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화 〉일보후퇴, 이보전진(全眞)교..? - 2 -
정액을 얼굴에 맞은 노인의 표정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이.. 이 년이, 감히이이이!!!!"
"아,앗.. 이거 실수..."
노인은 살기등등하게 손을 썼다. 뻗어오는 수공(手功)은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 이쪽의 전진교는 딱히 신비문파나 대단한 곳이 아닌가? 그나저나 마음에 안드네. 모처럼 사정 직후의 여운을 즐기려는데..!
쩌엉!
"커헉..!"
내게 손을 뻗어 들어오는 것보다 한 박자 빠르게, 주먹으로 머리를 두드리니까, 순식간에 바닥에 처박혔다. 예상 이상으로 놀라울 만큼 약해터졌다. 너무 손쉬워서 손바닥을 탁탁 털었다.
어딜, 자지도 못 세우는 주제에 시비를 걸어.
"..크..윽..! 감히.. 전진교 삼대제자인 나를 건드린 이상, 전진교가 널 용서하지 않을 거다!"
"뭐?!..삼대제자였어!?"
나는 깜짝 놀라서 노인을 다시 돌아봤다.
"흐흐.. 이제 좀, 네 년의 처지를 알겠느냐..!"
"아니... 얼굴만 보면 장로가 아니라 태상장로라고 해도 믿겠는데...?"
"이, 이,이이익..!!"
어쩐지 약하더라. 나는 전진교에 대한 평가를 고치고 다시 한번 차서 재워줬다. 올테면 오라지. 어차피 사천에서 수 천리나 떨어졌다보니 내 얼굴도 안 알려진 것 같고. 발을 떼고 일어서는데 시원하게 사정을 마친 남자가 떨떠름하게 날보았다.
"허,헙.. 아, 아가씨.. 고수였군..? 그..런데 왜..."
나는 손가락을 입에 대며 속삭였다.
"음... 비밀."
살짝 오그라들긴 하는데, 방금 무림인 한 놈을 골로 보낸 직후라 그런지 그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옷섶을 여미는 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가급적, 여길 떠나는 게 좋아. 아가씨."
"...?"
"아가씨가 고수인 건 알겠어. 하지만 전진교는 위험한 곳이야."
"위험하다면..?"
"...어쩌면 마교보다도 더."
그는 더 이상은 말하지 않았다. 뭐, 어차피 한바탕 소란을 피운 통에 여기서 머무르기는 어려우니 이젠 슬슬 나가볼까...
객잔에서 일하고, 쉬는 이틀 동안 아무것도 안한 건 아니다.
정보 수집을 했고, 그 결과 사파는 남쪽에 많고, 마인은 서쪽에 많다는 것. 그렇게 나의 맛집 탐방경로.. 가 아니라 협행 경로가 생겨났다.
이 북쪽 감숙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청해가 있다. 여러 이유로 무역로를 제외하면 비교적 촌락 단위의 작은 마을이 잦은 지역이라고 하는데... 그 때문에 무림에서 악행을 저지른 마인들이 주로 청해 주변에 산다고 했다.
최근에는 여러 무림문파가 없어졌고, 곤륜파마저 사라졌다는 소문이 돌아 치안이 아주 안 좋아졌고, 사악한 마두가 기승을 부리는 중이었다. 그 중 가장 포악하고 위험한 것이 바로..
질식귀(窒息鬼).
놈은 그렇게 불린다. 상대의 목을 조른채 유린하는 것을 즐기는 변태다. 목을 조르는 것과는 반대로 결코 죽이지 않고 살려준다고 하지만 오히려 그 죽기 직전까지 몰아붙이는 행동이 공포감을 조성했다.
목을 조른다니, 뭣하러..? 싶긴 하지만. 당해보고 싶은 내가 변태는 아닐거야. 분명.
