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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화 〉왕게임 - 6 (19/132)



〈 19화 〉왕게임 - 6

“자, 다시 시작한다. 정화 1 윤진 2 나 3 아라 4. 오케이?”
“오케이~”

발랄하게 대답하고 말 안해도 빠르게 책상을 가볍게 두드린다.

“4번째 왕이 될 사람은.. 3번!!”

이번에도 안 돼서 그런가 입이 삐쭉 나오는 두 명과 그러려니 기분 좋아보이는 한 명.

“그래서 누구야? 또 오빠야?”
“근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뭐지? 개꿀잼 몰카인가?”

이제는 그러려니 하면서 술잔 드는 그녀들. 넷이서 가볍게 짠하면서 물어본다.

“그래서 뭐 할 건데?”
“기강 한  씨게 잡아야지. 나를 의자 취급을 해?  빵디를 때려어어?”
“게임인데  어때. 어우, 뒤끝 있는 거 봐.”
“다른 이유로 허리가 아프면안 이러지.”

쭈우욱. 남는 맥주  비워낸다. 어제 그렇게 마셔대고 오늘도 왜 이리 잘 들어가지?

“기강 그거 어떻게 잡는데?”
“간단하게 합시다. 다들 저한테 입고 있는 브래지어 벗어서 제출하세요.”

마신 잔들 내려놓다가 똑같이 입이 벌어지는 애들을 보니 뭔가 재밌는 걸 시킨 건 확실한 것 같다. 근데 니들 잘 마신다.

“갑자기 무슨 브라를 제출하래? 어따 쓰게?”
“나도 티 벗었는데 다들 보는 눈도 없는데 시원하게 있자는 좋은 의도지.”
“아니 오빠는 자기가 알아서 벗은 거잖아. 다시 안 입어?”
“어, 걍 이러고 있게. 니들 벗을 때 상의도 벗고 싶음 벗어. 그건 왕 재량으로 쳐드림.”

하아아 깊은 한숨을 내쉬는 정화. 뭔 상황인지 아직 제대로 감을 못 잡은  같은 아라. 그리고 내 옆에서 내 팔을 잡고 흔들면서난리 피우면서 야단법썩인 여인네 한 명.

“아니, 나는 이거까지 벗으면 완전 위에 아무것도 없어!”
“그것은 본인의 가위바위보 실력을 탓하시면 됩니다, 여왕님.”
“아니 그거 끝났으니까 그만하고 진짜 벗어? 진짜? 진짜로??”
“거기서 가짜로 벗을 수 있으면 벗어봐. 그것도 궁금하네.”

흔들리는 와중에 가장 먼저 손을 뒤로 돌려 후크를 푸는 정화 모습이 보인다. 좋아좋아. 한 명이 일단 시작하면 다들 따라하게 되겠지. 팔을 안으로 넣어 아까처럼 움직이더니 밑으로 슥하고 브라를 꺼내 테이블 위로 건넨다. 눈에 익은 연분홍색의 속옷이다.

“아저씨, 여기요. 됐죠?”
“어휴, 그럼요. 빠른 제출에 감사합니다.”

두 손으로 고개 숙여 받아들고 옆에 남는 의자 하나를 당겨서 등받이 부분에 걸어놓는다.

“자자, 다른 분들도 얼른 주세요. 다음 게임 가야죠?”

슬쩍 다른 사람 눈치를 보면서 아라도 천천히 손을 뒤로 돌리고 정화랑 똑같이 티 안에 팔을 집어넣어 빼낸다. 그러다가 마지막 빼내기 직전에 멈칫. 그러다가 눈을 딱 감고 팍! 하고 빼낸 뒤에 고개 숙인 채로 나를 향해 팔을 쭉 펴면서 건네는 아라.

“네네 감사합니다.”

이것도 심플한 느낌의 하늘색의 브라다. 오우, 겉으로 보기에도 정화 것보다는 좀 커 보이는데.. 잠깐만.  옆에 사이즈 나와 있지 않나? 어디 보자.. 사이즈가.. 헐?

