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대결 - 4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떻게, 여기서 바로 진행하고 싶은데 괜찮으세요?”
“그럼. 언제든 상관없지.”
“오, 뭐야. 갑자기 대결이야? 오빠 무슨 자신감?”
비아냥대는 것만 같은 정화의 목소리. 하긴, 가장 남자다운 대결인데 겉으로 보기에는 쨉도 안되잖아.
“지켜보기나 하세요. 룰은 제가 정할게요. 괜찮으시죠?”
“어떤 룰이든 상관없으니까 내가 이 참에 한 수 가르쳐줄게.”
으으, 어떤 룰인줄 알고 지가 가르친대.으으 소름 돋아 시발.
“그러면 밥이랑 술도 적당히 먹었으니.. 소화도 시킬 겸해서 어... 7전 4선승제로 하겠습니다.”
단판은 재미없지. 극적인 드라마는 다전제가 제일이잖아? 자, 이제부터 사람들을 끌어 모으자. 예전에는 수업에서 발표하는 것도 꺼림칙했는데, 요새는 자신감이 붙어서 그런가 자연스럽게 사람들 앞에서 얘기할 수 있게 되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면서 다소 큰 목소리로 얘기한다.
“자자, 여기 주목해주세요. 지금부터 저랑 김조다 형이랑 ‘남자의 대결’을 시작하겠습니다.”
시끌벅적하던 가게 내부가 슬며시 조용해지더니, 약간의 환호소리와 함께 박수 소리가 울려 퍼진다. 엄청나게 재밌는 광경이라 생각하겠지. 옆에 여자들 셋도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박수를 열심히 치고 있다.
“룰은 7판 4선승제, 그리고 각 대결에 대한 심판은 우리 여성분들께서 봐주시겠습니다. 여성분들 이쪽으로 모여주세요.”
내 말을 들은 여자들이 신나는 것 마냥 야단법석을 떨며 우리 쪽 테이블로 모인다. 대충 모인 사람들을 정리하며 일렬로 서게 만드니 우리테이블을 제외하고 12명이 일렬로 쭈욱 선다. 근데.. 여자들은 많은데.. 돋보이는 여자들은 우리 테이블 제외하면 1명? 2명 정도네. 그래, 이게 평균이지.
“야야, 니들도 일어나서 여기 서 봐.”
12명에 우리 애들까지 끼우니까 15명. 홀수라서 동점은 안 나오겠네.
“여성분들 준비 되셨나요?”
네에~! 하는 활기찬 대답소리. 좋아, 준비는 끝난 것 같으니 이제 시작해보자.
“자, 1세트는 가볍게 시작하겠습니다. 1세트는 외모 대결입니다. 두 사람을 비교해서 마음에 드시는 분의 뒤쪽으로 서주세요. 자, 저랑 조다형은 눈을 감겠습니다.”
눈을 감는다. 어둠 속에서 무리들이 우루루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 뭐 예상은 당연히 했지. 내가 쪼끔 기대하는 건 그나마 어쩌면 한 명..? 아니 혹시 몇명쯤은 뒤에 있지 않을까.. 하는 아주 작은 기대감? 발걸음 소리가 완전히 잦아들고 난 뒤에 말을 이어간다.
“이제 움직임이 멈춘 것 같으니 눈을 뜨도록 하겠습니다. 하나, 둘, 셋!”
감은 눈을 뜨니 쪼다새끼 앉아 있는 뒤 쪽으로 가득한 여자들이 보인다. 그래, 이건 예상했어. 그래도..내 뒤에는 한 명이라도 있겠지! 하고 천천히 뒤를 돌아보니... 정화랑 아라가 무심한 표정으로 서 있다. 하아, 그래. 니들이라도 나를 생각해주는 게 어디..
“오빠, 착각하지마.”
“...어?”
“저기에 사람 너무 몰려서 결과 안 봐도 뻔하니까 일부러 안 간 거야.”
“... 고맙다 이년아.”
살짝 감동하려고 하는데 정화가 초를 친다. 아라도 뭔가 눈을 피한다. 하.. 인생..
“1.. 1세트는 조다 형의 승리입니다..”
