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화 〉무림대회 - 3 - (16/73)



〈 16화 〉무림대회 - 3 -

그렇게 관객들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응원을 했고, 나는 채찍이 휘둘러질 때마다 고루고루, 주로 엉덩이, 가슴, 배를 골라가며 맞았다. 그리고 그 결과.. 허벅지 사이가 젖어들 정도로 뜨겁다..


짜악!


"흐아아앗..!"

 다시, 날아온 채찍이 내 하복부를 때린다. 아깝다.. 조금만 빗겨맞았으면!

에,엣? 어,어라?.. 이, 이런 취향은 딱히 없던  같은데.. 아니, 다들.. 산적이니 뭐니 해도 생각보다 힘이 안 셌으니까. 어쩔 수 없는 거야! 내가 변태 일리 없어.


게다가.. 비무 중에.. 땀이 나는 건 당연하잖아?

"크읏.. 소저, 아직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오?"


"저는.. 얼마든지.. 싸울 수 있어요..!"


땀에 젖은 몸을 털면서 투혼어린 눈빛으로 소리치자 편왕은 곤란하다는 듯, 침음성을 냈다. 그는 잠깐 뭔가를 각오한 것 같았는데.. 아무래도 단순한 타격정도로는 나를 포기하게 할  없다는 걸 깨달았는지, 표정이 변했다.


솨악!

이번에는 초식을 한번 틀었는지 팔을 노리는  다리를 감으려 들었고, 어김없이 나는 몸을 돌려 피하다가 엉덩이를 맞았다. 그런데 뱀 대가리 같은 채찍 끝이 엉덩이를 휘감아서 하필이면 구멍 사이를 때렸다.

쫘아아악!!


"히꺄아아아아앗?!!!"


""우와아아앗!!!!""

아, 드, 들어갈.. 뻔했다. 아직, 삽입된 적도 없는데..! 다리가 후들거린다. 이건 진짜, 정말 위험했다. 경기 중에 절정해버리기라도 하면 빼도 박도 못할 색녀잖아... 나는 최대한, 흥분을 숨기며 입 안을 깨물었다.


이건 아픈거야, 아픈 거...!


"아.. 윽....! 흐아.. 흐아.."

"어,엄청난 타격음! 정타가 아닐까 싶은데요!!"

"과연, 검수라기엔 생각 이상으로 튼튼한 육체를 지닌 듯 하군요. 신체단련을 소홀히 하지 않은 듯 싶습니다."

찌릿, 찌릿.


아직도 안 쪽으로 타고 올라오는 충격이 얼마나 강렬한지 내 몸은 참지 못하고 헛디뎌 틀어졌다. 등 뒤에 편왕을 둔  자세대로 엎어질 뻔했다. 굴욕적으로 엉덩이를 내보여졌다.


""우오오오오!!!""


뭔가 맞은편 관객석에서 함성이 내질러졌는데 그 동안 편왕은 공격하지 않았고, 나는 간신히 자세를 바로 잡았다.


"괴,굉장합니다.. 편왕 대협! 후배 위하는 채찍!!"

"어허! '를' 자를 빼먹으면 어떡합니까!"


"아차! 실수입니다!! 무림의 후배를 위한 따끔한 채찍질이었습니다!"


편왕! 편왕! 편왕!

용세린! 용세린!

왜인지 화무경때와는 반응이 조금 다르긴 했지만.. 아무튼 옷이 좀 터져서 살이 차가워졌다. 그런 나를 보는 편왕의 얼굴에 계속 땀방울이 커져갔다. 제압하는 것은 내가 요리조리 피하고, 정작 채찍은 주요부위에만 맞으니 힘을 뺄 수밖에 없었다.

"하아, 하아....."

"끄응.. 가급적 봐주려 했거늘.. 소저가 자꾸 버틴다면 나도 마음을 독하게 먹을 수 밖에 없다네!"

"천하의... 편왕께서 변명을 하시는 걸로 들리는 군요.. 전.. 포기하지, 않아요!"

절-대 아직 채찍맛을 덜봐서는 아니야, 그럴리 없잖아..? 적당히 빠질 상황이 아니라서 게속 하는 것 뿐...?

"후우.. 어린 소저의 입이 매섭군. 그렇다면.. 하늘 위에 하늘이 있음을 보여주는 수 밖에."

편왕은 채찍을 잡아당긴 채, 이를 꽉 물더니 뭔가를 준비하는 듯 했다.

"포기하고 싶어진다면.. 언제든지 말하게."

"그런 일은..."

"아, 아닛.. 편왕 대협! 설마 저 자세는..!?"


슈우우욱──!

