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3화 〉사형과의 하룻밤, - 1 - (73/73)



〈 73화 〉사형과의 하룻밤, - 1 -

"하아아..."

나중을 기약하며 사형 앞에서 도망친지 채 며칠도 되지 않아 고민이 생겼다. 그땐 아무 생각없이 도망쳤는데...

그 이후로 자위할 때마다 사형 생각이 난다.  자지를 잡아버렸기 때문일까...? 욕구불만이라 그럴지도. 마교가 무너지고, 전진파가 사라진 이런 현실 속에서 나를 만족시켜줄 것은 역시...

"흐으읏...!"

욕조통 속에서 아래 쪽을 문질렀다. 문지르는 것만으로도 엉덩이 안쪽이  조여졌다. 그저 박히는 광경을 상상했을 뿐인데. 그 단단함. 우람함... 만약 이 세상이 야설이었다면 사형은 천 년에 한 번 나오는 색공을 배우기 위해 태어난 육체가 아닐까?

...나? 천검문을 떠나는 사형에게 '사형 한테 처음을 바치고 싶어요..! 사형의 아이, 임신해버려요오옷..!'하고 1막에서 동정떼기를 해주는 역할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작 그런 재능을 지닌 사형은 스님도 곧추세우는 세상에서 동정이었다.

사형의 동정..!

한밤인데도 잠이 안와서 수음하다 말고 고민에 빠진 건 그래서였다.

"아으...."

하지만 이제와서 돌아가기에는 좀.. 부끄럽잖아? 물론 사형이라면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돌아왔구나, 사매.' 같은 소리를 할  같다. 어쩌면 태연하게 '급해보이던데... 갔던 일은 잘 되었니?' 하고 안부를 물을 지도 모르지.

 스무명이랑 하고 왔어요! 고추가 팔뚝만하더라니까요? 하고 대답해줄 수도 없고...

"으으으...!"

그저 머리를 잡아뜯었다. 하필 왜 그런 짓을 하고서 도망쳐버려서... 차라리 그때 저질렀으면, '어차피 처음도 아니잖아요?' 하고 당당하게 말할 수라도 있지.

이제 사형을 다시 만나면 대체 뭐라고 해야...? 그냥 서역 같은 곳이나 가버려? 아니, 그런 식으로 도망치는  결국 해결이 안되는데 어쩌지?

어쩌긴 뭘 어째. 사형에게 가자. 진심은 언제나 통하는 법이니까!

그래서 나는 야심한 밤, 사형이 머무는 병실에서 엎드렸다.

"사형, 죄송해요!"

"사..매?..."

설마 내가 사과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던 걸까? 사형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필시 분노한 것이겠지. 여동생 같이 생각하고 잘 대해줬더니 자신의 소중한 동정을 위협했으니까. 착한 사형도 이번만큼은 화가  것 같았다.

"사매. 그 전에.. 옷을..."

"아.. 이거요?"

그러고보니 아까 욕탕에서 자위하다가 생각나서 왔다. 그래서 옷을 깜빡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형과 나 뿐이니까... 아무래도 좋잖아?

"사죄하는 의미로 벗었어요!"

"그,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네? 어머니는 잘못한 일이 있으면 이렇게 벗고, 용서를 빌어야한다고 가르치셨는데..."

진짜다. 어린시절, 잘못하면 옷을 벗겨서  밖에 내쫓던 기억이 생생하다.

"..건 아니고, 독특한.. 가풍에서 자랐..구나..."

"그러니까.. 저번에는 정말, 죄송했어요! 진심이에요. 벌이라면 모든지...!"

절하듯 엎드렸다가 일어나서 사형의 손을 붙잡았다. 사형은 환술이라도 보고 있는 건가? 내가 없는 곳에서 나에게 끄덕이고 있었다.

"괜찮아.. 사매, 나는, 신경쓰지. 않아."

"하지만..  쳐다보지도 않으시잖아요...!"

"아니, 그러니까 옷을..."

"아버지는 상대가 시선을 맞추고, 웃으면서, 얘기할 때까지는 화가 풀린 게 아니라고 하셨어요."

"....그.. 으..음.. 엄격한 아버님이시구나..."

"저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

시선을 맞춰야하나 말아야하나 사형은 깊은 고뇌에 빠진 듯하지만.. 아래 쪽이 부들거리는  보면 여전히 화가 나있는 것 같다.

"흡, 역시, 말씀은 그렇게 하셔도 절.. 용서할 수 없으신 거죠..?"

