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화 〉인터뷰 - 1 [친구등장]
대충 밥 먹고, 카페 가서 이야기 좀 하면 한 이 시간쯤 되겠지? 생각해서 그 때 보내라고 설정을 해 뒀는데, 생각보다 얘기를 길게 했는지 딱 맞춰서 도착한 것 같다.
“지..지금? 진짜냐?”
“어, 기다려봐. 설정 좀 해야 하니까.”
바보같은 표정으로 멍하니 있는 A를 내버려두고 카페 드림창을 새로 만들어서 연다. 2층까지 있으니까 제대로 설정해놓고, 그리고.. 흠.. 대충 생각 해 놓은 건 있는데 일단 그거대로 설정해 놓자.
「카페 사장 및 직원들이 나의 말을 나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들어주는 정도」 - 8
「본인이 아닌 타인의 노출이나 성적인 장면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정도」 - 8
「자신이 손님일 때 나의 말을 전적으로 믿고 따르고 싶은 정도」 - 8
「이 곳에서 나와 관련된 것에 대한 이야기는 절대 타인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싶은 정도」 - 9
「내가 말하는 ‘이벤트’에 꼭 참여하고 싶은 정도」 - 8
「나와 A의 섹드립에 불쾌감을 느끼지 않는 정도」 - 8
이 정도면 되려나? 근데 요새 9를 남발하는 것 같아. 이러다가 10도 금방 쓰겠구만. 저번에는 항목 하나하나 일일이 지정해줬는데, 최근에야 항목에 조건 여러 개 넣어도 동시에 작용한다는 것을 배웠다. 아, 그리고 아까 설정했던 우리 대화 신경 안 쓰는 정도도 없애둬야지. 그 항목까지 삭제하고... 아, A놈 카페 드림창 면역도 추가해야지. 이제 된 것 같다. 멍한 표정으로 방금 들어온 여자를 힐끗거리면서 보던 A에게 말한다.
“야, 일어나. 가자.”
“어? 갑자기 어디를?”
“븅신. 어디겠냐?”
내가 먼저 몸을 일으켜서 카운터로 향한다. 그 사이에 심어놓은 알바가 보낸 여자를 봤는데.. 몸매도 그렇고 성숙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 어깨 너머까지 내려오는 웨이브가 가미된 것 같은 머리에 밝은 연청 핫팬츠에 하얀색 끈 나시, 그리고 바깥으로 보일 듯 말 듯 한 투명 브라끈. 그리고 한 손에 들려져 있는 흰색의 셔츠까지. 편한 느낌으로 나온 것 같이 신발은 운동화. 화장이나 입술 색이 짙지는 않지만 고혹적인 분위기가 풍긴다. 그리고 모든 걸 완성시켜주는 크다! 라는 감상이 절로 나오는 가슴.
어디 지나가는 한가한 놈 불러서 시급 만원주고 알바 시켰는데 예상 이상으로 잘해줬다. 그래, 뭐 이 정도만 해준다면 시급 더 올려줄 수도 있지. 들어와서 주문은 안하고 입구 근처에서 둘러만 보는데, 일단은 뭐 앉히기라도 해야지. 카운터에서 언니로 방향을 틀어서 다가간다.
“안녕하세요? 혹시 저희 직원이 보내서 오셨나요?”
“아.. 네, 맞아요.”
“아.. 그러면 저희가 잠시 할 작업이 있어서 잠깐만 앉아서 기다려 주시겠어요?”
“네. 아무데나 앉으면 되죠?”
“네네. 편한 곳 앉아주세요.”
그러면서 빈자리 찾아서 안쪽으로 들어간다. 빈자리가 많지도 않지만 그래도 없지는 않아서 곧잘 찾아서 앉는다. 확실히 저런 느낌의 언니들이 통유리 쪽에서 앉아있으면.. 지나가는 놈들 한 번씩은 다 보겠구만. 뒤늦게 내 뒤를 따라온 A놈이 헤벌쭉한 표정으로 그 언니 지나가는 걸 쳐다보고 있었다. ...나 애들이랑 처음 할 때도 저런 얼굴은 아니었겠지?
카운터로 다가간다. 2층까지 있는 큰 카페라 그런지 직원들도 많다. 주문받는 키가 약간 조그마한 귀여운 느낌의 알바생? 같이 보이는 사람한테 묻는다.
