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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화 〉잠입 훈련은 혹독하다, - 2 - (36/73)



〈 36화 〉잠입 훈련은 혹독하다, - 2 -

"....당신이 왜 또 여기서 나와!?"

"킬킬킬! 그야 본좌가 바로 약당과 만독전의 주...오오옥!! 끄어어어억! 무,무슨 짓이냐아아악!!"


나는  빌어먹을 늙은이를 보자마자, 우리가 그렇게 한가하게 통성명할 사이인 줄 아는 착각을 교정해주었다. 천류보로 달려드는 즉시 그 수염을 잡초 뽑듯 잡아당겼다.

"어젠 잘도 개 같은 짓을 해줬겠다...?!"

"어억! 이 무스.. 끄,끄윽?! 노,놓아라! 내가 누군줄.. 어억!"

"곧 수염이  뽑힐 놈이지!"


"으헉?! 이,일단 놓고 말하자! 내가 친히 진단도 해줬지 않느냐!? 끄악!? 네, 네 이년.. 은혜도 모르는 것이냐!"

"은혜는 개뿔! 그게 문제야! 자꾸 잡아뗄래?"


"자,잡아떼다니..!"

"내가 모를 줄 알아? 또 보자며, 사법에 안 걸렸으면  걸린거지. 감히.. 수작을 부려?! 영감, 정말로 죽고 싶어?"


이번 약은 정말 고생했다... 춘약이라면 없어서 못 당해보지만 이렇게 고생할 줄 알았으면 안했지! 어젯밤엔 질 안이 완전히 민감해져버린 탓에 미치는 줄 알았는데.. 생각하니 지금도.. 욱씬거리고.. 으으, 생각하니까  빡치네!!


뚜득,뜨드득,


"이 망할 영감탱이! 어쩔거냐고!"


"끄아아악! 꺽, 끊어진다아악!!! 이,일단, 놓고, 놓고옥..!"

"놓긴 뭘 놔! 생명줄 놓게 해줘!?"


약로는 다급히 내 손길에 저항해 무공을 펼쳤지만 될 턱이 없다. 팔목을 쳐내려는 손을 반대로 쳐내어 돌려주고, 도망치려는 발을 옆에서 걷어차 공중에 뜨게 만들었다.

퍼억!


"커헉!"


중심을 무너트리면 약로를 바닥에 엎어트리는 건 간단했다. 대자로 뻗은 노인은 여전히 내 손에 수염이 목줄처럼 잡힌 상태. 행여나 수염이 다 뜯어지지 않도롣 내공으로 보호하며 잡아당겼다.

"끄억, 그, 그만, 그만! 항복하마!"


"안돼. 내가  때.. 영감은 좀 맞아야 돼.  백 대만 맞으면 항복하게 해줄게."


"크,크윽, 네, 네 이년..! 내, 내가 누구인줄 알고..!"

"누구긴 누구야. 진찰한다면서 장난질하는 변태영감이잖아?"


"어,어억..! 그,그건 정당한! 진찰이란 말이다! 나, 날 놓지 않으면.."


"뭐, 변태짓 한  이야기 하려고?"

"끅.. 기.. 기천! 기처언! 보고만 있을테냐  놈! 빨리! 도와다오!"


갑자기 약로는 배경처럼 있던 건물 방향을 보며 고래고래 소리를 쳤다. 하지만 기감을 돋워도 잡히는 기색은 없다. 뭐야, 상상 속의 친구.. 그런 거야?... 나이를 먹더니 치매에 걸렸나?


"네 놈이 당하는데 내가 왜 도와줘야한단 말이냐? 끌끌끌..."


..?!


목소리의 방향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분명, 이제까지 아무런 기척도 느끼지 못했는데... 가옥 안에서 척 보기에도 음흉해보이는 약로와 달리 백발이 성성한 신선풍의 노인이 나오고 있었다.


 모습은 위화감 그 자체였다. 거대한 존재감. 왜, 저런 자를 깨닫지 못했지?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 방금까지의 흥분도 잊어버리고 등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노인의 기세는 있는 듯 없는듯 희미하다. 그래서 이상하다. 기(氣)가 저 노인의 주위에서만 느려지고 있었다. 고요한 게 아니라 고요하게 만들고 있다. 마치 태풍의 눈 처럼.

"호오..? 알아봤느냐? 눈썰미가 제법이구나..!"


"누..구야, 당신...?"

