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화 〉잠입 훈련은 혹독하다, - 4 -
마교식의 사죄법을 가르쳐주겠다고 말한 검황이 서서히 내 곁으로 다가왔다.
"마교 놈들은.. 요약하자면 짐승과 같은 놈들이지. 그러니 사죄 역시, 동물처럼 굴복하는 거다."
동물처럼...?
아무래도 감이 안와서 쳐다봤는데 검황은 거의 부딪힐만한 거리에서 손바닥을 내밀어 내 가슴을 그대로 밀쳤다. 덕분에 나는 개구리처럼 발라당 뒤집어졌다.
쿵-!
"으읏..!"
힘을 썼는지 나는 실험대의 개구리처럼 두 팔다리를 벌린 자세로 넘어졌다. 그렇게 엎어진 내 꼴을 검황은 가슴부터 하반신까지 쓸어보고는 지시했다.
"이대로 가랑이를 벌려라."
"..가랑이를.. 요?"
"수치심을 버려라! 말했을 텐데.. 잠입하는 건 결코 쉬운일이 아니라고?"
뭐만 하면 가랑이를 벌리라는 것 좀 봐, 처음엔 뜸이라도 들이더니 이젠 당연하다는 듯 요구했다. 뭐, 거절할 생각도 없지만. 나는 엎어진 자세 그대로 가랑이를 벌렸다.
"뭘 하는 거냐?"
"...네?"
검황은 벌어진 내 허벅지 사이를 보다가 물었고, 내 시선을 본 검황의 발이 갑자기 내 배를 발로 지그시 눌렀다. 무게가 실렸는지 배가 아파왔다.
"으읍..!!"
"넌 내 말을 못알아 들은거냐? 벌리라고 했을텐데?"
"..버,벌렸..잖..아요."
"꼭 상스럽게 말해주어야 알아듣겠느냐? 네 년의 보지구멍을 벌리란 말이다!"
우,와.. 진짜 정파 명숙 맞아?
"그, 그건.."
기운이 사파는 아니긴 한데... 마교의 이야기도 그렇고, 어쩌면 이 세상은 내가 아는 것보다 음란할지도 모르겠다. 뭐 나야... 좋..을리 없고, 힘들겠네. 하아- 이런 미녀로 태어나서 고난을 당할 것 같은데.. 지금처럼.
"어서 벌리지 않고 뭐하는 거냐?"
"..아, 으...."
"설마. 부끄러워서 못하겠다던가, 그런 것이냐?"
"그건..."
"내가 말했지 않느냐? 중간에 포기한다고 해도 받아주지 않을 거라고."
어쩐지 으름장을 놓더라니... 검황은 이미 늦었다는 듯, 엄격한 표정을 짓고 내 배를 짓밟기라도 할 듯이 다리를 들었다.
"하,할게요..."
두 손을 고간까지 내렸다. 손목을 허벅지에 걸친 채, 앙닫혀진 것과는 정반대로 애액이 새어나오는 그곳을 손가락 마디마디로 붙잡았다. 이미 몇 번이나 보여준 적은 있지만 이렇게 직접 벌려준 적은 처음인데...
"흐읍.. 하아..."
등 뒤를 스치는 흥분감을 삼키며 붙잡은 음순을 서서히 벌려냈다. 구멍이 벌어지면서 질 안에 고여있던 애액이 부끄러울 만큼 흘러나왔지만 모른척 했다. 벌어진 구멍 사이로 차가운 공기가 감돌았다 빠져나갔다.
검황은 한 동안 내 음부를 빤히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입은 가만히 있을테냐?"
"..그, 으.. 죄, 죄송합니다...?"
...내 사죄의 말(?)을 들은 검황은 대답이 없었다. 툭툭 내 다리를 쳤다.
"거기서 끝인 것 같으냐?"
"그게..."
"....."
대체 어쩌라는 건데? 살짝 책망하는 눈빛을 보내자 검황이 손가락으로 내 음부를 가리켰다.
"잘못을 했으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뤄야하지 않겠느냐?"
"..대..가."
"자 말해라. 네 년의 음란한 구멍으로 만족시켜드리겠노라고."
"...네?! 그, 그건.."
"어서. 말하지 못하겠느냐?"
"하..지만.."
이 노인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말하게 시켜놓고 가르친다는 핑계로 삽입하려고? 게다가 이런 말 했다간 그냥 치녀잖아! 내가 당황해서 쳐다보는데 검황의 발이 내 배를 짓밟았다.
콰악!
