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첫 경험 - 2
급하게 방으로 돌아왔다. 방으로 오는 5분간, 가슴속에 가득했던 탄성을 마구 내지르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아!!!!!!!!!! 와 씨발!!!!!!!”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방을 보는데 널부러져 있는 술상이 보였다.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 방구석으로 최대한 밀어놓고 나서 다시 한 번 그 장면을 떠올렸다.
“아아아아!! 씨발씨발씨발!!!!!!!!!!”
아무리 기쁜 감정이라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넘어가면 진짜 감탄사랑 욕 밖에 안 나온다는것을 겪었다. 방을 돌아다니면서 발광하다가 좀 가라앉으니 갑자기 피곤해져 침대에 누웠다. 이 벅찬 가슴이 꺼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다시 다른 사람에게 시험을해봤어야 하는데 감정을 추스르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문득, 만약 이게 정말 단순한 우연 같은.. 그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면?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스쳐가니까 또 다시 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번엔 기쁨의 소름이아닌 정말 섬뜩한 느낌.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정말 그렇다면 어쩌지? 한 번 좋지 않은 생각이 드니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진다. 로또 영수증이 이게 맞나? 하고 불안감이 드는 상황 같아.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당장 어디라도 나가서 한 명이라도 더 테스트를 해봐야겠어. 근처에 사람 많은 곳이 어디지? 어디 다른 곳 편의점이나 아니면 피씨방 같은 곳이라도 가봐야겠다.
급하게 다시 문을 열고 나오는데 갑자기 히익!!! 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도 깜짝 놀라서 둘러보니 대각선 맞은 편 원룸에 사는 여자가 놀란 얼굴로 여기 보고 있었다. 아마 자기도 나가던 타이밍에 급하게 문이 열려서 놀랐나보다. 오늘 참 놀라는 일이 많아서 정신적으로 피곤해지는 것 같아. 일단 엄청 놀란 것 같으니 사과는 해야겠지.
“죄송합니다. 괜찮으세요? 혹시 어디 안 다치셨어요?”
“아.. 네... 괜찮아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키는 160도 안 될 것 같이 작고, 어깨까지 오는 곧은 머리에 차마 예쁜 얼굴이라고 하기 어려운 흔히 보이는 평범하게 꾸미지 않은 여대생의 표본이라 볼 수 있는 모습. 더욱이 화장도 안하고 안경을 낀 채로 약간 헐렁한 반팔과 그나마 좀 짧아 보이는 반바지를 입고 가방 메고 나서는 모습이었다. 아직 놀란 감정이 안 꺼진 듯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기며 한숨을 내쉬며 숨을 고르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지나가면서 계단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나가야지 하고 문을 닫는 순간. 아! 하고 그제야 깨달았다. 바로 저기 있었잖아?
거의 모습이 사라지기 직전에 옆얼굴에 보이던 그.. 뭐라 불러야 하지그거? 아무튼 그 창을 사용하려면 가까이 가야 하잖아? 하는 생각이 드니 어떻게 말을 붙이고 접근하지? 하는 생각에 그녀가 지나간 길은 계단에 등만이 밝혀져 있을 뿐이었다.
음.. 조금만 더 편리했으면 좋겠는데.. 고민을 하며 나도 뒤따라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아까 그 새끼 때 큰 화면은 걔 옆이 아니라 내 앞에까지 떠있었던 걸 보니 창이 고정은 아닐거고, 어떻게 원격도 가능한 느낌인 것 같은데. 근데 아까 제대로 못 봤는데 옆에 있었나? 일단 가까이 가서 그거를 키워야 원격 조종이 가능하겠지? 조종이라 하니까 뭔가 좀 늬앙스가 그렇긴 허다. 하, 그거 조종하는 거 지금 딱 여기 앞에 뜨면 존나 좋겠는데.
딴 생각하다가 계단 내려가던 그 순간, 눈앞에 갑자기 파란 무언가 튀어나오니 와씨 소리가 절로 튀어나오며 계단 밑으로 자빠질 뻔 했다. 그나마 남은 계단이 하나여서 계단 잘못 내려갈 때 절벽 떨어지는 것 마냥 몸이 아래로 떨어지는 느낌을 오랜만에 느꼈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정말 아찔함을 느낄 수 있는 순간. 뭐지? 하고 뒤돌아보니..
