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화 〉인터뷰 - 9 [친구등장]
암, 피임 아주 중요하지. 지금이야 콘돔 쓰지만, 나중에는 어디서 피임약 좀 구해놔야겠다. 나도 슬슬 생으로 해보고 싶거든.
“자, 그럼 다녀오시죠.”
“어? 어디를?”
“어디긴 어디겠습니까. 카페 섹스는 당연히 화장실이죠.”
내 말을 들은 고객님과 눈이 마주치고, 서로의 고개가 끄덕이더니 고객님이 A의 손을 잡아 이끌면서 일어난다. 그리고 그대로 화장실로 직행하는 고객님과 행복과 기대가 가득한 표정으로 끌려가는 A. 알몸 앞치마의 누님에게 섹스 하자고 끌려가는 기분이라. 무슨 기분일까?
하아, 그건 그렇고 드디어 저 놈 아다 떼주는 게 끝났구나. 참 가볍게 생각했는데 이래저래 귀찮은 짓이였어.
“어? 뭐야? 오빠 이제 끝난 거야?”
“.... 저 사람들 돌아오면 이제 마무리 짓고 끝날 거야.”
“뭐야, 엄청 짧네? 2시간이라면서?”
“2시간 이내라는 거지. 꼭 2시간은 아니고.. 빨리 끝나면 우리야 좋잖아?”
다시 아라 어깨에 팔을 둘러 가슴을 만진다. 하, 마음이 평온해지네. 집집마다 개인용 F컵 가슴이 있었으면 아마 세계 평화가 좀 더 빨리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그건 그렇고 이번 일을 통해 이것저것 생각해 볼 것이 많게 되었다.
설정놀음이라는 것에서 설정이 진짜 중요하다는 것. 지금까지는 대충 가볍게 처음에만 정해놓고 그 다음에는 임기응변식으로 처리를 해왔는데, 제대로 하려면 처음부터 끝까지를 생각해놓거나 아니면 어떤 짓이라도 가능하게 만들어야겠다. 앞으로 아슬아슬 줄타기는 절대 금물.
그리고.. 어우, 생각보다 이거 약간 거부감이 든다. A 정도의 친구라면 앞에서 지랄하는 거 많이 봐왔기 때문에 이 정도는 괜찮겠지.. 했는데 뭔가 너무 꼴보기 싫은 느낌. 마치, 성에 한창 눈을 뜨고 있을 때 의도치 않게 부모님의 애정행각을 봐버리는 것 마냥. 가까운 사람들의 뒷모습이 영 익숙치가 않아.
마지막으로 역시, 일부분만을 컨트롤해서 야외 행위를 하기에는 좀 귀찮은 부분이 있구나. A에게도 말했다시피 촬영기기들이 가장 문제고.. 아마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전세계를 컨트롤 하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 근데 이 드림창 외국인한테도 먹히나? 이것도 테스트 해봐야겠네.
하아, 가볍게 즐기는 날이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피곤한 하루였어. 초밥은 존나 맛있었지만.. 아, 그리고 얘 저녁 사줘야 되네.
“아, 너 뭐 저녁 먹고 싶은 거 정했어?”
“글쎄? 오빠는 뭐 없어?”
“니가 먹고 싶은 거 정해야지. 가격 신경 쓰지 말고 얘기해 봐.”
“뭐야, 요새 사정 좀 괜찮나봐. 윤진 언니한테는 맨날 돈 없다 하더니.”
“야, 그건 너도 대충 둘러대는 거라는 건 알지 않냐?”
“그건 그래. 근데 요거 알바 자주 하는 거야?”
“자주는 아니고.. 일 생길 때 하는 거지 뭐. 얘기 하는 거 보면 알았겠지만 얘가 내 친구고.”
“그런 것 같더라.”
흠, 아라 가슴 계속 만지니까 그래도 꼴려서 발딱 서긴하네. 여기서 부탁하면 해주려나?