"그게 아니.. 헙?!"

눈가를 초롱초롱하게 적시고 사형에게 호소하면.. 힘들여 고개를 돌리던 사형이 황급히 눈꺼풀을 감았다. 아... 일부러 기척 죽이고  있었는데. 허벅지 사이가 보였으려나? 여자의 소중한 곳을 봤으면서 눈을 감기에요? 사형?

"사형 왜 눈을 감으시나요?"

"사..매에..!!"

원망스러운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내 거길 본 게 처음도 아닐텐데... 아니 여긴 처음인가? 눈꺼풀을 짓누른채 발기를 막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가상하다. 그치만 그러면 더 장난치고 싶어지는 걸. 일부러 몸을 앞으로 당겨서 사형에게 바짝 붙었다.

"죄송해요. 사형. 무심결에. 이런 나쁜 사매에게 마음이 풀리실 때까지 벌을 주세요."

"사매.. 사매가 잘못한  없어. 그건 단...!"

몸을 붙이면 사형의 목소리가 뚝 끊어졌다. 물기로 몸이 젖은 탓에 옷과 맨살의 거리감은 빠르게 좁혀져서, 내 가슴은 사형에게 찰싹 달라붙었다.

"사매! 다 용서할게! 용서할테니까..!"

"하지만, 아직도  보고 계시지 않은 걸요...?"

 목소리에 사형은 떨리는 얼굴로 눈을 떴다. 그리곤 내 얼굴 아래로 시선을 절대로 내리지 않으려는 듯, 내 이마를 보면서 어색하게 미소지었다.

"자.. 봐, 사매.. 이, 이렇게 웃고 있잖아? 아버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잖아? 그..렇지?"

"그럼 용서해주시는 건가요?"

"그.. 그래. 용서할게.. 전부 용서할테니까... 이만 옷을 입는 게 어떻겠니...?"

"사형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더 장난치고 싶긴 하지만, 나는 옷을 걸쳐입었다. 그렇다고 해봐야 내 본래의 옷이 아닌 환자복 대용으로 널부러진 하얀 나삼. 땀을 많이 흘릴거라고 생각했는지 두터운 옷은 아니었다. 그걸 망토처럼 걸쳤다.

속옷?

시키시니까 옷을 입긴 하겠지만 속죄하는 의미로 속곳은 입지 않겠어요!

"..."

아무튼 난 분명 사형의 명령에 충실히 겉옷을 입었음에도 사형은 여전히  쪽으로는 눈길조차 보내지 않았다. 따지고 싶었지만 이해하기로 했다. 난 착한 사매니까. 그 대신 사형의 오른팔에 내 가랑이를 붙이고  팔을 감싸안았다.

음, 생각보다 탄탄하다.

"사, 사매!?"

"아.. 저번에 팔을 다치셨었잖아요. 제가 풀어드릴게요."

"그.. 자,세가.. 조금.. 이상하지 않니?"

"전혀요?"

이건 의료행위다. 사형은 이상하다고 말했지만 나는 힘이 약하니까 안마를 하려면 팔을 가슴 사이에 놓고 다시 두 허벅지로 쥐는 자세가 아니면 안된다. 사형의 맥박이 빨라졌는지.. 핏줄이 솟아서 내 허벅지 사이와 가슴 사이를 벌려놨다. 역시 혈액순환에 좋다니까요?

"좀  힘을 써서 잡는 게 좋을까요?"

"아, 아니.. 굳이.."

"아.. 사형 혹시 팔에 힘이 안들어가면, 쥐어보셔도 돼요. 뭔가를 쥐는 게, 손아귀 힘을 회복할  좋다고 하더라구요."

"..."

대답이 없다. 쑥맥인  같다.

"쥘 곳을 잘 못찾으시겠으면 제가 도와드릴 수도..."

"자,잠깐. 사매. 수라문주를 쓰러트렸으니, 사부님이라도 뵙고 오는  어떻..."

세상에.

사형의 팔을 주무르던 나는 극심한 배신감에 가슴이 아리는 걸 느꼈다. 수라문주에게 배빵을 맞았던 것보다도 아파! 어떻게, 어떻게! 사형이 날...?

"사형! 이렇게 절 버리시는 건가요?!"

"그, 그.. 그..게 무슨 소리니..."

"제가.. 제가 싫으면.. 싫다고 솔직하게 말씀해주세요...! 흑, 꼭, 이런.. 식으로..."

"그, 그게 아니라..!"