“저기요.”
“네, 뭐 주문하시겠어요?” “아니요, 그거 말고. 여기 CCTV 있죠?”
“네? 네. 당연히 있죠.”
“그거 만질 수 있는 사람 있어요?”
“아.. 저희 파트너 분이 계시는데.. 잠시만요.”
파트너? 요새 막 기업에서 직급으로 안 부르고 OO님 하듯이 여기도 호칭이 따로 있나보네. 카운터에서 밖으로 어딘가로 들어가더니 얼마 뒤에 나오면서 남자 한 명을 데려온다. 멀리서 봐도 키가 좀 크고 꽤나 똘똘해 보인다. 그리고 그 남자가 나한테 다가왔다.
“아, 네. CCTV 말씀하셨죠?”
“네네. 제가 지금 좀 작업할 게 있어서 CCTV를 좀 끄고 싶어서요.”
“아.. 예. 그.. 전체를 다 꺼야 하나요?”
“아뇨, 혹시 2층만 껐다가 제가 다 되면 다시 킬 수 있나요?”
“제가 한 번 확인해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부탁드려요.”
하고 어딘가로 사라진다. 슥, 옆을 보니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가 멍하니 쳐다만 보다가 내 시선을 느꼈는지 그제야 뭔가 할 말이 생긴 것 같다.
“야야, 뭐 지금.. 뭐 어떻게 되가는 거냐?”
“뭐긴 뭐야, 2층에서 놀려고 2층 CCTV 꺼달라는거지.”
“서.. 설마 나한테 그거 보.. 보여주는 거냐?”
“야, 내가 너 불러서 이렇게 얘기 다 해놓고 아무것도 안하고 보내겠냐?”
“지.. 진짜냐.. 씨발.. 와.. 진짜라고?”
“아저씨, 흥분되는 건 알겠는데 좀 진정하세요. 심호흡해 심호흡.”
내 말 잘 듣는 순한 양이 됐는지, 자기 가슴팍에 손을 대고 흐으읍 하아아 하면서 심호흡을 한다. 이 녀석이 키는 76 정도로 그렇게 크지는 않아도 운동은 열심히 해서 그런가, 가슴팍 단단해 보이는 게 눈에 띈다. 거기서 A 놈 주접떠는 거 보고 있으니까 그 파트너? 라는 사람이 다시 왔다.
“네, 저희가 2층 CCTV 확인해서 지금 OFF 시켜놨습니다. 일정 다 보시면 바로 말씀해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준비는 이제 다 끝난 건가? CCTV 껐다는 말에 A가 흥분했는지, 기껏 진정시켜놨던 호흡이 또 빨라지는 게 느껴진다. 어휴, 그렇게 좋은가?
자, 다시 앉아서 핸드폰만 하는 언니에게 다가간다. 어우, 다가갈수록 그 끈나시 위쪽으로 보이는 윗가슴이.. 오지네 씨부랄.
“자, 저희 작업 다 끝났거든요? 일단 저 따라서 2층으로 가시죠.”
“아, 네.”
스윽 몸을 일으키는데,오 확실히 키가 어느 정도 되는 것 같다. 윤진이보다는 조금 작은 것 같은데.. 68 정도? 비율도 확실히 좋고. 2층으로 안내하면서 언니랑 A가 따라오는 걸 확인하고 먼저 올라갔다.
카페에 가장 큰 단점이 이거다. 안에 인테리어가 바깥으로 보여야하니 큰 통유리로 바깥이랑 안이 훤히 보인다는 거. 그나마 자리를 찾다보니 구석 쪽에 바깥쪽에서 안 보일만한 자리가 하나 있었다. 물론, 거기는 사람들이 앉아 있었지만 그게 문제인가.
여대생처럼 보이는 세 명이서 재잘재잘 떠드는 곳에 다가갔다. 제 아무리 젊어 보인다 해도, 내 옆에 이런 언니가 있는데 평범한 얘네가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자기들끼리 정신없이 떠드는 와중에 우리 셋이 가까이 가니 우리 쪽으로 시선이 몰린다. 가볍게 웃으면서 얘기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저, 죄송한데 저희가 여기서 작업할 게 좀 있어서요. 혹시 자리 양보 가능하실까요?”