“이게 뭐야, 70F?"
“아아, 아니 그.. 그걸 왜 얘기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벌떡 들며 안절부절 못하는 그녀. 앙탈부리듯이 얘기하는와중에도 방금보다 살짝 아래로 내려갔지만 전에 없던 뽈록 튀어나온 부분이 생긴 그녀의 가슴에 눈이 간다. 나의 시선이 느껴지긴 하지만 몸을 가리지는 않는 그녀. 이야.. F.. 어마어마한 위력이네..

“와.. 부럽다 진짜..”
“아, 아니야. 별로 안 좋아..”

나만 보는 줄 알았더니 옆에 보니까 윤진이도 정말 넋 놓고 보고 있다. 많이 부러우신가 봐. 받은 브라랑 윤진이가 입고 있는 브라를 비교해보니 확연하게 두께가 차이가 난다. 이거는 패드가 없는 거고 저건 있는 건가? 아라 브라까지 걸어놓고 이제 하나밖에  남은 마지막 브라를 빤히 쳐다보면서 얘기한다.

“그래서 언제 벗어주실 건가요, 여왕님?”
“아 좀 그만하라고. 아니.. 그리고 나 이거까지 벗으면 하..”
“나도 벗고 있잖아. 이렇게 밖에서 한 번 벗어봐. 짜릿해! 늘 새로워!”
“아니 오빠랑 나랑 같냐고!”
“다를  뭐 있나,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 똑같지않겠습니까?”

손이 조금 떨리면서 노려보는 윤진의 눈을 지긋이 계속 쳐다본다. 어떻게 해도 마찬가지일거다. 벗어도 부끄럽고,  말을 안 따라도 부끄럽고. 그냥 벗는 게 더 편할걸? 그러다가 세 명의 시선을 느꼈는지, 결국 체념한 듯 눈을 감고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손을 뒤로 돌린다. 정말 내키지 않는 듯이 멈칫 멈칫하지만 결국 몸에서 브라를 떨어트리는.. 데?

브라의 마법이 풀렸다. 타노스가 손가락을 튕긴  마냥 그녀의 가슴에 가득했던 볼륨감이 반토막났다. 모여져 있던 살들이  자리를 찾아가니 보인 것은 동네 뒷산 정도라 느낄만한 작은 봉우리에 빳빳하게 세워져 있는 짙은 베이지색의 유두였다. 숙인 고개를 들지 못한채 나의 앞에 확! 하고 내민 검은 브라에 조금 당황했지만 일단 받는다. 어우, 확실히 쟤들 거에 비하면 패드? 이 부분이 좀 많이 차지하고 있구만.

일단 이것도 의자에 걸어놨긴 했지만... 이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약간 머쓱해져서 남은 인원들끼리 서로 눈치 보기 바쁜 이 분위기를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작게 윤진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두고 봐..”
“어? 뭐라고?”
“두고 보라고.. 내가 진짜... 왕 되면... 오빠 진짜 각오해...”

이글이글.  눈에서 불꽃이 일 것만 같은 강렬한 눈빛으로 나를 쏘아보는 그녀. 이제는 창피함을 넘어선 복수심이 가득해 보인다. 대학 여신 같던 외모가 이제는 드라마에서 나올법한 악녀같은 이미지로 보이기 시작했다. 너.. 너는 이제 절대  안 줄 거야..

“어.. 어어어. 그.. 그러시던가.. 다.. 다음 게임 하실까요?”
“아, 네! 네네! 빨리 하시죠 사회자님.”

옆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시선이 부담된다. 여기서  내가 걸리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으니 살짝 화제를 돌려야겠다.

“이번에는 나1 윤진2 정화3 아라4 로 가겠습니다. 불만 없죠?”

두 명은 끄덕끄덕. 옆에 윤진은 뜨거운 시선을 거두고 당당하게 몸을 곧게 세우고 남은 맥주를 쭈욱 들이킨다. 그 모습을 보니 정말 완전히 없는  아닌데 비교대상이 너무 나쁘다는 게...

“자, 빠르게 발표하겠습니다. 이번 왕은 3번! 3번입니다.”
“어?”

