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화 〉왕게임 - 9
그러면서 왼쪽에 있던 아라가 오른팔로 내 왼팔 사이로 넣어 살짝 내 쪽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왼팔에 느껴지는보드라운 감촉과 약간 거친 브라의 감촉이 동시에 느껴진다. 하아.. 이게 F 여친을 가진 사람만이 느껴볼 수 있는 고급 팔짱.. 이러고 거리 돌아다니면 존나 자신감 뿜뿜 터질 것 같다. 그 사이에 벌써 계단을 다내려왔다.
“됐지? 얘기해 줘.”
“어.. 그게..”
흠.. 뭐라고 얘기를 해야 하지? 내가 드림창으로 도서관 갔던 정화 꼬셔서 변태짓하고 따먹었어! 할 수는 없잖아. 일단.. 그럴싸하게 이야기는 해 놔야겠지?
“어.. 뭐.. 전부터 정화랑 방 앞에서 몇 번 얼굴은 마주쳤는데.. 그 때도 가슴은 커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오늘 정화가 도서관 가다가 내가 문을 확 여는 바람에 넘어졌거든? 근데 생각보다 엄청 놀란 바람에 일단 내 방에.. 어.. 그.. 뭐냐.. 청심환! 아 청심환 하나 남은 거 있어서 그거 주고 이거저거 얘기하다보니까 서로 잘맞대?”
“오빠는 방에 청심환도 있어?”
“저번에 시험보기 전에 하나 사놨다가 안 먹고 놔둔 거 있었는데 마침 생각났거든. 아무튼 뭐 그래서 얘기하다보니 이런 저런 얘기로 흘러가고.. 정화 전남친 얘기도 나오고 뭐..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묘해져서.. 음.. 한 번 했지..”
“... 그 얘기 진짜야? 언니가 그렇게 쉽게 한다고?”
“아니 뭐, 정화가 쉬운 여자라는 얘기는 아니고.. 그냥 서로 잘 맞아서 했다 그거지.. 정화한테도 물어봐라. 내가 뭐 하나라도 강제적으로한 거 있나?”
아직 의심을 못 거둔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뭐.. 대충 내용은 건너뛰긴 했지만.. 걔도 만족했다는 게 중요하지..
“근데 왜 이렇게 이 얘기에 관심을 가져?”
“어? 아니.. 그냥.. 신기해서.. 본 지 하루 만에 그렇게 한다는 게..”
“다 큰 남녀가 서로 합의하에 원나잇 할 수도 있고 그런 거지.”
“근데 서로 애정 같은 게 전혀 없는 데 그런 걸해도 기분이 좋아져?”
약간 놀란 듯이 묻는 아라. 어라? 슬쩍 얘기 들어보니 얘도 뭔가 있는 것 같다.
“뭐야 갑자기? 속궁합이 중요하긴 할 텐데.. 정신적인 거랑 육체적인 거랑은 다르지 않을까?”
“오빠는 그럼 섹스는 정신적인 것보다 육체적인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거지?”
뭔가 있다. 이렇게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거 보니.
“... 아라야. 너 혹시 뭐 그 쪽으로 고민 같은 거 있니?”
“어? 아니야. 고민은 무슨..”
대충 나한테까지 털어놓기는 좀 그런 쪽인 것 같다. 나도 궁금해졌는데 안 물어볼 수는 없지. 아라의 드림창을 빠르게 켜서 ‘「나에게는 어떤 것이라도 상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도」 - 8’ 로 빠르게 설정 한 뒤에 다시 물어본다.
“괜찮아. 얘기해 봐.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할 테니까.”
“... 진짜지?”
“어유, 당연하지. 내가 입은 좀 무거운 편이라. 아, 물론 거시기도 묵직합니다.”
“그건 상관없고.. 하.. 진짜 비밀로 해줘야 돼?”
슬쩍 눈을 마주쳐오는 아라. 정화보다 키는 살짝 큰 데 얼굴은 청순한 느낌이라 실제 나이보다 더 어린 동생 같다. 물론 가슴을 보면 그런 생각은 안 나.
“후... 내가 작년에 남자친구 처음 사귀었을 때인데.”
“어? 작년? 대학교 들어와서 남자친구 처음?”
“어. 왜? 이상해?”
“아니.. 니 얼굴에 네 가슴이면 남자들이 완전 눈 돌아갔을 텐데..”
에휴,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을 잇는다. 어느 새 편의점이 눈에 보일 정도까지 왔다.
“고등학교 여고 나오기도 했고, 애들이 나만 보면 하도 가슴만 봐서 진짜 별로 생각 없었거든. 그러다가 대학교 오고 나니까 나도 남자친구 정도는 사귀어 봐야겠다고 생각은 해서.. 그래서 OT 같은 조였던 애랑 이래저래 친해져서 사귀기 시작했어.”