 눈물 가득한 시선에 사형이 고개를 열심히 저었다. 하지만 이제와서 그렇게 부정한다고 해도 나의 마음은 크나큰 상처를 입고 말았다. 다른 것도 아니고  꼬장꼬장한 노인네를 만나러 가라니. 차라리 역대 마교 교주들에게 윤간 당하라고 말해주세요!

"아니라면 왜.. 절 굳이 보내시려는 거죠? 사형이 이렇게나 크게 다치셨는데.. 급하게 떠나라고 하시는 건..."

"그러니까... 사실 의원이 여성을 멀리 하라고..."

"돌팔이네요."

그런 처방을 하다니. 의원을 바꿔야겠다. 이건 내 실수이기도 했다. 무림제일신의를 찾아갔어야 하는데...

"명성이 자자한 분이시던데..? 성함이 화타(華佗).."

"돌팔이에요. 이름부터 천하제일 돌팔이 같잖아요?"

"그, 그래..?"

"그리고 저는 사매잖아요. 여동생 같은 존재라고 하셨잖아요? 설마.. 여자라고 생각하시는 중이었나요?"

"어.. 그.. 으..음..."

이건 사형이 저번에 들려줬던 말이다. 그 말을 빌미삼아 되돌리자 사형은 고개를 숙인 것과 대조적으로.. 아래 쪽으로 피가 몰리는  막고 있었다. 어라? 지금 여동생에게 발정하는 건가요. 사형?

"그.. 그렇다고 해도, 혹시 모르니.. 다른 의원에게 처방 받은 후에.."

"아.. 그러네요. 그럼 제가 지금 제.대.로. 물어보고 올게요!"

잠깐 손을 푼  내가 몸을 돌려 사실확인을 하려고 하자 사형이 황급히 내 팔을 붙잡았다.

"사..사매가 맞는 것 같아!"

아아.. 뒤늦게 나랑 시선도 못마주치고 거짓말을 인정하는 사형의 모습은 너무나도 작아보였다. 항상 올곧던 사형이 어쩌다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아? 생각해보면 사형은 중상의 환자였다. 그럼 사매된 도리로서 사형을 간호해야하는 게 아닐까?

"그럼... 이제부터 제가 간호해드릴게요."

"...가,간호 말이니?"

사형은 아직도 목이 아팠는지, 목소리가 떨렸다. 역시, 사매의 정성어린 보살핌이 필요한 상태.

"네."

"알겠으니.. 이만.. 허리띠를.. 묶어주면.. 안되겠니?"

"아, 깜빡했어요."

적당히 가볍게 허리띠를 여미고, 앉으면 사형은 뭐가  불만인지 나를 불안한 눈빛으로 봤다. 이젠 적응해서 '세린아. 그렇게 가슴을 드러내니 만지라는 듯으로 알겠다.' 하고 주무를 때도 된 것 같은데... 일단 시선을  받은 척 사형을 살폈다.

'음...'

장난처럼 얘기하긴 했지만 간호는 정말 필요한 상태다. 사형의 몸이 튼튼하고 다시 없을 수준의 근골이긴 하지만... 수라문주 놈은 독랄했다. 무슨 짓을 당해도 멀쩡했던 내 몸도 약간 상했을 정도니 말 다했지.

"흐음.."

"사매, 지금..."

"다치시지 않았나 확인 중이에요."

"적어도 바지 안은 다치지 않았으니... 놓아주지 않겠니?"

"사형. 아시겠어요? 그렇게 괜찮은 척 하는 게 제일 위험해요!"

"...그,그게..! 끄윽!"

"보세요. 이렇게 만지는 걸로도 아파하시잖아요?"

"그런  아니라..!"

"아니면요?"

내가 손에 힘을 줬더니 사형은 제지하려던 손에 힘을 풀고, 포기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보통 이런 건 반대 아닌가? '사형. 저 무서워요...' 같은 말도 하고 그래야하는데, 조만간 우리 사형이  말을 할 것 같다.

"사매. 나..."

"안돼요. 조용히 하세요!"

어딜 진짜로 하려고 하고 있어?

솔직히 사형만 아니었으면 머리를 때렸을지도 모른다구요? 결국 사형은 뭐라 말하고 싶은 표정이었지만 입술만 오물거렸다. 다행히 살펴본 결과 이렇다할 외상은 없는 것 같다. 솔직히 저번에 너무 세게 잡았나 조금 신경쓰이기도 했고... 대신 혈맥과 단전이 손상된 상태. 하루 이틀 정양한다고 나을 상처가 아니었다.