저 새끼 뒤에 있는 여자들과 자리에 앉아서 재밌게 지켜보는 남자들의 박수소리가 들린다. 처량하다. 그, 그래도.. 한 명 쯤은 내가 취향인 사람이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가혹하구나.. 침울해 하는 그 사이에 조다놈이 일어나서 여자들한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눈만 마주쳐도, 한 번 웃어만 줘도 여자들이 좋아죽는구나. 그 뒤로 윤진이는 좀 떨떠름한 표정이 살짝 남아있지만 뭐 대결은 대결이니까.
감사 인사를 마친 쪼다새끼가 여유 있는 표정으로 다시 앉아서 얘기한다.
“자, 그럼 2세트로 가볼까?”
2세트... 에휴. 그래도 하기는 해야지.
“2세트는.. 팔씨름입니다.”
얘기를 들은 쪼다놈이 어이없는 것 같은 웃음을 터트린다. 웃음 사이에 눈을 아래로 깔며 나를 스캔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그 새끼. 그래, 니가 봐도 상대가 안 돼 보이지?
“저희 팔씨름 해야하니까 여기 테이블 좀 치워주세요.”
나의 말에 그 놈 뒤에 있던 여자들이 우리 테이블에 있는 접시를 몇 번 나르다 보니 빠르게 테이블에 빈자리가 생긴다. 여자 알바생은 행주 가져와서 테이블까지 닦아준다. 행동력은 좋네.
“자, 빠르게 하자.”
그 새끼가 자신 있게 오른팔을 올리는데, 어우 이두 튀어나온 거 봐라. 존나 자신감이 넘쳐흐르네. 내가 정하긴 했지만 참으로 내키지 않는다. 적당히 한숨한 번 쉬어주고, 팔을 올린다. 겉보기만 봐도 팔 두께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팔씨름을 위해 손을 잡으려고 하니 슬쩍 손을 빼는 그 놈.
“내가 핸디캡으로 팔목 잡고 해도 될까?”
그러더니 내 팔목을 그대로 잡는다. 어우, 힘 좀 보소..
“네? 네... 뭐... 그러시죠. 져도 깔끔하게 인정만 해주신다면..”
“이거 지면 내가 나머지 전부 진 걸로 할게.”
아.. 의도하긴 했지만 이건 좀 굴욕인데.. 근데, 지금 팔목에 쥐는 힘만 봐도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느껴진다.
“자, 아무나 한 명 와서 시작해주세요.”
그 놈의 자신감 넘치는 소리에 가장 가까이 있던 윤진이 우리 사이 가운데로 와서 가볍게 내 주먹에 손을 올린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준비... 시작!”
쾅.
1초였다. 내 팔이 꺾이는 시간까지. 얼마나 힘을 줬으면 시발 팔이 꺾여서 테이블에 부딪힌 것보다 팔목을 쥐고 있었던 부분이 더 아프다. 시발 새끼..
“어, 미, 미안. 괜찮아?”
뒤늦게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꺾인 내 팔을 들어 문질러주는 그 놈. 으으 아픈 와중에도 소름 돋아.
“미안해. 내가 승부욕이 좀 쎄서.”
“아, 아뇨. 괜찮아요.. 승부니까요..”
쥐 날 것 같은 팔을 슬쩍 뺀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과격할 줄이야..
“괜찮아? 할 수 있겠어?”
뭐지, 이 느낌은. 겉보기에는 걱정하는 것 같지만 어쩐지 니가 내 상대가 되겠냐 하는 그런 말로 들린다. 내 심성이 꼬이기 시작하는 건가..?
“괘, 괜찮아요. 2세트도 형이 이기셨네요. 3세트 바로 가시죠.”
으으, 다음에 또 할지 안할지 모르겠지만 상대 봐가면서 힘쓰는 대결 해야겠다. 짝짝짝 들려오는 박수 소리가 왠지 나를 더 애처롭게 만드는 것 같다. 3세트 얼른 하자.. 씨발..
“3세트는... 성기.. 선호도 대결입니다.”
여자들 사이에서 어머어머 하는 소리가 들린다.
“룰은 양쪽 모두 바지와 속옷을 벗고, 발기된 성기를 보여드리면, 여성분들은 한 쪽을 선택해주시면 됩니다.”
이번에는 뭔가 짧은 행복의 비명소리 같은 게 들린다. 저 몸 좋은 훈남의 꼬추까지 볼 수 있는 기회니까 좋아 죽겠지.
“어.. 이거는 좀 너무..”
갑자기 난처한표정을 짓는 그 새끼. 뭐지? 내 룰을 이상하게 느끼지는 않을 텐데?
