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화 〉첫 경험 - 4 (5/132)



〈 5화 〉첫 경험 - 4

세상에, 이 날씨에 아주 전력질주를 한 것 같네. 여기서 도서관까지 아무리 못해도 5분은 뛰어야할 것 같은데. 숨이 너무 차서 숨도 제대로  쉬는 것 같고, 몸도 똑바로 있는 게 아니라 약간 비틀비틀한  같아.

아이씨,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갑자기 존나 미안해지잖아. 나의 능력에 의한  번째 피해자가 벌써 등장했구나. 아직 능력 생긴  안지 1시간 밖에 안됐는데. 존나 못 쓰네 진짜.

“하아.. 하아.. 그.. 안에 들어가도.. 되나요?”
“예? 아니, 그.. 그거는 상관없는데 그거보다..”

티셔츠가 땀에 흠뻑 젖었다. 티셔츠 안에 다른 색감이 도드라질 정도로. 일단 좀 쉬고 씻고 좀 오게 만들어야 될  같은데.

“저기,  방에 가서  씻고 쉬다 오시는 게 어때요?”
“네? 하아.. 씻고 오라고요? 그냥 옆에 좀 있으면 안될까요?”

아이씨, 힘들어서 눈도 풀리고 있구만 무슨 소리야. 평소 체력이 엄청 부족해 보이는구만.  말보다 아까 설정해놓은 나한테 오고 싶어 하도록 설정해놓은 게  큰가 보다. 드림창아 시간 없으니 어서 이리 오거라. 집 앞에서 여자가 헥헥대면서 들여보내달라는  다른 사람이 보면 좀 이상하잖아.

“잠시만요.”

어느  내 얼굴 옆에 까지 온 드림창을 잡고 빠르게 생각을 굴리기 시작했다. 기존에 있던 나한테 오고 싶은 정도를 없애고해야 하나? 아니면 새로 「내가 하는 말을 듣고 싶은 정도」를 넣고 수치를 5보다 높은 6으로 잡으면 되려나? 모를 때는 밑져야 본전이니 내가 하는 말을 듣고 싶은 정도를 추가하고 마음 속으로 바보 같다는 생각을버리고 물어보았다.

‘이거  우선순위 이런거 설정할 수 있나? 1순위를 내가 하는 말을 듣고 싶은 정도로’

그러더니 「내가 하는 말에 따르고 싶은 정도」 항목이 추가 되더니 맨 위로 올라가더니 오른편에 당당하게 1이라는 마크가 붙어있었다. 얘는 진짜 못하는 게 뭐야? 내가 과연 지금까지 알아낸 능력은 얘의  %일까?

일단은 추가한 말 듣는 정도를 5로 설정해두고 말했다.

“저, 일단 땀이 많이 나고 힘드신 것 같으니 씻고 옷 갈아입고 오시면 제가 들여보내 드릴게요.”
“하아.. 후우.. 네! 바로 씻고 올게요!”
“아뇨아뇨, 천천히 씻으시고 준비 다 하시면  다음에 오세요.”
“아, 네! 알겠어요.”

뭔가 여자가 씻고 올게 한다는 말이 안쓰러워서 야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대답하면서 허리을 피는데 의외로 땀 때문에 달라붙은 티셔츠 안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둔덕의 크기가 꽤나 크다고 생각했다. 어음..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고민 좀 봐야겠어. 으흠.

천천히 몸을 이끌고 그녀가 자기 방으로 삑삑 도어락 비밀번호를 치고들어간 것을 확인한 후에야 다시 방에 들어왔다. 이 방에 여자가 들어온다니, 평소에 내가 그렇게 더럽게 산다는 생각은 안했는데 갑자기 방이 너무 지저분해 보인다. 대충 청소라도 해야겠지. 널부러진 옷들을 대충 개서 옷장에 집어넣고, 바닥에 흩뿌려진 내 꼬부랑털들을 빗자루로 대충 쓸어 담는다. 청소하면서 문득, 아 이것도 그냥 쟤 시켜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차마 술판벌여놓은 상까지 치워달라는 건 양심에 찔렸다.