기대도 안하고 있었는지 눈이 크게 떠지면서 놀라는 정화. 그래 이번엔 니가 해보거라.

“3번이신가요?”
“어.  3번.”
“아.. 나만 안 됐어 지금까지..”

풀이 죽은 듯한 아라를 그녀의 어깨를 토닥토닥하면서 위로의 손길을 건네던 정화가 갑자기 나를 보며 썩소를 짓는다.

“뭐야 그 이상한 웃음은?”
“나는 오빠만 노릴 거야.”
“어? 왜? 나 뭐 잘못했냐?”
“아니? 그냥 그게 제일 재밌을  같아서.”

무서운 아이. 이런, 순식간에 표적이 됐잖아. 아.. 안 돼. 빨리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자.

“아! 아까 말씀을 안 드렸는데 명령 내에서 똑같은 게임 또 하면  됩니다!”
“어? 뭐야. 그런 것도 있어?”

놀라는 아라랑 다르게 차분해 보이는 정화. 뭐지? 뭐가 있는 거지? 이러니까 존나 불안해지잖아. 한 손으로 턱을 괴면서 빤히 나를 보는 정화가 묻는다.

“사회자님, 아까 직접 지목은 안 되고 번호 지정만 된다고 하셨죠?”
“예? 아, 예. 그.. 그렇죠?”
“그러면은 오빠는 몇 번일까..? 내가 3번이니 남은 번호  개중에 하나겠지..?”

뭐, 뭐지? 드림창이  먹히나? 아냐. 자기 번호 밖에 기억을 못하는  보니까.. 그래도 몰라서 슬쩍 확인해보니 ‘「왕게임에서 부여 받은 번호는 자기 번호 밖에 기억하지 못함」 - ON’은 그대로 드림창에 있었다. 그럼 도대체 이 자신감은..? 재밌어 보이는지 슬쩍 윤진이도 가까이 가서 나란히 있는 세 명의 여자의 시선이 나에게 쏠린다.

“내 번호 알려줄까..? 오빠 확실히 찍어버리게.”
“그.. 얘.. 얘들아! 왕한테 번호 알려주는 것도  돼!”
“흐으음.. 그러면.. 사회자님. 눈 똑바로 봐주세요.”

떨리는 눈으로 정화와 눈이 마주치니 뭔가 긴장이 돼서 목이 탄다. 뭐지.. 뭔가 있는 건가?

“한 번 찍어볼게요. 오빠 번호는 혹시 4번인가..?”
“아.. 아냐..”
“그럼 1번일까...?”
“아... 아아, 아냐..”
“다 아니면 그럼 2번이겠지..?”
“아.. 아냐아냐..”

내가 1번이고 2번? 아까 내가 2번 누구라고 했지? 윤진이였나? 하는데 슬쩍 옆에 있는 윤진이의 얼굴이 보인다. 그리고 바로 그 밑에 적나라한 유두로 시선이 쏠린다. 가슴이 크지 않아도 유두만 봐도 좀 에로한 느낌이네.

갑자기 딴 생각에 빠졌다가 탁! 정화가 테이블을 치는 소리에 움찔하고 놀랐다.

“2번! 2번에서 시선이 갑자기  쏠렸어!! 명령하겠습니다! 2번 의자 위로 올라가서 자위해!!”

으아아아 갑자기 공개 자위쇼라니!! 그런 수치 플레이를!! 이런 악랄한 기지배!!!

...... 근데 나 2번 아닌데?

의기양양한 표정의 정화 옆에서 갑자기 사색이 되며 핏기가  가시는 윤진이의 얼굴이 보인다. 떨리는 손으로 정화를 툭툭 치는 그녀.

“저... 저.. 정화야..”
“응? 왜?”

“어.. 2번은...... 난데....”

그렇다. 너무나 놀랍게도 당당하게 외친 2번은 내가 아닌 윤진. 게임 시작 전에 대놓고 번호를 눈앞에서 지정해줘도 자기 번호밖에 기억을 못하는 상황에서 나를 지목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던 그 모습에 한참 쫄아 있던  모습이 바보가 된  같다. 물론 진짜 바보는 저저저 저거 정화 저거다.