“뭐 문제 있으세요?”
“아니.. 이번 게임은.. 너무 좀.. 그럴 것 같아서.”
“네? 뭐가요?”
“좀.. 미안할 것 같아서..”
하면서 슬쩍 내 가랑이 사이 쪽으로 시선을 내렸다가 다시 나를 쳐다본다. 아, 갑자기 짜증이 치솟는다. 안 돼, 참아야 돼. 빌드업이 얼마나 중요하니.
“괘, 괜찮아요.. 대결이잖아요?”
“그렇겠지? 미안해. 내가 괜한 말을 한 것 같네.”
“아니에요. 바로 시작하실까요?”
나의 말에 씨익 웃으면서 벨트를 푸는 그 새끼. 나 역시 바지 단추를 빼고 지퍼를 내린다. 와우, 근데 보는 시선이 많아서 그런가 이거 생각보다 손이 잘 안 떨어지네.
그 새끼는 이미 존나 자신감 있게 바지를 벗어서 팔씨름 했던 테이블 위로 올려놨다. 그 놈 하체를 보니 검은색 드로우즈 사이에 당당한 묵직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저기에 아까 봤던 그 녀석이 있나 보지? 나 역시 바지를 벗어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나도 뭐, 평범한 회색 드로우즈였지만 가운데 묵직함이 달랐다. 그나마 시선을 느껴서 조금씩 커지고는 있지만..
내 것을 보고 약간 비웃음을 머금은 것 같은 미소로 바뀌는 것 같은 그 새끼가 이번에도 먼저 팬티를 내린다. 뒤에서 그 놈의 엉덩이를 감상하던 여성들이 훈남 거시기를 눈으로 맛보기 위해 우리 사이로 우루루 몰려든다. 갑작스러운 노출쇼가 됐지만, 나 역시 마음을 다잡고 팬티를 내린다.
팬티를 완전히벗은 후에 몸을 일으켜 보니, 우람한 그 새끼의 좆이 우뚝 서 있는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아까는 시발 발기도 안 된 상태였는데, 세우고 보니까 존나 자신감이 넘치는 이유를 알겠다. 색만 조금 하얬으면 양놈 물건인 줄 알았겠지.
여자들 무리 사이로 감탄과 황홀이 담긴 한숨 소리가 들린다. 거시기와 함께 들어오는 단단한 하체. 내 쪽으로는 거의 뭐 시선도 안주는 것 같다.
“여러분, 공정한 경쟁을 위해 저 친구도 확인해주세요.”
존나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나를 가리킨다. 그 손을 따라 여자들의 시선이 나에게, 그리고 나의 좆으로 향했다. 반응이야 뭐.. 실망스러운 모습이라기보다는 애초에 기대도 안했는지 무덤덤하다. 3초나 머물렀을까, 바로 다시 그 새끼 좆으로 고개를 돌린다. 내 뒤에 있던 정화랑 아라도 내 팔을 붙잡고 옆으로 나와 그 새끼 좆을 관람하느라 바쁘다. 노출하고 있다는 흥분감은 어느 새 사라졌다.
“이제 다들 정하셨나요?”
이젠 저 새끼가 진행까지 한다. 뭐, 여자들 표정을 보니 이미 옛날 옛적에 정해놓은 것 같다. 빠르게 끝내자.
“그럼 본인이 선택한 사람의 뒤에 서주세요.”
나의 말을 듣더니 여자들이 아까 왔던 그대로다시 우루루 그 새끼 뒤로 간다. 에휴, 뭐 안 봐도 뻔하겠지... 하면서 슬쩍 고개를 돌려 뒤를 보니 이 두 명은 움직일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 니들은 안 가냐?” “왜?”
“이번엔 동정 필요 없다.. 얼른 가..”
“별로 가고 싶은 마음 없는데?”
어? 놀란 표정으로 둘을 보는데 정화는 당당하고, 아라는 조금 부끄러워하는 눈치. 호오, 내 좆 맛을 본 사람들은 저 사이즈에 휘둘리지 않는 건가? 그럼그럼. 겉보기에는 이래도 아주 실한 녀석이라고.아니, 겉보기에도 나쁘지 않은 애잖아.. 쟤가 이상한 거야..
“윤진아, 뭐해? 이리 와.”