경공을 열심히 펼쳐 달려가면 해가 중천에 뜰 때쯤엔 질식귀가 활동한다는 곳에 도착했다. 느껴지는 선명한 마기(魔氣). 틀림없다. 이 근방에서 이런 강자는 딱 한 명뿐. 질식귀가 있는 거다.
그런데 막상 가려고 보니 선객(先客)이 있었다.
"질식귀, 오늘에야말로 네 놈을 처치해주마!"
"흐흐흐흐.. 어리석은 놈! 곤륜일검(崑崙一劍)이라고? 내가 진짜로 너 따위를 두려워했는 줄 아느냐!!! 곤륜파가 망한 이상! 네 놈은 내게 죽는거다!"
"헛소리 하지마라! 곤륜의 혼은 여기있다!"
곤륜일검이라 불린 호협한 인상의 사내가 질식귀와 대치중이었다. 둘 모두 절정 최상위 수준. 하지만 내공이 훨씬 강한 질식귀 쪽이 유리하려나.
"흐흐, 과연 네가 할 수 있을까?! 네 놈을 죽인 뒤에는! 네 놈의 사매라는 곤륜화를 범해주마!!"
"이 놈..! 감히 어디 더러운 입으로 사매를 담느냐!"
"크흐흐. 그 뿐만인줄 아느냐? 네 놈의 어미,누이, 친척까지 찾아가 범할 것이다! 모두 개처럼 기게 해주지!"
"이 쓰레기 자식이..!"
어려서 그런가, 곤륜일검은 도발에 쉽게 넘어갔다. 질식귀가 우세를 점하는 건 어렵지 않아보인다. 다만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마음 뿐..
"후아암.."
지루하다. 투로(鬪路)는 뻔한 수준이고, 공격 속에 담겨있는 기공의 대결도 별볼일 없다. 이대로면 무난하게 질식귀가 이기겠지. 그 다음에 나서서 범해지면 끝. 하는 모습을 보니 꽤 기대도 되고(?)
응. 완벽해.
솨악!
"크윽..!"
"네놈의 더러운 입, 지금 베어주마!"
"크읍!"
우왓?!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다못해, 깜짝 놀라 달려갈 뻔했다. 질식귀가 위험했다. 어째서? 질식귀가 더 고수인데...? 허나 자세히 보니 저 검, 보통 검이 아니었다. 고고한 기운이 흐르면서 다툴 때마다, 질식귀의 손톱이 상하는 것이 보검이다. 더러운 무기빨 같으니라고.
채엥! 챙! 챙!
"아까의 기세는 어디갔느냐! 추악한 놈!"
"제..제기랄, 그 검만 아니어도..!"
"닥쳐라! 이것이 나의 완전체다!"
아,안돼! 지,지지마 질식귀!!
네가 져버리면 내가 여기온 이유가 없다고! 너 곤륜화도 범해야하잖아! 넌 계획에 없겠지만 나도 있단 말이야! 너에겐 아직 못다한 일이 많다는 걸 기억해!
하지만 내 필사적인 응원에도 보이는 건 곤륜일검이 질식귀의 목을 치려는 광경이었다.
"이걸로 끝이다."
닥쳐!
"끄으으윽...?!?!"
아.
나도 모르게 손을 써버렸다. 이거, 직접적으로 이래도.. 되려나? 굉장한 짓을 한 건 아니다. 그저 격공장으로 곤륜일검의 발디딤 부분을 무너트려버렸다. 당연히 자세를 잃었고, 수세에 빠졌던 질식귀는 기회를 잡았다.
"죽어라!"
우왓, 죽이면 안되는데!?
다행히 질식귀가 곤륜일검을 죽이진 못했다. 대신 상처를 입혔다. 검을 쥐지 않은 왼팔이라지만 출혈과 고통으로 인해, 움직임이 둔해졌다.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이거, 안그래도 지루하던 싸움이 하필이면 천일지투(千一之鬪)가 되게 생겼다.
"으.. 어떡하지..."