“하.........씨발.. 존나 좋아 미치겠어...”
아까 보았던 그 조종(?)창이 내 뒤에 떠 있었다. 이름도 나이도 다른 걸 보아하니 편의점 그 새끼 것이 아닌 것을 알았다. 온 몸에 느껴지는 희열. 오늘은 이걸로 뺄 수도 있을 것 같아.
근데 다소 아쉬운 건 여기 이름하고 나이가 다르긴 한데 이 사람이 아까 걔가맞는 지 확인이 안되는게 조금 아쉽다. 어떻게 하지? 일단 내 앞으로 오게 불러볼까? 근데 완전 다른 사람이라 잘못 불렀는데 한참 이쪽으로 오다가 나중에 알아 채고 취소하면 어떻게 해. 막 제주도 있는 사람이 랜덤으로 걸려서 내 앞으로 오면 진짜 존나 미안할 것 같은데.
원격으로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 이제 이걸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어떻게 하면 이 걸 활용해서 지금 이 김정화라는 사람이 그 여자라는 것을 알 수가 있을까. 일단 방에 들어가서 머리를 굴려보자. 이거 어떻게 가지고 갈 수 있나? 하고 집어보니 세상에나 제대로 손에 잡힌다. 얇은 넓이임에도 불구하고 베이거나 할 것 같지 않은 부드러움이 내포되어 있었다. 얇게 곧은 평면인걸 보아하니 단단할 것 같지만 의외의 유연함과 신축성,그리고 굉장히 신기한 감촉. 근데, 크기가 너무 큰데 어떻게 조절할 수 없나? 생긴 것도 마치 내가 생각했던 그 UI 같은데 축소 기능도 있을 것 같은데.
아까 내 손가락으로 슬라이드를 움직였으니 혹시 드래그 방식인가? 하고 손가락으로 대각선을 눌러봐도 변함은 없었다. 설마 크기는 이대로 계속 가지고 다녀야 하나? 혹시 접을 수는 있나? 위쪽과 아래쪽을 잡고 접으려고 안쪽으로 힘을 작용시키니 화면이 접히는 대신 위아래 크기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아.. 진짜 쌀 것 같다..
밖에서 크기를 줄여 A3 정도의 크기로 만들고 일단 다시 방에 들어와서 침대에 걸터앉았다. 아까 편의점 상황을 잘 기억해보자. 분명 거기 뜬 내용은 「나에게 신경 쓰는 정도」 였다. 값은 5였고, 5 정도면 그렇게 귀찮게 할 정도로 신경 쓴다는 거겠지. 하지만 나에게 신경을 쓰는 정도라니. 굉장히 설명하기 어려운 정도라고 생각된다. 뭔가 구체적이라고 하기는 부족한 정도의 항목.
그리고어떻게 추가가 되었지? 분명 아, 신경 좀 끄게 못하나? 하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야 추가가 되는 건가? 근데 그건 나의 생각을 읽어야 하는 부분인데. 오히려 내가 구체적으로 항목을 정하면 바로 추가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이 창 이름을 대충 어떻게 할까. 그냥 창이라고 하면 뭔가 이상하고 조종창이라고 하기에는 쪼오끔 그렇고. 뭔가 나만이 알고 있는 그럴싸한 이름을 생각해둬야 바로바로 꺼내기 편할 것 같은데. 일단 대충 빠르게 정해야 하니 나의 꿈이 담긴 화면이니 드림창이라고 하자... 근데 좀 병신 같은 이름이긴 하네. 아 일단 테스트가 먼저야.
일단 창을 보며 가볍게 ‘「나에게 신경 쓰는 정도」 추가‘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잠깐의 불안감조차 들지 않게 말이 끝나자마자 드림창에 글과 슬라이드가 나왔다. 안도의 한숨과 동시에 이제 감 잡았다 하고 신이 나기까지 했다.
항목을 보니 값이 1. 0은 아예 없는 거고 5면 계속 신경 쓰이는 정도니 1이면 그냥 서 얼굴 정도만 본 사이인건가? 아, 그러고 보니 0은 아닌 걸 보니 최소한 내 얼굴 정도는 봤던 사람이라고 볼 수 있겠네. 그런데 아직까지는 확정을 짓지는 못한다. 어쩌면 수업만 같이 들었던 사람일수도 있지.