그 소리에 다시 돌아보니 우리 사이에 윤진이만서 있었다. 다정하게 불러주며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듯이 손짓하는 쪼다새끼 모습에도 쉽사리 움직이지 않고 뭔가 시선이 불안불안한 모습. 어? 설마.. 갈등하는 건가?
양손으로 입을 가리고 정말 고민하는 듯이 나와 그 새끼의 좆을 번갈아 보던 윤진이 고심 끝에 결정을 한 듯, 눈을 질끈 감는다. 그렇게.. 어려운 발걸음을 택한 그녀가 선택한 곳은..
나의 뒤였다.
내 옆을 지나가면서 보이는 복잡한 표정의 윤진을 보고, 다시 그 새끼를 보니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주다가 그대로 표정이 풀어지면서 완전히 굳어있었다.
이건 예상 못했다. 아무리 솔직한 반응만을 보이라 했지만, 그래도 남자친구 본인 앞에서는 좀 어렵겠지.. 하는 생각 정도만 가지고 있었는데. 이렇게 완벽하게 배신을 때릴 줄이야.
“아.. 아! 이번에도 제가 졌네요.. 3라운드도 조다 형의 승리입니다.”
일단 제정신을 차리고 라운드를 마무리지었다. 짝짝짝. 가게 내에서 울려 퍼지는 박수 소리. 게임에서는 이겼지만 승부에서는 패배한 저 놈을 위한 위로의 박수일까. 뒤를 돌아보니 차마 눈을 못 마주치겠는지, 아라의 어깨 위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윤진이 보인다.
본래는 0:3에서 4:3으로 패패패승승승승. 완벽한 언더독의 성공신화를 쓰면서 자신 넘치는 모습을 보이는 저 놈에게 패배감과 굴욕감을 안겨주려 했는데, 이번 라운드로 인해 저 새끼는 그보다 더한 충격을 받은 것 같다. 나 역시 갑자기 꼬이는 게임을 어떻게 풀어야할지.. 갑자기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머리를 긁적이며 다음 게임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생각하는 그 와중에 눈에 들어온 것은 참담함을 숨길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얼굴과는 달리, 그 새끼 거시기가 조금씩 움찔, 움찔하는 모습이다.
... 어? ... 어라? 설마... 저 놈 저거 설마...?
잠깐. 이거 왠지 노선을 변경해야 될 것 같다. 저 새끼에게 굴욕을 주는 게 아니라.
저 새끼의 새로운 성욕과 취향에 눈을 뜨게 해주는 방향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생도 그리 길지 않은 짧은 생이었지만, 요즘 같이 인생 최고의 정점을 찍고 있는 상황.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주무르는 이 짧은 기간에서도 예상치 못한 것이 자꾸만 튀어나온다. 역시 사람들을 겉모습만으로 판단하면 안 돼. 누가 저 여신 포스를 풍기는 윤진이가 성욕의 화신인줄 알았으며, 저 허우대 멀쩡한 놈이 지금 이 상황에 고추가 벌떡벌떡 하는 변태새끼인줄 알았겠는가.
내가 지긋이 그 새끼 거시기만 보고 있으니, 고개 숙인 윤진이 정수리만 보고 있던 그 새끼가 지금 상황에서 부끄러움을 느꼈는지 양 손으로 가랑이를 가린다. 근데 너도 알잖아. 니 사이즈가 그걸로 가려질 정도가 아니라는 게. 교차된 손 사이로 튀어나온귀두부분이 아직도 움찔거린다.
MC를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그것. 남의 여자 뺏기. NTR, 흔히 네토라레라 부르는 그것. 세상에 좋은 여자들은 당연히 좋은 짝을 만나기 쉽고, 그렇기에 당연히 훨씬 좋은 여자들은 더 짝이 있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 처음에야 운 좋게 정화랑 아라가 남친이 없어서 부담이 덜 했다지만, 연수원 다녀오면서 먹었던 여자들은 죄다 있었으니까. 뭐, 걔네는 오래 만날 게 아니라 그냥 원나잇 같은 개념이었으니까 부담은 확실히 덜했고, 기억은 없애고 나왔지만.
다행히 연수원 경험으로 이런 것이 처음이 아니어서 부담감을 크게 갖고 있지는 않다. 갑작스레 어떻게 방향을 잡을지 고민이 된다. 잠시 휴식을 취하자.
“자, 3라운드까지 너무 빠르게 진행한 것 같으니 잠시 쉬는 시간 갖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