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4화 〉94. 하와이에서 생긴 일 (94/95)



〈 94화 〉94. 하와이에서 생긴 일

이것을 두고 무혈입성이라고 하는 거다. 나는  없이 하연의 가슴을 만지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하연이는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조금 야릇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모습을 보니 묘하게 흥분이 됐다.


'이게 원래 정상적인 거지?'


남자였으니 여자의 몸을 만지고 싶고 하는 게 지극히 정상이지. 다만, 남자였을 때처럼 뭔가 성욕이 끓어오른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냥 계속 만지고 싶다는... 그런 느낌? 하여간에 더 나가면 나도 이상해질  같고. 언니들의 시선도 있으니까...

"언니들 말을 알겠어... 계속 만지고 싶다."

난  양손을 쳐다보며 말했고, 세연 언니와 유라 언니도 충분히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꾸 손이 가는 마력이 있지."
"응, 우리 하연이 가슴이 아주 제법이야."

언니들의 말에  동의를 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 가슴도 말랑하고 부드러운 편이었는데 하연이는 훨씬 더 부드럽고 말랑했다. 래쉬가드가 상대적으로 천이 두꺼워서 제대로 만질 수 없는데도 그런 느낌이 든다는 건...

'맨 가슴은 진짜 녹겠는데?'

여자가 되니까 이렇게 좋은 점이 있구나. 새삼 행복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근데 확실히 여자가 되고 나선 남자였을 때처럼 성욕이 시도 때도 들끓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남자일 땐 특히 아주 한창일 때는 하루에 몇 번이나 싸곤 했는데 말이다.

"너... 너무해..."


하연이는 울상을 지으며 가슴을 끌어안고는 우리들을 째려봤는데 그 모습을 보고 왜  괴롭히고 싶어지는지는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만난지 하루 만에 부쩍 친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나뿐인가? 난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하연이를 보곤 물었다.

"자매끼리 이런  많이 하지 않아?"


난 서슴없이 세연 언니의 가슴에 손을 얹고는 조물락거렸다.

하연이는 그 모습에 세상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아니. 전혀."
"너희 둘이 이상한 거라니까."

유라 언니의 말에 하연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어쩌다 스치거나 닿아도 기분 나쁜데..."


하연이의 말에 그런가 싶어 난 언니를 쳐다봤다. 언니도 고개를 연신 갸웃하는 폼을 보아하니 오히려 하연이와 유라 언니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우린 자매면  그런 줄 알았는데."
"너희 둘처럼 자매 사이가 괜찮은 것도  이상한 거지. 보통은 엄청 살갑거나 그렇진 않을 걸? 싸울 일이 얼마나 많은데."

원래 같은 배에서 태어난 자식들은 싸우면서 크는 법이긴 하지.


유라 언니의 말에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긴 했다.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우리 둘 사이가 괜찮은 것도 사실 이상할 수 있기는 하겠다.


원래는 나이가 비슷한 형제, 자매끼리는 더 피 터지게 싸우는 경우가 많다고 하던데.

'내가 남자였을  좀 그랬지.'


여자가 되고 오히려 아예 안 싸우는 느낌? 하여간에 남매였을 때보다는 자매일 때가  좋기는  것 같았다.

'이것도 사람마다 다르려나?'

하긴, 내가 남자일 때 언니의 가슴을 이렇게 만진다는 건 말도  되는 일이긴 하지.


"우린 서로 자주 만지는데."


언니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세연 언니는 자기 좀 커진  같다고 맨날 만져보라고 해. 아무리 봐도 그대로인  같은데."
"아니야, 이번엔 진짜 좀 커진  같아."
"아니라고요."

내가 인상을 쓰며 말하자 세연 언니가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다.


"뭐 가끔... 싸울 때? 만지긴 한다. 만진다고 하기 보다는 꽉 쥔다고 해야 하나?"
"아, 아프게 하려고?"
"응. 어쩔땐 때릴 때도 있고."

하연이의 말에 난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확실히 그건 세연 언니도 그랬다.


"이 언니도 그래."
"야, 네가 더 아프게 때릴 때가 많거든?"
"난 그래도 언니처럼 꼭지를 노리고 때리진 않아요. 때려도 윗가슴을 때리지."
"근데 넌 진짜 찰싹 소리 나게 때리잖아."
"언니도 세게 때리잖아."

별안간 누가 더 가슴을 세게 때리는지에 대한 논쟁이 붙었고 그런 우리 둘의 모습에 유라 언니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이런 게 자매의 모습이지."