“네? 아... 네. 비켜드릴게요.”
“감사합니다.”
하면서 자리를 비켜주는 셋. 다른 자리도 많으니 거기 가서 떠들렴. 자, 이제 바깥쪽에서는 이 곳이안 보인다. 시작해볼까? 자리에 앉기 전에 뒤를 돌아보면서 얘기한다.
“자, 이제 설명을 해드릴 건데요. 저희가 이벤트 하는 게 하나 있거든요. 혹시 알고 계신가요?”
“네? 아뇨.. 그런 건 잘 모르는데..”
“아, 그럼 설명을 드릴게요. 저랑 여기 옆에 있는 저희 파트너. 어어, 너 말야 너. 두 명이랑 인터뷰를 할 건데요. 인터뷰에 응해주시면 음료 하나를 서비스로 드리거든요.”
“아.. 진짜요?”
“네네, 그럼요. 다만 저희가 인터뷰 대상에 대한 기준이 있어서 그 기준에 맞는 지 확인을 좀 해야 하거든요. 괜찮으신가요?”
“아... 어떤 건데요?”
“저희가 가슴 사이즈를 측정해야 돼요.”
풉. 옆에서 듣고 있던 A놈이 예상 못한 나의 말에 뭔가 터졌는지 그대로 고개를 돌려 뿜는다. 그래, 너 말야 너. 몰입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그 돈 많고 잘생긴 놈들과 나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말까지 했는데 그걸 뿜어버리냐 새끼야. 나의 연기력이 묻히잖아.
“이.. 이분 갑자기 왜...”
“아.. 저 친구가.. 어... 처, 천식이 좀 있어서요. 갑자기 숨 쉬기가 힘들어져서 뿜어요. 야야, 괜찮냐?”
“어.. 어어.. 어이쿠 콜록콜록. 죄송합니다.”
아 새끼 진짜 연기 드럽게 못하네. 받아치기만 하는 게 그리 어렵냐.
“네, 그래서 아무튼 저희가 고객님 가슴사이즈를 측정을 해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어....”
갑자기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다. 당연하겠지. 내가 부끄러움이나 이런 건 전혀 안 건드렸으니까. 고개를 살짝 좌우로 돌려 주위를 확인한다. 뭐 나도 슬쩍 보니 2층 자리에 반 정도 차있다. 거기다 여기는 밖에서 보이지도 않으니 어느 정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겠지. 하아.. 작게 한숨을 쉬며 고민하던 그녀가 말한다.
“하.. 할게요.”
“아, 그렇다면 저희가 정확한 가슴측정을 위해 브라는 잠시 맡아두겠습니다.”
“네..?”
풉. 다시 한 번 뿜는 A. 이 새끼 한 번만 더 뿜어봐라. 집에 보내버린다 개새끼.
“네? 고객님 뭐 문제 있으신가요?”
“아.. 아니.. 그.. 브라까지 벗어야 하나요?”
“고객님께서 다소 부끄러우실 수 있다는 점은 저희도 알고는 있지만, 본사 지침이라서 인터뷰 끝날 때 까지는 저희가 맡아두고 있어야 합니다.”
“그.. 그런가요..”
흰 끈나시 정면으로도 지금 차고 있는 브라의 윤곽이 보인다. 보이는 거는 상관없는데 역시 벗는 건 좀 그렇겠지?
“그럼 고객님께서 브라 벗으시는 동안 제가 무료로 제공하는 음료 오더 넣고 오겠습니다. 어떤 메뉴 드시겠어요?”
“아.. 저는.. 그럼... 콜드 브루요.”
“제가 그럼 아래 내려가서 오더 넣고 오는 동안 저희 파트너에게 브라 벗어서 제출해주세요. 저는 잠깐 내려갔다 바로 오겠습니다.”
멍 하니 쳐다만 보다가 내 말에 화들짝 놀라면서 내 옷을 살짝 끌어당기는 A. 얼굴 들이대면서 목소리를 낮추고 얘기한다.
“야, 나만 놓고 가면 어떻게 해..”
“아 거 그냥 벗으면 받아서 앉기만 해 좀 새끼야.”