“여기까지는 전혀 문제없는 것 같은데.”
“근데.. 하.. 사귀다가 한 달쯤 뒤에.. 그.. 섹스.. 하러 같이 모텔에 처음 갔는데.. 그 때가 난 처음이라 엄청 긴장했단 말이야.”
“오호, 세상에. 남자친구 좋아 죽었겠네.”
“아니, 그 말 좀 들어봐... 그 때.. 아, 근데 편의점 벌써 다 왔네.”
“그러게. 얼른 사 갖고 가면서 뒷얘기 마저 듣자. 아, 이거 팔짱은 계속 껴주세요.”
“... 일단은 알았어..”
아까 처음 편의점으로 들어간다. 그 새 저녁알바에서 새벽알바로 바뀌었는지 그 사람 말고 다른 사람이 카운터에 앉아있다. 대충 평범해 보이는 남자 알바였는데, 얘는 그나마 들어오면 인사는 해줘서 괜찮다.
“어서 오세요....”
우리를 보며 인사를 건네던 그 알바의 눈길이 빠르게 내 팔에 닿아 조금 모양이 변해있는 아라의 가슴으로 향한다. 그래, 이 맛이지. 이 우월감을 과시해보고 싶었어 씨부랄! 들어오자마자 일단 대충 바구니를 들어서 주류 쪽으로 향한다.
“맥주면 되겠지? 피처를 사갈까? 4캔 만원을 사갈까?”
“에이, 4캔 만원이 더 낫지 않아? 그렇게 많이 마실 것 같지는 않은데.”
“역시 그렇지? 그럼 대충 고르자.”
이것저것 4캔 골라 담고 과자 쪽으로 향한다. 과자도 빠르게 콘소메 팝콘 ㅇㅈ? 어 ㅇㅈ 으로 빠르게 골랐다. 혹시 몰라 대충 과자 하나 더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한다.
계산대에서도 삑삑 과자랑 음료를 찍는 와중에도 계속된 팔짱에 알바는 보지 않는 척 해도 힐끗힐끗 보이는 게 보여진다. 와, 눈이 저렇게 움직여도 이게 다 보이는구나. 나도 이렇게 시선이 느껴지는 데 아라는 평소에 엄청 느끼겠네. 맥주랑 과자를 봉투에 담고 남은 내 오른손으로 봉투를 들고 편의점 밖으로 향한다.
“나왔으니까 아까 얘기 계속 해봅시다.”
“어... 아무튼 그래서 남자친구랑 처음 할 때.. 키스를 할 때 까지는 괜찮았는데.. 얘가 막 그렇게 가슴을 만지고 막 핥아도... 이상하게 전혀 느낌이 없는 거야.”
“응? 뭐야? 왜?”
“그러니까 나도 그걸 모르겠어.. 보니까 되게 열심히는 하는 것 같았는데 그냥 뭔가 따뜻하고 축축한 게 내 몸을 기어가는 느낌? 그리고 좀 지나서 콘돔 끼고 삽입은 했는데.. 진짜 계속 아프기만 하지 전혀..”
“어으, 최악의 첫경험이네. 혹시 뭐 걔 것이 좀 많이 작다던가..?”
“아니, 그렇게 작은 것 같지도 않았는데. 그냥.. 너무 첫 경험이 허망했어... 근데 땀흘려가며 그렇게 열심히 하는데 차마.. 그 말을 못 꺼내겠더라고.”
“뭐야 그.. 불감증? 그런 거야?”
“처음에는 그런 줄 모르고 내가 단순히 긴장해서 그런 건줄 알았지. 며칠 있다가 두 번째로 갔는데 거기에서도 똑같더라. 근데 거기서 가만히 있기가 좀 그래서 일부러 소리를 좀 내봤거든? 근데 끝나고 나니까 내가 왜 이러고 있지.. 하는 막 자괴감? 같은 거랑 나에 대한 실망감? 그런 게 막 들면서 갑자기 서러워지는 거야.”
“어우.. 대충 뭔 느낌인지 알 것 같긴 하다.”
“그래서 막 거기서 울음 터져가지고 남자친구 당황해서 어르고 달래고 해서 겨우 끝났지. 그리고 난 뒤에 내가 걔를 볼 면목이 없고 그 걸 계속할 자신이 없어서.. 그냥 헤어지자고 했어. 걔는 막 자기가 뭐 잘못했냐고 미안하다고 사과하는데 내가 더 미안하다고.. 결국엔 사실대로 얘기하니까 한참 말 없다가 알겠다고.. 그 동안 고마웠다고 얘기해주는 데 진짜.. 어휴..”
“이야, 그래도 좋은 놈이었네. 정화 전 남친이랑은 차원이 다른데?”