어쩔 수 없이 술병과 안주거리들을 치우고 며칠 모아놓은 설거지까지 시작했다. 이거저거 다 시키다가는 사람이  번 맛들이면 빠져나오기 힘든 유혹에 나태해질 것 같아. 단계별로 갑시다 단계별로. 처음부터 너무 다 해먹으면 금방 질릴 수가 있으니까. 근데 아이참 왜 이리 두근거릴까. 나의 자취방에 여자사람이 들어오다니. 우리 엄마도 못해봤는데 말야.

시간이 지나 방도 다 치웠고 설거지까지 다했고, 화장실에 배수구에 쌓인 머리카락까지 정리했는데도 아직 그녀는 오지 않았다. 천천히 씻고 오라했지만 벌써 40분이 넘었는데..여자기준 천천히 씻는 거랑 남자 기준 천천히 씻는 거랑 이렇게 크게 차이가 나나? 에이 드림창보면서 추가할 거나 생각해놔야지. 하면서 침대에 드러누우니 얼마 지나지 않아 똑똑똑 방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난다. 예이 오셨습니까 후다닥 나가보니 아까의 끈적한 모습과는 상반된 부드럽고 촉촉한 느낌이 나는 그녀가 보였다.

묶었던 머리는 풀어서 어깨너머까지 곧게 내려오고, 안경도 벗었고 이제 보니 화장까지  것 같다. 아까 나갈  모습이랑 비교해보면 얼굴도 그렇고 확실히 더 보기 좋아진 느낌. 연한 베이지색의 캐쥬얼한 느낌의 크롭티는 어두운 곳에서 등불에 의해 생기는 음영에 의해 입은 사람의 흉부의 묵직함을 은근하게 과시하고 있었고,  크롭티의 끝부분을 감싸 안은 체크미니스커트. 그리고 치마 끝에서부터 맨다리를 따라 뻗어있던 라인의 마지막인 발에는 플랫 슈즈까지. 가벼운 미니백까지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이렇게 까지 차려 입고  줄은 몰랐는데 아까 대충 내뱉은 준비하고 오라는 걸 그렇게 받아들인 건가? 아니면 본인도 지금 남자 방에 간다는 것을 인지하고 준비를  걸까? 처음 왔을 때만 해도 땀 때문에 머리카락도 뺨에 붙어있고 초췌해 보이기까지 했는데, 준비를 마친 그녀는 새내기 대학생의 풋풋함을 품은 듯 보였다.

“저.... 다 씻고 왔어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서 계속 지긋이 바라보고 있으니 먼저 말을 꺼내는 그녀였다.

“네? 아, 네. 들어오세요.”

문을 열어서 잡고 몸을 뒤로 빼며 들어올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그 옆으로 슬쩍 몸을 돌려서 들어온다. 머리에서 프루티한 느낌의 기분 좋은 향이 나는데 샴푸인지 바디워시인지 모르겠다. 방 안으로 들어온 그녀는 한 가운데서 내 방을 신기한 듯이 둘러보고 있었다.

“거기 컴퓨터 앞에 의자에 앉으세요. 가방은 아무데나 두셔도 돼요.”

앉을 곳이 바닥을 빼면 컴퓨터 책상 의자랑 침대밖에 없는데 다짜고짜 침대에 앉힐 수는 없으니 일단 하나 밖에 없는 의자에 앉혔다. 내 공간에 또래 여자가 들어와 있다는 점만으로 가슴 속에 무언가가 뜨겁게 차오르지만 일단 진정하고자 가볍게 숨을 내뱉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자, 이제부터 시작이다. 알아낼  있는 건 이번에 최대한 알아내는  추후를 위해서 좋다. 어디까지나 갑자기 생겨버린 능력이기에 어느 순간 사라져버릴지 몰라. 절대로 오지 않았으면 하는 그 순간을 위해 최대한 뽑아 먹으려면 확실하게 기능을 알아놓는  당연한 일.

처음에는 다른 MC물에 나오는 것처럼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몸만 멋대로 움직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내가 직접 감정의 변화를 겪어보고 나니 그 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신뢰가 생겼다. 그래도 타인에게 시험은 해봐야겠지.

다시 눈앞으로 그녀의 드림창을 가져왔다. 이름 김정화정화, 나이는 22. 나보다 한 살이 어리네. 휴학이나 재수 없었다면 3학년이겠네. 일단 드림창에 있는 여러 내용들, 나에게 오고 싶은 정도,  말을 듣고 싶은 정도.생각하는 정도 등 여러 가지 내용들이 추가되어 있어서 다소 한 눈에 보기는  어려워진다. 필요 없는 내용들은좀 삭제하고 싶은데, 생각만으로 실수로 삭제해버리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그건  조심해야겠지. 이참에 확인도 해보고.