“야야, 아라야.”
“왜?”
“혹시 여기서 이거 좀 해줄 수 있냐. 아까 뭐 맛 궁금하다며.”
슥슥. 아래쪽을 가리킨다. 아라의 시선이 아래쪽을 향하다가 표정이 썩은 채로 다시 나를 바라본다.
“여기서? 오빠 미쳤어?”
“아니 뭐.. 우리 앞에 둘은 잘만 하더만..”
“그건 그 사람들 얘기고.”
아이씨, 얘한테는 설정 안 해서 안먹히나? 설정해야하나 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아라가 말을 잇는다.
“오빠 방 가서 해. 어차피 오빠 방에 혼자잖아.”
어? 그래? 그래도 좋지 뭐.
“뭐야, 오늘 박@@ 클리닉에 치료 받으러 오시는 건가요?”
“근데 뭐 이번 주 바빴다면서..”
“그거 다 끝나서 이젠 괜찮습니다. 알바 끝나고 같이 가시죠?”
“...그러던가..”
새침한 듯이 얘기하는 게 참 귀엽게 보인다. 으흠, 그래도 이 정도는 괜찮겠지. 가슴을 꽉 움켜쥔 채로 남은 손을 볼에 갖다 대고 고개를 이쪽으로 돌린다. 대충 내 의도를 이해했는지, 고개에 힘을 빼고 살며시 눈을 감는 그 모습에 그대로 입술 박치기를 진행하고, 보드라운 입술 사이로 혀를 찔러 넣었다.
아라의 다소 조그마한 혓바닥을 확인하듯부드럽게 휘감으며 끈적함을 즐긴다. 몇몇 여성과 해본 결과, 키스라는 거는 행위 자체보다는 그 행위가 가지는 의미가 확실히 꼴리는 것 같다. 서로간의 욕망이 구체화되어 얽혀지는 느낌이랄까. 섹스라는 행위는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시간이지만, 축축하고 부드러운 살덩이끼리 체온과 타액을 교환하는 순간은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아라의 혀를 부드럽게 빨아 당기다가 쪽! 하고 입을 떼면서 마무리했다. 다소 상기된 얼굴로 천천히 눈을 뜨던 아라와 눈이 마주치니, 다소 부끄러운 듯 내 어깨에 얼굴을 기댄다. 흐음, 이러고 끝나기는 좀 아쉽긴 하지만 뭐, 얘가 직접 내 방 가자고 했으니 말은 따라줘야지.
그리고 이 모습 생각보다 꼴리는데 앞치마 가져가서 거기서도 이러고 해볼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벌써 마무리 지었는지, 저 멀리서 둘이 걸어오는 게 보인다. 어라, 팔짱까지 꼈네. A 놈 발걸음은 이전보다 훨씬 당찬 모습. 남자로써 자신감이 생겼나보다. 둘이 가까이 다가오고 나서 말을 건넨다.
“금방 끝나셨네요?”
내 목소리에 아라가 퍼뜩 기대고 있던 고개를 들고 자세를 바르게 한다. 내 말에 A가 약간 머쓱해하긴 하지만, 뭐 고객님의 표정이 밝아 보이니까 상관없겠지. 자리에 앉으면서까지 그 팔짱을 풀지 않는 두 사람. 아주 누가 보면 연인사이인 줄 알겠다.
“어떻게, 만족하셨나요?”
“하... 네. 너무 좋았어요..”
그 말에 약간 우쭐해하는 A의 모습이 보인다. 이 새끼 이거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네. 일단 존나 기분 좋아 보이니 나중에 사실을 알려주자.
“그럼 이제 남은 인터뷰 빠르게 진행하고 마무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섹스에 대한 평가부터 부탁드려요.”
“어.. 딱히 뭐 특별한 점은 없었는데.. 애무도 그렇고, 삽입도 그렇고. 근데 기분이.. 정말 황홀하다고 해야 할까.. 그 정도로 기분이 좋았어요.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간 것 같아요.”