“아니 언니 전 남친은 또라이였고 그냥. 아무튼 그래서 그 뒤로 차마 남자들 만나기가 좀 그래서..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살고 있다가.. 오늘 그 왕게임하면서 윤진 언니 그.. 자.. 자위하는 거 보고..”
“하긴, 걔가 오늘 제대로 뿜긴 했지.”
“정말 그런 걸 눈앞에서 봐버리니까 그런 게 정상인가? 내가 정말 비정상인가? 너무 그런 생각이 들어서..”
흠, 대충 무슨 이야기인가 파악이 되네. 남자친구랑 할 때는 전혀 반응이 없었는데 아까 윤진이가 절정으로 치닫는 걸 보고 흥분이 돼서 자기가 이상한 건가 하는 고민이구만. 하하, 근데 이걸 어쩌지?
“너는 진짜 나한테 상담하기를 잘 한 거야.”
“어? 갑자기 뭔 소리야?”
“내가 너의 불감증을 단번에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알거든.”
“어어? 뭐야, 진짜? 어떻게?”
끼고 있던 팔짱을 강하게 당기면서 물어본다. 방법이 뭐냐고? 그거야 말로 너무나 간단하지.
“내가 만져주면 모든 게 해결 돼.”
기대감으로 가득 찼던 표정이 풀리면서 하아 한숨을 내쉬는 아라. 어라? 안 믿네?
“오빠 손이 뭐 그렇게 특별해?”
“어? 진짜인데? 속고만 사셨나. 나는 항상 정직을 최고의 미덕으로 생각하며 살아온 사람이야.”
갑자기 팔짱을 풀던 아라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한다.
“진짜 오빠 너무한 거 아냐? 남은 막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는데 그렇게 장난만 쳐?”
“왜 갑자기 화를 내고 그래.. 아니, 근데 진짜라니까? 내가 다 걸고, 이거 엠창 찍고 진짜야. 내가 거짓말이면 여기서 너한테 엎드려서 절이라도 한다.”
여전히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던 아라가 허리에 손을 짚으면서 한 번 더 확인을 한다.
“... 진짜 그 정도로 말하니까 딱 한 번만 믿어본다. 장난이기만 해봐..”
요즘 애들 왜 이렇게 무섭니. 이쁜 얼굴로 가슴 내밀면서 화내니까 이거 참.
“여기서는 좀 그렇고 일단 건물 안에 들어가서 보여줄게.”
앞장서서 나아가니 일단 따라오는 아라. 1분도 채 안 돼서 내 방이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온다. 일단 계단 앞에 서서 들고 있던 봉투를 내려놓고 뒤돌아서 아라를 본다. 자기 혼자 팔짱 낀 채로 영 못미덥다는 느낌으로 바라보고 있다. 잠깐, 그 전에 드림창 조절부터 해야지.
“자, 집중 좀 해야 돼. 잠시만.”
하면서 아라 드림창을 킨다. 나의 모습에 하아.. 어이없다는 듯한 한숨을 쉬는 그녀. 일단 드림창에 ‘「가슴이 애무당할 때 흥분되는 정도」’를 추가해보았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수치가 1에 불과했던 것. 딱히 기준도 설정 안했는데 이 정도의 수치라면 정말 목석에 가까울 것이다.
드림창으로 나타내는 마인드 컨트롤의 수치가 낮으니 이 부분은 정신적인 문제였던 건가? 일단 나에게 의심을 품고 있는 상태이니 신뢰를 주기 위해 다소 자극적인 느낌을 한 번에 주어야 한다. 몇 배가 적당할까.. 고민하던 차에 7로 설정한다. 제 아무리 목석이라도 이 정도의 수치라면 바로 느낌이 올 것이다.
“아직 멀었어?”
“어? 어, 이제 다 됐어. 시작할까?”
“에휴.. 어디로 할 건데?”
“음.. 내 취향을 반영하면 역시 가슴이지?”
더 이상 대꾸하기 귀찮다는 듯이 팔짱을 풀고 상체를 내민다. 옷 위로 하면 재미가 없으니 반바지 속에 들어가 있던 티셔츠를 꺼낸다. 그 모습을 지켜만 보면서 움직임이 없던 아라. 티를 꺼낸 뒤에그 틈으로 오른손을 그대로 집어넣고, 그대로 올라가 오른쪽 가슴을 감싸고 있던 브라를 위로 올려 유두를 엄지와 검지로 잡는다.
스윽 손가락이 닿을 때 몸이 살짝 움찔거리면서 손가락으로부터 유두가 빠져나갔다. 순간 아라의 표정을 보니 정말로 놀란 듯한 얼굴.
“오.. 오빠 뭐야? 뭐 한 거야?”
“... 아라야. 내가 아까 뭐라 했는지 기억나니?”
다시 도망친 유두를 잡고 가볍게 위쪽으로 쭈욱 잡아당긴다.