“잠깐만 거기 앉아서 기다리고 계셔주세요.”
“아, 네!”

방을 둘러보다가 힘차게 대답하는 그녀. 뭔가 발랄함이머쓱해져서 다시 시선을 드림창으로 향한다.

수치변경할 때 드래그도 당연히 되는데 기본적으로 터치인 것 같은데 핸드폰에서 하듯이 한  없애볼까? 「나의 카톡에 솔직하게 답장하고 싶은 정도」에서 슬라이드가 아닌 항목 부분을 누르고 좌우로 움직이니 그대로 따라온다. 휴대폰에서 알림삭제 하듯이 손가락을 오른쪽으로 튕기니 스윽 사라지고 밑에 있는 「나에게 오고 싶은 정도」가 한  위로 올라온다. 삭제하는 건 역시 간단한데, 과연 삭제 했을 때 그 수치값이 초기화 되는지 유지 되는지가 중요하지.

다시 「나의 카톡에 솔직하게 답장하고 싶은 정도」를 추가했다. 보이는 수치는 7. 어라? 삭제해도 값이 그대로네. 혹시 이게 삭제가 아니라 어디 숨겨놓는 행동인가? 혹시 몰라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으로 튕겨봤다. 그리고 다시 추가시켜봤다. 이번엔 0. 아! 왼쪽이냐 오른쪽이냐 차이구만? 오케이. 이건 아주 좋은 정보야.

 다음에 테스트해볼 것은 서로 상반된 내용을 동시에 컨트롤  수 있나 확인을 해봐야지. 나의 카톡에 솔직하게 답장하고 싶지 않은 정도 추가를 생각해봤다. 여기서 약간 놀랍게 진행이 됐는데, 새로운 항목이 추가된 것이 아니라 기존의 답장하고 싶은 정도의 슬라이드가 왼쪽 0에 있더니 갑자기 가운데로 왔다.

어? 갑자기 이게 왜 값이 증가하지? 하고 다시 보니 값은 0이 그대로. 가운데가 0이 됐고, 왼쪽이 -10이 되버린 것이다. 오오오. 하고 싶은 정도 항목에서 하기 싫은  까지 컨트롤 할 수 있는 건가. 괜히 지저분해지고 겹치는 부분 없나 찾아볼 필요가 없어서 좋네. 쓰면 쓸수록 맘에 드는데 어떻게 하지? 진짜?

그 다음엔 동일한 행동에 다른 결과를 이끌어 내는 게 동시에 있을 때. 이것도 막 한 가지로 섞이려나? 일단 나의 질문에 무조건 ‘네’ 로 대답하고 싶은 항목이랑 ‘네네’ 로 대답하고 싶은 항목 두 가지를 추가시켜 보았다. 이 점은 전혀 겹치지 않고 두 가지 동시에 추가가 되었다. 흠, 하긴 이거를 하나의 항목으로 하려면 가짓수가 너무 많아지는 것 같으니.

각각의 수치를 5로 설정하고 그녀로 시선을 옮겼다. 아래에서 위로 옮기는 도중에 슬쩍 허벅지가 눈에 들어온다. 으흠, 일단  것부터 합시다.

“괜찮으세요?”
“네네.”

흐음, 두 번째로 추가한 네네로 대답하네. 혹시 랜덤으로 하는  아닐까? 여러 번 질문해 봐야지.

“진짜 괜찮으세요?”
“네네.”
“정말 괜찮으세요?”
“네네.”
“아니오로 대답해주실 수 있어요?”
“네네.”

이후로 10여번 정도 더 물어봤지만 대답은 오로지 네네 였다. 질문하면서 표정이 이상해진다거나 그런 건 없었다. 아마, 대답을 하고 싶게 만들었으니 하는 것만으로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 이 정도로 했는데 1/2 확률이 한 번도 나오지 않을 리가 없지. 진짜 운이 없지 않는 이상.

동일한 수치의 행동을 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일단 네네의 항목은 네 보다는 아래에 있었다. 혹시 이 순서가 영향이 있을까? 네네의 항목을 끌어서 네 항목보다 위로 놓고 다시   질문을 해봤다.

“방이 덥죠?”
“네네.”

