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9화 〉마교잠입..? - 2 - (49/73)



〈 49화 〉마교잠입..? - 2 -

백원에게 안내를 받고, 어쩌다보니... 귀인이니 뭔가로 대접받게 되었다.

─각별히 조심해라. 화음(華淫).. 아니, 어쩌면 빙화선자(氷火仙子)일지도 모른다.

방 밖에서 나누는 전음도 들려왔는데.. 그게 끝. 벌벌 떠는 시녀들이 시중을 들기 시작했고.. 거대한 장원에서도 가장 높게 솟은 전각에 머무르게 됐다.

"..기,기침 하셨습니까?"


"..."

당장 아침에 일어나면 시녀들이  옷을 입혀주고, 식사를 가지고 온다. 화려하기 그지 없는 밥상. 뭔가.. 이건 내가 예상한 마교 생활이 아니야... 그렇다고 해서 도착한 마교 자체가 내가 아는 마교와 달랐냐고 하면 그건 아니었다.


그저 방을 나와 길을 가는 것만으로도 여기가 마교다! 라고 외치는 듯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 멍청한 년! 아직도 준비를 못했단 말이야!?"


"그, 그것이.. 조금만 있으면..."

"듣기 싫다. 벌려라."


"흐,흐윽.."

시녀는 울먹이며 치마를 들어올렸고, 그곳을 향해 그녀가 들이댄 것은 은색의 고리였다. 그리고 그 고리가, 푸욱- 파육음을 내며 그녀의 비부에 꿰어졌다. 뭐야 저거... 피어싱..?

"아하으아아악..!!!"


아무리 벌이라지만 음부에다가 저런 걸 달아..? 근데 심지어 이미 일곱개나 달고 있었다.


"아흑.. 아극.. 끅.."

울먹이는 여자를 보면서 그 윗사람으로 보이는 시녀가 방 안을 가리켰다.

"반 각(刻)이다.  안에 준비하지 못하면.. 너를 처음부터 훈육방으로 보낼 것이다."


"히익..! 흐읍.. 흡.. 네, 네..! 네..!"

시녀는 공포에 질려 미친듯이 끄덕거렸는데, 방금의 고통은 아무렇지도 않게 느끼는 것 같았다. 막상 그런 일을 저지른 시녀는 손 끝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혀를 찼다.

"칫, 멍청한 년 같으....!!?"


하지만 피가 얼음으로 되어있나 싶을 정도로 무심하게 그런 짓을 한 시녀도 나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기겁해서 시선을 내리깔고 중풍 환자처럼 몸을 떨었다.

"부..불미스런 모습을 보여드렸습니다..."

"....아니, 괜찮아. 근데..  그랬던거지?"


"그.. 그것이.. 건방지게도 식사 준비가 늦었다고 합니다."


"아.."

살벌하다. 고작 식사 준비를 조금 늦게 했다고 피어싱을 해버리는 곳이다. 하지만 여긴 그게 일상이었다. 목욕물 준비가 늦었다고 고환이 터지지 않을까 싶을 만큼 매질을 당하는 시종도 있었고, 훈련 중에 도중에 낙오했다는 것이 빌미가 되어서 끌려오는 여인도 있었다.

분명, 정신력을 키워주겠다- 같은 말을 하면서 서른명이서 윤간했지.

"미친놈들..."

으으... 하지만, 내가 바란  그거란 말야! 일부러 내공이 있지만 낙오당해버리고.. 매일 매일, 특별 교육을 받으면서 지내는 거. 그랬다면 매일 매일이 엄청났을텐데.. 정작 주위는 눈도 못 마주치고 말이야...


"히..힉..."


"아?"

내 혼잣말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시녀는 벌벌 떨고 있었다. 산 채로 이무기에게 삼켜지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여기서  얘기라던가 그런 설명을 해봤자.. 대체 무슨 교육을 받은 건지 머리가 맛이 가서  알아듣는다. 그럴 때는 마법의 단어가 있었다.

"이번 한번은 용서하겠어."


"아.. 아아..!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녀는 돌아가셨던 부모님이 살아돌아온 것처럼 깊은 울음을 터트렸는데.. 아무래도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마교도 들은 미쳐있다고 할까.. 조금만 걸어도 이런 풍경은 쉽게 볼 수 있었다.