점점 콧대가 높아지는 게 보이는 것 같은 A. 아 저거, 진짜 한 대 때려주고 싶게 생겼네.
“그렇군요. 그럼 마지막 최종평가만 부탁드려요. 지금 많은 행위를 저희 파트너랑 진행하셨는데, 남자친구로서 무함마드 씨는 몇 점인가요?”
두근두근. 긴장되는 순간. 물론 나 말고 A가.
“어..... 그.. 9점?”
이야. 생각보다 엄청 많이 올랐네. A를 봤다가 내심 뿌듯해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어 금방 눈을 돌려 버린다. 능력인 때문인 거 알고 저러는 거면 대단하고, 모르면 불쌍한 거고.
“이야, 중간평가보다 굉장히 많이 올랐네요. 그런데 10점이 아닌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 그.. 본방에서 약간 조급해하는 것 같아서.. 시간도 좀 빠르고.. 그것만 좀 고쳐나가면 될 것 같아요.”
하긴. 아무리 한발 뺀 다음이라지만 이런 누님한테 아다가 얼마나 오래 가겠습니까.
자! 드디어 끝났다! 이제 뒷정리를 해야지? 누님 드림창을 열고 마무리를 위한 내용을 추가한다.
「인터뷰가 종료됐을 때, A에 대한 호감도가 0으로 전환」 - ON
「카페를 나가고 나서 인터뷰에 관련된 모든 내용은 적당한 일상 속 기억으로 대체」 - ON
이 정도면 되겠지. 아! 이것도 카페 드림창에 추가해야놔야겠다.
「카페를 나가면 카페에서 본 여기 네 명에 관한 모든 기억은 일상 속 기억으로 대체」 - ON
‘제외 : 조아라’
이 정도면 되겠지? 자! 이제 마무리하자!
“자, 그러면 이것으로 인터뷰 마무리하겠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인터뷰 마무리 소리를 듣고 고객님의 표정이 아주 잠깐 멍해졌다가, 팔짱을 끼고 있는 걸 보더니 화들짝 놀라면서 팔을 뺀다. 헤벌쭉하다가 그 모습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A.
“자, 고생많으셨고요. 이제 알몸앞치마 벗으시고 원래 옷으로 갈아입고 오시면 완전히 끝납니다. 너도 갈아입고 와.”
아라한테도 갈아입고 오라 한다. 대충 알았다는 듯이 얘기한 두 사람이 대충 개어놓은 옷을 들고 화장실로 향한다. 끝까지 그 뒤태를 감상하느라 바쁜 A놈.
“좋았냐?”
나의 말에 휙 고개를 돌리며 감탄하는 듯이 얘기가 터지는 모습이다.
“하... 진짜... 형님 진짜끝까지 따라가겠습니다...”
“그럴 필요는 없고. 내가 뭐 어차피 너 그리 자주 데리고 다닐 것도 아닌데 뭐.”
“어? 왜? 왜요?”
“야, 아까 니 쌀 때 표정 봤냐? 어우 그거 못 봐주겠드라.”
내가 대충 눈깔 뒤집으면서 조롱하듯이 표정을 재현해주니 끄응 하면서 쭈굴해지는 A.
“시발 그거는.. 처음인데 어떻게 하냐 새끼야..”
“처음이고 뭐고 상관없고. 나의 호의는 여기까지야. 이제부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알겠지?”
“하.. 오늘 같은 시추에이션 짜서 가져와야 하는 거냐?”
“야, 솔직히 오늘은 완전 망한 거야. 이렇게 짜오면 100% 빠꾸각.”
“왜? 존나 괜찮던데?”
“중간에 개망했었잖아. 그리고 점점 인터뷰 산으로 가고. 완성도랑 디테일이 떨어져.”
“하, 새끼. 공부를 그렇게 했어봐라. 전액 장학금 깔고 가지 시발.”