내가 고민하는 동안에도 싸움을 이어갔는데.. 이번엔 승패가 완전히 질식귀에게 기울였다. 마인답게 손톱에 독이라도 발랐는지 곤륜일검의 모습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 이랬다가 곤륜일검이 죽기라도 하면...
후우, 어쩔 수 없지. 적당히 끼어들어서 질식귀가 도망치게 하자.
내가 그들을 향해 달려나가던 순간이었다.
푸확.
"....끄헉..?!"
뭐야... 갑자기 하늘에서 검이 날아와 질식귀를 꿰뚫었다. 나보다 한참 가까운곳에서 쏘아진 거라 지킬수도 없었다. 누구야! 내 원대한 계획을 이렇게 깨놓다니!
싸우던 곤륜일검은 싸우는 순간에도 뭐가 일어났는지 모르는 느낌이었다. 피투성이가 되어 무너지는 질식귀를 보고서야, 자신이 아닌 누군가의 힘이라는 걸 알았는지 주위를 돌아보았다.
"고인의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어느 분이십니까?"
"..전진의 광진자(光進子)라고 하오."
드디어 하늘에서 질식귀를 죽여버린 자의 정체가 드러났다. 등 뒤에 검을 띄우고 있는 것을 보면 이기어검(以氣御劍)이었다.
"광진자 도사님이시로군요.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과분하게도 곤륜일검이라 불리우는 자경이라 합니다."
"은혜랄 것 까지는 아니오. 사실 다른 일을 하기 위해 온 것이니... 곤륜의 협사께서는 돌아가시길 부탁드리겠소."
정중한 축객령에 곤륜일검이 지나가고 나면 중년의 도사는 고개를 들어 정확하게 내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대는 나오시길 바라오."
고수다. 내가 앞으로 나오면 광진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뵙겠소. 전진의 광진자라 하오."
"복수 때문에 온 거에요?"
"허허허! 저 놈이 어리석어서 그런 것을 어찌 복수를 하겠소?"
그가 질책하는 시선으로 바라본 곳에는 한대 쥐어박혔는지 고개 숙인채 얼굴을 찡그린 소년이 있었다.
...?
"저 놈.. 아니, 저 분이 누군데요?"
"나의 제자 홍마노이외다. 아마.. 소저와는 구면인 것으로 알고 있소만."
???
"혼모노.. 아니, 홍마노는 늙은이었는데? 회춘이라도 했어?"
"술법도 모르는 멍청한 년!"
"네 이놈! 무슨 망발이냐!"
술법? 그나저나 한번 혼이 나더니 홍마노는 다시 머리를 박았다. 그리곤 광진자가 미안하다는 듯 내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어.. 저기, 잠깐. 뭐야, 왜 이렇게 온화해? 마교보다 위험하다는 전진교는 어디갔는데?
"보시다시피 소저를 모시고 오라고 녀석을 보냈거늘.. 일이 이렇게 되어 미안하외다."
"절 모시고 오라고 했다구요?"
어감이 좀 이상한데... 초청하려던 분위기 였던건가? 광진자가 끄덕였다.
"실은 얼마 전 천기(天氣)를 읽었더니.. 장차 무림에 무시무시한 실력을 지닌 음마(淫魔)가 출현하려는 조짐이 보였소."
"으,음... 그랬군요."
"때문에 본인은 그 천기를 따라 음마를 교화하고자 이곳에 오게 된 것이오.
"세상에! 정말 고생이 많으시네요. 꼭 교화에 성공하시길 바랄게요. 그럼 저는 이만..."
"어딜 가시는 게요. 볼일이 끝나지 않았소."
"저는 볼일 없어요."
아니... 그 음마가 나고, 나한테 지금 설법이라도 들으라는 얘기를 듣겠어? 내가 몸을 돌리자마자 홍마노가 소리쳤다.
"사숙! 저런 계집을 교화할 필요가 있습니까! 음란한데다가 위험한 계집입니다! 이미 음마가 되었을 겁니다! 차라리 척살하시지요!"
