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7화 〉87. 스프링 결승전 (87/95)



〈 87화 〉87. 스프링 결승전

너무나 완벽하게 패배했기 때문일까? 담언은 2경기도 우리에게 어이없이 내주고 말았다.

우린 승리를 만끽하며 서로 하이파이브를 했고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대기실로 향했다.


2경기는 담언의 이해할 수 없는 바론 시도로 시종일관 팽팽했던 경기가 싱겁게 끝나버렸다.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소규모 교전만 지속하다가 단 한 번의 한타로 승패가 갈려버린 것이다.

'Y1은 Y1이네.'


 기분 좋은 표정으로 자리를 잡고 피드백을 받고 있는 팀원들을 바라봤다.


내가 아무리 오더를 잘한다고 하지만  오더에 따르는  선수의 개인적인 역량에 따라 달린 것이다.

이건 나를 믿고 안 믿고를 떠난 일이기 때문에 아무리 유리한 판을 짠다고 하더라도 선수가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패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기계처럼  오더에 움직이고 있었다.


'정말 말도  되는 집중력이네.'

위험한 순간에 발휘하는 그 순간적인 집중력. 사실 마지막 한 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바론에 집중할  알았던 담언이 돌연 우리에게 기수를 돌릴지 몰랐다.

하지만 선수들은 침착하게 대응했고, 우리가 승리를 가져왔다.

"마지막은 미안해."

난 앉자마자 내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응, 뭐가?"


경기 상황만 보고 오더는 듣고 있지 못하셨기 때문에 감독님이 의아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방금 마지막 한 타에서 제가 오더 실수했거든요."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 감독님의 말에  조금  자세하게 설명했다.

"전 담언이 탑에 있는 찬동이를 부르기 위해 낚시 플레이를 한다고 생각했어요. 바론을 먹으려는  아니라. 그래서 찬동이한테 넘어오지 말라고 했고, 그냥 빠르게 가서 압박만 넣어주면 된다고 가까이 붙으라고 했죠."
"근데 한타를 걸어왔다?"
"네. 위험한 상황이 나올뻔했는데 다행히 찬동이가 제 오더보다 빨리 합류해 줬고 낌새가 이상하다고 진선 오빠가 접근하다 뒤 포지션 잡아줘서 다행이었지 안 그랬으면 졌을 거예요."

내 말에 감독님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신도 아니고 어떻게 항상 맞을 수 있겠냐. 결과적으로 이겼으니까  됐잖아. 그리고 오히려 더 좋아해야 하는  아니야?"


감독님의 말에 난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뭘요?"
"선수들이 맹목적으로 네 오더에 따르지 않는다는 얘기잖아. 너도 그걸 걱정하지 않았어?"

감독님의 말에  두 눈을 깜빡였다.

'그런가?'

듣고 보니까 또 그 말도 맞는 말이다. 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팀원들도 내가 표정이 풀리자 한 마디씩 했다.

"그래, 오히려 좋은 일이지. 너무  말에만 의존한다는 생각도 들긴 했거든."


진선 오빠의 말에 찬동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난 원래 네 오더 잘 안 듣잖아."

찬동이의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 상현 오빠는 묵묵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한다.

"세나가 오더할 때 승률이 가장 좋은 건 사실이잖아. 그리고 감독님 말처럼 어떻게 모든 오더가 다 맞겠어."

새삼 아까의 한 타로 깨달았다. 이 능력이 만능은 아니라는걸.


어쩌면 난 내 능력에 너무 의존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오히려 잘 된 일이다.


내 능력이 만능은 아니란  알았으니까. 어디까지나  상황에서 담언이 우리에게 한 타를 걸어올 확률은 무척이나 낮았다.

내가 판단해도 그랬고,  능력 또한 그렇게 판단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확률적인 부분이었다.

뭔가 오더에서 밀린 기분이다.


'상대팀한테 뭔가 간파당한 느낌인데?'

난 고개를 갸웃하며 입맛을 다셨다.


"자자, 1경기만 잡으면 된다. 방심하지 말고 끝까지 집중해서 플레이하자. 지금 내가 봤을 때 담언 애들 멘탈 나간 것 같거든? 사실 방금 한 타는 말도  되는 거였어. 세나가 그렇게 생각했던 게 전혀 이상한 게 아니었단 얘기지."


감독님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마지막 한 타는 정말 억지로 거는 느낌이 강했다.

전반적인 상황 자체가 담언에게 답답하게 흘러 갔고 그래서 결국 참지 못하고 폭발한 것 같은데 이상황 상황에서 터졌다.

바론을 먹긴 했지만 우리에게 몰살 당했고, 우린 바로 포탑을 철거해 승리했다.