"흘흘, 궁금하더냐? 너부터 밝히는 게 어떻겠느냐?"


"수상한 인물에게 알려줄 이름따윈..."


"크하하, 크하하하하핫!!!"

"..뭐, 뭐야. 왜 웃는 거야?"


"무림맹에서 나를 수상한  취급하다니.. 살다보면 별 일이 다 있구나."

노인은 대호와 같이 흉흉한 눈빛 속에 기세를 담아서 집중해왔다. 거대한 송곳처럼 집중된 무형의 기세에 꿰뚫리면 전신이 갈기갈기 찢어질 것만 같다. 본능적으로 마주 내기를 끌어올렸다. 씰룩, 노인의 입가 야릇하게 일그러지는 게 보인다.

이런 제길! 아, 아닌 척을 해야했는데. 너무 경계해버렸다. 들켰..다. 으으... 그렇지만 경계할 수 밖에 없잖아 망할 사부 같으니..  무림에 자기 이상의 고수는 없을 거라더니.. 이 노인네만 해도 사부 수준을 넘는 걸.

"기천! 일단 제압해라!  계집.. 내 진찰  싫어하긴 커녕 즐겼다. 어쩌면 마교의 하수인인지도 모른다!"


갑자기 끼어든 약로의 외침에 기천이라 불린 노인이 점점 검집에 손을 대었다.

"그게 정말이냐? 저 변태놈의 손아귀를 좋아하다니... 여태까지 그런 여아는  적이 없었는데.. 흠, 수상하긴 하구나."

"내 손이 뭐가 어쨌다는거냐!"

"시끄럽다! 두꺼비를 튀겨다가 흙밭에 굴린 것 같은 놈아."


"이이이익!"

"아무튼 이 놈은 네가 수상하다고 하는구나."


검을 붙잡은 뒤로 느껴지는 기파는  안에 담긴 거력을 느끼게 했다. 이대로라면 천문을 개방해야할 지도 모르는데... 그럼 사부가 눈치채지 못할 리 없고, 여행도 끝인데...


"아, 아니에요!"

"아니라고?"

"저는 천검문에서 왔어요! 용세린이라하고.. 방금은  변태 늙은이가 이상한 짓을 해서 그런거에요! 누명이라구요!"

"누명이라..? 과연 그럴까? 아무리 저 두꺼비 놈이 하찮은 실력이라지만, 놈을 제압할 자가 넘치는 건 아니다. 차라리 네가 마교의 간자라는 의심이 더 합리적이겠구나... 아니 그러하냐?"

신선풍 노인의 의심의 시선이 점점 짙어진다. 너무 편한 마음으로  게 잘못이었나?

"사람을 마교도로 모시다니요? 그러는 어르신이야 말로 누구시기에..!"


"허허... 무림맹에서 나를 묻느냐? 내가 바로 검황이니라."

광오하게 자신을 밝힌 노인은 스스로를 검황이라 했다. 분명 듣기로는 무림 최고의 고수 중 한명이라고 했는데.. 그 검황이라고?

"검..황?"

"그렇다."


아니 왜, 여기에 검황이 있는데...? 그런 의문에 답해주듯 끄덕였다.


"이 놈과 조금 아는 사이라서 말이지. 그런데...?"


"저는 흑주라는 자의 안내를 받아서 왔습니다. 여기 은패도...!"


"흠, 그래 패가 있긴 하구나, 허나 나는  눈으로 본 것만 믿는다. 지금 본 것으로 너는 상당히 수상하구나... 그렇지 않다면,  정도의 실력으로 이름이  알려졌을  있겠느냐?"


촉이 왔다. 분명 여상하게 대화하는 모습은 신선에 가깝지만, 이 노인.. 틀림없는 변태다. 어떻게 눈동자가  가슴과 허벅지 사이에서 벗어난 적이 없을 수가 있어?

"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 결..백을 증명할 수 있..을지요?"

"이리오너라,  몸을 직접 확인해봐야겠다."

"네..?"


어이가 없어서 쳐다봤는데 검황은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투였다. 마치 의사가 '진맥하려고 손 달라는 데 뭔가 문제라도?'하고 묻는 투라서 나도 모르게 걸어갔다. 그 앞에 서면  모습을 위아래로 훑는 시선은 약로가 좀스러워 보일 정도로 노골적이다.


"긴장할 것 없다. 본좌는 소싯적에 마교도를 감별하는 방법을 알아내었다."

"마교도.. 감별법요?"


