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화 〉잠입 훈련은 혹독하다, - 1 -
황록색은 흥분해 있었다. 맹주가 된 이래 이처럼 흥분한 적이 없었다. 보고를 듣던 황록색은 하마터면 부하를 내려칠 뻔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다고..?"
"그,그것이.. 실패했습니다. 용세린이라는 계집이 이무기를 풀어주었다고 했습니다!"
"뭣이?! 풀어줘?!!"
이무기의 영단은 엄청난 것이었다. 천년설삼이니 인형산삼이니 하는 것들이 명함도 내밀지 못할만큼 강력한 힘의 정수. 그것만 있으면 자신이 무림지존이 되는 것도 꿈은 아니었다. 그것을 손에 넣었을 때의 계획들이 모조리 물거품이 됐다.
"죄,죄송합니다!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빌어먹을...'
"그럼, 배교 교주는?"
"이무기가 부재한 사실을 모르고 대법을 시전한채 이무기를 찾다가 터져 죽었다고..."
"허......"
어이가 없었다. 첫 번째건 화가 났다면 지금은 황당했다. 배교주는 어떤 형태로든 살아있어만 했다. 그래야만 열 명이나 되는 장로들로 나뉜 와중에 자신의 명령에 일사불란하게 따르는 무림맹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강력한 외적이 없다면?
꾸드드득.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당장 그 계집을 찢어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정파라는 가면을 쓰고 있어 그럴 수도 없다.
"그럼.. 배교의 본진 자체는 소탕이 된 것이겠지?"
"네. 그 점은 완벽합니다.."
"완벽한데, 뭔가 문제가 있나?"
"그.. 동행한 소림의 불광과 용세린이 친분이 있어.. 아무래도 그 계집의 이름이 거론될 수 있을 듯 싶습니다..."
쾅!
결국 황록색이 옥좌의 손받침대를 후려쳤다. 단단하다는 자단목이 과자마냥 깨졌다. 황록색은 이를 악물고 몸을 떨었다. 도대체가 제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만일 저대로의 내용이 보고된다면 배교를 소탕했다는 공적조차도 애매하게 된다.
거기다 구파의 잡놈들이 그녀를 회유해서 휘두르기라도 하면, 배교 소탕을 위해 미리 준비해서 해놓은 일이고, 맹주는 한 발 늦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것 아닌가?
"크으으.."
계획은 모조리 박살났고 이득도 없는 일에 자신의 친위대만 밀어넣은 꼴이 되었다. 용세린, 용세린.. 입가에서 그 이름이 짓씹어졌다. 그 망할 계집을 씹어먹어도 성이 풀리지 않을 듯 했다.
"용세린이란 계집을 당장 내 눈 앞에 불러와라."
.....
"하아, 하아.. 하아... 으,으으읏.... 썅.."
빌어먹을. 결국 잠을 설쳤다. 침대에 누운 이래로 수음을 몇 번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침까지 했으니 잠을 잤다고나 할 수 있을까.
"..용서 못해... 크으으..!"
그 망할 늙은이.. 만나면 패줘야 속이 풀릴 것 같다. 솔직히 사부가 띄워줄 때는 만독불침은 못되도 그 비슷한 것은 되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거라고 자부했었는데.. 개뿔이.
'후우...'
그래도 제어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기막을 만들어 배 안 쪽을 차단해버리면 된다. 떨림을 완벽히 제거하면 된다. 그렇지만, 하루 열두시진 모두를 그렇게 하고 있어야한다는 의미이므로 해법은 아니다.
"하아, 하아..."
특히나 수면을 취하거나 소변을 볼 때라면 더 더욱.
"하,아..으,으흐으으으으읏...!!"
푸우우웃...!
설마 순수하게 소변을 누면서 절정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진짜 이 영감 다시 만나면 머리를 잡고 벽에 박아서 곱게 빻아버릴거야. 다짐하면서 식사를 하러 나서는데..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드디어.. 일어나셨군요. 용소저."
"아.. 안녕하세요?"
구환이 몸을 일으키며 인사했다. 지금이 식사시간도 아닌데 탁자에서 기다릴 이유가 있나..?
"혹시 절 기다리고 계셨나요?"
"휴우... 그렇습니다."
어째서? 갸웃하는 나를 보고 구환이 쑥쓰럽게 웃었다.
"으흠.. 너무 수상해하지 마십시오. 다름이 아니라.. 맹주님께서 부르십니다."
"네? 맹주님이요?"
"네. 그래도 식사는 하셔야할테니, 일단 점심이라도 드시고 가시죠."
"아, 뭐... 네."
