우겨우 용서해주고,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핸드폰 비번도 바꾸고 카톡 비번도 바꾸고 웬만하면 항상 내가 갖고 다녔는데... 요새 괜찮아진  같더니.. 어휴..”

술기운과 분노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지 관자놀이 부근을 누르면서 혼란스러운 머리를 다스리는 그녀.  비번 다 알아낸 것도 대단하네. 분명 조금 전만 해도 자기 남친 외모 자랑하던 그녀가 이제는 그 놈 때문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니.

하지만 그거는 그거고, 연인관계여도 폰 훔쳐보는 건 어마어마하지. 특히 카톡은 더하고. 그 사람의 웬만한 정보를   수 있잖아? 옛날에 그런 것도 있었지. 남의 카톡 훔쳐봐서 인기 있는 남자 되는 만화. 어.. 근데.. 잠깐. 생각해보니 쟤 나랑 카톡한 거를...

“... 야. 근데 우리 카톡 본 거면  위험하지 않냐?”
“뭐가?”
“그.. 우리 단톡 내용이.. 조금..”
“그래도 내가 내용이 너무 적나라한  나한테서 메시지 삭제해놨어. 그것까지는 아냐.”

어? 그래? 생각보다 철두철미하시네. 엄청 저돌적으로 들이대시는  알았는데.

흐음, 대충 그림이 그려진다. 겉보기에는 존나 선남선녀 커플이지만 여자쪽은 자유로움을 원하고, 남자쪽은 집착이 너무 심하고. 서로 완전 반대성향이네. 거기다.. 아까 보아하니.. 남자 새끼는 약간 그 쪽 성벽에 눈뜨려고 하기까지.

몇 번이나 걸려서 헤어지기 직전까지 갔던 폰 훔쳐보기를 그만두지 못할 정도로 자신이 이렇게나 끔찍하게 생각하는 여친을 나 같은 놈한테 뺏긴다? 눈 돌아가지. 거기에 꼴리려고 하는 자신이 좆같기도 할 거야.

성벽에 눈을 뜨게 해준다라.. 그렇다면 역시 그 새끼 보는 앞에서 윤진이만 저번처럼 보내버리면 되겠지? 솔직히 성벽 눈 뜨게 해준다고는 했지만, 이런 걸 해도 되는지 약간 고민이 되긴 했는데... 생각보다 더 독한 놈이니까 한 번 맛을 보여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자, 이제 다시 대결을 재개해보자. 머리가 아파오는 윤진을 잠시 내버려두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화장실로 향한다. 화장실 문을 여니 하체를 그대로 드러낸 채로 세면대에 기대서 고뇌하고 있는  새끼가 보인다. 내가 문 여는 소리에 약간 흠칫한 듯. 근데, 그 와중에도 거기는 왜 이리 빳빳하게 서 있니?

“형, 쉬는 시간 끝났어요.”
“어? 어... 알았어.”

대충  놈을 뒤로 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간다. 그 새끼가 나를 따라 나오는 것을 보고 난 다음에 다시 사람들을 모은다.

“자, 대결 계속 하겠습니다. 여성분들 다시 모여주세요.”

자기들끼리 이래저래 떠들고 있던 여성들이 일어나서 이쪽으로 모인다. 4세트를 시작하자.

“자, 현재 스코어 0:3으로 조다 형이 앞서고 있습니다. 저는 한 번만 지면 그대로 끝나니까 최대한 열심히 해서 역스윕을 노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내 말에 그래도 약간의 환호와 응원의 박수소리가 들린다. 진심인지 동정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거시기에 조금 피는 쏠리네.

“네 번째 대결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종목은 정신력 대결입니다.”

잘 이해가 안 가는지 정신력 대결이 뭐야? 하면서 서로 물어보는 사람들. 정신력이란 무엇이냐? 애국가 잘 외우면서 버티는 게 정신력이다.

“간단합니다. 저와 형이 각자 대결에 참가하신 여성분들 한 명씩을 지목해서 대딸을 받고, 먼저 싸는 사람이 패배하는 겁니다.”

그제야 아아 소리가 들린다. 그래,  간단한 대결이지?

“자, 그럼 전 경기 승리자인 조다 형 먼저 고르도록 하겠습니다.”

골라보거라. 그 사이에 나는 쪼다 새끼 드림창을 가져온다.

“그럼 저는 당연히 제 여자친구인 윤진이를..”
“어어, 형. 그럼 안 되죠.”
“어? 뭐, 뭐가..?”
“원래 ‘남자의 대결’에서 여자친구 못 고르는 게 국룰이잖아요.”
“어..? 아, 알지.. 하, 한 번 알고 있나 테스트 해본거야.”