"그래. 마교도의 축기 방법은 자극에 민감하지. 그래서.. 배에 기를 불어넣으면 반응이 온다."

"그런... 거라면 알겠어요."


일단은  노인에 비하면 정상인  같기도하고, 검황이라니까... 괜히 적으로 만들어서 좋을 것도 없었으니 다가갔다. 검황이 그렇게 내 배에 손을 내밀었다. 배가 눌려본 적은 없는데, 탄탄한 손에 배를 움켜쥐자 자궁을 붙들린 것 같은 기묘한 기분이다.


"읏..."

"어디보자.. 내기에서 일단 사기(邪氣)는 느껴지지 않는 구나."

"그럼..."


"재촉하지 말거라. 아직 시작도 안했다."


꾸욱.

"흐익?!"


손이 배를 짓누르며 장심에서 뜨거운 기운이 뿜어졌다. 압도적인 내기가 배 안을 관통하듯이 들어왔다.  안에 스며들어온 뜨거운 기운이 몸 안 구석구석을 훑기 시작해 전신을 타고 돌아다녔다.


"호오, 상당히 좋은 몸을 하고 있구나."


아무리봐도 근골에 대한 칭찬은 아닌데, 검황의 얼굴만 보면 신선이나 다름없어서 헷갈린다. 진짜.. 확인하는 것 맞아..? 뜨거운 양기가 배 안을 헤집는데.. 내부를 채우고 있다. 열양지기가 자궁을 데워버리는 듯한..


"흐윽..!"

"이런, 기운이 강해서 힘들 수도 있겠지만 좀 참거라?"

 전체를 쓸고 지나간 강력한 열기 때문에 덥다. 내기를 일으키면 저항할 수 있겠지만.. 그랬다간, 백퍼센트 들킨다. 아니면.. 내 실력을 알면서 일부러? 시험... 하는건가? 내가 본색을 드러내는지 보려고? 사실 따지고보면 정파지만 트집을 잡고 싶어서?


만난 정파인 녀석들의 대다수가 상태가 안좋다보니 그런 의심도 든다. 으으, 이 늙은이랑은 생사를 결하는  말곤 답이 없어보이는데. 게다가 검황을 해쳤다간 배분 문제상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다.

진짜 어떻게 하지...?

꾹.

"아..?!"

"어허.. 흠.. 확실히 훌륭한 재질이다. "


말하면서 슬쩍 내 몸을 만졌다. 뭐,야, 이 늙은이 그런 거였어...? 하늘에서 선인이 내려왔나 싶은 얼굴 때문에 몰랐지만, 지금 보면 완전히.. 내 몸에만 눈이 가있다. 그리곤 허락도 받지 않고 내 몸을 만지기 시작했다. 엉덩이, 가슴..?


"저, 저기 지금..!"

"어허, 잠깐 기운을 보는 것이다.  그러느냐. 설마 가슴이나 엉덩이  만졌다고 뭐라고 하는 것이냐?"


노,노골적이야! 이 노친네.

약로가 다소 꼴사납게 변명했다는 느낌이라면 검황은 다르다. 그냥 대놓고, 아주, 완전히. '원래  그런거야' 하는 식으로 내 가슴을 주물러왔다.

"호오, 유두의 위치가 이렇게 완벽한 것은 처음이다. 마치 환골탈태를 한 것 같구나."


꾹꾹.

읏..!


손짓이 제법.. 아니 상당히.. 기술적이다. 그냥 찌르는 게 아니라 아까의 뜨거운 내기를 넣어서, 유방 내부를.. 헤집어 놓는다. 엉덩이도 마찬가지, 쓰다듬는 척 은근하게.. 그 끄트머리를 음부를 쓸어대고 있다. 이상한 기운 때문에.. 이러다간, 절정한다. 검황의 앞에서 절정해버리기라도 하면..


"그, 그만.. 어르신. 뭐, 뭐하시는 거에요..!"


"어허,  그러느냐. 내가  보지라도 만졌느냐? 엄연히 무인에게 있어서 가슴과 엉덩이는 신체 골격을 확인하기 위해 만져볼 필요가 있다. 너도 무인이라면 다음의 경지로 올라가고 싶을 것 아니냐?"

"..저, 저는 딱히 가르침을 구한 적은...!"

"훌륭하다. 지금 살펴보니 아주 훌륭한 몸을 가지고 있구나!"

가슴을 움켜쥐면서 하는 말이 이렇게 당당해도 되는 거야?