설마 맹주가 직접 부를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별 일이 다 있다. 오향장육이니, 어향육사니 하는 것들을 먹고 나면 구환이 앞장섰다.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 양 손바닥을 보이며 미소지었다.
"하하.. 너무 긴장하실 것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용소저의 공로를 치하하기 위한 일이니까요."
"아. 네.."
글쎄, 과연 그럴까 싶긴하지만, 별로 아무래도 좋다. 상대가 누구든 여차하면 한 몸 빼낼 자신 정돈 있으니까.. 물론 그 전에 약로인지 약쟁인지 하는 늙은이는 조금 교육을 해줘야할 것 같고.
"읏..!"
"..?"
"으,음.. 아니에요."
다행히 구환이 눈만 깜빡이고 고개를 돌았지만, 그 와중에도 허벅지 사이가 화끈거린다. 막는다고 막았는데... 걸으면 자극이 그대로 일어났다. 대체 왜 이 세상의 속곳은 걸을 대마다 음부와 마찰을 일으키는 거야.
스륵.
젖었다. 내 가랑이 사이는 젖어있는 터라 걸을 때마다 쓸리는 느낌이 선명했다.
"후우, 후읍..."
"용소저, 괜찮으신가요?"
"아? 아?? 무,물론이죠. 괜찮..아요. 어서 가요!"
"으,음. 네.."
내 목소리에 수긍하고 가는 것 같지만.. 티라도 안나게 하지, 구환은 앞으로 가면서도 방향을 틀 때마다 힐끔힐끔 나를 쳐다봤다. 제 딴에는 안들킨다고 생각하겠지만 다 보인다.
어쩌면 그렇게 쳐다봐야할만큼 내 표정 상태가 심각한 걸지도 모른다. 실제로, 아까 이후로 자꾸만 뜨거워서.. 무림맹 한복판이고 뭐고 자위하고 싶어서 미칠 것 같다.
'으,아앙, 나의 진짜 모습을 봐줘요!..' 같은 짓을 했다간 내 명성이 박살나는 정도로 끝나지 않겠지...?
"하아..."
여러모로 정파는 피곤하다. 그렇다고 사파가 될 생각은 없지만.
"정말 괜찮으신 게 맞습니까? 아니면 가는 길에 약당을.."
"됐으니까! 어서 가요!"
"아, 예..."
다시 구환을 따라가는 길에 훈련장과 숙소가 보였다. 성이나 다름없는 곳이니 어쩌면 당연했지만 널찍한 훈련장 옆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숙소 역시 정규군을 연상시킬 정도로 많았다.
역시 넓긴 넓네.
하여간 땅 덩어리가 크긴 크다...
훈련장을 지나고서도 연무장, 무림맹에 속한 각종 전각들과 건물들이 한참을 이어졌다. 육당이니, 무슨 조니, 어디 부대니 하면서 구환이 설명을 했지만 귀에는 하나도 안들어왔다.
으으.. 제발 좀 빨리..
상시 소변이 마려운 듯한 이 불쾌감, 하지만 걸을 때마다 배 안의 기막이 흔들려 배 안을 간질인다. 전류처럼 흐르는 쾌락에 벌써 하반신이 젖었다. 자칫 무림맹주 앞에서 절정해버리기라도 하면 최악인데...
민감해져버린 게 싫은 건 아니지만, 통제할 수 없는 걸 원한 건 아니란 말이야.
"끄으응..."
"세린.. 소저?"
"네,..네?"
"표정이, 많이 안좋으십니다만.. 무슨 일이라도?"
"아.. 아!.. 네? 그게.. 뭐, 그 날이거든요. 그래서 좀 안 좋네요."
"예에에?... 그,그렇군요."
구환은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돌렸다. 꼬시려는 패기는 어디에 갔나 몰라? 마침내 구중궁궐 같던 무림맹의 가장 심처. 사람 키의 세배는 되어보이는 정면에 거대한 기둥이 여덟개나 떠받치고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도착.. 했습니다."
구환은 내게 말한 게 아니었다. 상급자로 보이는 이가 있었고, 그가 끄덕이더니 따라오라는 듯 눈짓을 했다. 구환은 더는 올 수 없는지 방치되었고, 검은 무복의 남자를 따라갔다.
궁궐 같던 외관을 보고 혹시나 했는데 그 안에는 실제로 옥좌라고 해도 좋을 자리가 있었다. 방 안의 가장 높은 곳. 계단을 밟고 올라가야할 권좌에 앉아있는 오만한 표정의 중년인이 자신을 소개했다.
"무림맹주를 맡은 황록색이라 하네."
"아, 안녕하세요. 용세린입니다."
