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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화 〉사파에게는 협박당하고 싶어, - 1 - (21/73)



〈 21화 〉사파에게는 협박당하고 싶어, - 1 -

─화귀(火鬼) 마진철. 귀주에서 활동하는 자로 열화장(熱火掌)이 특기인 사파고수입니다. 손속이 잔인하고 비열한 자로 사내들은 불구로 만들고 여인들에게는 지독할만큼 수치를 준다고 합니다.

색협지가 시장에 버젓이 돌아다니는 걸 보고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사파나 마도에서 승리 후에  무림인들을 범하는 건 당연한 취급인  하다.

사파고수와의 대결은 한번 쯤 해보고 싶었는데 이 기회에 한 번... 그 다음엔..?

'큭.. 죽여라!'를 하는 거지!

다음날,  출발 소식을 알리자마자 당연기가, 절대로 안된다는 듯 무릎을 꿇었다.


"주인님! 가혹하십니다!! 어찌.. 절 이런 몸으로 만들어놓고 버리시려는 겁니까...!"

아니... 내가 그렇게 만든 적 없는데...


"이게 그.. 먹고 버린다는.. 것입니까?! 주, 주인님의 그.. 취향 때문이시라면 제가, 만족시켜드릴 수 있습니다! 마교도도 울고갈 주인님의 취향, 이 당연기가 최선을 다해서 만족시켜보겠습──"

퍽!

"다,닥쳐! 누가 색녀야!"


"그.. 범해지고 싶어하시는 거라면 제가 잘..."

"싫어."

그렇게 되면 말 그대로 범해지는 '척'이잖아. 난 딱히 색녀가 아니란 말이야. 어쩔  없이, 불가항력적으로? 당하는 거란 말이야. 게다가... 더 솔깃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굳이 당연기를 상대할 이유가 없지.

"이.. 이렇게 버려질 바에는 차라리..!"

이 자식이 무슨 짓을 하려고..!? 나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는 당연기의 목덜미를 황급히 붙잡았다.


"놓으십시오! 차라리 죽겠습니다!!"

"기다려 멍청아! 이.. 이건, 그러니까... 방치 플레이야!"


"방치 플레이..??? 그것은.. 무엇입니까?"

아..... 나도 참, 알아들을 리가 없나, 원래의 의미랑 꽤 다르긴 하지만... 짧게 설명해주니 당연기가 탄성을 지른다.

"아.. 앗, 과,과연!!.. 크큭.. 그러고보면 제가 길들이던 계집들도 그런 것이 있었지요! 몸 뿐만이 아니라 마음마저 조련하려하시다니... 역시 제가 인정한 주인님 답습니다!!"

"그,그래... 이해했으면 됐어. 아무튼 나중에 들를테니까... 네가 감금해놨던 여자들이나 풀어주고, 부를때까지 기다려. 알았어?"

"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헤헤...."

당연기는 충성스러운 개처럼 자세를 취한 주제에, 자지는 발딱 세운 발정난 개꼴로 헥헥거렸다. 먼 길이 될텐데 그냥 가기도 좀 그래서.. 해버렸다. 아, 배에 정액 찼어... 결국 점심이 넘어서 출발 했잖아.

...




그렇게 기대에 부풀어 출발한지 세 시진, 벌써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아침에 바로 나왔다면 지금쯤 도착했겠지만 점심이 넘어서 나왔기에 어쩔 수 없지. 배도 고프고... 슬슬 머물러갈 때가 되긴 해서 마침 보이는 객잔을 향해 들어갔다.


"어, 어..서..오시지요..!"

"..응?"


저녁 시간임에도 객잔의 분위기는 사천과 달리 껄렁하거나, 험상궃은 이들이 상당히 많았다. 맞이하는 점소이의 태도도 비굴하고... 내가 객잔안으로 들어가자 기다렸다는 듯, 여기저기서 시선을 보냈다.

"..호오.."


"...크..!"