지금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2명. 얼굴이 굳어버린 채로 자위... 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반나체인 윤진과 그런 그녀에게 더듬거리며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해서 전하는 정화. 도대체 뭘까 이 상황은.. 아니 그것보다..

“...도대체 너는  믿고 그렇게 당당하게 내가 2번이라 생각했냐?”
“어? 아니 나는.. 그게...”

그래. 이유라도 들어보자.

“나는.. 오빠가 되게... 단순한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나도 내가 복잡한 사람은 아니라 생각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보였을까. 나의 지적인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을 뿐. 어? 막? 어? 내가  멋지고 간드러지게 ‘하하하 너희들 푸아송비라고 들어봤니? 아니면 역학에서 Stress 라는 게 응력을 뜻하는 건 정도는 알고 있겠지? 하하하’ 하는 인텔리한 모습을  봐서 그래.

“오빠 그 마지막에 2번이라 할  눈이 막 이상하게 한 군데로 쏠려있어서 당연히...”
“그래.  말이 맞다. 내가 단순한 건 맞는데 니가 하나 간과한 게 있지.”
“어? 뭐가?”
“나는  생각보다 훨씬 더 단순하다는 거다. 나는 그냥 진짜 2번인 윤진이 가슴에 달린 유두 보고 있었을 뿐이니까.”

 나간 윤진이가 힘없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진짜냐고 확인하는 듯한 표정. 조용히  모습을 지켜보던 아라가 묻는다.

“그 명령 바꾸면 안 돼? 아직 바꿀 수 있지 않나?”

너의 노력은 가상 하지만 어림도 없지.

“아쉽게도.. 왕의 명령은.. 낙장불입입니다. 고갱님. 너무나 당당하게 명령이라 얘기해서 빼도 박도 못하네요.”

그 말에 다시 고개가 떨궈지는 윤진과 안절부절 못하는 정화. 둘의 꽁트를 보는 것도 재밌지만 이제 시작해야하지 않겠어? 다시금 명령 확인을 나선다.

“자, 그럼 폐하. 이제 세부사항을 결정해주시죠.”
“어? 뭐, 뭔 세부사항?”
“아직 의자 위로 올라가서 자위하라고 밖에 얘기  해주셨잖습니까. 어떤 자위를 어떻게 언제까지해야 하는  말씀해주셔야 여기 옆에 있는 여인네가 시작하지 않겠습니까?”
“아니.. 그.. 진짜 어떻게  돼?”
“제 아무리 왕이라 하셔도 어길 수 없는 게 있습니다. 내뱉은 말은 주워 담지 못한다는 사실이죠.”

거의  울상이 되어가는 정화의 얼굴. 으음, 이러면 나도 조금 마음이 약해지네. 어떻게 이번에만  바꿔줄까..? 하는 생각이 조금 들 때쯤에 윤진이 그런 정화를 보며 힘없는 웃음을 짓는다.

“정화야 괜찮아.. 내가 할게..”
“어? 아니, 아냐아냐. 내가 미안해.”
“아니야, 게임인데 뭐... 근데 너무 심한 거만 안 시켜주면 돼..”
“어, 그, 그래. 그냥 대충 올라가서 하는 척만 하다가 바로 내려와.”

뭐어라? 하는 처어어억? 어디서 신성한 나의 왕게임에 하는 처어어억이라는 불순한 단어를? 바꿔줄까 하면서 잠시 맘이 약해졌던 나를 반성하게 만드는 그런 불경한 말을 하다니.

“그래도 하는 척은  돼지! 아무리 짧아도 진짜로 하기는 해야지!”
“뭔 소리야 진짜! 아니, 왕은 나인데 내가 정하면 되잖아?”
“하는 척이라면 일반 왕게임에서도 충분하지. 하지만 이 왕게임은 달라!”

후욱후욱, 나의 에로틱 왕게임쨩은 다르다능....이 아니라 고작 자위정도로 끝낼 것도 아닌데 여기서부터 이러면 더한 걸 하기 힘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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