"그래, 이번 기회에는 무림을 위해 큰 힘을 써주었네. 감사를 표하네."
"아, 아뇨. 당연한 일인 걸요."
"듣던대로 협의지심이 깊구만... 혹여... 사문이.. 천검문(千劍門)이 맞는가?"
나를 위에서 아래로 쓸어보듯이 내려다보는 눈빛. 무척 여상한 말투로 묻고 있지만 그 눈빛은 이 쪽을 알아내려고 필사적이다. 뭐 열심히 쳐다봐라. 알아봐지나.
"아, 아뇨, 천검문(天劍門)이라 하는데요..."
"아, 그랬나? 내 실례했네. 나이가 들면 눈도 귀도 시원찮아져서."
"아하하..."
"멀리서도 소저의 활약은 들었다네. 배교의 악행을 전해듣고 단신으로 잠입해 들어가 그들을 무너트리는 데 큰 공을 세웠다고."
"아.. 뭐. 그렇게 대단할 거 까진..."
잠깐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던 황록색은 곧장 굳은 얼굴로 주억거렸다.
"그래, 소저의 활약에는 감사하네만.. 그로인해 우리 쪽의 계획이 많이 틀어졌어. 계획한 것보다 사상자도 나오고 말이야."
"아.. 네..."
"의기는 좋았으나, 공조가 아쉬웠다고 할까..?"
"...."
"본래라면 맹의 중대사에 피해를 입힌 이에게는 배상을 청구해야할지도 모르는 일이네만.."
"배상..이요?
말하는 꼴을 보니 완전히 내 책임이라는 투다. 하 참, 이렇게 책임을 나한테 떠넘기려고? 아니 무슨 내가 나쁜 일 한 것도 아니고 배교를 쳤는데, 그것까지 신경써가면서 해야하나?
내 표정이 실시간으로 안 좋아지고 있는 걸 감상하듯 바라보던 황록색의 곁으로 시종 같은 남자가 다가와 쪽지를 건넸는데.. 그것을 보던 황록색이 갑자기 사람 좋은 척 미소를 지었다.
"으흐음..! 그래도 정의감 넘치는 여협이 몸을 아끼지 않고 사마의 토벌에 힘을 보탰는데, 내 어찌 사소한 손실을 두고 책할 수 있겠는가?"
황록색은 갑자기 빠르게 태세를 전환하여 고개를 살짝 낮추며 말을 이었다.
"다만... 이왕 도와준 것, 한 번 더 무림을 위해 헌신해줄 수는 없겠는가?"
"네?"
"예전부터 적합한 후보를 찾고 있었네만, 소저만한 사람이 없어서 말일세. 협조해준다면 내 친히 천검문을 무림맹에 추천하겠네."
음.. 그건 절대 매력적인 제안이 아닌데.
"높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저는 그럴 능력이 없어서... 다른 분을 알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니아니, 겸손하지 않아도 좋네. 아직 명성이 높지 않으면서 훌륭한 실력을 가진 인재가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네."
실력? 아, 그러고보니 지금의 기세는 딱 그랬다. 특히나 약로의 수작질에 당해 내부에 기막을 치느라 기세가 드러나고 있었다.
"거기에 배교에 스스로 소저 정도의 굉장한 담력과 정의감.. 아무리 생각해도 용소저만한 인재가 없다네."
"그런가..요?"
"그래, 더불어서 사문인 천검문에도 득이 되는 일이 아니겠는가?"
"아뇨.. 저희는 그저 산골의 작은 문파라. 무림맹의 이름을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아, 그러고보면 자네의 사부께서 여기 계시지 않는 상태였지. 혹여 그 부분이 불편한 것이라면 포상은 다른 것으로도 괜찮다네. 무림을 위해 노력하는 협의지사에게 무얼 아끼겠는가?"
분위기상 내가 다 넘어왔다고 생각하는지 껄껄껄 웃으면서 끄덕였다. 그 조악한 미소 안에 숨겨진 야비한 눈빛을 숨긴 채.
"그럼 제가 할 일은..?"
"마교에 잠입해주게."
잠입?
"그건.."
마교... 청해성 너머의 신강에 있다고 기억한다. 근데 신강이라는 게 정말 말이 좋아 신강이지 더럽게 멀다. 진짜 진짜 진짜. 깜짝 놀랄만큼 멀다. 게다가 그렇게 동떨어진 만큼 불편한 것도 많고. 그런 곳을 누가 사서 가?
라고 말했겠지만. 구환에게 들은 나는 그 이름을 알고 있다. 그 곳에서 행해지는 일들도 알고 있다... 그래, 다음역은..
