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첫 경험 - 5
우리가 어릴 적에는 다들 별 거 아닌 역할놀이에도 신나게 놀았던 적이 있을 것이다. 경찰과 도둑의 술래잡기, 단순한 소꿉놀이, 한창 유행하던 만화에서 서로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 하겠다고 싸우기까지.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별 것도 아닌 것에 열을 올리고 창피할 수도 있는 역할에 동화되어 몰입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순수함을 잃어버렸지. 그냥 보고 감탄하면 되는 마술에서 트릭을 찾아내려하고, 무엇 하나에 최선을 다하고 진지하게 임하는 사람을 진지충이라 놀리면서, 모든 걸 알아버린 어른이 된 것 마냥. 무엇 하나에 몰입하는 게 왠지 우습고 뭔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마냥 불편하게 여긴다. 별 것도 아닌데 뭐 이리 진지할까?
거짓말의 발명이라는 영화가 있다. 모든 인구가 거짓말이라는 존재 자체를 모르고 허구적인 내용은 전혀 없는 일상을 이어가고 있을 때, 주인공이 혼자만 할 수 있게 된 인류 최초의 거짓말. 그 곳에서 키 작고 잘생기지 않은 주인공이 길거리를 지나가던 미녀에게 ‘지금 우리가 섹스를 하지 않으면 세계가 멸망해요!’ 라는 말을 한다. 미녀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진지한 표정으로 지금 당장 섹스를 여기서 하냐, 모텔로 가냐 물어보는 장면. 모텔로 간 주인공의 양심의 가책으로 인해 섹스 장면은 없는 웃긴 장면이기도 하지만, 남자들이 이 장면에서 어느 정도 꼴릿함을 느꼈을 법 하다.
내가 MC물에 빠지게 된 이유는 진지하고 순수하게 자신의 역할에 몰두하게 조종하는 것. 제 아무리 AV배우가 진지하게 연기에 임해도, 여자친구가 큰맘 먹고 원하는 것 다 들어준다고 해도, 실제로 그렇게 믿고 있는 일반인을 따라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메소드 연기가 가능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런 것을 제외한 인식의 변환. 올바르게 여겨지는 기준과 동떨어진 별난 생각. 하지만 사람의 생각을 변환시켜 그 별난 생각을 당연하게 여기고, 그것이 올바르다 생각하는 순간부터 벌어지는 행동들이 기존의 인식과는 차별화 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그런 것이 가능하려면 현실에서 벗어난 가상 세계일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무거운 주제를 이야기 하게 됐는데, 내가 그토록 현실에서 바라던 꿈이 이루어진 순간에 그 본질을 다시 한 번 훑어보았다. 점프를 세 번 더 뛰었을 때, 그제야 「시간이 지날수록 일어나서 점프를 하고 싶어지는 정도」를 0으로 만들었다. 이 능력을 처음 알았던 그 순간부터 가슴이 벅차오르지 않은 순간이 없었지만, 지금이야말로 정신적으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행복감과 만족을 느끼고 있다.
“일단 앉으세요.”
“쎅쓰!!”
하면서 그녀는 의자에 다시 앉았다. 자, 앞으로 우리는 서로 모르는 남녀 간에서 일정한 선을 넘은 사이가 될 것이다. 그것도 물론 나의 성적 판타지를 채워주면서. 드림창에서 「내가 하는 말을듣고 싶은 정도」를 제외한 기존에 추가했던 내용들을 왼쪽으로 보내 삭제하여 초기화시켰다.
이번에 테스트할 것은 지금까지 컨트롤을 하기 위해서는 계속 드림창을 사용했는데, 대화하는 형식으로 명령을 내려도 이게 드림창에 추가되어 Control 할 수 있는 요소가 되는가? 이다. 자꾸 사람을 앞에 두고 드림창에만 신경쓰다보니 어느 정도 대화에 공백이 생기게 되는 게 조금 아쉽게 느껴지기 때문. 뭐, 생각까지 다 읽어내는 드림창인데 이거 하나 어려울 리가 없지만.
아까 점프 하고 싶은 정도를 0으로 초기화 시키는 조건이 기존 항목 아래에 추가 됐듯이, 이 부분 또한 말을 듣고 싶은 정도 밑에 추가가 되겠지.
‘「내가 하는 대화에서 자동으로 드림창에 항목으로 추가」’
기대를 부응하듯, 말을 듣는 항목 밑에 「내가 하는 대화에서 자동으로 드림창에 항목으로 추가」 ON/5 가 생겼다. ON/OFF는 그렇다 쳐도 옆에 5가 있는 걸 보고, 수치 또한 자동으로 조정해주는 편리함이 있다는 점에 흡족했다.