요즘 사람들 뭐만하면 공부를 그렇게 해보라고 하네. 좋아하는 거 하는 거랑 공부랑 같냐 시발.
“야, 근데..”
“또 뭔 개소리를 하려고.”
“저 고객님? 이라는 사람있잖아... 나 솔직히 좀 좋아하는 거 같지 않냐?”
“......... 에휴 븅신아..”
그럴 거 같드라. 이렇게 연애감정 바로 품을 줄 알았어.
“내가 능력 안 써줬으면 너 10초 만에 까였어 병신아.”
“어? 뭐야? 그것도 다 그거 쓴 거야? 정액 맛만 한 거 아니었어?”
“야,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라. 처음 보는 니랑 그런 거 한다고 호감이 생기는 사람이 있겠냐?”
“어.. 씨발.. 그렇네.. 어? 야 씨발 설마.. 그.. 그것도?”
“왜? 니꺼 꽂으니까 여자가 좋아 죽지?”
“와.. 씨발... 솔직히 예상은 좀 했지만... 이거 좀 충격인데...”
머리를 감싸 쥐면서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A. 이래서 아다를 떼줄까 말까 처음에 고민을 좀 했었지만 이미 떼준 걸 우째.
“야, 그냥 좋은 경험 했다고 생각하고. 너무 이거에 맛 들리고 이것만 생각하다보면 일상으로 못 돌아간다.”
“...니는 존나 쓰잖아.”
“그니까 니가 나한테 존나 귀찮게 의존할 것 같아서 미리 선 그어놓는 거다.”
“하.. 씨발.. 존나 부럽다 진짜..”
아아아아 하면서 테이블에 엎드리는 녀석. 에휴, 뭐 어쩌겠냐. 너까지 이거 없이 못 살게 만들 수는 없잖아?
“너무 상심말고. 적당한 때 봐서 한 번씩 빼줄 테니까.”
“어? 시발 언제? 며칠마다?”
“...적당한 때..”
“아 그러니까 언제!!!”
“이 새끼 눈 돌아간 거 봐. 당분간은 안 되겠다.”
“아.. 아.. 아, 형... 자, 잘못했습니다.”
“내가 이거 기억마저 없애버리기 전에 관리 잘하세요. 오케이?”
“예, 형님. 안깝치겠습니다. 그러니까 언제..”
“시간 나면 연락할 테니까 대기해.”
대충 끈질기게 매달리는 A를 내버려두고 남은 커피 쪼로록 마시고 있으니, 금방 갈아입은 두 사람이 화장실을 나온다. 하긴 옷 벗는 거라고 해봐야 앞치마 하나 딸랑 벗으면 끝이니까.
우리 쪽으로 다가온 민주 누님이 웃으면서 나에게 앞치마를 건네준다. 옷을 받으며 이제 완전히 마무리 지을 시간.
“어휴, 고객님.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니에요. 재밌게 했어요. 무함마드씨도 고생하셨어요.”
“네? 아... 네... 감사합니다..”
아까보다 확 풀이 죽어버린 A놈. 진실을 알아버리고 나니 기운이 다운되겠지.
“아! 해피씨도 고생많았어요.”
“네? 아, 아니에요. 고생은 무슨..”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는 아라.
“앞으로도 저희 카페 많이 이용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뭐, 내가 알 바는 아니지만 겉치레로.
“수고 많으셨어요. 저는 이제 가 봐도 되는 거죠?”
“네네. 감사합니다 고객님. 좋은 하루 되세요.”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계단을 내려가는 고객님에게 공손히 고개를 숙이니 아라도 따라서 숙인다. A 놈은 그냥 자리에 멍하니 앉아있을 뿐. 민주 누님이 내려간 걸 확인한 후에 털썩 자리에 앉아버리고 모자를 벗었다.
“하아, 드디어 끝났네. 야,다들 고생했다.”