음,이건 아니네. 그러면 나중에 추가한 것을 우선으로 하는 건가? 두 가지 항목을 왼쪽으로 튕겨 초기화 시키고, 이번에 네네를 먼저 추가하고 네를 추가했다. 각각 5로 설정한 뒤에 다시 물어보았다.

“방이 춥죠?”
“네.”

어! 이번엔 대답이 바뀌었다. 나중에 추가한 것을 우선으로 하는 게 맞나? 동일한 조건에서 값 설정 순서만 다시 바꿔보자. 다시 초기화 시킨 후 네랑 네네를 추가하고 네네를 먼저 5로 설정한 뒤에 네를 5로 설정했다.

“방이 쌀쌀하죠?”
“네.”

이제 알겠다. 같은 결과를 불러일으키는 조건들은 마지막에 설정한 것을 우선으로 하는 구나. 마구 항목 추가해서 꼬이는 건 확실하게 방지가 되겠네. 음, 누가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아주 대만족이야.

근데 생각해보니까 너무 딱딱하게 진행하는  같아. 모처럼 테스트를 하는 거니 조금 더 즐기면서 해도 될 것 같은데. 누가 보는 것도 아니고.. 으흐 으흐 시발 으흐?

순서는 알았으니 이제 항목의 다양성에 대해 연구해볼 시간이다. 하나의 항목이 다른 항목에게 영향을 줘서 값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변화량을 내가 이 드림창을 통해 알아볼 수 있는지 시험이다.

여기서 약간 재미를 줘보자. 네 가지 항목을 추가한다. 첫 번째는 「일어나서 점프를 하고 싶은 정도」, 그리고 두 번째는 「시간이 지날수록 일어나서 점프를 하고 싶어지는 정도」, 세 번째는 「점프를 하고 난 뒤에 「일어나서 점프를 하고 싶어지는 정도」를 0으로 만들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의 질문에 대답을 조금 바꿔보았다. 흐뭇.

각각의 항목을 추가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특히 세 번째는 항목 내용도 긴데 추가가 될까? 했지만  번째 항목 바로 밑에 하위 카테고리 형식으로 바싹 달라붙어있었다. 관련된 내용이기에 옵션처럼 붙은 건가. 이 점도 아주 마음에 드네. 그리고 점프 초기화는 예상했던 대로 정확한 값으로 초기화 하는 거니 ON/OFF로 되어있었다. 0 아니면 1인 항목들의 값들은 내용에 따라 맞춰지는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일어나서 점프를 하고 싶어지는 정도」 항목도 10까지 있는  보니 10이 어느 정도인지 아마 따로 기준이 있나 보다. 기준을 정해주지 않으면 아마 디폴트 값을 쓰는 거겠지. 그건 나중에 확인하고 일단 4 정도로 맞춰 주었다. 그리고 네 번째 새로운 대답은 조금 강하게 6 정도로 세팅해보았다.  이제   관찰을 해보자.

역시나 예상대로 「일어나서 점프를 하고 싶은 정도」의 천천히 슬라이드가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0에서 곧바로 1로 휙 하고 움직이는 게 아닌걸 보니, 상세하게 들어가면 이 값들이 소수값까지 있을 것이라고 예측이 되었다.

슬라이드는 가볍게 1을 지나고, 2를 지나 3으로 넘어가면서부터 그녀의 발가락은 조금씩 꼬물거리기 시작했다. 4를 지나고 부터는 엉덩이가 들썩거리기 시작했고, 5를 넘어서 부터는 거의 투명 의자를 앉은 것마냥 반쯤 일어선 모양이었다. 그리고 6을 넘어서는 순간,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힘차게 제자리 점프를 했다.

그 순간, 눈에 보인 것은 스으으윽하며 0으로 돌아간 「일어나서 점프를 하고 싶은 정도」와 그녀의 가슴팍에서 관성에 의해 작용하는 출렁거리는 웨이브. 나도 모르게 아빠 미소가 띄워졌다. 그래, 이제부터는 테스트도 좋지만 재미도  봐야하지. 안 그래?

“오늘 밤은 참 재밌을 것 같아요. 그쵸?”

 번 점프를 뛰고 나니 적은 수치에도 가볍게 점프를 한 번 더 점프를  그녀가 착지 후에 활기차게 대답했다.

“쎅쓰!!”

빵긋.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