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화 〉어쩐지 그 소녀는 음란한 것 같다, - 2 -
부스럭.
아주 조금이지만 내 돌발 행동에 반응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그리고 나는 계획했던 대로 그 쪽 방향으로 소리쳤다.
"어느 분이신가요? 나와서 정체를 드러내세요!"
"...!"
상대의 뜨악한 반응이 여기까지 느껴진다. 그러게 누가 훔쳐보래? 내가 정확히 그 쪽 방향을 보자 대경해서 몸을 숨겼다.
"..착각이었나."
내 중얼거림에 안도하는 게 다 보인다. 나는 일부러 뒤돌아서 가는 척, 지풍을 날렸다.
치잉!
"합..!"
불의의 일격에 숨어있던 자가 검으로 지풍을 튕겨냈다. 짧은 흔들림 속에서 삿갓 속의 얼굴이 드러났다. 저 얼굴, 어디서 본 기억이 있는데...
"..당신은..."
아! 그래. 무림대회에서였다. 음...
"제 가슴을 노린 사람..!"
"커헉!"
상대는 각혈이라도 하는 듯이 기침을 하며 부들부들 떨었다. 주화입마에 빠지기 직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
"...!?! 억울하오! 그것은 어디까지나 실..!"
"긴가민가했는데, 그 분이 맞군요."
"윽..!?"
자신이 그가 맞다는 걸 자인한 꼴이니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내가 화.."
"섬전색마!"
"...색마가 아니란 말이오!!
"거짓말 마세요. 숨어서 남의 가슴을 훔쳐보는 자가 색마가 아니라면 뭐란 말이죠?"
내 반론에 화무경은 죽을상이 되었다. 뭐, 실제론 내가 보이게 한거지만 정정당당한 승부의 세계에서 진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잖아? 자, 날조로 승부하자.
"오.. 오해요. 본인은 잠깐 확인할 것이 있어.."
"제 가슴을요? 아니, 아직 보시지 못한 걸로 봐선... 설마."
내가 두 가슴을 감싸며 물러나자 화무경이 황급히 소리쳤다.
"그, 그것이 아니오..! 아니래도!"
"..정말요?"
눈가를 좁혀주면 화무경은 질식할 듯한 표정이 됐다.
"진짜요... 끄흑"
"..좋아요. 믿어드릴게요."
"고.. 고맙소."
"그럼, 솔직한 이유를 말해주세요."
"사실.. 본인이 궁금했던 것은 소저가 .. 그... 용세린 소저가 맞는지 였소."
화무경은 구구절절한 사연을 풀기 시작했다. 졸려서 잠이 올 것 같았지만.. 어쩔 수없이 다 들었다. 듣다보니 좀 미안하긴 하다. 문파 설립은 고사하고 준비해놨던 것들도 취소하느라 위약금에, 섬전(閃電)의 섬 자만 나와도 색마를 떠올리니... 인생이 망해버렸잖아...
".으음..."
"그렇게 된 것이오."
"..아.. 음... 죄,죄송해요. 설마 그럴 줄은 몰랐어요."
"아니오.. 본인의 미약한 검술이 잘못된 거 아니겟소."
딱히, 이러려고 한 건 아닌데. 그럼 하는 수 없지.
"..몸으로 갚을게요."
"그렇구료. 몸으로.....? 바, 방금 뭐, 뭐라고 했소. 소저?!"
......
나와 화무경은 한 건물로 향하고 있었다. 순수하게 화무경에게 한 일이 미안하다는 마음에서는 아니었다. 사리사욕을 위해서랄까...? 당연하게도 내가 당연기에게서 들은 사파나 흑도 무리는 하나가 아니었다.
적당히, 잠입 같은 거. 해보고 싶었는데 잘 됐네.
뭔가 고민이 하나 덜어진 느낌이다.
적당히 져버린 다음에 범해지고, 이긴다- 는 구조는 괜찮아 보이지만 사실 괜찮지 않다. 결국엔 누구누구를 이길 수 있을 만큼의 고수. 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그렇게 되면..? 실수로 지고 보니 나보다 한-참 하수로 평가받으면... 수상하게 여겨질 수 밖에 없으니까.
응,응.. 그건 피해야 돼.
"그런 계획을... 제안하다니... 대체 무슨 생각이오. 용소저?"
내게 말을 건 상대는 얘기를 나눈 끝에, '명예를 되찾도록 도와주겠다-'는 나의 계획에 합류한 화무경이었다.
"..이게 최선의 방법이에요. 놈들이 비무장이 되는 순간은 그 때 밖에 없다는 걸 아시잖아요?"
"허나..."
"제 몸 따윈 중요하지 않아요. 이 몸을 바쳐 악을 없앨 수 있다면..."
"그러고보니.. 소저의 성(姓)은... 끄흐음.. 더는, 묻지, 않겠소."
뭔가를 떠올렸는지 화무경은 날 안쓰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스스로 납득해버렸다. 이게 컨셉의 중요함이라는 걸까? 윤간 당할 계획을 말했음에도 '사마외도에 대해 각오를 다진 소녀'라는 느낌이 되었잖아.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려는 걸 숨기고 우리는 건물 앞에 섰다. 그럼....