자, 이제 웬만한 조건은 다 말로 추가가 될 것이다. 지금부터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통해 행동과 생각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일단 오늘 밤을 같이 보내게 될 사이니까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게 좋겠지.
“자, 이제부터 제가 질문하는 거에 솔직하게 대답해주세요.”
“아, 네!”
그러더니 스윽, 그녀의 머리위에 ‘「나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하는 정도」 - 5’ 라고 작게 창이 하나 뜨더니 스르륵 사라졌다. 조건이라 생각하는 부분이 추가될 때, 항목이랑 정도를 살짝 보여준다니. 어쩜 이렇게 척하면 척인가, 미간을 살짝 꼬집고 행복감을 만끽했다. 그리고 다시 대화를 이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저 김정화 이요.”
드림창에서 봤던 것과 동일. 신뢰 높은 녀석이다.
“나이는 22살. 맞나요?”
“어, 네. 어떻게 알고 계세요?”
응? 아, 그러네. 너무 자연스럽게 아는걸 얘기해버렸구나. 이런 거를 의심하지 않도록 해야겠네.
“아, 그.. 제가 질문하는 거나 알고 있는 것들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네, 알겠습니다.”
‘「나의 말에 이상한을 느끼는 점」 - 없음’ 이 추가 됐다. 아주 순조로워.
“22살이면 3학년인가요?”
“아니요, 제가 재수를 해서 지금 2학년이에요.”
아하, 재수생이었구만. 그럼 나랑 학년은 같네.
“이제 좀 대화를 많이 할 것 같으니까 말을 좀 놓을게요. 괜찮죠?”
“네. 편하게 해주세요.”
“그리고 나는 오빠라고 불러주면 돼.”
“아, 네. 오빠”
“그리고 미안한데 앞으로 그 가슴을 좀 모으면서 대답해줘.”
“네? 어.... 이, 이렇게요?”
정화가 양쪽 가슴을 잡고 안쪽으로 스윽 모은다. 펴져 있던 티셔츠에 주름이 생기면서 가운데 균열이 더욱 선명해진다. 처음 봤을 때는 별로 특출난 부분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젖가슴이 생각보다 훌륭하다. 가슴을 제일 좋아하는 나로써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
“어, 그거 좋은데. 고렇게 부탁해. 그 방법은 다르게 해도 괜찮아.”
“네. 해볼게요.”
자. 그럼 일단 안전한 지 확인을 해야지.
“도서관은 혼자 공부하러 간 거야?”
“네. 방학 때 토익 좀 따 놓으려고요. 다음 주에 시험 신청했거든요.”
“방에 혼자 살아?”
“지금은 혼자 살아요. 제 룸메도 방학이라 집에 갔고요.”
“오늘이나 내일 뭐 할 일이나 약속 있어?”
“아뇨. 오늘 도서관에 갔다가 오면 내일 쉬려고 했어요.”
흠, 내일은 일요일이니까. 내일까지 정화는 프리하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정화가 손으로 꾸욱 누르던 가슴을 이제는 팔을 아래로 쭉 펴고 팔 안쪽을 이용해 가운데로 밀어 넣는다. 정화의 눈을 마주치다가 가슴 쳐다봤다가 눈동자가 바쁘게 굴러간다. 어떻게 해도 보기는 좋구만.
“남자친구는 있고?”
“아뇨, 학기 끝나고 나서 헤어졌어요.”
“어쩌다가?”
“그, 이번에 군대 간다고 안 기다려줘도 된다고 걔가 먼저..”
오호, 그런 사연이. 그 놈이 배가 부른 건가, 아니면 배려하는 건가? 하고 이제 뭐 물어보지 잠시 고민하는 사이에 정화가 먼저 말을 꺼낸다.
“저기...오빠.”
“응?”
“저, 이거 계속 해야 하나요?”
하면서 눈을 아래로 향한다. 가슴 모으는 걸 계속 해야 하는 눈치였다.
“왜? 싫어?”
“아뇨, 그.. 싫은건 아닌데.. 조금 부끄러워서..”
“!!”
가슴 모으는 것을 멈추지는 않지만, 부끄러운지 고개를 살짝 숙이는 모습. 부끄러움, 수치심, 창피함 등.인식을 변환시킬 때 가장 고려해야할 부분 중 하나를 그냥 넘겨버렸다. 그런데 아까 쎅쓰쎅쓰 거릴 때는 별로 부끄러운 모습 없는 것 같더니, 그렇게 느끼는 부분이 다른가 보다.