하연이도 유라 언니의 말에 작게 웃음을 터뜨리면서 말했다.

"어렸을 땐 진짜 언니들이랑 저렇게 엄청 싸웠는데. 별거 아닌 거 가지고 왜 그렇게 싸웠는지 모르겠어요."
"그땐 그게 별게 아니었으니까 그렇지."


유라 언니의 말에 하연이가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듣고 보니까 그렇네요."

하여간 결론은 집집마다 다르다는 거네. 공통적으로 학교에선 확실히 한 번쯤은 다 당해본 경험이 있으시고.


"그거야 뭐 있는 자들이라 그런 거 아니겠어?"


세연 언니는 굉장히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가슴을 쭉 내밀면서 말했다. 하연이는 그 모습이 웃겼는지 키득거리며 말했다.

"확실히 좀 타깃이 되긴 해요."
"여기 있는 사람들이야 뭐 다 있으니까."


단순히 가슴이 크다는 이유로 표적이 되는 경우가 있지. 아무리 같은 여자라고 해도 상대방이  가슴을 만지는 게  좋은 경험은 아니긴 했다.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여도  지킬 건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으니까.

"난 별로 상관없는데. 난 많이 만지고 다닌 쪽이었는데."

세연 언니의 말에  하하... 하곤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물론, 아무렇지 않게 저렇게 망나니처럼 다니는 애들도 꼭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겠지.

"이것도 학교마다 다르구나."

내 말에 하연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 남녀공학인 학교도 있고... 여학교라고 해서 뭐 꼭 다 그런 애들만 있는 건 아니니까."
"하연이 너도 많이 당했다면서."
"응."

확실히 하연이 가슴은 한번 만지면 계속 만지고 싶어지는 감촉이었다.

"이해가 간다..."

내가 살짝 침을 흘리며 하연이의 가슴을 쳐다보며 말하자 기겁한 표정으로 가슴을 가린 채 뒤로 물러난다.


난 그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다고 가려지니?"


여기 있는 사람들은  먹고 이렇게 다 가슴이  거야? 굳이 가장 작은 사람을 꼽자면 세연 언니인 것 같고...


그리고 그 다음이 나? 유라 언니랑 하연이는 비슷한 것 같은데 순수하게 가슴 크기로는 하연이가 제일   같다.

체구가 작아서 가슴이 작아 보이는 거지. 여기선 따지고 보면 제일 언니네.

벗겨 놓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가슴 모양도 되게 예쁠 것 같은데...

'생각해 보니까 이거 완전 난감하네.'

남자일 땐 여자를 좋아하는  당연했지만 여자가 된 내가 여자를 좋아하는 게 사회적 통념상 굉장히 민감한 부분이었기 때문에 당황스러웠다.

그렇다고 이 상태에서 남자로 성전환 수술을 하기도 그렇고...

남자였던 내가 사라지고 여자가 된 지금과 여자가 된 내가 세상에 남아있는 상태로 남자가 된다는  엄연한 차이가 있었다.

'말로만 듣던 성소수자? 뭐 그게 된 거네...'


생각해 보니까 조금 심각한 문제였다. 여자인 내가 여자를 좋아한다는 거. 어떻게 보면 남자였던 내가 여자를 좋아한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여체를 보고 성욕을 느끼고 흥분이 되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반대로 남자의 육체를 보고 아무렇지도 않은 느낌이 드는  역시 당연한 일이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갑자기 혼자만의 생각에 빠진 내가 보였는지 언니가 내 어깨를 툭 치면서 말했다.


언니의 말에 유라 언니와 하연이가 날 쳐다본다. 난 모두의 시선에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목욕하다 별안간 커밍아웃하는 것도 아닌  같고... 여자의 육체로 계속 살다가 보면 나중엔 변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누군가의 아내가 되고 아이를 낳고 평범한 여자로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 것 같던데.  엄청 심각한 표정이었어."


세연 언니의 말에 난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진짜 그냥 멍 때렸어. 그나저나 물이 조금 식은 느낌인데? 따뜻한 물 좀 다시 틀까?"
"아, 그러자.  그래도 얘기하려고 했는데."


유라 언니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따뜻한 물을 조금 더 틀었다. 식었던 물이 금방 따듯하게 바뀌는 걸 느끼며 난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하연이는 미소를 지으며 유라 언니, 세연 언니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오늘 처음 만난 사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굉장히 잘 어울렸다.

'성격이 좋네.'


난 작게 웃으며 차분하고 얌전한 하연이의 모습에 눈길이 계속 갔다.