짜아악! 짜악! 짜악! 짜아악!


당장 전각에서 나와 걷는 것만으로도 연무장에 세워진 나무기둥에 묶인 채. 발가벗겨져 매질을 당하는 여인이 보였다.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벌써  십개의 채찍 자국이 보인다. 저러면 보통 사람이 죽어야겠지만.. 이것들은 마인의 특성 때문인지 그런 짓을 당하고도 다음날엔 잘도 일어선다.


"끄.. 흐.. 으.."


그래서 저렇게 패는 걸까.

"이 년아, 누구 멋대로 정신을 잃으려는 거냐?!"

짜아아아악!

사내는 채찍으로 사정없이 그 가랑이를 올려쳤다.


"익끄히이이이잉.......!!!"

여인의 몸이 튕겨져 올라갔다가 비명을 내지르며 실금했다.

"아.. 아.. 아아아아...죄, 죄소.. 죄숑..."


"이 년이, 감히 오줌을 싸? 아직 정신을 못차렸지?!"

짜악! 짜악! 짝!

채찍을 뱀처럼 기민하게 움직여, 오로지 그녀의 가랑이 사이만을 때렸다. 그 때마다 비명이 터져서.. 진짜 여기가 마교라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 정말 교묘하게 때려서 보고 있는 허리가 찌릿찌릿해졌다.

하지만.. 그러면  해.  자린 없는 걸.


지금 여기서 나의 지위는 뭐라고 할까... 시찰하러 나온 사단장...?

"...후우."


"허업..! 귀인을 뵙습니다!"

그래서인지 아무도, 내게 저런 짓을 해주지 않는다. 설령 유혹하려고 해도...


"너, 채찍질 잘하네?"


"사..사.사삼생의 영광입니다!!"


"..나한테도 해볼래?"

"예...?.. 히,히익.. 겨..결코! 감히 제가 어찌.. 어찌..!"


그대로 얼어붙어버린다. 마인 주제에 갑자기 왜 군기가 든 것처럼 행동하는데..? 귀찮은 앞섶을 열어젖히고 노골적으로 유혹해도.. 이 자식은 어디서 그런 자제심이 나왔는지 아무것도 못본  한다.


"..좀 덥네."

한서불침이지만.

"소..속히.. 빙공을 쓸 수 있는 것들을 대령하겠습니다."


"아니, 운동을 해야할 것 같은데..."


"연무장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야. 너... 진짜로 몰라서 이래?"


"그.. 그것이.."

"흡정대법 같은 거 안쓸테니까.. 응?"

최대한 야릇한 몸짓을 지어보이며 유혹했다. 얼굴이 발개져서 손을 뻗는 것이.. 넘어왔나? 하지만 갑자기 덜컥, 뻗어낸 양손을 바닥에 대고 몸을 숙여버렸다. 이내 채찍질을  때의 악랄한 패기는 어디갔는지 절하는 자세로 울먹였다.

"부디..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아니.. 내가 뭐 죽인댔어? 고자로 만들기라도 한댔어?"

"제발 용서를...!!"


"야!  내 말 못믿어?!  죽인다니까?! 맛만 본다고!"

"히이이익...!!!"

핥아만 볼테니 아가리에 대가리좀 대어달라는 호랑이의 부탁을 받은 것처럼 경기를 일으켰다.


"세..세상에.."

"또  명.. 사라지겠군.."

"쯧쯧.. 불쌍한 녀석.. 왜 오늘 체벌담당이 되어서는.. 저것도  운명인 게지.."


딴에는 멀리서들 중얼거린다고 했는데 워낙 귀가 밝다보니  들린다. 대체 마교주는 색공을 얼마나 사악하게 만들어놨길래 이 난리야?


환장하겠다. 사실... 이게 첫 번째 시도도 아니다. 벌써 다섯 번째 쯤. 항명은 생각도 못하는 마교도들인데도 내가 유혹만 하면 이런 반응인게 말이 되냐고..


"..후우...."