처음에는 본래 자연스럽게 야한 모습을 하는 걸 생각했는데, 이런 식으로 수줍음이 느껴지는 것도 뭐 나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숨길 수 없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내 말을 듣는 정도를 슬쩍 6으로 올렸다.
“아, 그러면 가슴을 계속 모아놓지만 말고 풀었다가 모았다가를 한 5번만 반복하고 그만해줘.”
“.. 이렇게요?”
슬쩍, 팔에 힘을 푸니서로 멀어지는 두 개의 에로틱한 지방덩어리. 그리고 서로의 존재를 다시 확인하듯 내가 볼 수 없는 티셔츠 속에서 찰싹 붙어버려 하나가 된다.
“그렇게 하니까 훨씬 보기 좋네.”
아직 부끄러움이 남아 있는지 고개를 쉬이 들지 못하는 정화. 5번을 후딱 채우더니 팔을 가슴에서 뗀다. 벌써부터 그러면 안 돼지. 아직 시작도 제대로 안 했는데. 하지만 계속 부끄러워하는 것도 그러니 설정을 한 번 해두자.
“내가 뭐 부탁하는 거에 대해서 전혀 부끄럽거나야하다는 생각 같은 거 안 해도 돼.”
“네? 아, 네! 알겠어요!”
갑자기 밝아지는 모습을 보이는 정화. 그리고 그런 정화의 머리위에 「부끄러움 - 없음」, 「야하다는 생각 - 없음」 이 각각 하나씩 뜨더니 스르륵 사라졌다. 그렇다는 얘기는 무엇인가. 지금부터 조금 더 노골적이 된다는 얘기지. 후우, 난생 처음으로 여자한테 성적인 얘기하는 거니, 쪼끔 긴장되네.
“자, 그럼 우리 이제부터 할 얘기는 조금 더 솔직해져야 하거든? 서로의 신뢰가 필요해.”
“아, 넵.”
“그러면.. 어... 신뢰의 증표로... 지금 입고 있는 브라를나한테 건네주고 그... 노브라로 얘기할 수 있을까?”
“응? 이거요? 네, 잠시만요.”
하더니 스커트 안에서 티셔츠를 아랫 부분을 빼내고 손을 뒤로 돌려 후크를 풀더니 각각 팔소매 안쪽으로 팔을 넣어 끈에서 팔을 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티셔츠 안쪽으로 손을 넣더니 스윽하고 브라를 꺼낸다. 여자 형제가 없는 나로써는 처음 보는 광경이라 조금 놀랍네. 가슴이 아까보단 다소 아래쪽으로 떨어져 있었고, 언덕진 가운데가 약간 도드라진 부분으로 드러났다. 보면 볼수록 생각보다 크다고 느껴진다. 사이즈가 몇이지?
“여기요.”
하면서 갓 벗은 따끈따끈한 녀석을 나한테 건네준다. 으응? 아 맞다. 어우, 잠깐 집중하느라 깜빡했네.
“어, 어어어. 고마워.”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연분홍색의 브라. 집에 걸려있는 엄마 것 외에는 직접 이렇게 보는 건 처음이다. 나도 모르게 슬쩍슬쩍 패드 부분을 손으로 비비며 오, 생각보다 부드럽네. 하는 감상까지 느껴진다.
“이제 보니까 조금.. 어...”
어우, 방금 전까지 잘 해놓고 막상 실물 보니까 말이 잘 안 나온다. 생각해보니 여자애들한테 말도 제대로 못 붙이는데 어떻게 여기까지 왔더라?
“그.. 가슴 사이즈가 어떻게 돼?”
“저요? 저 75D요.”
"아하... 어? 뭐?"
D? 그 TV에서 연예인이나 인터넷 방송에서나 흔들어 대던 것만 봐왔던 D컵? 아니, 이 근처에 사는 여자애 아무나 데려다가 앉혔는데 D가 나오다니. 애초에 D컵이라는 건 꿈이나 원피스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인 줄 알았는데. 인터넷 같은 곳 보면 여자들 대부분이 A나 B라고 했지 않나? 얘가 겉보기에는 그리 통통해 보이지도 않는데 가슴이 좀 커서 설마설마 했지만.
이게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건가? 초보가 도박장 처음 놀러 가면 좀 딴다는 그건가? 아이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