"시끄럽다! 너는 시킨 일도 하지 못했으면서 입을 놀리느냐!"
"하,하지만.. 저런 음란한 계집에게 귀한 방중술을 가르친다니! 장차 무림의 화가 될 겁니다! 지금이라도 도망치기 전에.."
"잠깐, 그 얘기. 더 듣고 싶은데요."
내가 다시 몸을 돌리자 광진자는 멍하니 눈을 깜빡이며 바라보았다가, 시선을 깨달았는지 헛기침을 하곤 말을 이었다.
"으음, 무척 당혹스럽고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으나.. 천기가 가리키는 음마는 그대요. 하지만 아직... 시간이 있으니, 전진에서 그대가 힘을 올바로 사용하고, 탁한 기운에 물들지 않도록 양생법과 올바르게 정을 나누는 법을 가르쳐주겠소."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내가 맛이 가기 전에 방중술을 가르쳐준다는 거야? 딱히 맛이 간 짓은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근데 그렇다는 건...
"전진교에선 다들 방중술을 익히나요?"
"그, 크흠, 그렇소. 양생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먹고 마시는 것부터 모든 부분이 올발라야 하므로..."
"갈게요. 제가 장차 사랑하는 무림을 위협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되죠. 많은 지도 편달 부탁드리겠어요!"
.....
그렇게 나는 전진파에 도착했다.
신비문파라는 명성대로, 건물은 무척이나 높은 고산준령(高山峻嶺)에 자리잡고 있었다. 별로 크지는 않았다. 다만, 양생법이 미용에도 효과가 있었는지 홍마노가 고개를 숙이는 상대들은 대개가 장년에서 중년이었다.녀석의 술법 변신과 달리, 노인은 보이질 않았다.
광진자는 오자마자 나를 방으로 안내했다. 연기가 자욱한 가운데에 침상이 놓여진 방. 광진자는 뭐가 그렇게 문제인지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끄덕였다.
"..으,음.. 그, 표현이 마땅치 않구려... 조금.. 실례가 되는 부탁일 수도 있으나, 이 또한 필요한 과정이니... 그.. 그대의 그곳에.. 이것을 착용해야 한다오."
"네..?"
그곳?
"보지 말이다. 보지. 네 보지에 좆마냥 서는 그곳에 그걸 끼운다고!"
"이 놈! 어디 상스러운 말을 쓰느냐!"
"하,하지만 못 알아 듣잖습니까 사숙..."
반지라기엔 작은 것을 받아들었을 뿐인데.. 갑자기, 조금 허벅지 사이가 떨려왔다. 뭐지 이런 걸.. 껴? 흥분은 되긴 하지만 아무리 봐도 이 조그만 반지는 크다. 내가 착용하기엔 불가능하지 않나...?
"이거.. 너무 큰데요."
"으흠, 사용자에 따라.. 크기가 줄어들게 되어있소. 본인이.. 할 수 없기에, 실례지만 다른 이가.. 끼워주어야 하오."
"제가 하겠습니다. 사숙!"
홍마노가 대단한 의욕을 보였고, 광진자는 괜찮냐는 듯 나를 바라봤다.
"네. 상관없어요."
"그.. 그럼, 참관자는 필요없으니. 끝나면.. 나와주시오."
광진자가 나가자 홍마노가 침상을 가리켰다.
"너는 누워서 다리만 벌리면 돼."
음.. 좀.. 이상하긴 한데.. 나는 시키는 대로 침상에 올라서 백의치마를 걷었다. 속곳 따윈 없었으니.. 맨살이 그대로 나왔고, 홍마노는 히죽 웃으면서 동그란 반지를 끼우는 척, 내 음핵을 잡아당겼다가. 툭툭 찔러댔다.
"뭐야..?"
내가 눈짓을 주자 홍마노가 이죽이며 속삭였다.
"헹, 네가 발기를해야 끼울 것 아냐? 그러니까.. 내가 도와주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