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화 〉중독당하면 어쩔 수 없잖아, - 1 -
그렇게 말도 많고 탈은 더 많았던 사천무림영웅대회..?의 모든 경기가 끝났다. 끝났다. 본래라면 준결승전을 해야겠지만 상대 쪽의 부상이 심해 참여할 수 없다는 소리를 들었고, 나는 얼떨결에 삼 등에 올랐다.
솔직히 기분 나쁘진 않았는데, 생각 이상으로 부끄럽다. 막판에 삼매진화로 황급히 바로 소변을 없애버려서 다행이었지 하마터면 실금한 게 들켜 망신을 당할 뻔했다.
나는 수상을 위해 단상에 섰다. 당연기가 준 겉옷이 없었으면 꽤 부끄러웠겠는 걸. 과연... 주위를 보니 일등은 예상대로 편왕. 애초에 대회에 나오면 안되는 생태계 교란종이니까.
그리고 이 등이 남궁.. 뭐시기였다.
"이것으로.. 대회를 마치겠습니다."
사회자의 담담한 선언과 함께 대회가 끝났고, 금자를 쥐었다. 뭔가 추파를 부리려는 이들도 있는 것 같지만... 나는 약속(?)이 있는 몸인 걸?
상금을 받자마자 빠져나와 물어 물어 포목점으로 향했다. 그렇게 막상 들어오고 보면 어색했다. 솔직히 옷을 고르라고 해도 모른다. 애초에 여자로 살아온 것도 아니고, 심지어 태어난 이후론 처박혀서 지내왔는데...
...뭘 사야하는 거야?
어렵다. 아무 생각없이 예뻐보이는 걸 샀는데 그게 기녀나 입을 옷이라던가, 또 사내가 아니면 안 입을 옷이라면 그것도 문제잖아?그 때 날 발견한 포목점 주인이 나를 보더니 반색했다.
"오오...."
옷이 찢어진 걸 보고, 더 반색했다.
"오오오오...!"
하의에 이르러선 완전 반색했... 아니, 장사 안해?!
"저기, 옷이 필요한데요."
"이런... 선녀께서 날개옷을 떨어트려서 오신게요? 하지만 어쩌나, 우리 가게는 선녀의 옷은 팔지 않는다오?"
잘도 이런 말을 한다. 장삿속이라는 걸까... 순간적으로 오그라들뻔 했잖아.
"아.......음.... 그냥, 옷 주세요."
"엇험! 엇험.. 엇험! 소저 같은 분에게 옷을 내어드릴 수 있다니 영광이외다. 따로 찾으시는 옷이 있으신지?"
"..무공을 펼치기에 불편하지 않은, 가급적 튼튼한 옷으로 주세요."
주인장은 뒤늦게 내 허리춤에 달려있는 검을 보더니 끄덕였다.
"과연, 무림인이셨구려.. 그렇다면 이 경장의(輕裝衣)는 어떻소?! 소저께는 반드시 어울릴 것이오!"
"..입어볼 수 있나요?"
아... 그런 게 있을 리 없나? 애초에 포목점에 피팅 같은 개념이 있을리가... 아니 혹시 있나? 제길. 왜 무협지엔 주인공이 옷을 사입어보는 장면이 없는 거야. 맨날 몸은 찢어지고 다치는데 옷은, 특히나 여주인공의 옷은 만년한철로 정련한 것처럼 멀쩡하기만 하고...
"오오! 물론이오! 많이! 많이 입어주시오!"
주인이 흔쾌히 안내 해준 내실이 따로 있었다. 그가 추천해준 것은 경장의(輕裝衣). 말 그대로 가볍게 입을 수 있는 복장이었는데 입고 보니까. 이거 좀, 야하지 않나?
"오오오오..! 아주 최고요! 따봉이요!"
"..이거, 입고 다녀도 되는 거에요?"
주인에게 추천받은 옷은 살짝 면사가 비치는 게.. 아무리 생각해도 무림에서 입기에는 조금 노골적이지 않나 싶은 복장이다.
"물론이오! 이런 복장만 입는 지역도 있다오!"
"어딘데요?"
"해남도(海南島)요!"