"으흠. 그래... 소저가 심각해지는 것도 이해하네. 제 아무리 배교를 무너트린데 일조한 여협이라한들 마교는 가벼운 이름이 아니지. 원체 특이한 곳이다보니 침투는 커녕 접근조차도 어려운 실정일세..."
그야 그렇겠지, 약한 여자면 벗겨다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고, 남자면 맞아죽을지도 모르는 곳에 첩자가 어떻게 들어갈까. 황록색은 계책을 꾸미는 주제에 진중하게 털어놓는 척 말을 이었다.
"이런 자리이니 숨기지 않겠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고수가 아니라 간자일세. 소저처럼 배교에도 침투해본 적이 있는 실력있는 간자 말일세."
"간자..요?"
그러니까... 잠입하다가 걸려서 이런 저런 심한 짓을 밤낮으로 당하는 직업이던가? 황록색이 내 생각에 확신을 더해주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무림의 여협에게 할 부탁은 아니네만 협의지심과 재색, 그리고 담력을 겸비한 이가 흔치 않다네. 위험한 부탁이란 건 알고 있네. 혹여나 간자라는 게 밝혀지면.. 마교놈들의 고문은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기괴하고 악랄하다고 하니 여인의 몸으로는 그 이상 위험할 수 없겠지. 그렇기에..."
"하겠어요."
"바라는 범위 내에서라면 최대한의 지원을... 으,음? 하겠는가?"
"네."
"하겠다고?"
"네."
"정말로?"
"..하지 말까요?"
'아, 아니! 그런 뜻은 아니고.. 너무 쉽게 승락해주어서..."
나는 하산하기 직전처럼 결연함으로 가득차다 못해 넘칠 것 같은 표정을 지어주었다. 절대로 절대로 심문이라던가, 고문 같은 거 받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무림의 안녕을 위해서라면, 이 한 몸 아깝지 않아요."
"허허허허! 하,하하하! 방금 전까지 보상 따위를 생각하던 이 늙은이가 천박스럽게 느껴지는군! 용소저라고 했던가? 소저야말로 의기천추라는 말에 맞는 여협일세! 내 천검문이라는 곳이 어떤지는 잘 모르나 분명 훌륭한 곳일터..."
"과찬이세요. 그러나 사문에 대한 말씀은 감사히 듣겠어요."
자, 보고 계신가요 사부님? 아 못보죠 참? 아무튼 전 무림맹주에게 칭찬받았어요. 이렇게 천검문의 명성을 드높이고 있는데... 그런 저를 못믿어서 삼 년이나 더 붙잡아두다니! 아무튼 저의 활약을 하늘에서 지켜봐주세요.
"그럼, 보상은..."
"괜찮습니다. 무림의 안녕을 위한 거니까요."
아무리봐도 음흉하기 그지 없는 얼굴을 짓는 놈한테 받아봤자 탈만 날 것 같다. 단약에 고를 심어서 준다던가.. 거기에 돈이라면 우리 짭룡이가 질리도록 줬으니까. 그런 마음을 쏙 숨긴 채. 정숙한 표정으로 말해주니 눈가에 이채가 떠오른다.
"흐음.. 그렇다고 해도 무림맹주로서 아무것도 내리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 이 은패를 받게나."
"이것은..?"
은(恩). 이라고 적혀있는 동그란 패였다.
"이 패가 있다면 어디에서나 무림맹은 그대에게 협조할 것이네. 또 이 패를 제출한 문파는 가입절차 없이 무림맹에 입맹할 수 있다네."
음.. 과연.
"그럼 저는 언제쯤 출발 준비를.."
"당분간은 아닐세, 모든지 준비가 필요한 법이지."
준비?
황록색이 오른손을 잠깐 들어올렸는데 일종의 수신호였는지 아까 나를 데리고 온 흑의 무복의 남자가 다가왔다.
"너는 용소저를 안내해주거라."
"존명(尊命)."
"..?"
"흑주를 따라가면 되네. 잘 부탁하네."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무림맹의 내전을 지나 더욱 내부로 안내되었다. 내실 뒤에 또 내실이 있다는 건 이상하긴 한데 뭐.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준비' 쪽일까? 그대로 나를 안내한 것은 구환이 아닌 검은 무복에, 얼굴마저 복면을 써서 가린 상대였다. 가는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더니 통로 밖에서 건물을 가리켰다.
"저 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아, 네..."
..잠입 준비라면 은잠술 따위를 배우는 걸까? 통로 안으로 들어가자 전혀 다른 공간이 보였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는 어쩐지 낯익은 노인이 있었다.
"흘흘흘, 내가 말했지 않느냐? 또 보게될 것이라고...."
야비한 표정을 짓는 노인은 틀림없이 약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