결국 버려놓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아아... 꿈 같던 마교 생활은 완전히 망했다. 처음부터 잠입하는 것도 무리고... 얌전히 시녀처럼 굴었으면 지금 쯤, 이놈 저놈이서 달려들어서 난리가 났을텐데.. 아무리 상급자라도 그렇지...

대체,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뭐... 대충 물어보긴 했다. 독특하게도  마교의 교주는 그 유명한 천마신공(天魔神功)이 아니라 어떤 색공으로 교주의 자리까지 올랐으며, 그로인해 마교의 팔대궁 중 하나였던 음마궁(淫魔宮)은 그 교주의 출신지이자 그 무공을 높일 존재로 지위가 상승했다.


그 후, 무슨 짓을 벌였는지 음마궁에는 여인만 남아 그녀들은 모두 엄청난 고수가 됐다는데..


─음마궁이라 하면.. 교주님의 가솔과 같은 분이시니...


그렇게 표현을 했으니.. 나는 본의 아니게 교주의 첩 비슷한 취급을 받는 듯한데.. 이미 혼약자가 있건 없건, 난교와 이상성애를 숨기지 않는 곳에서 그런 이유로 손을 대지 않을 리는 없겠지.


그렇다면 역시.. 원인은 흡정대법이었다. 정기를 빨아 죽이는 무공. 나는 그런 거 익힌 적 없지만.. 그게 사실이라고 믿는다면 두려워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가. 무림인들이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내공을 전부 갈취해서 죽이니까.

억지로 시켜볼 수는 있겠지만.. 취향도 아니고, 지금 나랑 그랬다간 초상을 치지도 모른다.


"..으으.."

이렇게 지낼 바엔 때려치는 게 낫지...


"여기, 상급자에 대한 도전 같은  없어?"


"아.. 위대한 천마의 율법에 따라, 모든 교도들은 자신보다 높은 교도에게 도전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설명한 것은 도전은 천마신교의 이름 아래 주관되기에, 놀랍게도 마교 내부에서 기권 개념이 있는 유일한 싸움이라고 했다. 즉, 밀릴 것 같으면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안전한 도전방법이랄까. 감히 남발하지 못하게 미친듯이 조져놓는 거겠지만..


"그런데 왜.. 난 도전을 안 받는 거야?"

"...어찌.. 감히. 귀인께 도전을 하시겠습니까..? 본산의 이름있는 분들이라면 모를까..."


이러니 저러니해도 이런 지부에는 없는 존재들이었다. 애초에 애매하게 고수인 백원이 여기서 최고수를 다투는 존재이니 말 다했달까.


..역시, 방법은 그것 밖에 없어.

....



나는 지부 내의 교도들을 불러모았고, 단상 위에서 입을 열었다.


"명색이 천마의 후예라는 놈들이.. 이렇게 패기가 없어서야. 아직도 내게 도전할 자가 없느냐?"

""....""

"사내답지 못한 놈들. 차라리 양물을 떼내면 어떠하냐?"


얼굴을 붉히긴 하지만 도발이 통하지 않는다.

역시.. 그럼,

"대전  승패에 상관없이 처분되는 자는 없을 것이다. 또한.. 이번 대전에서, 나는 구할(九割)의 내공을 봉하겠다."


"...!!!"

어때, 욕구가 솟지 않아?


꿀꺽.

아니나다를까.. 주위에서 침을 삼키는  보였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등을 떠밀어줬음에도 나서지 않는다. 꽤 충격적인 선언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서로간의 눈치를 살필 뿐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말을 바꾸는 게 마교인의 특성이지만..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그,그것이..."


"흥."


파-파팟!


혈을 짚어 주위로 방출하던 기력을 임의로 차단했다. 자연히 봉혈(封穴)의 효과가 났고, 나의 기운은 희미할 만큼 약해져 있었다.

"...호오...?"

"..!"


주위에서 눈을 부릅뜨거나 혀를 날름거렸다. 마치 먹음직스러운 먹이를  것처럼.. 좋아, 이 느낌 최고야. 언제나 짜릿해!

"..헤헤.. 선자.. 아니, 귀인의 뜻이 그러시다면 감히 도전해보고 싶습니다만..."