“흐으읏..!”
순식간에 얼굴이 찌푸려지며 달콤한 신음을 참는 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또 한 번 놀란 표정을 짓는 아라에게 미소를 띄우며 얘기한다.
“웰컴 투 에로틱 월드.”
“이게.. 흐읏.. 갑자기 너무 확 점프한.. 아.. 느낌인데...”
말을 하면서 내가 엄지와 검지로 유두를 잡고 시계방향, 반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면서 비벼대니 말을 하는 와중에도 터져 나오는 신음에 당황스러워 하는 모습. 이제는 그냥 아랫입술을 앙 다물면서 그저 내 손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그러다가 정신이 든 건 위쪽에서 끼이익 하면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을 때였다. 아! 시발 여기서 이러면 안 돼지. 재빨리 아라의 옷 속에서 손을 빼고 내려놨던 봉투를 왼손으로 다시 집어 든다.
“오, 올라가자.”
휙휙 오른손으로 손짓을 하니 다소 눈에 힘이 덜 들어간 것 같은 아라 내 쪽으로 오더니 자연스럽게 또 팔짱을 낀다. 어라? 이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뭐, 나야 좋지.
계단을 올라가니 1층과 2층 중간에서 편의점 가는 듯한 편한 옷차림의 남자와 마주친다. 계단이 그리 넓지 않아서 왼쪽에 서서 몸을 오른쪽으로 트니, 내 팔을 놓지 않고 그대로 자기도 오른쪽으로 비켜서는 아라. 내려가던 남자는 우리 둘을 보더니 내 팔에 닿고 있는 가슴을 흘깃 보고 그대로 내려간다.
다시 내 옆으로 올라온 아라랑 내 방을 향해서 올라가고 있는데, 미묘하게 자기 몸을 움직이면서 왼쪽 가슴을 비비는 느낌이다. 뭐 자기가 직접 비벼도 애무이긴 한데.. 되게 마음에 들었나보다. 2층 넘어가면서부터는 갑자기 옷 속에 손을 넣더니 옷 속에서 팔을 슥 위로 올린다. 그 다음에 다시 팔을 좀 잡아당기는 느낌으로 비비는데.. 어라? 유두가 느껴진다. 슬쩍 쳐다보니 브라를 위로 올리고 하는 것 같다.
하긴 1에서 무려 7까지 올렸다. 뭔가 신뢰를 주기 위해 높은 수치를 한 번에 주고 본 게임 시작하면 좀 낮추면 되겠지.. 하는 의도였는데 이렇게 계속해서 스스로 느껴댈 줄은 예상 못 했다. 중간중간 신음을 참는 소리가 고요한 계단에 울려 퍼진다. 일단 감촉이 기분 좋으니 방에 갈 때까지만 내버려두자.
부드러움 사이에 단단함을 만끽하며 어느 새 내 방 앞에까지 왔다. 이제 비밀번호 누르고 들어가려고 봉투 그대로 왼 손을 드니까 갑자기 아라가 오른 팔을 잡아당기는 바람에 몸이 오른쪽으로 쏠린다.
“오빠, 잠깐만.”
“어우, 뭐야? 왜 그래?”
“여.. 여기 다시 들어가면... 왕게임.. 해야 되잖아..”
눈을 마주치는 걸 피하면서 뭔가 우물쭈물 쉽사리 말을 못 꺼낸다. 뭐지? 왕게임 하고 싶은 정도는 3명한테 직접 걸어서 내 방 아니어도 계속 하고 싶다고 생각 할 텐데?
“어.. 그렇지. 왜? 하기 싫어?”
“아니.. 그건 아닌데.. 그... 이거..”
이거? 하면서 바라보니 팔을 자기 쪽으로 좀 더 세게 잡아당기면서 가슴을 누른다. 아! 대충 느낌이 오는 것 같다.
“마저 해달라고?”
“...... 어.”
대답하면서 고개가 숙여지는 아라. 진짜 마음에 들었나 봐. 근데 뭐 왕게임 하면서도 충분 할 것 같은데? 슬쩍 왼쪽 귀에 가까이 가서 조용히 속삭이듯이 말한다.
“내가 또 왕되면.. 기대해...”
찌르르 하는 떨림이 팔에 느껴진다. 숙여진 고개가 작게 끄덕이면서 팔짱이 풀린다. 으흠, 들어가자마자 한 모금 마시고 바로 해야겠구만.
삑삑삑삑.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놀라운 장면이 나를 반긴다. 나체로 냉장고 앞에 서서 허리에 손을 얹고 물을 마시는 윤진. 이거 뭐 어디 잡지에 나올 만한 모델 포즈 같네.
“어, 왔어?”
그제야 우리를 발견한 듯 상쾌한 미소를 띠면서 반겨준다. 이거 참 너무 비현실적이라 순간 벙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