툭하고 팔을 가볍게 치고 버려진 개새끼마냥 불쌍한 표정을 짓는 A를 내버려두고 1층으로 내려갔다. 자자, 콜드브루가 어디 있나.. 어 시발. 콜드브루도 왜 이렇게 메뉴가 많아? 아이씨, 그냥 가장 기본적인 거 시키면 되겠지.
대충 콜드 브루 하나 주문하고 카드 결제한 다음에 진동벨 받아서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니행복해 죽을라 하는 A가 앉아있는 테이블 위에 끈은 투명하지만 전체적으로 남색 계열의 색을 가진 브라가 놓여져 있었다. 와우, 그새 벗었네. 확연하게 돋보이는 불투명한 흰 끈나시에도 보이는 도톰하게 튀어나와 있는 그것. 그리고 뭔가 부끄러움을 숨기기 어려운 듯이 팔로 가슴을 가리듯이 안절부절 못하는 그녀가 보였다.
그리고 다 좋은데 왜 둘이 서로를 마주보며 앉아 있지?
“아, 고객님 브라 제출 감사합니다. 제가 지금 오더는 넣고 왔고, 진동벨 울리면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야 너 저쪽에 앉아야지.”
“어..? 나? 내.. 내가 왜?”
“아 나와 쫌. 가서 앉으라고.”
A를 거의 잡아끌다시피 앉았던 의자에서 일으켜서, 언니가 앉아있던 바로 옆 자리에 놨던 하얀 셔츠를 내 옆으로 옮겨놓고, 그 곳에 꾸겨 넣듯이 밀어넣었다. 뭔가 반항을 하는 듯 마는 듯 했던 A놈이 기어코 포기하며 앉는 걸 보고나서야 나도 언니 맞은편으로 가서 앉았다.
“자, 그럼 일단 가슴 사이즈를 측정할 건데요. 아쉽게도 저희가 이 이벤트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줄자를 전달 못 받았습니다.”
“어.. 그럼 어떻게..?”
“그래서 저희가 지금 임시방편으로 고객님께서 실제 사이즈를 말씀해주시면 저희 파트너가 직접 만져서 확인을 해 볼 겁니다.”
고객님께서 많이 놀라시는 눈치. 근데 뭐 옆에 있는 A가 놀라 짓는 표정에 비하면 새 발의 피지.
“아.. 그.. 그런 가요..?”
“네네, 고객님. 혹시 이 부분에 불편함을 느끼신다면 언제든 그만한다고 말씀하셔도 괜찮습니다.”
“아.. 아니 그건 아닌데요..”
오호라, 그건 아니라고. 힐끗 A랑 눈이 마주치는 고객님. 아 자꾸 고객님이라고 하다 보니 입에 고객님 붙었잖아 시발. A 놈이 진짜냐고 확인하듯이 입을 벌린 채로 고개를 내밀며 물어본다. 진짜라고 병신아 쫌. 아, 하지 말까?
“자, 그럼 저희가 시작 전에 사이즈를 확인하겠습니다. 저희가 뭐 굳이 측정 안 해도 고객님께서 상당히 큰 가슴을 갖고 계셔서 자격 요건은 만족하시는 것 같습니다만.”
슬쩍 A를 보니 아까보다 더 놀란, 나라 잃은 표정이 된다. 소리는 직접 안내고 입모양으로 ‘그러니까 하랄 때 좀 해라 병신아.’ 라고 얘기하니 격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도 저희가 절차라는 게 있다 보니 당연히 측정은 해야 합니다. 고객님 동의하신다면 저희에게 가슴 사이즈를 알려주시고, 정확한 측정을 위해 웃옷을 올려주시면 됩니다.”
“네? 이거요? 오..올려야 돼요?”
“네네, 고객님. 아무리 브라는 벗었다고는 하지만 겉옷에 의해서 사이즈가 조금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어서 제대로 된 측정을 위해 피부와 피부가 직접 맞닿은 상태로 측정을 하고 있습니다.”
A 놈이 바깥쪽 손으로 슬쩍 엄지를 치켜 올려세워준다. 어휴..
“그.. 그렇네요. 제가.. 그.. 사이즈가..”
하면서 나시를 밑에서부터 올리는 그녀. 하.. 이 장면은 진짜 언제 봐도 좋다. 서서히 올리던 나시를 가슴 바로 밑에서 멈추고 후우 가볍게 한숨을 내쉰 뒤에 말을 한다.
“에.. F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