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화 〉마교잠입..? - 5 -
객잔이란 무림에서 정보를 얻을 만한 곳이기도 하고.. 식사를 해결할 곳이었다. 마음과 육신이 조화했지만 아직 식사를 거를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기에 휴식은 필요하다. 그렇게 결론 내린 진무진은 흔쾌히 객잔으로 들어갔다.
"어서옵쇼! 협객님 이리로 모시겠습니다!"
요란한 점소이의 환대를 따라 구석의 탁자에 자리잡았다.
"주문은 어찌하시려는지..."
"소면 한 그릇과, 이 가게에서 잘하는 야채만 들어간 요리를 내주시오."
"예에... 알겠습니다."
진무진은 턱을 괸채 생각에 빠졌다. '사매를 찾으러가겠다.' 그저 마음가는대로 얘기해본 것이었지만 지금은 정말로 목표가 되었다. 어차피 수라문이 출현할 때까지는 시간이 남았기도 했고..
그 와중에 저잣거리에는 사매로 생각되는 여인에 대한 소문이 제법 돌고 있었다.
천상검희(天上劍姬)라. 소문은 중구난방이었지만 대체로 선녀 같은 여인이 악인을 응징하고 다닌다는 이야기... 실력을 숨겼는지 절정고수 수준으로 평가받는 것 같았다.
'사매가 절정고수라니..'
대회도 운으로 올라간 거라던가, 객잔에서 절정고수한테 희롱당하는 꼴을 봤다던가 그런 이야기들에 헛웃음을 지으며 돌아다니곤 했었는데..
어느 시점부터 이야기가 뚝 끊긴 것처럼 들려오지 않았다. 가장 최근에 들려온 소식이란 배교의 세력을 소탕하는데 한 팔을 거들었고, 무림맹에서 보상을 받았다는 정도. 그 이후의 이야기는 조금도 알려져 있지 않았다.
'어디로 간거니...'
문득 후회가 됐다. 역시 그 때 혼자 보내지 말 걸 그랬나...
"들었어? 어떤 젊은 검객이 편왕을 꺾었다는데."
"뭐? 그게 진짜야?"
"그래, 검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하늘에서 내려온 것 같다더군. 벌써부터 천무검객(天武劍客)이라고 부르고 난리도 아니라던데."
"무림에 신성(新星)이 등장했구만. 신성이 등장했어..."
"하지만 또 없어져버리는 거 아닐까..?"
"없어진다니? 그건 무슨 소린가?"
없어져? 진무진이 묘한 단어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면 탁자에 마주보고 술을 마시는 두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이야기를 풀던 사내는 주위를 살짝 살펴보고는 목소리를 낮췄다.
"자네.. 검희 이야기도 모르나?"
"알지. 여기저기서 협행을 하는데.. 외모도 예쁘고, 특히나 남해 쪽 사람인지 화끈하다는 얘기가 있던데."
"그런데 요즘은 들려오는 얘기가 없지?"
"그러고보니... 음? 자네는 알고 있는 건가?"
말하던 사내는 입을 열려다가, 좌우를 고갯짓하곤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도, 들은 건데. 사촌이 맹에서 일한다고 말했었지?"
"그래, 그랬었지."
"그 놈한테 들은건데.. 얼마 전에 마교에 침투하겠다고 지원한 여협이 있다더라고."
"...공교롭구만."
"공교롭지."
"하여간, 맹에선 맨날 그런다니까..."
"쯔쯧.. 이러니 오대세가나 구대문파 외엔 꽃이 없지."
마교 침투? 자원? 사내들이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젓는 걸 보니 아무래도 좋은 의미는 아닌 것 같았다.
"누가 아니래?"
"에휴.. 또, 협객 하나가 사라지겠구만.."
"네 놈이 신경쓰는 건 협객이 아니라 미인이겠지!"
"얌마, 나를 뭘로보고..!"
놀림받은 사내가 손을 뻗어 호통을 치려는 순간이었다. 그 손은 누군가에게 잡혀서 움직이지 못했다. 남자가 고개를 돌리자 진무진이 쓰고있던 삿갓을 들어올리며 인사했다.
"무...뭐야..!?"
"그 이야기, 좀 더 자세하게 듣고 싶습니다만..."
─────
"뭐야, 저거 기절한 건 아니겠지?"
"우리 차례도 달라고!"
"히이..! 내꺼다아...!"
그 후로 마교도들은 앞다투어 내게 달려들었고 그대로 의식이 끊어졌었는데... 눈을 떠보면 내 손목은 쇠수갑에 구속되어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천장이 있다는 건 지상이 아닌 지하. 마교니까 하극상이 밥먹듯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걸까? 아니면..
스으으으...
"..흐으.. 읏..!!?"