“오빠 이거 앞치마 어떻게 해?”
“어? 그거 나 줘. 내가 반납하면 돼.”
앞치마 두 개를 들고 대충 접어놓는다. 나가는 김에 반납하면 되겠지. 가져갈까? 하.. 조금 고민되긴 하는데.. 아냐 그냥 나중에 더 이쁜 걸로 새로 사지 뭐. 그리고 아직도 정신 못 차린 듯이 멍하니 있는 A. A의 눈앞에서 손을 딱딱 튕기며 말한다.
“야, 정신 차려. 끝났어.”
“...오늘 진짜 충격적인 일만 가득했던 하루였다.”
“이제 다 끝났으니까 집에 가서 쉬어라. 낮술하고 기력도 빼고 존나 피곤할 것 같은데.”
“그러게... 존나 피곤함이 몰려온다. 그래서 진짜 연락 주는 거 맞지?”
“준다고 새끼야. 얼른 가서 쉬어. 정리는 내가 할 테니까. 아, 아까 커피 사온 카드는 주고 가고.”
아! 그제야 생각난 듯이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서 나에게 건네준다. 이게 얼마나 중요한 카드인데. 카드를 건네주고 나랑 아라를 슥슥 둘러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럼 나 먼저 간다. 이따가 얘기할 수 있으면 좀 하자.”
“어, 그러던가. 들어가라. 오늘 고생했다.”
“... 고생은 무슨. 나 간다.”
아라한테 살짝 고개 숙여 인사하고 터벅터벅 계단을 내려가는 A. 뭐, 여러 이유로 잊을 수가 없는 하루가 됐겠지. 그 사이에 남은 아메리카노를 쪼옥 마셔버리고 쟁반 위에 잔을 모으는 아라가 있었다.
“너도 고생 많았어.”
“고생이랄 것까지야.. 근데 이러고 진짜 20만원이야?”
아참, 얘 돈 주기로 했지. 그래 뭐,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크게 부른 것 같긴 한데. 처음이니까 대충 주자.
“어, 너 카톡으로 나한테 계좌 보내놔.”
“와.. 진짜 알다가도 모를 세상이네 여기는..”
그리고 얘 입단속도 시켜야하는데.. 일단 아라 드림창을 켰다. 아까 추가해놨던 귓속말이랑 노출 요건 지워놓고.. ‘「오늘 카페에서 있었던 일은 나를 제외하고는 절대 말하고 싶지 않은 정도」 - 8’을 추가해서 왕게임 그룹에다 넣어놨다.
“하.. 이제 내려가자. 아, 나도 갑자기 피곤해지네.”
컵 4개가 담긴 쟁반을 들고 1층으로 내려가고, 나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오는 아라가 있었다. 대충 쟁반이랑 앞치마 반납하고 카페바깥으로 나와서 기지개를 펴는데, 으으으으 아직 한낮이라 햇빛이 뜨겁다. 세상에, 아직 날이 이렇게나 밝은데 그 사이에 참 많은 일이 벌어졌구나. 아라도 뒤따라 나오더니 나에게 묻는다.
“오빠 이제 어디가?”
“어디가긴. 내 방 가야지. 너도 가기로 했잖아.”
“아니, 오빠 피곤하다길래..”
“한 판하고 개꿀잠각이네. 가서 저녁 뭐먹을지나 생각해.”
“...비싼 거 먹어도 돼?”
“아유, 얼마든지요.”
가자면서 손짓을 하니 저번처럼 내 팔에 달라붙어 꼴리는 팔짱을 껴준다. 음, 그래 좋긴 한데. 너무 느껴버리면 내 자식 놈이 서 버릴 것 같아...
“야, 고맙긴 한데 지금같이 사람 많은 대낮에 자극이 너무 쎈 거 아니냐.”
“오빠가 엄청 좋아하는 것 같아서 한 번 좆으로 좆돼보라고.”
그거 참 고급스러운 말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