개중에는 술잔을 내리치며 내 몸매를 핥듯이  아래로 쓸어보는 녀석도 있었다. 무림에서는 다소 금기인데 잘도 하네...

"주..주문은,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적당히, 이 집에서 잘하는 걸로."

"알겠습니다..."

음식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이리로 걸어왔다. 길다란 장도를 패용하고 있는 중년인이 두꺼비처럼 부푼 입술로 말했다.

"오오... 이거.. 용세린 소저가 아닌가?"

"...!?"


 알아..?


"절 아시나요..?"

"흐흐... 물론이지! 경기는  봤지. 참 아쉬웠어..."


"아.. 그, 그랬죠... 참.."

누가 알아볼 줄은 몰랐는데... 이거, 얼굴 팔리면 안되는데 괜히 나갔나...? 머리가 아파오는데 사내는 불쑥  옆 자리에 앉더니 어깨를 기울였다.

"그래서 좀, 안타깝달까.. 돕고 싶달까."

"..도와요?"


"그래..! 이래봬도 내가 한가락하거든. 추한검객(秋閒劍客) 추자명이라고.. 응?"

아예 허명은 아니었는지, 추자명이 주위를 쓸어보자 객잔 안에서 쳐다보던 몇몇 흉악범 같은 얼굴의 사내들도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 반응이 히죽, 입가의 웃음을 더욱 크게 만든 추자명이 내게 어깨를 걸쳐왔다.


"자.. 우리 세린 소저, 내가 볼 땐, 자세만 조금 교정하면 딱.. 고수가 될 재목이거든...알아?"

"아... 정말요?"

"그래, 그렇다니까?"

귀찮아서 대충 맞장구쳐주면 추자명은 몸을 더 붙여온다.


"잠깐.. 너무 가까운...데요?"

"어허~ 가까운 게 좋은거지. 안 그래?"

술향기를 진하게 풍긴 추자명이 어깨에 걸쳐진 손을 움직였다.  어깨 아래의 손이 흔들흔들,  가슴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이 녀석, 과감한데..


"저기.. 이건..."

"어허!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 이 추한검객께서 가르쳐주시겠다잖아. 응!?! 어디 무골을 좀 확인해보자고~~"

추자명의 노골적인 포고에 점소이는 음식을 가져오다말고 그대로 방향을 바꿔서 주방으로 들어갔다. 얽히기 싫다는 거겠지. 기세를  추자명은 이대로 내 가슴을 움켜쥥었다.


"아.. 하앗... 자,잠.. 까..앗..!"

"어디.. 보자, 이 정도면 크기는 적당하고... 그래,  더.. 균형을 볼까?"

숨길 생각이 없는지 가슴을 주무르던 추자명은 옷섶 속으로 손을 넣어, 반대편의 생가슴을 붙잡았다. 손목을 뱀처럼 좌우로 구불치는 것이 조만간 벗겨낼 것 같은데... 어... 이대로 객잔에서 공개 강간...? 이건 좀, 난이도가 높은데...

"그.. 그만, 가르침은.. 감사하지만..!"


"어허! 가만히 있어보래도? 내 가르침을 못 받겠다 이거야?! 천금을 주고도 못살  추한검객의 가르침을?!"

"아하앗..!"


가슴을  채 위로 받쳐드는 동작, 내 몸이 반쯤 일어났고,  신음성에 시선이 몰렸다. 이제까지가 보는 사람만 보는 상황이었다면.. 지금은 좌중의 시선이 나를 중심으로 둥글게 모아졌다.

누군가는 은근슬쩍, 누군가는 대놓고,  가슴이 주물러지는 광경을 보고 있다.

"어허, 몸이 너무 굳었잖아.  이리 빼보아라!"


뒤에서부터 당기는 손짓에 의자와 함께 딸려가던 찰나, 올가미처럼 옥죄어든 손에  가슴이 모였고 그와 반대로, 무복이 가슴을 버티지 못하고 살살 벌어져간다.


".오오..."

"..꿀꺽.."


