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 〉왕게임 - 10
“... 너 왜 다벗고 있냐..?”
“오빠는 아까 자기 명령 뭔지도 몰라?”
“아니, 나는 애무를 하라고 했지. 섹스를 하라고는 안했는데.”
“안 했어. 그냥 벗으니까 기분 좋아서 이러고 있지.”
신발을 벗고 들어가니 침대에 누워서 있는 정화도 알몸으로 거친 숨을 내쉬고 있고 침대 밑에 둘의 옷이 널브러져 있다. 아까 나랑 했을 때 모습 보는 것 같은데.. 근데 나는 드림창으로 좀 뻥튀기 시켰지만.. 어라? 혹시 그거 내가 다른 사람들한테도 다 적용되게 했나? 슬쩍 드림창을 켜보니 아닌데.. 키스 빼고는 전부 내가 하는 것만 인데..
“아까 제가 과하게만 하지 말아 달라 안 했나요, 임윤진씨?”
“그래서 과하게는 안했어. 은근하게 오래 했을 뿐이지.”
“쟤 꼬라지를 보니 전혀 안 믿기는데.”
슬쩍 윤진을 보니 뭔가 만족스럽다는 듯한 웃음을 짓는다. 아니, 이거 칭찬 아닌데. 아라가 정화 근처로 가서 상태를 살핀다.
“언니, 괜찮아?”
“어? 왔어? 어어, 괜찮아. 좀만 쉬면 돼.”
오늘 참 정화가 이래저래 많이 가버리는 것 같다. 뭐, 나쁠 건 없지 않나? 그 사이에 윤진이 봉투를 뺏어가더니 안을 확인한다.
“근데 뭐 사왔어?”
“어? 이거 맥주랑 과자 좀 사왔지.”
“아, 뭐야. 밀맥 없어? 맥알못이네.”
“니 그 상태로 가서 더 사오면 되겠다, 그럼.”
입을 삐죽 내밀더니 바닥에 앉아서 사온 물건들을 꺼낸다. 뭔가 방안에 두 명이 알몸이라 그런지 기분이 묘하네. ... 그냥 다 벗을까?
“...이 참에 그냥 다 벗고 할까?”
“그러던가. 나는 상관없어.”
정화가 몸을 일으키는 거 보고 이 쪽으로 오던 아라가 깜짝 놀란다.
“어? 다 벗으라고?”
“우리 아라도 한 번 벗어 볼래? 되게 기분 좋아.”
대충 과자까지 벌써 까놓은 윤진이 어느 새 일어나서 아라의 옷을 슬쩍 올리려고 한다. 당황하면서 손을 피해 도망치려고 하는 아라를 보니 갑자기 괴롭히고 싶어지는데?
“자! 그럼 다수결로 가겠습니다! 벗고 하고 싶으신 분들 손들어 주십쇼!”
순식간에 나랑 윤진의 손이 올라간다. 어쩔 줄 몰라 하는 아라와 그냥 멍 하니 쳐다만 보고 있는 정화. 그런 정화를 가리키며 묻는다.
“자! 김정화씨! 찬성입니까, 반대입니까!”
모두의 시선이 쏠리는 순간. 어휴, 귀찮다는 듯이 한 숨을 쉬면서 얘기한다.
“...나는.. 몰라, 그냥 좋으실 대로 하세요.”
“자, 한 분 기권이므로 3명 중 2명이 찬성했으니 이 안건은 통과되었습니다.”
짝짝짝. 가볍게 박수를 치고 아라를 보니 나랑 윤진의 시선을 번갈아가며 마주치던 아라는 결국 체념한 듯이 한숨을 내쉬며 입고 있던 티를 붙든다. 으흠, 그럼 나도 벗어야지.
호다닥.. 이 아니라 메다닥 벗는 데 얼마 안 걸렸다. 바지랑 빤스랑 동시에 내리니 튕겨져 나오는 나의 우람한 아들 녀석이 등장하니 순간적으로 세 명의 시선이 동시에 쏠린다.
“오.. 오빠 꺼 생각보다 쓸만해 보이는데.”
“생각보다는 뭐야?”
“아니 뭐, 그냥 그렇다는 거지.”
오호호 얄미운 웃음을 짓는 윤진과 바지를 벗다가 그대로 시선이 멈춰버린 아라. 내 거시기 쪽을 계속 바라보다가 나랑 눈이 마주치니 시선을 피하면서 마저 벗기 시작한다. 바지를 벗기 위해 숙인 상체 사이로 거대한 골짜기가 보인다. 이야.. 시발..
바지를 벗고 브라를 벗으려고 보니 나랑 윤진의 뜨거운 시선이 느껴지는 지, 바닥만 보면서 천천히 브라를 벗는다. 속옷을 제외하니 다소 아래쪽으로 떨어지지만 눈으로 보이는 그 형태랑 무게감만큼은 더욱 강력해졌다.
“와.. 진짜.. 나 저거 반만이라도 가져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자기 가슴 사이즈에 대해 거침없이 얘기를 하는 윤진.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를 디스하는 자학개그를 자주 치는 것 같다.
“그래도 보니까 하체는 튼실하더만.”