"그러니... 너, 내 제자가 되라."

예? 뭐라고요?

검황의 갑작스런 제자선언에 황당한 건 나 만이 아니었는지 약로가 소리를 질렀다.

"이 미친 늙은이 놈! 아직도 그 버릇을 못고친거냐. 무슨 늘그막에 제자냐. 예쁜 계집애를 만지고 싶은 거겠지!"


"허, 나를  같은 쓰레기로 보는 거냐?  어디까지나 훌륭한 재질을 가진 아이가 더 성장하게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그런 거다."


"퍽이나!  호색한 놈이 또 위선을..!"

"뭐라고?! 이 더러운 두꺼비 놈이, 감히!"


둘은 죽일 듯이 노려봤다가 갑자기 말을 하지 않았다. 아무리봐도 말을 안하는 것은 아니었고, 서로 표정이 바뀌면서 눈짓이 오가는 걸 보니. 전음으로 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혹시나 훔쳐들을 수 있을까 했는데, 수준을 억누른 상태에선 역시 안되나. 잠시 뒤 둘은 언제 그랬냐는 듯, 물러서더니 검황이 인자한 표정으로 내게 손을 내밀었다.


"흠흠, 천검문의 용세린이라고 하였느냐?"

"네..."


"그래, 너는 결백한 게 틀림없구나."

"오..오해가 풀렸다면.. 다행..이네요..."


몸은 아니지만. 벌써 애액이 무복 아래로 흐르고 있다. 무복이 치마형태로 되어서 다행이었다.

"마교 잠입 같이 위험한 건 그만두고  제자가 될 생각은 없느냐? 이건 진심이다."


"이 놈 무슨 짓을 하려는.. 끅..!"


검황의 제안에 반발하고 나선 약로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길길이 날뛰려는 것 같은데 무형의 힘에 눌린 것처럼 억눌린 표정이었다.


"혹시 맹주 놈이 뭐라 했다고 해도 내가 무마해줄 수 있다. 저 놈도 마찬가지다. 어떠하냐? 너는 최고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


"..호의는 감사하지만 괜찮아요."


그런 훌륭한 곳을 알아버린 이상 안   없잖아? 그런 마음을 꾹꾹 채워담은 내 대답에 설마 거절당할 줄은 몰랐는지 검황이 침음성을 흘렸다. 그 대신 낄낄거리며 앞으로 튀어나온 것은 약로였다. 특유의 야비해보이는 얼굴을 십 이성 대성으로 활용해서 뽐내며 말했다.


"그래! 그래야지! 아암! 크하하! 일에 순리가 있는 법이다! 이놈아! 그래서.. 본론이다. 잠입 훈련에 온 것을 환영한다! 본좌가 오늘부터 네게 잠입을 위해 필요한 것을 가르칠 것이다!"

이 변태 늙은이가 맹에서 방귀좀 뀐다는 건 알겠다. 그런데  의원이 잠입 훈련을 담당하는 거야?


"흠, 아마,   내가 담당하는 지 이상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궁금하긴 한데..

"그 전에 아까하던 것부터 계속..."


"뭐,뭣?! 기, 기다려라! 내가 말했잖느냐! 너를 가르칠 교관이라고! 저번의 그것은 어디까지나 진료행위고 약이 아니냐! 오해하지마라! 너는 별 것 아닌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마교에 잠입하는 것은 대단히 힘드니 나 같은 약과 독에 능한 이가 가르쳐줘야한다! 아, 들었으면 좀 물러서라! 내가 교관이라니까?!"

말하면서도 떳떳치 못했는지 내가 한 발자국씩 다가갈 때마다 검황의 뒤로 숨으려는 게 보였는데 의외로 검황은 그걸 거부하는 기색이 없었다. 도리어 당당한 표정으로 다시 다가왔다.


"그리고.. 내가 너에게 무술을 가르쳐줄 것이다!"


"네? 제자가 되라는 말씀은 분명 거절..."

"어허! 너의 스승이 되겠다는 게 아니다. 맹주의 명을 받아 잠입하기로 했으면.. 자기 임무를 수행하려는 노력이 있어야지 않겠느냐? 그러니 내 친히 기특한 후배에게 무공을 지도해주는 것이지."


아, 네...


"안 그러냐 변가놈아?"


"..그,그래.  놈 말대로다."

아무래도 둘이 통하는 게 있었는지 껄끄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약로가 끄덕였다.

...아무리봐도 두 늙은이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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