무언가 소름끼치도록 차가운게 엉덩이를 건드렸다.
"오.. 일어났나?"
"히힛.. 이거 한 번이면... 다들 깬다고... 좋아.. 울부짖을.. 준비.. 완료지?"
뒤편에서 들려온 소리. 붙잡힌 내 후면에 누군가가 있었다. 약간 정신 나간 쪽과, 굵은 목소리까지 두 명.
"너.. 희들... 흐윽..!? 아히이잇..?!!"
가랑이 사이에 닿은 감촉은 얼음이라도 부비고 있는지 차갑다 못해 시렸다. 황급히 엉덩이를 앞으로 빼는데 그 차가운 것이 내 허벅지를 잡고 끌어당겼다.
"그렇게... 도망가는 걸 보려고... 이 소수마공(素手魔功)을.. 익힌 게.. 아니라고오..!"
"너, 진짜로 할거냐?"
"흐히히히... 더는.. 못 참겠어.. 넣어야 돼.."
스으으... 툭-
닿았다. 닿은 것은 차갑지만 분명 주먹의 생김새, 그것이 내 음부를 그대로 때리는 것을 넘어 밀고 들어올 시간을 재듯이, 부딪혔다가 물러났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설마... 피스팅? 지금, 저걸.. 넣겠다고?
"흐읏...! 으.. 읏.."
"크,큭.. 흐힛!"
퉁!
차가운 충돌에 허벅지가 절로 움츠러들었다. 그 모습을 즐기듯 꾸욱- 내 음부를 눌렀다가도 움찔거리는 모습에 손을 떼기를 반복했다.
"언제 시작할 거냐 너?"
"헤헤.. 원래 이런건.. 천천히 하는 게 좋다고.."
"..읏..!"
"히힛.. 춥니? 차가워서 그래..? 걱정마.. 곧, 뜨거워질거야."
퉁-! 스르르륵.. 퉁-!
"으..읏..!"
그렇게 말하며 주먹이 다짜고짜 내 보지를 두드렸다. 마치 그곳이 샌드백이라도 되는 것처럼 퉁-! 퉁-! 하고, 이건.. 욱여넣으려는 느낌이 아니라.. 이대로 주먹을 내질러서 박으려는 것처럼. 조금씩 강해졌다.
퉁!
"..하윽.."
"히힛... 지금부터.. 네 자궁의 온도를.. 느껴볼..거야.. 재밌겠지..? 응?"
이, 이 자식.. 진심이다. 이런 플레이를 진심으로 하려는 놈이 있다니.. 역시 마교...
"하여간.. 이 자식도 변태라니까. 죽지 않게 잘 해라."
"히.. 걱정마.."
스으윽.. 퉁! 츄픕!
"흐읏..!"
"뭐야... 너.. 맞으면서... 흥분한거야아?"
스륵, 손가락이 음부를 핥듯이 문질렀는데.. 이 감촉에 반응해버리긴 했다...
"이힛.. 히히힛.. 너, 꽤나 변태구나아...?"
"나.. 나는..."
"흐...배가.. 다 망가질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물이나 흘리..고.. 쿠히..히힛..이히히힛..!"
스으윽. 맛이 간듯한 녀석이 배를 문질러 붙잡는 손길에서 한기가 시리게 전해져온다. 꾹, 꾹- 그 안에 있는 것을 압박하듯이.. 한 손으로는 배꼽 주변을 문지르다가.. 다시 투웅- 살덩이를 때리는 소리와 함께 주먹이 부딪친다.
찰파악..! 연이은 부딪힘에 애액이 튀면서.. 그 차가움에 쓸린 곳이 맞을 때마다 발갛게 물들었다.
"..슬슬.. 들어..간다아아..?"
꿀꺽...
치리리링──
이제까지와 다른 권풍과 함께 주먹이 쏘아지려는 찰나, 귀에 거슬리는 방울 소리 같은 게 났다.
"잠깐! 이 소리는..."
"....?"
"집마령(集魔令)! 소마(素魔). 집마령이다! 일어나라!"
"뭐야아아.. 대체.."
집마령?
"대장에게 맞아죽고 싶은건 아니겠지? 얼른 따라와라."
"치잇... 뭐냐고오..."
"그건 돌아와서 하면 되니까! 올라오라고!"
"체.."
내 몸을 만지던 녀석이 아쉬운 듯 내 몸을 만지다가 일어났다. 그리곤 고개를 돌려 휑한 얼굴로 속삭였다.
"돌아와서.. 다시 해줄게.. 기다리고 있어... 알겠지이..?"
파르르르..
몸이 경련할 정도로 차가운 손길이 내 하반신을 순서대로 쓰다듬었다가 떨어졌다. 그렇게 나는 기다렸다. 일 각, 이 각..... 바깥이 소란스러워도 한 시진이 지나도 꾹 참고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이 새끼들은 대체 왜 안 오는거야!!!!!"