"진원진기까지 끌어올리셨네요?"

"... 역시, 사매에겐 숨길 수 없구나."

"속일 수 있을 줄 아셨어요?"

"그건.. 아니지만."

"아무튼 단전이 다치셨어요. 이건.. 치료를 해야겠네요."

사형은 진원이 손상되면서 기운도 불안정한 상태가 됐다. 아무리봐도 운기요상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나는 방금 묶었던 허리띠를 다시 풀었다.

"어,어?"

"제 내공을 주입할게요. 이건 단전과 단전이 가까워야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사형은 그대로 올라타려던 내 양 허리를 붙잡아서 제지했다. 사매의 허리를  손으로 잡다니.. 이게 무슨 멋진 짓이죠?

"사매. 그냥 손으로..."

"네? 공력을 전달하기 제일 좋은 방법은, 단전과 단전이 붙는 거잖아요?"

이건 무림의 상식이다. 내가 봤던 모 무협 만화에도 적혀 있는 사실이었다.

"사매 쯤 되면 격체전력에 내공 손실은 거의 없잖아..?"

그 사실을 굳이 얘기하시다니... 진짜 눈새가 여기 있었다. 눈물을 마시는 새가 아니라 눈치 없는 새끼가 내 사형이라니!

"사형,  이렇게까지 거부하시는 거에요?"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고개를 숙인 사형이 사실은 남자를 좋아한다... 뭐 이런  절대 아닌 것 같다. 지금 올라탄 내 몸을 보고 발기하는 게 그 증거였으니까. 우람하게 서있는 자지가 내 배꼽을 푹- 찔렀다.

"하읏.."

"미,미안!"

사형의 흥분으로 부들거리는 육봉이 배꼽 안 쪽을 찌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사정할 듯이 물을 흘리는 주제에, 정작 그 주인인 사형은 나를 똑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만 돌렸다.

"미안해.. 사매, 하지만, 난 이런 건.. 좋아하는 사람끼리 해야한다고 생각해..."

"...."

부글부글부글. 찌개가 끓는 것도 아닌데 머리가 끓는 소리가 들렸다. 수줍은 표정으로 저 소릴 한다고..? 나 현실에 있는 거.. 맞지?

"그러니까.. 사매..."

이건 사형이고 뭐고 거근왕 때처럼 그대로 기승위를 해버릴까 싶지만... 그래도 사형이니까. 좋아, 그럼.. 조금 심호흡 하고...

"사형, 정말 몰라서 이러시는 거에요..?"

"사매..?"

"아직도 제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시겠어요?"

"그.. 그건..."

크고 아름다운 것... 지금 이 순간에도 내 목소리에 흥분한 것처럼 더욱 격하게 배를 찌르고 있었다. 자신이 가야할 곳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처럼.. 쿠퍼액을 뿜으면서. 배 안 쪽으로 들어오려고 했다. 신음이 새어버린다.

"흐읏.. 그래서.. 저는.. 저는, 이렇게.. 사형과.."

"사매..."

하고 싶어서 미칠 것 같다. 목이 메인다. 너무 오래 참았다...

"사, 사매가 날 그렇게 생각하는 줄은..."

충격에 빠진 듯 허탈하게 중얼거리던 사형이 갑자기 내 팔을 붙잡았다. 그리고 나를 끌어당겨 숙였던 고개를 치켜든 사형이 쓸데없이 우수에 젖은 표정으로 나를 향해 속삭인다.

"알아채지 못해서 미안해."

"네?"

"사매의 마음이 그렇다면..."

아니 잠깐만. 뭔가 잘못 들은 것 같─

"알겠어. 사매."

혼자서 말하고 혼자서 답하던 사형의 몸이 나를 밀어서 눕혔다. 나는 그 몸을 올려다보았고, 뭐라 말하기에는 너무도 우람한 그게.. 내 허벅지 사이를 철벽처럼 짓누르고 있었다.

"나도 사매를 좋아해."

"..예?"

애달프게 미소짓는 사형의 얼굴을 보는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 여자처럼 곱상한 외모가 아니었다면 바로 주먹이 나갔을 정도로 소름이 돋아서.. 오직 그것만으로도 몸이 안 움직였다.

뭐, 뭐야 이거...

"사.. 사형?"

"말하지 않아도 돼. 사매도 나와 같다면, 이제 더는 참지 않을게."

"자.잠.. 사..웁...?!"

이게 뭔..! 이게 아니..!

아,ㅇ, 아니 쌰....!?


덮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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