해설의 외침과 함께 편왕의 기세가 일변했다. 아래에서 태풍이 휘몰아치는 것처럼 옷자락이 팔락거리며 그 내공수위가 급격히 치솟았고 이제까지가 짧은 섬전이었다면, 이것은 틀림없는 천둥의 폭풍. 편왕이 휘두르는 채찍에서 폭풍이 휘몰아쳤다. 초식에서 느껴지는 기세에서 그의 속삭임이 들리는  했다.


편천하난무(鞭天下亂舞)!

눈 앞에서는 굉장한 광경이 펼쳐졌다. 상하좌우 사방팔방으로 퍼져나가는 채찍의 잔영이 반구형의 검은 원을 만들어낼 정도로 선명하게 공간을 점하며, 빛살같은 휘두름에 공기가 터져 천둥소리처럼 울려퍼졌다.

시퍼런 강기로 물든 천둥을 휘두르며 쉴 새 없이 벼락을 내리 꽂는 편왕의 모습은 흡사 뇌신을 연상시켰다. 그리고 그 끝에 서린 천둥폭풍 같은 채찍이 점점 다가왔다.

풍류운보(風流雲步).

세찬 바람에도 구름은 그저 떠밀려질 뿐, 바람결에 구름이 흐르는 듯한 걸음걸이, 평범해보이지만 사부는 내게 이것이야 말로 화경(化勁)의 극치라고 말했다.


형태조차 없는 것을 맞이해서도 흐른다면 그 흐름은 어떠할 것인가?

과연, 그 표현대로 세상을 휩쓸어버릴 듯이 퍼져나가던 채찍이 빗나가고 있었다. 아니, 손바닥으로 깃털을 잡으려고 해도 그 바람결에 밀려나듯, 내 몸도 같이 밀려나고 있었다. 편왕은 자신의 채찍에 맞지 않자 무척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이,이런 보법이...?"


상대가 편왕이라고 해도 통하는 걸 보니 어디가서 천검문의 무공이 떨어지는 건 아닌 게 분명한 것 같은데.. 그런데 갑자기 편왕이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어서 피하시게! 어린 소저! 어서!!!"

응..? 네?

"위험하다!!!"

위험..?


그 시선이 향하는 아래를 바라보면 지면으로 내려쳐진 채찍이, 그대로 솟구친다. 아……? 그러고보면 풍류운보는 구름과 같다고 했지만  하나, 땅에 붙은 다리만큼은 약점이라고 했었───

땅에 부딪힌 채찍의 머리가 솟구치는 뱀처럼 아래에서 위로 쳐올라와 직격했다. 죄인에게 극형을 내리는 것보다도 강렬하게, 노리고 쳐도 그럴 수 없을 것 같은 동작으로 음부에 직격했다.


짜아아아아악!!!!!


휘감겨 가장 은밀한 곳을 때리는 그 채찍질은 결코 상냥하지 않았다. 엄청난 충격과 함께  몸은 거인의 주먹이 올려친듯 하늘로 치솟았고, 몸이 비무대에 내려앉는 순간, 고통이 찾아왔다.


"~~~~~~~~~~~~~!!!!!?!"

벼락이 아래에서부터 쳐올라 내 몸을 관통하고 꽂히는 듯한 감각. 다리를 벌려 발가벗겨놓고 음부에 채찍질을 가한다해도 이보다 더한 고통은 줄 수 없을  같은, 그런 압도적인 상황에 내 성대는 뭐라고 비명을 질렀는지도 모를 소리를 내뱉었다.


"세..세상에.. 펴,편왕 대협.."

"요,용세린 소저.. 타..타격을 견디지 못하고 무릎을 꿇습니다....!!!!!"

"""우워어어....."""

사람들은 입을 벌린채 나를 바라보았고, 편왕의 채찍이  음부를 감아 엉덩이까지 이르는 길을 강타하고 있었다. 찰싹 달라붙었던 그 채찍이 몸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내 바들바들 떨리던 허리가 꺾이고 무릎이 저절로 굽혀졌다.

"카흑.. 아흑.. 아.. 아아아....."


 쉬기조차 괴로울 정도의 통증과 함께.. 엄청나게 저려오는 감촉에.. 실금 해버리고 말았다. 몸이.. 전신이 격통에 떨려서, 이건....

"..소,소저, 괜찮...?"

"..아아..아.. 용세린 선수.. 일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히으윽... 끕.. 흐으으윽...."

"""앗, 아아...."""

"과.. 과연 용세린 선수는 괜찮은 걸까요?..


내가 침을 흘리면서 땅을 짚자 사람들이 탄식했다. 편왕도 설마 이렇게  줄은 몰랐다는 듯 망연한 표정이었다. 그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채찍을 회수하면.. 나는 그제서야 내 꼴을 돌아볼 수 있었고, 내 옷은 만신창이였다. 여기저기가 찢어져 희끗희끗 맨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세..상에... 편왕 대협.. 승리를 위해서는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군요..."