“이것도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야. 나의 피땀어린 노력의 산물이라고.”
그러면서 다리에 힘을 주니 와우, 허벅지 근육이 또렷하게 튀어나온다. ...내가 질 것 같은데?
허벅지 감상하다보니 어느 새 팬티 잡고 머뭇거리던 아라가 그대로 쑥 내리는 모습이 보인다. 몸을 피고 팬티에서 발을 뺀 모습을 보니 골반이 그렇게 발달되어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름 윤곽이잡혀 있었고, 생각보다 그 쪽 털이 별로 없었다. 세 명 전부에게 알몸일 때 흥분되는 정도가 있으니 벌써 아라 유두가 바짝 서 있었다.
자, 내 방에 알몸의 나와 세 명의 여자들이 있다. 오늘 아침에만 해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 누가 말했다면 아다새끼한테 개소리 말라고 하면서 슬픔이 가득했겠지. 하지만 지금은 달라. 디스 이즈 리얼이니까.
“자, 맥주 하나 까자.”
침대에 있던 정화까지 스르륵 내려와서 바닥에 앉는다. 윤진 혼자 한쪽 다리를 세운 채로 앉아있고 나머지 둘은 다리를 모은 채로 앉아 있다. 사이사이 틈새로 보이는 여성기가 눈에 잘 들어와서 그런지 참 보기 좋은 광경이다. 각자 4캔 있던 맥주들 중에 하나씩 집어가고 가장 마지막에 남는 녀석을 가져온다. 푸쉬익 기분 좋은 맥주 따는 소리가 연달아서 울려퍼진다.
“한 모금씩 쭈욱하고 왕게임 계속 이어갑시다. 자, 짠~”
맥주캔을 가운데로 모으고 가볍게 부딪힌다. 쭈우우욱 빨아들이 듯이 마시는 맥주가 내 몸을 타고 흘러가며 목을 따끔거리는 느낌. 퍄, 오지게 기분 좋음을 몸으로 느낀다. 안주? 필요 없어. 그리고 지금 내 눈에 들어오는 이 살색의 풍경이 안주가 따로 필요 없게 만드니까.
“어우, 오빠. 이렇게 있으니까 좀 춥지 않아? 에어컨 좀 꺼야겠는데.”
“어? 그래. 잠시만.”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에어컨 리모컨을 찾아서 끈다. 끄고 나서 자리로 돌아가니 내 거시기로 시선이 몰리는 게 느껴진다. 흠, 이 기분 좋은 상태로 바로 시작해볼까?
“그럼 일어난 김에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준비 됐습니까?”
“네에!"
활기찬 윤진, 힘없는 정화, 정신 팔려 있다가 한 템포 느린 대답을 하는 아라. 음.. 역시 이번에 노려야할 건 아직 한 번도 안 당해본 아라지.
“자 번호는 저 1 아라 2 정화 3 윤진 4. 그리고 왕이 되는 번호는..”
가볍게 자기 허벅지를 두들기는 여인네들. 찰싹이는 소리와 함께 떨리는 가슴을 보는 게 생각보다 재밌다. 아, 물론 한 명은 빼고.
“1번입니다. 자, 1번 누구시죠?”
스윽하면서 돌아보는 여자들. 자기들끼리 눈이 마주치는 데 각자 고개가 좌우로 흔들린다. 결국에 시선이 나에게 다시 돌아온다.
“이야, 또 제가 당첨이네요. 이거 미안해서 어쩌죠?”
“사회자님. 진작에 로또 안 사시고 뭐했나요?”
“그러게. 고거를 생각 못했네.”
하지만 로또보다 더 굉장한 게 당첨 되서 상관없지. 자, 아라랑 한 번 놀아볼까.. 하는데 바로 박는 것보다는 약간 한 번 즐기고 싶은데.. 뭐가 좋을까.. 음.. 생각이 잘 안 나네. 한 번 물어볼까?
“자, 뭔가 제 창의력이 떨어져서 그러는 데 추천 받습니다.”
“저요!!”
번쩍 손이 들리는 윤진. 이런 적극적인 참여도. 얘 진짜 이거 즐기는데?
“예. 말씀하세요.”
“저 그거 해보고 싶어요 그거. 입에서 입으로 하는 거. 지금은 맥주 있으니까 맥주!”
입에서 입으로라. 음식물 같은 거 입으로 먹여주는 건 극혐이지만, 음료라면 뭐.. 괜찮지?
“괜찮네요. 채택하겠습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앉은 상태에서 가볍게 절하듯이 고개를 이마에 손을 올려 숙이는 윤진. 자, 그럼 당연히 아라를 시켜야겠지. 하지만 그냥 옮기기만 하면 재미가 없잖아?
“자 그럼 명령하겠습니다. 2번은 왕을 포함한 모든 사람한테 입에서 입으로 맥주를 옮겨주세요.”
“으음? 어어? 에에?”
맥주 마시다가 캔에서 입을 떼고 눈이 휘둥그레지는 아라. 너 방금까지 안 듣고 딴 생각했구나?
“입으로? 아니, 그.. 그런 더러운 짓을 왜시키는 거야..?”