"카흑..!?! 우윽.. 아....읏.."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배를 밟혔다. 부지불식간의 충격에 놀라 배를 두 손으로 감싸는 날 보면서 검황이 고개를 디밀고 물었다.
"괴로우냐..?"
그야 당연하지! 난 거친 짓이 좋긴 하지만 맞아서 흥분하는 취향 같은 건 없거든? 어딜 배빵 같은 걸 하는 거야...? 자연히 곱게 쳐다봐줄 수가 없었는데, 내 시선을 받은 검황이 도리어 내 턱을 붙잡으며 나를 쏘아붙였다.
"앞으로 이보다 더한 짓도 서슴없이 할 것이다. 마교는 이보다 더한 곳이기 때문이다. 고작 이것도 못 버티면서 무슨 잠입을 하겠다는 거냐?"
"...!"
여,역시 마교! 남들이 못하는 짓을 태연하게 해버려..!
나도 모르게 주먹 쥐고 탄성 지를 뻔했네, 꾹 참고 있으면 갑자기 검황이 힘을 주고 있던 눈매를 흐트리며 물었다.
"그래, 후회가 될 수도 있다. 허나 너는 이미 이 곳에 왔고, 훈련을 받게 되었다. 맹의 비지(秘地)와, 계획까지 알게된 이상 평범한 방법으로 그만둘 수는 없다. 내 제자가 되는 정도가 아니라면 말이지."
"..그건.."
"마교는 위험한 곳이다. 명성이나 출세를 위해서라면 이 길은 틀렸다. 혹여 황록색 그 놈에게 협박 받고 있는 거라면 그 또한 처리해줄 수 있다. 어떠냐? 나의 제자가 될 생각이 없느냐? "
"..아니요. 전, 그런 것들 때문에 가는 게 아니에요."
"협의지심이라고 말할 셈이냐?"
그럴리가 없잖아. 하지만 뭐라고 말하든 느낌이 안 살 것 같아서 그냥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을 멋대로 해석한 검황이 한숨을 쉬었다.
"..크으음.. 정녕 본좌의 제자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는 말이냐..?"
"다들.. 자기만의 길이 있는 거니까요."
"후우... 좋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허나... 포기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해라. 제자가 되고 싶다고."
반드시 나를 제자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는데, 이거 왜 이렇게.. 소름이 돋지..?
"그럼, 널 제자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책임지고 지옥훈련을 시켜주마..!"
검황이 씨익 웃으면서 말했고 짓밟혔던 아랫배가 욱씬거리며 떨려왔다... 아무래도 이 훈련, 생각보다 길게 받게될 것 같다...
그 후로 검황은 조금 진지하게 가르쳤다. 검술의 부족한 부분이라던가, 주로 마교나 사파스러운 독랄한 초식. 급소를 노리는 공격 따위를 가르쳐줬다.
정말 실력을 쌓게 해주려는 것인지.. 더한 짓을 하려고 준비를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둘 다이려나..?
하지만 그렇다고 음란한 짓을 하지 않는 건 아니라서, 체벌과 훈련을 핑계로 내 몸을 돌아가면서 만지거나, 때렸다.
마침내 몸의 주요 부위 몇 몇을 체벌로 맞아서, 가슴이나 엉덩이, 특히나 보지가 발갛게 물들었을 때 쯤 검황이 손에서 쥔 검을 내려놓았다.
"수고했다. 가르치는 재미가 있구나. 매질이 남았으나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다."
"하아,. 하아..가,감..사합니다."
땀방울이 유두 끝에 맺혔다가 흘러내렸다. 내공을 제한한 상태로 이런저런 격렬한(?) 운동을 한 덕택에 몸도 꽤나 지쳐버렸다. 전신이 땀에 절어서 숨결도 거칠어졌고... 전라 대련이라니. 상상도 못했네.
어찌되었건 끝도 났겠다. 잘려나간 의복이라도 입으려고 하는데 검황이 그런 내 모습을 바라봤다.
"..왜 그러시죠?"
"그냥 따라오거라."
"이.. 이대로요?"
사실 요즘에선 알몸 정도는 괜찮아졌지만 강요에 따른 강제 노출이라니... 여러모로 굉장한 노인이다.
"어차피 가면 또 벗어야할 것이다. 옷이 그렇게 됐으니 의복도 새로 받아야할 것 아니냐?"
"그건.. 그렇지만요.."
"그냥 오거라. 그 넝마는 버려두고."
"..네."
"놈과 얘기하여 아침에는 내가 검술을, 저녁에는 녀석이 대법을 시행하기로 했다. 너 정도라면 식사는 한 끼로 충분하겠지?"