....야이, 거긴 베트남보다 아래에 있잖아!
"..다른 걸로 추천해주세요."
사문이 해남파라던가 하면 당당하게 '이게 우리의 복색이다' 하고 입고 다니겠지만... 천검문에서 그렇게 입는다고 하면 치녀 취급이잖아! 역시 무리... 주인장은 그 후로도 추천해줬는데 '남만야수족'의 전통의상이나, 사막에서 건너온 옷이 왜 있는 건데?
결국 별의 별 것을 다 추천 받은 끝에, 내가 고른 건 가장 표준적인 백의경장(白衣輕裝)이었다.
"또 와주시오! 소저!"
나서는 나를 보면서 뭐가 그렇게 만족스러웠는지 싱글벙글했다. 뭔가 당한 기분인데, 착각이겠지? 가게를 뜰 쯤엔 벌써 저녁무렵이었기에 나는 사전에들은 약속 장소로 갔다.
선향루(仙香樓)라는 말 만으론 헤맬 줄 알았더니 내가 머무는 곳과는 차원이 달랐다. 육층짜리 전각은 여러 등불이 어우러져 밤인데도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있었고, 노랫소리와 악기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용세린 여협되십니까..?"
"응..."
"뫼시겠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점소이라기에는 좀 높아보이는 자가 나를 맞이하더니 걷기 시작했다. 과연 비싼 곳인지 내부 또한 화려했다. 저녁임에도 무수한 등을 달아 대낮처럼 밝히고 있었고, 고급스러운 술과 음식들이 연신 날라지고 있었다.
슬슬 탁자 중 하나에서 멈추려나 싶었더니, 그는 멈추지 않고 안 쪽에 마련된 통로를 따라 더 깊은 곳까지 갔다. 예상했기에 말 없이 따라갔고, 내가 도착한 곳은 널찍한 방에 오직 탁자가 하나 뿐이었다. 거기서 황제처럼 앉아있는 당연기가 환영하듯 손을 살짝 들었다.
"오.. 드디어 오셨구료. 세린소저?"
안으로 들어가면 저 편에, 침상까지 마련되어 있는 게 보인다. 무슨 목적인지가 뻔히 보이네. 안내자는 문을 닫고 빠져나가 우리 둘 만이 남았다.
"음... 초대해주셔서 감사해요. 당공자."
"아아..어서오시길. 세린소저. 대회장에서 봤을 때도 아름다우셨으나.. 이처럼 아름답게 입고 오시니 이 당모가 오늘 선녀를 뵌 것 같소."
"과찬의 말씀이세요."
"과찬이라니 당치도 않소, 폐월수화(閉月羞花)니 침어낙안(沈魚落雁)이니 하는 미인들을 만나보았으나, 세린소저에 비하면 달빛 앞에 반딧불에 불과하니.. 그렇게 말씀하시면 도무지 이 당모가 머리를 들 수가 없소."
뭐라고 반응해줘야할지 몰라 그냥 미소만 지어주었다. 아무래도 당연기는 나름대로 정파라고 자부하는 인물이라서 그런지, 피곤하게 대화가 진행될 것 같았다. 음.. 빨리 진행하려면 이대로 술이라도 좀 마셔주면 되는 걸까..?
홀짝,
우와, 써..
내가 곧장 술을 홀짝이자 당연기의 표정이 무척 묘하게 바뀌었다. 과일 향이 나긴 했지만 그 이상으로 독해서 몇 차례 기침이 나왔다.
"콜록, 콜록.. 아.."
"괜찮으시오 소저?"
"괘,괜찮..아요. 익숙치 않아서 실례를 했네요."
"다행이구려."
그리고 문득 나는 한가지 의문점을 깨달았다. 바깥에서는 그렇게 풍악소리가 들리고 노랫소리가 들렸는데, 이 방안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소리가 하나도 안들렸다. 마치 누가 막아놓은 것처럼. 하지만 정답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기막(氣幕).
당연기가 기막을 쳐서 내외부의 소리를 완전히 차단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사실을 눈치채자마자 당연기는 방금 전까지의 표정이 모두 거짓이었다는 듯, 비릿한 표정을 지으며 내 손을 붙잡았다.