“어허, 더럽다니. 이보시오, 윤진. 저기 있는 조아라가 직접 입으로 옮겨주는 맥주가 더럽습니까?”
“아닙니다 전하. 하백께서 내리신 물과 같이 깨끗하고 신성하지요.”
“두.. 둘이 자꾸 왜 그래 진짜.. 어, 언니. 언니가 좀 말려 봐.”
“하하.. 나는 이제 저 둘을 말릴 자신이 없어.. 그냥 포기하면 편해..”
“언니까지 왜 그래~~!!”
정화가 도대체 윤진이한테 얼마나 당했는지 이제는 모든 게 귀찮은 것 같다. 슬쩍 윤진이를 쳐다보니 눈이 마주치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한다. 무서운 년...
“하지만 그냥 하는 건 재미가 없지요. 안 그렇습니까, 윤진?”
“백 번 천 번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전하. 오락이라는 게 이름값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허허, 그 말이 옳소. 내 친히 조건을 하나 더 추가하지요.”
“아니, 또 뭐를 추가한다는 거야..?”
“엣헴, 거 입에서 입으로 옮기는 그 동안은 2번에게 어떠한 짓을 해도 상관없다는 추가 명령을 내리는 바오.”
“전하!! 전하께 충성을 다 바치겠습니다!!”
윤진이가 진짜 무릎 꿇더니 고개를 숙인다. 오우야, 주거니 받거니도 잘하고 몰입도 잘하는데? .. 진짜인가?
“무.. 무슨 짓을 하려고... 그러니까 진짜 무서워지려고 하잖아!!”
어깨를 감싸 쥐며 정화 옆으로 바짝 붙는 아라. 그리고 고개를 일으키며 조용하고 나긋하게 아라를 바라보며 이야기 하는 윤진이 있다.
“아라야.. 사람은 말이야.. 상상력이 있어서 비겁해지는 거래... ”
“뭐, 뭔 소리야 갑자기..”
“그러니까 상상을 하지 말아봐.”
“암, 그럼 존나 용감해질 수 있지.”
으으으 하면서 질린다는 표정의 아라. 낄낄. 몰랐는데 윤진이랑 의외로 죽이 참 잘 맞는다. 자자, 그건 그렇고 왕이 명령을 내린 이상 시작은 해야지?
“자, 순서는 어떻게 할까?”
“나나! 나 두 번째! 오빠 마지막으로 해 그냥.”
“나야 상관없지. 그러지 뭐.”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정화는 자기 맥주캔을 아라에게 쥐어주고 양손을 꼭 잡아준다.
“언니.. 나 어떻게 해..”
“아라야, 마음 독하게 먹어야 돼.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어.”
“야, 우리가 잡아먹냐? 잡아먹어?”
“오빠는 모르겠지만 윤진이만큼은 정신 똑바로 차려야 돼. 알았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경계를 하는 거지? 슬쩍 고개를 안 돌리고 눈만 굴려서 윤진이를 쳐다보니 혀를 날름거리며 매혹적인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오늘 최종 보스는 내가 아니라 얘 아냐? 이거 아까 설정해둔 가슴 애무 좀 낮춰야겠는데.. 하는 생각에 슬쩍 3으로 낮춰버린다.
“나는 빠르게 해도 되니까 얼른 끝내자.”
“언니... 알았어.”
결심한 듯이 맥주캔에 입을 가져다 대는 아라. 그리고 작게 입에 머금은 후에 아라와 눈이 마주치고, 서로 고개를 끄덕인 뒤에 눈을 감고 입을 맞춘다. 그리고 입술의 위치를 찾은 뒤에 완전히 서로의 입술을 포갠다.
오오, 시발. 내 눈앞에서 여자 둘이 키스를 하고 있잖아? 약간 튀어나와 있던 아라의 볼이 점점 줄어들면서 꿀꺽꿀꺽 정화의 목에서 맥주가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하.. 씨발..
“존나 좋아..”
어? 이거 방금 내가 낸 소리 아닌데? 하고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입술에 손을 댄 채로 황홀한 듯이 그 광경에 빠져버린 윤진이 보인다. 얘 아까도 그렇고 설마.. 그 쪽인가..? 아니 시발 남친도 있잖아?
다시 보니 이제 다 마셨는지 정화와 아라가 서로의 입술을 떼는 모습이 보인다. 하아아 신음 섞인 한숨을 내뱉으며 여운이 남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윤진. 이제 끝난 김에 존나 궁금하니까 한 번 물어보자.
“야야, 윤진아. 불쾌해 하지 말고 궁금해서 그러는데.. 너 설마 그 쪽이냐?”
“뭔 개소리야 진짜. 남자친구 있거든?”
“아니, 근데 너무 좋아하는 거 같길래..”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이쁜 애들 둘이서 저러고 있는데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냐?”
어.. 뭐. 그래 정화는 그렇다 쳐도 아라는 이쁘긴 하지.. 키스를 마친 정화가 아라를 꼭 안으면서 얘기한다.
“아라야, 우리 꼭 살아서 보는 거야. 알았지?”
“언니.. 나 힘낼게!”
놀고들 있네 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