지랄한다. 당황하는 그 새끼는 시선을 돌려서 여자들을 살피더니 아라랑 정화쪽으로 시선이 몰린다. 안 돼,  새끼야. 우리 애들 눈독 들이지 마라. 재빠르게 드림창에 추가한다.

「‘남자의 대결’에서 여성 참가자 중에 ‘정화’  ‘아라’를 지목하고 싶지 않은 정도」 - 8
「‘남자의 대결’에 참가하고 있을 때 성기가 훨씬 민감해지고 사정하는 게 빨라지는 정도」 - 6
‘기존의 섹스할 때의 기준 2.’

좋아,  정도면 되겠지. 곧바로 우리 애들을 보던 시선이 다른 여자들에게 돌아가더니,  중에서 가장 괜찮아 보이는 여성 한 명을 지목한다. 간단하게 흰색 반바지에 스트라이프 반팔 입고 있는 여성. 적당히 이쁜 정도의 외모, 별로 특출나지 않은 몸매. 뭐, 남은 인물들 중에서는 최선의 선택이겠지.

“형은 선택하셨고.. 저는.. 그럼..”

누구를 고를까 하면서 턱을 괴고 스으윽 둘러보는 척을 한다. 뭔가 다른 여자들은 기대감 반, 불안감 반인 표정들이다. 그런 모습 보이니까썩  내켜. 게다가 애초에 고를 사람 정해져있거든.

“저는 그럼 저 분으로 하겠습니다.”

저 분이 누구냐. 임윤진씨다.

“.. 뭐?”
“왜요? 뭐 문제 있으신가요?”
“아니.. 남의 여자 친구를..”
“대결에서 그런 거는 전혀 중요하지 않을 텐데요. 저기 계신 분들도 남자친구 계신 분 있으실 거고.”
“으윽.. 씨.. 씨발..”

남들에게  들릴 정도로 작게 혼자 욕짓거리를 내뱉는 새끼. 그래봐야 내 룰에 전혀 문제는 없단다.

“자, 지목받은 여성분들은 각각 대결 참가자들 앞에 와주세요.”

쪼다 새끼한테 지목받은 여자는 뭔가 들떠 보이는 표정으로 그 새끼 앞에 섰고, 윤진이는 복잡한 표정으로 나랑 그 새기에게 시선을 번갈아 주면서 내 앞에 선다. 흠, 이거 가슴 속에서 뭔가 알  없는 무언가가 자꾸 꿈틀거리는 느낌인데.

“공평한 경쟁을 위해 똑같은 방법으로 대딸을 하겠습니다. 여성분들 죄송하지만 무릎을 꿇고 한 손으로만 대딸 부탁드립니다.”

바닥에 무릎을 꿇으려고 하다가 다른 여성들의 건의로 바닥에 휴지 몇  깔고 그대로 무릎을 꿇는 그녀들이다. 이쯤에서도  번 긁어줘야지?

“형, 자신 있으세요?”
“어? 나야.. 당연하지. 그래도 어느 정도 자신이어어어어!!”

갑자기 영문 모를 소리를 하면서 허리를 그대로 뒤로 빼는 그 새끼. 왜 그런가 봤더니 상대 여성분이 빠르게 무릎을 꿇고 그 사이에  새끼 것을 손으로 잡은 모양이다. 거시기를 쥐었던 손 모양 그대로 놀라서 굳어있는 모습이 보인다.

“왜 그러세요? 아직 시작 안했는데.”
“하아.. 어..? 어어.. 미, 미안. 갑자기 만져지니까 깜짝 놀라서...”
“여성분. 제가 ‘준비’ 라고 얘기하면  때 만져주세요.”
“아, 네. 죄송합니다..”

저 정도로 소스라치게 놀랄 정도인가. 이거 생각보다재밌어 지겠는데. 아! 그거 안 가져왔다.

“혹시 여기 종이컵 있나요?”

지나가던 남자 알바생한테 물었다. 이 와중에도 남자 알바생은 주문 받느라 바쁜 모양이다. 하긴 뭐, 이런  보면서 한 잔씩 하면 재밌을 것 같잖아.

“종이컵이요?”
“네. 종이컵. 있나요?”
“어.. 아마 있을 건데..  개요?”
“두 개만 부탁드려요.”

주방쪽으로 들어가는 알바생. 그 모습에 다들 궁금한 눈치이긴 한데, 질문은 정화가 한다.

“종이컵은 왜?”
“다음 대결에 필요하거든.”

후우, 아무리 대결이라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거시기 까고 있는  썩 익숙해지지는 않네. 그래서 그런가. 더 좋은 것 같아.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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