"애초에  젊다고 자기 지위 생각 안하고 후학들을 위한 대회에 나온 것부터가 주책의 끝이라고 봐야죠?"

"확실히 살상력을 없애신 듯하지만.. 그래도 이..건.. 손속에 사정을 뒀다기엔 정말 무시무시한 공격이었습니다..."

"쯧쯔, 이게 무슨 짓이랍니까? 천하의 편왕이 어린 여협이나 괴롭히고 있으니 말입니다."


"..으음, 용세린 소저가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으로 분전했음에도... 결말이 이렇게 되서 참 아쉽습니다..."

"흐윽.. 끕... 흐으윽..."

그 순간 내 얼굴에서 눈물이 핑 돌아서 흘러내렸다. 이건 억울하거나, 부끄러워서 따위가 아니라.. 그냥 진짜 아프다... 아마 옷을 벗어보면 보지가 퉁퉁 부었나 싶을 정도로 아프다. 환골탈태로 강화된 육체가 그러진 않겠지만... 눈물이 나는 것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으, 흐으으윽...."


"울지마! 울지마..!!"

"맞아! 소저는 잘 맞.. 싸웠어!!"

"그렇습니다. 용세린 선수..! 절대 못 싸운게 아니죠. 상대가 그 편왕이에요! 부끄러워할 게 아니에요..! 비무를 하다보면 이런 저런일이 있는거죠...!"

 눈물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갑자기 관객석에서 응원하는 소리가 들렸다.

""괜..찮아! 괜찮..아!""


마침내 대회장 내는 응원의 함성으로 바뀌어서 듣는 것만으로도 낯이 뜨거워졌다. 편왕은 아직 이 상황이 현실감이 없는지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보면서도, 되려 믿기지 않는다는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소저.. 괜찮..소?"


"..괘.. 괜찮..아요."

아랫쪽이 아직도 화끈화끈 거린다... 읏.. 아픈건데, 기분이 좀 묘해. 새로운 취향에 눈을 뜨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끄음.. 내가 점잖지.. 못했소."

"아니에요.. 가르침에... 감사..드려요."

내가 간신히 몸을 주체하고 포권하자. 편왕 역시 마주 포권했다. 어쩐지 시작하고나서 처음으로 정상적으로 경기가 끝난 것 같은데..  모습을 본 관객들이 환호했다.

"강렬한 투혼! 그 이상으로 깨끗한 승복! 용세린 소저에게는 아쉽지만.. 대결은 편왕 대협의 승리로 돌아갑니다!"

"편왕! 편왕! 편왕!"

""와아아아아!!!~~~~""

"다음번 대회! 기대할게에에!!!!"


어쩐지 승자보다 패자의 연호가 많은 기묘한 환호 속에서 몸을 돌리는데... 흩날리는 옷자락의 감촉을 느끼고서야 깨달았다. 마지막 일격이 얼마나 굉장했는지, 내공으로 보호했음에도 하의가 반 가량 날아가서 속곳이 보일락말락하고 있었다.

스륵, 스르륵...

그저 걸어갈 뿐인데도 시선이 집중됐다. 이건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옷이 여기저기 너덜너덜했다.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이건... 좀...

"이걸 걸치십시오. 소저."

갑자기 나타나 느끼한 미소를 짓는 남자가 내게 장삼과 같이 길다란 겉옷을 걸쳐주었다. 당(唐)자가 새겨진 영웅건을  남자였다.

"아.. 가.. 감사..해요..."

"아니오, 당연한 일일 뿐이오. 힘이 열세임에도 결코 굴하지 않는 소저의 분전에  당연기는 감복했소."

그런데 이 녀석, 왜 대사와 달리 이렇게 끈적한 눈으로 자꾸 쳐다보는 거지? 당연기에 비하면 색마의 눈은 초롱초롱하게 느껴질 수준이었다.


"본인은 사천당가(四川唐家)의 당연기라하오, 혹시 소저의 성함을 알려주실 수 있으시겠소?"


 이름은 이미 들렸을텐데 또 이렇게 묻는다는 건 오직 하나뿐, 정식으로 통성명을 해서 알고 싶다는 거겠지.

"용세린.. 천검문(天劍門)의 용세린이에요."


천검문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갸웃했던 당연기의 표정이 끈적하게 일그러졌다.

"용소저, 혹여 괜찮으시다면, 부디  당모가 소저를 초대하고 싶소만... 조금 이야기를 들어주실  있겠소?"


나를 보는 당연기의 두 눈이 음흉하게 빛났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