"후후.. 그렇게 부주의하게 받아마실 줄이야."
"..당.. 공자?"
"그렇게 이 몸을 바랬소?"
"에..?"
내가 당연기를 바라보면 녀석은 입가의 음란한 웃음을 전혀 숨기지 않은 채, 징그러울 정도로 길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소저는 이미 중독되었소."
이걸 다짜고짜 중독을 시켜버리네? 색마도 그렇고, 다들 빠른 거 좋아하는 구나. 그 점은 칭찬해줄만 하긴 하다.역시, 무림인. 남들이 못하는 짓을 아무렇지 않게 해버려!
"그러니, 내 말에 순순히 따르는 게 좋을거요."
뭐, 중독됐으면 어쩔 수 없지. 그렇죠 사부? 위험한 다리는 건너는 게 아니니까. 넣었다 빼기만 할게요?
.. 그런데...내..착각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거....
...중독 안됐는데?
내가 슬쩍 쳐다보자 당연기는 멍한 표정으로 나를 살폈다. 벙찐 것이 약간 당황하는 표정, 아... 아니야, 아니야. 무효. 난 중독된거야. 용세린. 뭐하는 거야. 넌 이미 중독된 상태라고! 그렇게 알아채는 게 느려서 어떻게 할거야! 얼른 기침해야지!
"쿨럭..."
이 정도면 될까? 최대한 보아왔던 소설이나 영상 따위에서 중독된 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했는데... 의심하면 어쩌지? 만독불침도 피곤하다. 음약은 괜찮은 주제에...
"..후후후... 독이 돌고 있구려."
"무슨 독을 먹인거죠?"
..아니, 너무 침착하게 물어봤잖아! 조금 더, 화난 어조로 말했어야 했으려나. 그치만 기대하는 걸 들킬 수는...
"소저가 먹은 것은 산공독(散功毒)과 잠사독(潛死毒)이요. 내공을 일으키려하면 몸이 망가질 것이고... 하루 내에 독을 빼내지 않아도 죽을 것이오."
다행히 신경 안쓰는 지 어떻게 넘어간 것 같네..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죠!"
"후후... 왜겠소?"
당연기는 아예 숨길 생각이 없는지 손을 뻗어 내 가슴을 콱 붙잡았다.
"윽..!"
"그 용모로 남자를 유혹해대니.. 당연한 일 아닌가?"
"누가 유혹했다는 말씀이신가요!? 이.. 이 무슨 파렴치한 짓인가요!?"
일부러 수치스러운 표정을 지어줬는데, 이 녀석.. 한 두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부담스러워하기는 커녕 더 앙탈을 부려보라는 듯, 즐거운 표정으로 내 가슴을 주물렀다.
"흐음~ 지금 소저가 나를 유혹하고 있지 않소?"
"당공자가 이렇게 파렴치한 분인 줄은 몰랐군요. 다, 당장 놓으세요..!"
"어허, 이 젖꼭지. 이렇게 섰는데 거짓말을 할 거요?"
역시..몸은 솔직하구나, 아니, 아니..
"거..거짓말 하지마세요!"
"하하하... 젖가슴을 드러내야 인정을 할 소저로군."
"그렇게 놔둘...."
"어허! 내공을 일으키시려고?"
"흐윽..!"
놈이 내공을 실어서 나를 붙잡으니 나는 쉽게 제압당했다. 다행히도 당연기는 어디가서 절정고수라고 부르는 수준과 비슷한 것 같은데, 환골탈태를 했다지만 내공을 안 실은 나보다는 세다. 덕분에 손이 그대로 딸려가면서 녀석에게 안겨졌다.
"흐흐.. 이렇게 부주의하게 남자에게 안겨들다니, 대회 때부터 보았으나.. 색녀의 기질이 있는 것 아닌가?"
"트,틀려요..!"
"정말로? 거짓말을 하는 계집에게는 벌을 주어야겠군."
당연기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옷을 잡아당겨서 벗겼다. 상의가 풀어헤쳐지며 가슴 틈이 벌어졌다. 몸을 비틀어 막았지만 벗겨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만하세요!"
"그만하라고?"