합마공이라도 익혔을 것처럼 생긴 두꺼비남이었다. 녀석은 비굴한 미소를 지으며 단상으로 올라왔는데.. 내가 자세를 잡으려 하자 고개를 저었다.


"한 가지 제안이 있습니다."


"뭐지?"


"항복은 없는 것으로.... 어떠십니까?"

그런 약속,  안 받아줄 수가 없네.

"본녀는 항복따위는 모른다."

"..흐흐. 그렇다면,. 이름 높은 선자의 보지는 어떤지 먹어보자..!"


역시나, 본능이 이성보다 앞서는 녀석들.. 이때다 싶으면 하이에나처럼 덤벼드는 녀석들이었다. 아까는 그렇게 소심하더니 약해졌다 싶으니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혹시 이 두꺼비 외에 다른 녀석들도 함께 덮쳐들거나, 틈을 노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천마가 만들었다는 '남이 떡치는데 방해하지 마라'는 신성한 규율 때문에 그런 녀석은 없었다.

"키히잇..!"


두꺼비는 달려드는 듯 하더니, 혀를 뿜어냈다? 그 혀는 개구리의 그것처럼 엄청나게 길었고, 채찍처럼 날아왔다.

피슝!

스친 옷감에 구멍이 뚫릴 정도의 위력.

"흐흐흐.. 보았느냐? 나무판도 뚫는 이 몸의 혀를..! 네 구멍에다 처박아주마!"


승패에 상관없이 봐주겠다고는 했지만.. 너무 빠꾸 없는 거 아니야?


"..흥..!"

이대로 당해주는 것도 너무 속보이니까, 나는 적당히 녀석의 혀를 피하며, 권격을 가했다. 피하는 대신에 붙잡으려 하길래 황급히 피했다.

"흐흐.. 그렇게 도망만 다니면 쓰나...!"

휘익- 스르륵!

혀가 채찍처럼 움직였는데 차이가 있다면 채찍은 휘두를 때 경로를 바꾸기 위해서 팔을 틀어야한다면... 이건 그런 게 없이 바로 휘어져 닥쳐왔다. 하지만 경로가 짧아서 피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파악- 파악!


혀가 다시 움직여서 공격해온다. 역시 회피. 민활하긴 하지만 그 뿐. 생각보다 너무 약한데.. 그렇다고 그냥 져주자니 너무 속보인다. 마치, 잡아먹기 위해서 속인 것 같은 느낌이라 그랬다간 접근하지 않을테고..


결국 피했다.


"흥..! 쥐새끼 처럼 잘도 피하는 군!"

"하품이 다 나오는 구나."

촤르르륵!

말려들어갔던 혀가 다시 뿜어졌다. 그 때, 눈에 띄는 게 있었다.

침.


"아..!"

나는 놈의 혀에서 떨어진 침을 실수로 밟은 척, 엎어졌다. 좋아, 완벽해. 이거라면 져줬다고 생각하지 않겠지.

"흐흐흐..! 걸렸구나!"

"읏..!"


나는 균형을 잃은 자세를 바로 잡으려고 했지만, 그 순간이 틈이되었고...

퍼억!

"크흣..!"


결국 배를 맞았는데, 배가 아릴 정도의 충격이 덮쳐왔다. 좋아.. 이런 걸.. 원했어.

"오우.. 이런 이런, 귀하신 몸에 상처가 나면 안되겠지.."

"..이 놈."


하지만 벌써 준비성이 철저한 두꺼비의 혀는  팔을 감아버렸고, 그대로 잡아당겼다.

슈후우욱!

퍼어억!

"카흐으윽..!"

그 정권이 아랫배를 때리면서 몸이 흐트러졌다. 거기서 끝낼 법도 한데.. 녀석은 내 배를 다시 붙잡았다.


"크흐.. 선자란 년도 내공이 없으면 별 거 없구만.."

"네.. 놈..!"

설마 이런 일을 당할 줄은 몰랐다는 듯이 노려봐주면, 아주 기뻐하는 표정으로 나를 붙잡아서 연속으로 주먹을 먹였다.

"아윽..! 으.."


"어디 그럼.. 건방진 계집년을 교육해볼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