"..시작할게요. 잘 하셔야 돼요?"
"무탈하길 빌겠소."
우리는 암흑문(暗黑門)이라는 현판이 걸린 건물을 향해 들어갔다. 사실 말만 문파지 실상은 암흑파다. 그런데 인신매매와 고리대금으로 귀주의 밤거리를 장악했다는 곳 치곤 꽤 번듯하다.
"누구요?"
오자마자 험상궃은 남자가 물었다.
"진상을 드리러왔소."
양 손이 뒤로 결박된 내가, 아혈이 묶인 흉내를 내며 몸을 흔들었지만 화무경이 억세게 내 팔을 붙잡았다. 손목이 아파올 정도로 손이 억셌다.
"가만히 있어라."
"..호오오오.. 이, 이 정도의 미색이라니... 상.. 아니, 특상(特上)..!"
문지기의 사내는 고개를 들이밀더니 나를 요모조모 뜯어보며 입을 벌렸다. 추자명의 사건도 있고 해서.. 일부러 머리를 묶고, 복장도 좀 바꿨다. 다행히 못 알아보는 것 같네.
"크으.. 이 계집, 나한테 줄 수는 없겠소?"
"그럴 수는 없소."
"어허! 이렇게 문지기를 하고 있지만 이래봬도 내가 꽤.. 지위가.."
"일 없소. 세 분을 뵈러 왔으니 전갈을 넣어주시오."
"..끙, 알겠소이다."
문지기 사내는 입맛을 다시며 안 쪽으로 들어갔다. 순조롭다. 계획은 크게 변한 게 없었다. 내가 '진상품'으로서 보내진다. 그렇게 '사업'을 제안하는 척, 인신매매를 일삼는 놈들의 비밀 정보를 캐내고, 마지막엔 놈들을 제거한다- 는 게 골자.
그렇게 해서 화무경에게 씌워진 색마라는 오명이 사실은 '연출된 것'.. 같은 결론을 이끌어 내고, 칭송을 받게 하는 게 계획이지만, 난 즐겁기만 하면 되니까.
그래서 선택한 녀석들이기도 하고.
사실 암흑파를 선택한 이유는 다름 아닌 놈들의 성벽이었다.
윤간(輪姦).
암흑파는 독특하게도 수장이 세 명이었는데, 흑도 주제에 모두가 절정고수인데다가 형제애도 끈끈했다. 그렇게 붙어다니는 놈들은 성교를 할 때에도 꼭 세 놈이 같이한다.
뭐, 마진철 때문에.. 새로운 것에 눈 뜨게(?) 되었달까. 아직도 조금, 배가 욱씬거린다.
자 그럼, 이제.. 놈들의 성벽을 이용할 시간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지기가 돌아왔고, 교대를 할 이가 문 앞에 섰고 그가 우리를 이끌었다. 난 그 와중에도 '잡혀왔다'는 설정을 살리기 위해서 나는 계속 몸부림을 쳤다.
"끅..끅..!"
"가만히 있어라."
"하하.. 계집의 반항이 상당하구려?"
"혈도를 제압해놓았으니. 걱정하시지 않아도 좋소."
"흐으음.. 내가 조금, 손 봐줄 수도 있소만.."
문지기는 고개를 이리 저리 기울인 채, 자꾸만 내 몸을 힐끔힐끔 바라보면서 입맛을 다시다가 말았다. 제 아무리 간이 배밖으로 나왔어도 두목에게 진상할 것을 건드리긴 어려운 거겠지.
"그럼. 잠깐 기다리시오."
건물 내부를 안내하던 문지기가 방 안으로 들어갔다가 나왔다. 이야기가 끝났는지 들어가라고 했고... 붉은 수실과 도자기 따위로 장식된 방 안으로 들어가면 희끄무레한 머리털을 가진 중년인이 우리를 마중했다.
"사업에 대한 얘기를 하러 오셨다고 들었소. 본인은 암흑문의 총관 하무외요"
"..무경이라 하오"
"자 그럼... 잠깐, 상품을, 확인해도 괜찮겠소? 큰 사업일 수록.. 상품의 질이 중요한지라."
씨익, 이를 드러내면서 날 보는 하무외의 눈빛에는 음심이 가득하다. 화무경은 그 시선을 껄끄럽게 보고 있다. 이 멍청이가.
퍽
내가 반항하는 척 그 옆구리를 치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가만히 있으라고 했을텐데."
꽈악. 다시 억세게 나를 짓누른다. 그러면서 감사의 눈인사를 보내곤 끄덕였다.
"..좋소. 확인하시오."
"그럼 사양않고.."
하무경은 내 얼굴을 먼저 살펴보았다.
"호오.."
얼굴을 슬쩍 보던 총관은 내 볼을 잡아당겨 입 안을 벌려보거나, 옷 섶을 열어 가슴을 드러나게 했다. 아, 아, 연기. 상의를 벌리지 못하도록 몸을 돌리려 했지만, 총관이 날 붙잡았다.
"싱싱한 게 아주 좋구려. 어디서 구했소?"