이 드림창에나타나는 정도라는 것을 보아하니 이 사람이 지니고 있는 감정이나 생각에 대해서 항목만으로 알 수 있다고 보여 진다. 어..?
“...생각?”
혹시 이 스스로가 갖고 있는 생각이라는 것도 수치로 나타낼 수 있지 않을까? 애초에 내가 생각한 그 마인트컨트롤 능력이 맞다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 알 수 있잖아. 그것도 내용이 굉장히 구체적이라면 100% 확신할 수 있을거야. 내 방이 302호니까 대각선이면...
“스스로가 OO빌 304호에 산다고 생각하는 정도 추가”
생각을 한다는 게 입으로 말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기대에 부응하듯이 드림창에 뜨는 항목과 10을 가리키는 오른쪽 끝에 가 있는 슬라이드. 무발기 사정이라는 거 진짜 가능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아까 차림새를 보아하니 어디 약속을 하고 나간 것은 아닐 것이라. 아마 도서관을 갔을 것이라 추측한다. 아니, 추측을 안 해도 되잖아. 그냥 바로 쳐보면 되는 건데.
“도서관에 갈 예정인 정도”
추가를 얘기 안 해도 되는구나. 그리고 슬라이드가 떴는데 이상하게 8이 나왔다. 8? 가면 가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지. 왠 8이라는 애매한 값인 걸까. 설마 예정인 정도이기 때문에 미래를 나타내는 것이라 이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약간의 여지는 남겨두는 건가? 살고 있는 건 현재를 나타내는 거니까 10이라는 극단적인 수가 나오는 거구나. 어차피 ~를 생각하는 정도나 그냥 어떠한 정도나 기준은 이 사람이기 때문에 생각하는 정도는 필요가 없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 생각을 확인해보면 되겠구만. 테스트를 위해 질문을 다양하게 던져보자.
“오늘 도서관 이외에 일정이 있나?”
그리고 드림창에 뜨는 내용은 조금 놀라웠다. 「오늘 도서관 이외 일정」 그리고 밑에 「없음」. 어? 무조건 0에서 10의 값이 나오는 게 아니라 있고 없고 0 아니면 1이 된다고?
아아.. 이거는 보니까 내가 지금까지 항목에 정도를 붙여서 그렇게 수치화로 나타낸 거구나. 굳이 적당한 수치를 알 필요가 없는 건 붙이지 않아도 되겠네. 오호 이거 생각보다 굉장히 합리적인데?
그렇다면 일단 일정도 없고 행선지도 도서관인 걸 확인했으니 이 쪽으로 다시 불러 봐야겠구만. 잠깐, 근데 ‘나’한테 오라 하면 올 수가 있나? 대충 내 얼굴 알고 내 집도 맞은편이라는 건 알아도 지금 내가 어디 있는지는 모를 거 아냐. 나도 아까 같이 나가려고 했으니까 아무 정보가 없으면 뭔가 혼선이 생기려나? 나한테 가고 싶어 죽겠는데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연락처도 모르고 대충 얼굴만 알면 내 위치를 알아내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려나?
아니야, 잠깐만 생각해보자. 나는 아까 이 사람의 생각을 읽었을 때, 그 때는 0에서 10까지 수치가나타나있었어. 그렇다면 그것을 움직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인가? 알고 있는 걸 잊어버리게 하는 건 그나마 조절이 가능하다 해도 모르는 걸 알게 만들 수 있나? 꼭 모르는 것이 아니더라도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이 사람에게 원거리에서 전달을 할 수 있을까?
이건 굉장히 테스트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어떻게 전달을 할 수 있을까? 메일 보내듯이 정보를 적어 보내줄 수 있는 방법도 모르고.. 만약에 가설을 하나 세워본다면 분명 이 드림창은 내 생각을 읽어내서 항목을 띄웠단 말야.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도 읽어내서 그 항목에 반영시킬 수 있지 않을까? 이 사람은 모르지만 내가 알고 있으니까 오히려 간단하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아, 이 항목을 전달받을 수 있는지 아닌지 내가 지켜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뭐 없나? 으음.. 카톡이나 전화하면서 하면 딱 좋은데..... 어?
“그래 씨발 번호!! 전화번호 나한테 보내라 하면 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