이게 단순한 호감이 아닌 뭔가  이상의 느낌인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브레이크를 잡게 되는 것 같았다.

'단순한 호감 정도인가?'

 만남에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게 어떻게 보면 우스운 얘기지만 그만큼 하연이가 매력이 있다는 얘기도 된다.

"혼자 무게 좀 그만 잡고 이리 와서 사진이나 같이 찍자."


세연 언니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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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오래 있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푹 잠에 빠진  같았다.


맛있다고 계속 와인을 홀짝였던 것도 아무래도 한몫한 것 같다.


"으음..."

 숙취가 가시지 않아 신음을 내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유라 언니는 어디 갔네..."

부지런도 하셔라... 아침부터 어디에 가셨는지 단정하게 유라 언니의 침대는 깔끔하게 정돈된 상태였다.

 비척거리며 일어나 대충 침대를 정리하곤 물을 마시기 위해 거실로 나갔다.

"왜 이렇게 조용해?"

난 시계를 확인하곤 10시가 넘어가는 모습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늦게 일어났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시간이 지나가 있어 당황스러웠다.

 다시 침대로  핸드폰을 열고는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엄마? 엄마 어디야?"
[어디긴 나와서 네 아빠랑 놀고 있지. 우리 딸은 잘 잤어? 깨워도 세상모르고 자더라?]
"아.. 응, 방금 일어났어. 언니도 같이 있어?"
[응, 네 언니랑 같이 있어. 점심 같이 먹게 너도 얼른 씻고 나와.]
"응, 알겠어. 아! 유라 언니는?"
[일이 있다고 아침 일찍 나가던데?]
"아, 그래? 알았어."


난 고개를 갸웃하곤 유라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 일을 하러 가기에 아침부터 일찍 나갔지? 몇 번 신호가 가자 곧바로 전화가 끊기고 문자가 날아왔다.


[지금 언니 미팅 중! 끝나고 전화할게.]


유라 언니의 문자를 보곤 난 심드렁한 표정으로 배를 긁적이며 물을 마셨다. 나만 빼고 다 바쁘시네. 난 피식 웃고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연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음이 가자 잔뜩 잠에 취한 하연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아직도 자?"
[... 세나야?]
"응,  세나. 해가 중천에 떴는데 아직도 자?"
[지금 몇 시야?]
"10시 넘었지."
[벌써?]

하연이가 조금 놀란 목소리가 넘어온다.  목소리가 귀여워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온다. 어제 하연이도 와인이 맛있다면서 계속 홀짝이더니 결국엔 나랑 비슷한 꼴이  모양이다.

"나도 방금 일어났어. 어제 와인 맛있다고 계속 마셨더니 완전히 뻗었나 봐."
[나도...]


잔뜩 울상인 하연이의 목소리에 풋! 하곤 웃음이 나왔다.

"얼른 정신 차리고 일어나. 모처럼 하와이에 왔는데 계속 잠자고 있기는 아깝잖아."
[응, 알았어...]


알았다고는 하는데 아무래도   것 같다는 생각이 팍팍 들었다.


"그래."


난 전화를 끊고 가족들과 합류하기 위해 빠르게 씻기 시작했다.

하늘색의 나시 원피스를 입고 밀집모자를  하와이 분위기가 물씬 나도록 했다.


거울을  내 모습에  스스로 만족해 고개를  번 끄덕였다.

'하늘색 이온 음료수가 떠오르네.'

 이온 음료와 뭔가 잘 어울리는 모습에 혼자 웃으며 호텔 밖을 나서려고 했는데 벨보이가 나온 나를 보더니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금 나가시려고 합니까?"
"네."

내 대답과 동시에 그는 무전을 통해 호텔 안이 비어 있으니 청소를 하라고 지시한다.

그리곤 곧바로 내게 미소를 지으며 묻는다.

"차를 준비할까요?"


그의 물음에 난 고개를 갸웃하곤 유창한 영어로 물었다.

"차를 준비한다는 게 정확히 어떤 의미인가요? 전 호텔에 차를 가져오지 않았는데..."
"아, 호텔 서비스 중 하나입니다. 스위트룸 전용 차가 있어서 호텔에 지내시는 동안 언제든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대박! 아니, 이 좋은 걸 엄마랑 아빠는 안 타고 나간 건가? 아니, 타고 나갔나?


"혹시 가족들이 타고 나갔나요?"
"아니요, 걷고 싶으시다고 이용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럼 그렇지... 하여간 걷는 거 참 좋아신다니까. 엄마나 아빠나.

"전 이용할래요."


내 말에 벨보이가 미소를 지으며 무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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