"사업 비밀이오."
"..흐흐, 그러시겠지."
손이 젖가슴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곤 아주 느릿하면서도 차분하게, 음미하듯 젖봉우리를 움켜쥐었다가 펴기를 반복했는데, 유두에 손바닥을 부비다가 기어이 손가락을 집게 처럼 만들고 잡아당겼다.
꼬옥
"...!.."
"오, 이런 복숭아빛이 감도는 젖꼭지라니. 근래 보기 힘든 물건이구려."
유두를 잡아당겼다 놓았다. 하면서 만지작거리는 표정은 무척이나 노골적이라서 일부러 시간을 끌고 있는 게 보였다.
"흐흠.. 감촉도 좋고, 완벽하군."
젖가슴을 조물딱거리던 총관은 입을 벌리며 더 못 참겟다는 듯, 몸을 낮춰 내 하의로 향했다. 그 꼴을 보며 내 양 팔을 붙잡고 있는 화무경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와 달리 총관은 서슴없이 내 치마를 들추었다.
"..호오?! 입지 않았군. 벗긴 것이오?"
눈이 마주친 화무경이 '어찌된 일이냐'는 식으로 쳐다봤지만, 그게.. 마진철에게 찢겨진 뒤로 굳이 없어도 괜찮다보니.. 안 입었..네요?
"...으흠, 제압할 때 반항이 거친지라."
"사용은 한 거요?"
"..나는.. 사용하지 않았소."
"보면 알겠지."
그렇게 말하곤 내 가랑이 사이로 고개를 처박았다. 후욱, 숨결이 느껴진다. 곧장 총관이 내 다리를 어깨 너비 이상으로 벌리게 만든 뒤, 가랑이를 향해 뜨거운 숨을 뿜어내며, 손가락으로 음순을 벌렸다.
"..흐으..."
할짝
"..!"
"맛이 괜찮군... 사람의 몸 같지 않구려. 어디서 구한 거요?"
"..말할 수 없다고 했지 않소. 그보다 좀 길어지지 않는가?"
"이런.. 평가는 구체적으로 하는 게 좋소. 상품의 가치가 높게 책정되어야.. 거래에 유리한 것도 알텐데?"
"..그럼 기다리..지."
"크클, 현명한 판단이오."
내 보지를 핥았던 총관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또 혀를 내밀어 음부를 핥았다. 그것도 잠시.. 손가락을 스윽, 밀어넣었다.
꾸욱.
"..처녀는 아니군. 아니, 처녀..인가? 이런 조임이라면.."
질 안 쪽은 살짝, 젖어있었다. 다행이다. 총관 녀석이 핥아줘서.. 아니었으면 조금 부끄러울 뻔했다. 손가락을 찔걱이던 총관은 질 내의 조임을 확인하듯이, 꾹꾹 질 안을 눌러댔다. 그 때마다 배가 요동쳐서.. 자세가 틀어질 뻔했다.
"..흐흐. 반응도 좋고, 부끄러운 게냐?"
아, 아니.. 거기 좋아서 그래..
"후후.. 조만간 좋아하게 될 것이다. 네 년이 평생 할 일이 될테니."
총관은 삽입하지 못하는 욕구를 채우려는 듯, 거기서 끝나지 않고 내 질을 몇 차례고 쑤셔대더니.. 무복 치마 밖으로 고개를 들었다.
"잠깐, 자세를 바꿔주시겠소?"
화무경이 앞에서 날 붙잡게 하곤 총관이 내 뒤로 향했다. 엉덩이에 고개를 처박은건 당연지사.. 인데, 거, 거기도? 핥는거야?!
할짝.. 날름, 날름거리는 혀가 그 주위를 둥글게 핥아온다. 기, 기분이 이상하다. 앞 쪽이야 맨날 그래졌으니까 익숙하지만.. 거긴...!
"흐..웁..!.."
"이런, 이런, 아혈이 풀리려는 것 같소만"
"잡은지 시간이 꽤 흘렀으니.. 다시 점혈하면 되겠소?"
"아니오. 신음 소리도.. 듣기 좋구려. 큭큭.."
....
"흐아.. 흐아...끄.. 으.."
잠시 뒤 나는, 앞 뒤로 애액을 흘리며 늘어져버렸다. 설마.. 엉덩이로.. 그렇게.. 가버릴 줄 몰랐어.... 총관이 치마 밑에 고개를 처박아서 다행이었지.. 아니면 신음을 참는 걸 들킬 뻔했다. 그걸 보는 화무경은 어쩐지 미안한 표정이고... 안 미안해도 되는데.... 아,
화무경의 바지춤이 살짝... 섰다. 그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는 안 봐도 뻔하지.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민망한 지 고개를 돌렸다.
"..평가는, 끝난 것이오?"
"본인은 특상품이라 간언드리겠으나... 세 분께서 어떠실진 모르오. 하지만 좋은 결과를 생각해도 좋소. 흐흐.. 그럼 진상을 하고 올테니. 사업 얘기할 준비나 하시오."
"기다리겠소.."
나는 총관의 손에 이끌려 지금의 방보다도 더 깊은 곳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