이러다 나 늙어죽겠다!
진짜 오다가 객사라도 한 거야?
"......"
차라리 오늘은 늦었으니 잠을 자고 나중에 온다.. 이런 거라면 좋겠지만... 기감을 넓혀도 기척은 하나도 잡히지 않는다. 너무 내부의 지하라서 그럴까... 결국 하는 수 없이 천장의 수갑에서 손을 당겼다.
이대로 부셔버려도 좋겠지만.. 그랬다간 세다는 걸 눈치챌테니까. 적당히 약로가 가르쳐준 축골공 따위를 써서 빼냈다.
"후우..."
기억에는 없지만 꽤 오래 매달려있었는지 손이 약간 저린 거 같은데.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가도 느껴지는 기척은 없다.
뭐야, 정말...
"이 자식들 전부 죽기라도 한 거야..?"
집결이니 어쩌니 했지만.. 한 명도 안 남기고 가버릴 턱이 없다. 하지만 지하 계단을 밟고 올라온 순간부터 위화감이 들더니.. 이윽고 드러난 광경에 황당함을 금할 수 없었다.
"이건..."
대체 뭔 경우야...?
소란스러운 느낌이 들긴 했었다. 무림맹이 쳐들어왔던지, 아니면 자기들 끼리 싸웠던지 뭐 그런 것들. 하지만 그런 게 아니었다. 그냥, 없다. 아무것도. 있는 것은 폐허 뿐. 귀신에 홀렸나 싶을 정도로 깔끔하게 전부 사라져 있었다.
쭈욱..
"으..으음.."
볼을 잡아당기면 아픈데.. 마교의 지부가 없어져 있다. 부서진 돌 무더기, 희미하게 남아있는 기와파편 따위가 마교의 지부가 있다는 걸 알려줄 뿐. 시체조차 남지 않았다.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으.으음.."
열심히 당하다가 잠깐 올라와보니 임무고 뭐고 아무것도 없어졌다. 마교에 다시 가려해도 본산이 어딨는지도 모르고, 아무래도 복잡한 상황에 처한 것 같으니...
뭐, 편하게 생각하면 되려나.
적당히 근처를 살피면 마을이 보였다. 마을로 도착하고보니 마교의 시녀복은 지나치게 눈에 띄었다. 여기저기서 쳐다보는 시선이 왔는데.. 이상한 건 아무도 내게 접근하지 않았다는 거다. 이 근방에서는 마교도라는 신분 증명이기도 해서 그런가?
"흠.."
힐끔힐끔 바라보는 사내들이 있었지만 보기만 할 뿐.. 손을 뻗지는 않는다.
스윽.
...라고 생각했는데 치맛자락이 잡아당겨졌다?
"진짜로.. 마교 사람들은.. 속곳 안 입어??"
"...어?"
잡아당긴 건 웬 꼬마였다. 그 손으로 내 쓸데없이 짧은 치마 속을 보려는 듯 과감히 달려들려 했는데.. 달려온 여자가 붙잡았다.
"이 녀석, 그러면 안돼!"
"아, 왜에! 나도 볼거야! 나도 만질..거야!!"
"이 녀석이 정말!"
..크게 될 녀석이네.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꼬마는 그대로 끌려버렸다. 아이를 데려가는 여자의 뒤편에서 해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 아무래도 오늘은 쉬었다가.. 어딜 갈지 정해야할 것 같다.
"어서옵쇼!"
점소이는 내 복장을 훑어보다가 실례라는 걸 깨달았는지 고개를 숙였다.
"식사입니까? 아니면 방..?"
"둘 다. 하루 묵을 거고, 음식은 적당히 잘하는 걸로."
"예.. 알겠습니다요.."
그렇게 음식이 나왔는데 소채와 고기 볶음 같은 거였다. 음식도 제법 먹을만 했다. 음... 지부라지만 마교도 가봤고, 자고 일어나면 어딜 갈까. 남만이나, 북해라도 가볼까?
그렇게 다 먹고서 계산을 하려는데, 한 가지 깨달았다.
"저어... 손님...?"
돈이 없다.
한 푼도.
꽤 많았었는데, 어떻게 했더라..
잠입할 때 돈을 받아서 갔을 리도 없고, 다 무너진 건물에서 챙겨온 게 있을 리가 없잖아.
으..음... 당연기나 짭룡이라도 있으면 대신 내줄텐데.
지금은 확실하게 땡전 한 푼도 없다.
"손님?"
슬슬 점소이의 눈빛에 짜증이 깃드는 게 보였다.
"저어.. 혹시... 돈 말고, 다른 것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