쿵-
흐.. 하고 웃으면서 내 몸을 붙잡더니 강하게 내동댕이치듯 나를 엎어트렸다. 엎어진 내가 올려보자 주인이라도 된 표정으로 발끝으로 나를 툭툭 건드렸다.
"지금 주제 파악이 안되는 모양인데..."
탁,탁
"아..윽.."
당연기는 앉은채로 발을 뻗어 내 가슴을 툭툭 발로 찼는데 언제 벗었는지 버선발이 아닌 맨발이었다. 그 손에 술잔을 든 채로 말했다.
"저기 있는 경단을 가지고 이 안에 넣어라."
"내가 그런 명령을 따를 거 같아요..?"
"아니면, 해독약은 없을텐데도?"
"웃..."
나는 자못 굴욕적인 척, 몸을 돌려서 쟁반을 집으려고 했다. 하지만 당연기가 제지하듯 손을 뻗었다. 녀석은 얼굴을 굳히며 오만한 어투로 말했다.
"이런... 누가 손을 쓰라고 했지? 넌 지금부터 개다. 입으로 물어와라, 물론 네 발로 기어서말이지."
세상에, 이런 걸 진심으로 시키는 녀석이 있다니.. 음.. 변태 같긴한데, 사실 한 번쯤해보고 싶었어. 안 그래도 내 몸은 그런 거에 또 반응해 버렸다. 아, 표정연기, 표정연기..
"이,이러고 그냥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냥 못 넘어가면 어쩔거지?"
툭, 녀석의 발이 내 가슴의 앞섶을 풀어헤치더니, 가슴을 발로 툭툭 찼다. 내가 신음하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의자의 팔걸이에 걸친 손으로 붙잡고 있던 술잔을 흔들었다.
"어서 가져오는 게 좋을걸? 잠사독이 퍼지고 있을테니까 말이야."
"큭...."
"뭐, 독이 퍼질때까지 내 말을 안들으면.. 더 재밌을 거라고 보장하지."
"...비열...하군요."
피식 비웃는 당연기를 두고 나는 굴욕스러운 척, 하얀색의 경단을 입으로 앙 물었다. 그러자 또 다시 당연기의 발이 내 가슴을 눌렀다. 지분거리는 발의 움직임은 이젠 완전히 상의 안쪽으로 파고들어, 맨 가슴을 발바닥으로 밟아 누르고 있었다.
"얼른 기어와, 물론 이빨 자국새기지 않게 조심하도록. 검사할 거니까."
"..웁..으읏.."
입술로 문 채 기어가자, 자연히 당연기의 다리가 내 몸 깊숙한 곳까지 가까워졌다. 봉을 타고 올라가듯이 처음에는 가슴이었던 발끝은 배를 넘어, 허벅지 사이에 이르렀다. 그 순간 발끝으로 내 허벅지 사이를 찔렀다. 무인의 발가락은 생김새만 사람같지 얼마든지 단단해질 수 있는 물건이었다. 그게 옷을 스치고 음부를 정확히 찔렀다.
"흡..!"
"뭐지? 빨리 못 오는건가?"
아니 네가...
"응?"
푹!
"우읍.. 응으읍!!"
그 상태로 또 찔렀다. 대체 언제 이렇게 옷이 풀렸는지.. 녀석의 발이 그대로 내 음부에 닿고 있었다. 발가락을 부벼서 음핵을 건드리고 있었다. 툭툭, 발끝에 채이는 감촉에 그대로 경단을 씹어버릴 뻔했다.
하지만 열심히 참아가며, 그대로 기어서 녀석의 오른손이 내밀고 있는 술잔 사이에 경단을 내려놓았다. 아니 내려놓으려고 했다.
꽈악.
"웁!!.."
발가락을 사이를 조였고, 그 안에 낀 음핵이 짓눌려졌다. 충격에 이가 다물어져 내 몸은 한차례 들썩거렸다가 꼬리 내린 개처럼 엎어졌다. 자연히 입 안에 물고 있던 경단은 베어져 꿀과 깨맛이 났다. 그리고 그 꼴을 관람한 당연기의 표정이 야릇한 미소로 변했다.
"이런이런.. 개가 시킨 일도 제대로 못하는 군..?"
당연기가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