그야 그렇지. 사실 한 달에 한끼여도 지장은 없지만... 그보다 웬 대법? 잠깐, 대법이란 거 어디서.. 들어보지 않았나?
분명 고자를 만들었다는 그거..?
끼이익-
상념에 빠져있는 동안 벌써 건물의 문이 열렸다. 에서는 약로가 뭘 하고 있었는지 짙은 약향이 뿜어져나왔고, 증기가 뿜어져나오는 커다란 항아리를 달이다가 몸을 돌렸다.
"기천, 왔느.. 오오..!"
얍삽하게도 표정관리를 잘하는 검황과 달리 약로는 내 알몸을 보더니 콧김을 뿜으며 주먹을 꽉 쥐었다. 물론 내 시선을 받자마자 황급히 뒤로 물러섰지만.
"..."
"어험, 어험!! 너, 너도 왔구나. 그래."
마치 안봤고 지금 봤다는 것처럼 헛기침을 했지만 그런 주제에 눈동자는 완벽하게 내 허벅지 사이에 꽂혀있었다.
"그래, 네 놈 차례다. 어차피 벗어야할 것 같아서 이렇게 데려왔다만.. 준비는 끝났냐?"
"흠흠, 잘했다. 물론, 준비는 끝났지..."
준비..?
그제서야 방 안 전경에 눈이 갔다. 내부는 평범한 방이 아니었다. 대장간도 아닌데 건물 안에 화덕이 있고, 그 위의 거대한 항아리부터 주위에 늘어선 장침, 각종 호리병까지. 당연기 이상으로 수상해보이는 물건들이 가득하다.
"뭘 하는 건가요?"
"잠입. 그러니까 넌 간자가 된다는 사실은.. 이해했겠지?"
"..네."
"놈들의 흉내를 내는 법과, 싸우는 법은 기천이 가르쳐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대비할 것은 네가 마교에서 버텨내는 것과, 발각 됐을 때다."
버텨내는 것과 발각 됐을 때?
"그래. 우선 버티는 게 문제지. 마교에서 몸이 상하는 것은 일상이다. 놈들이 재생에 뛰어난 것도 그런 탓이지... 그러나 너는 버틸 수 없을 것이다."
딱히 버틸 수 없을 거라곤 생각 안하지만...
"그래서 네 몸을 강화할 것이다. 지금부터 이 성란유(姓蘭油)를 네 몸에 바를 것이다. 대법이 성공하면 너의 몸은 항시 성유수를 사용한 것처럼 쉽게 찢어지지도, 망가지지도 않을 것이다. "
오일처럼 끈적하면서도 투명해보이는 액체가 찰랑거리는 항아리를 두드리며 당당하게 외치는 약로. 어쩐지 이전의 기억이 떠오르는데...
"설마 또 그때처럼 장난치는 거면..."
"어,어허! 진정해라! 조, 좋은 소식도 있다! 이 대법이 끝나면 성유수에 의해 네가 겪던 불편도 사라질 것이다."
"...믿어보겠어요."
"어험, 어험, 그래야지. 그럼 여기에 올라와라."
그건 옥석 따위로 되어있는 침상이었다.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면 그릇도 아닌데, 내부가 움푹 패여있어서, 마치 길다란 액자 같았다. 물을 부으면 사각형으로 담기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녹색 침상 위에 내가 눕는 순간, 무언가가 팔다리를 강하게 붙잡았다. 이전의 천잠사 같은 끈이었는데, 침상 아래에서 나와 내 팔과 다리를 덥썩 붙잡아버렸다.
"아..?! 무, 무슨 짓을..!?"
"당황할 것 없다. 대법 도중에 네가 반항이라도 하면 곤란하니 미리 조치를 취해둔 것이다. 클클클.. 거기서 얌전히 있으면 아프지 않게 끝내주마!!"
상황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는지, 곧장 약로가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이..게.. 또!"
순간적으로 화가나서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풀리거나 뜯기려는 징조도 없었다. 힘을 제법 끌어올렸는데 끊어지지 않아?
"하하하, 이건 귀물(貴物)이다! 천잠사보다 열 배 강하다는 만잠사(萬蠶絲)로 만들어졌으니 풀어줄 때까지 기다려라!"
천잠사의 천이 그 천(千)이 아닐텐데? 하지만 튼튼한 건 확실해보인다. 적어도 검황이 보는 앞에서 끊을 수는 없을 정도. 그렇게 내 몸은 포박되어버렸고, 약로가 항아리를 옆으로 질질 끌고 왔다.
"자 그럼.. 어디 대법을 시술해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