"흐흐, 그래, 이리 하니까 좋지 않으냐?"

주위에 묘하게 탄성이나 침을 삼키는 이들이 늘어났다. 추자명은 흥이 났는지 오른손으로 내 가슴을 붙잡아 억제한 채, 왼손을 내 허벅지를 붙잡았다. 허벅지를 쓰다듬는 손길은 노골적으로 그 계곡 안 쪽을 노리고 있다.

"그만..! 다, 당장 놓...! 흐읏..!"

"어허! 가르침을 준다니까? 가만히 좀 있어봐라!"

꾸왁, 꽉. 우왁스런 손짓이 가슴을 주물럭거리는 만큼 시선이 모이고,  허리에 닿은 손이 스멀스멀거리는 뱀처럼 기어내려가려는 대목에서는 모두가 눈이 튀어나올 듯이 보고 있다.

이러다가 진짜로. 객잔에서 당하는 거 아니야? 추자명이 혀를 날름거리며, 내 무복을 동여맨 끈을 붙잡았다.

"흐흣, 그래.. 그럼 어디.. 하체(下體)도.."


"시..싫..어.."

음, 내 연기도 리얼해졌다. 이 쯤되면 절대로 일부러 당해주는 거라곤.. 생각하지 않겠지?


모두의 기대가 내 하의를 동여맨 끈에 집중된 가운데 손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손에 힘이 들어가는 찰나──

"멈추십시오! 소저께서 곤란해하시지 않습니까?"

쾅.

"큿..?! 넌.. 뭐야?!"

별안간 난입한 누군가가 검집을 휘두른 탓에 손짓이 멈췄다.  앞에는 아까까지는 보지 못했던 밝은 복색의 사내가 서 있었다.


"본인은 백리진운입니다. 속히  분에게서 떨어지십시오."

"하.. 않으면 어쩔건데!? 어?! 덤벼볼테냐!?"

"계속 그러시겠다면... 그렇게 되겠지요."

"이 자식이..."

백리진운의 경고에 추자명이 쥐었던 내 가슴을 놓고 그대로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갔다. 차고 있던 장도를 뽑으려는 순간 ──


쩌어억!


"꺼,꺼억!!!?!"


소리가 들린 건 앞이 아니라 뒤에서 였다. 추자명의 머리 위로 튀어나온 검집이 가차없이 머리를 찍어버렸고, 놈은 그대로 혼절해버렸다.


"..더러운 파렴치한 같으니."

싸늘한 여자의 목소리, 그리고 게거품을 물고 쓰러진 추자명을 보면서 눈 앞의 사내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화,황보 소저... 아무래도 폭력을 쓰시는 건..."

"이런 놈은 맞아도 싸요. 백리공자 눈엔  뽑으려는   보였어요?"

"그래도 여긴... 사파의 영역인데.. 오자마자 소란은..."

"그럼 지켜보고 있어야했다는 말인가요!?"

"그건... 아니지만... 그렇더래도.."


찌릿, 황보소저라 불린 소녀가 노려보자, 백리진운은 쩔쩔매면서 입을 다물었다. 그 시선은 곧장 내게도 향했다.


"다음부터는 조심하세요."

소녀는 그렇게 말하고 가는  알았더니... 눈을 부릅뜨고 주위를 바라봤다.

"그녀를 보고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자들이 있다면, 지금 나서세요. 이 황보지은(皇甫池銀)이 상대해줄테니."


"...!"

"어,어이쿠..!"


"헙..."

덜그럭. 덜그럭.

황보세가(皇甫世家), 과연 무협소설을 보면 빠지지 않고 오대세가니 하는 이름으로 나오는 만큼, 소녀의 선언 이후 흐트러진  몸을 눈요기 삼아 쳐다보던 이들은 눈을 깔거나, 고개를 돌리기 바빴다.


"...아. 가,감사해요."

"딱히, 감사를 표할 건 없어요. 이런 자라면 기분이 나빠서라도 가만두지 않았을 테니까. 자, 현(賢)아.  썼어. 그럼 자리로...."

몸을 돌려 백리진운 옆의 소년에게 검집을 건네는 그녀는 그대로 멋지게 가버렸다. 아니, 가려고 했다. 탁자들이 가득찬 것을 보기 전에는. 그러고보면.. 추자명 때문에 소란스럽게 된 이후로 사람이 몰린 기색이 없지 않았다.

"읏.."


"...배고파요."

황보지은은 곧장 침음성을 흘렸고, 현이라 불린 소년이 추임새를 넣었다. 아무리봐도 곤란해보이는 상황. 열심히 주위를 훑던 황보지은의 시선이 나와 마주쳤다.

"...."


"어.... 합석하실래요...?"


"그,그럼... 호의를 받아들일게요."

어차피 점소이 놈이 그대로 주방으로 도망쳐서 나온 음식도 없겠다. 일행인 셋은 사양치 않고 자리에 앉았다.

"저는 황보세가의 황보지은이에요."

황보지 어서오고.

"백리세가(百里世家)의 백리진운입니다."


"단목세가(端木世家)의 단목현이에요."

각각 훨친한 사내 백리진운과, 아직 소년과 청년의 경계에 있는 단목현이 대답했다. 단목세가.. 들어본 것 같은데..

"어... 저는 천검문의 용세린.. 이라고 해요."

"아! 용소저이시군요."


"..누나라고 불러도 될까요?"

"어, 어? 응..."


누나라니, 여전히 어색하긴 하지만, 끄덕여주면 생각보다 친화력이 있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내 이름을 듣고 딱 한 명, 황보지은만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용(龍).... 혹시 소저는 용씨세가의 분이신가요?"

"네..?"


용씨세가? 어.. 엄청 오랜만인데, 아는 사람이 있었나?


"아... 그럴, 리가 없죠. 아니에요. 제가 쓸데없는 걸 물었네요."


황보지은은 갑자기 묻더니, 그대로 부정해버린다. 굳이 고쳐줄 필요도 없고.. 용씨세가가 맞냐? 고 해도 아는 게 없으니까. 패스.

셋이 착석한 뒤로 점소이 녀석도 바뀐 상황을 알았는지, 재빠르게 음식을 가져왔다. '적당히 잘하는 걸로 줘' 같은 내 적당한 주문보다는 확실히 좋은 게 나왔다. 다들 배가 고팠는지 음식을 조금 들고나면 국을 먹던 백리진운이 고개를 들어 물었다.


"그런데 용소저는 어디로 가시는 길이십니까?"


마인한테 당하러가요.

"부족한 점이 많아, 수련을 하러 가는 길이에요."


"아.. 그러셨군요."


안타까움이 깃든 눈빛... 어색하게 있으면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다른 주제를 꺼냈고, 적당히 웃고 떠들고 자리를 마쳤다.

"그럼.. 하시는 일이 잘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네, 세 분도요."



그렇게 하루를 보낸 뒤, 마진철을 향해 도착했다.

..어제 수음하느라 늦게자서 시간이 꽤 지나긴 했지만 제법 빨리 왔으니까, 적당하겠지. 이 곳은 마진철의 소굴이라 불리는 장원,  거점치곤 생각보다 사람이 없다. 그보다 안 쪽이 떠들석한데. 선객이 있나?


"크크큭..  놈들은 곱추로 만들고,  계집은 똥오줌도 못 가리도록 만들어주마!"

"그렇게 되지는...!"

콰앙!

대문으로 들어서자마자 폭탄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날아가는  보였다.


"..크윽..!!"


백리진운..?

장내를 보니 꼴은 가관이었다. 어제 만난 셋 중 황보지은은 옷이 반쯤 찢겨져서 헐떡대고 있었고, 백리진운은 검을 쥔채로 날아갔고, 단목현은 검을 땅에 박은 채 떨고 있다.

"...네 년은..... 호오..."


마진철로 추정되는 녀석은 나를 보며 혀를 날름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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