"내가 봤을  세 번째 경기에 조커픽 나올 가능성이 있거든? 다 대비하고 있으니까 걱정할 거 없어. 마음 편하게 해. 마음 편하게. 지금 상대방은 벼랑 끝에 선 상황이야. 그러니까 플레이가 조급질 수 있어. 거기에 말리면 안 되니까 세나가 잘 컨트롤 해주고. 또 너무 방심해서도  돼."

감독님의 주문에 선수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단단히 정신 무장을 하고 들어갔다.

Y1과 담언의 두 번째 경기. 솔직히 클래스가 다르다는  담언에게 확실히 보여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LCK에 있지만  차원이 더 높다는 어나더 클래스를 보여줬다고생각했고 상대방도 그렇게 느끼는  같았다.


'표정들이 확실히 굳어 있네.'


담언이 절대로 약한 팀은 아니었지만 우리가 너무 강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약해 보이는 것처럼 보였지만 같이 롤드컵에 나가면 사실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게 담언이었다.


그건 아마 담언도 마찬가지일 거다.

"조커픽은 없네."

재파 코치님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좀 아쉬워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조커픽에 굉장히 철저하게 대비를 하신 모양이다. 난  모습에 살짝 웃으며 말했다.

"심플 이즈 베스트란 생각인 것 같은데요?"

 말에 코치님도 고개를 끄덕이신다. 담언의 픽을 특별할  없었지만 자신이 잘 다루는 챔피언을 가져갔다는  특별하다면 특별할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타에 맞지 않는 챔피언도 과감하게 픽을 해서 가져가는 걸 보니까 원없이 경기해 보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우린 반대로 철저하게 현 메타에 맞는 챔피언들을 위주로 택했고, 적절히 상대방의 카운터 성격의 챔피언들도 들었다.


"이거 우리가 너무 좋은  같은데?"


간혹 밴픽에서 먹고 들어가는 경우가 있었는데 지금 상황이 그랬다.

시작부터 이긴 느낌에 난 배시시 웃으며 화이팅을 불어 넣었다. 시작부터 우리가 이길 확률이 너무나 높게 측정됐다.

픽에 대한 영향도 있겠지만 아마 1, 2경기를 치르면서 정신적인 부분이 아무래도 반영된 느낌이 들었다.


"얘들 뭔가 좀 다르지?"

바텀 교전을 성공적으로 끝내곤 진선 오빠가 물었고  곧바로 대답했다.

"응. 얘들 완전 쫄았다."


2경기 연속으로 바텀 힘 싸움에 밀려 주도권 없었기 때문인지 이번엔 강한 조합을 들고 나왔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밀리는 상황이 나오자 상당히 당황스러워하는 게 느껴졌다.

"이거 바텀 집 갈  같은데?"
"어, 용  번 볼게."
"찬동이 전령에 와드 박아."
"알았어."


굉장히 부드럽게 진행되는 경기에 난 미소를 지었다. 역시나 내 예상대로 다이브 압박을 느낀 바텀은 집으로 귀환했고 우린 포탑 골드를 달달하게 챙길 수 있었다.


"오빠는 먼저 집에 가."


진선 오빠에게 오더한 뒤 나는 피가 좀 낮아 위험해 보이는 정글을 도와 용을 챙기고  뒤 집으로 뒤늦게 귀환했다.

라인이 밀려 있었지만 와딩을 해놨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는 선에서 진선 오빠는 적절하게 CS를 챙기고 있었다.


"나 옴."
"오케이."


내가 오자 다시 적극적으로 CS를 수급하며  교환을 시도하는 나를 보조하자 순식간에 바텀 주도권이 우리에게 넘어온다.


상대 입장에선 엄청 답답할 것이다.


"탑 한  봐줘도 괜찮을 것 같은데? 아까 이쪽에 와드 박은 건 봤거든?"


내가 와드 위치를 찍어주가 오빠는 되게 신기하단 목소리로 말했다.

"그걸 언제 봤냐? 난 못 봤는데."
"37초쯤 살아지니까  따고 그냥 내려와도 돼."
"와, 대박."

내가 와드의 시간까지 알고 있자 우찬 오빠가 감탄한다.


"역시, 한국대인가."


진선 오빠의 말에 다들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린다. 경기 중이었지만 분위기가 상당히 좋아서 그런지 여유가 있었다.

그에 반해 확실히 담언의 플레이는 투박하고 뭔가 조급함이 느껴졌다.

"어? 이걸 들어온다고?"


상현 오빠의 말에 화면 전환을 미드로 돌렸다. 합류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움직임만 보여주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오빠 이거 나 올라가는  한다."
"알았어."

진선 오빠는 빠르게 뒤로 물러났고 다이브를 시도한 상대팀 미드와 정글은 내가 화면에서 사라지자 갈팡질팡 하는 모습을 보였다.


죽을 것처럼  죽는 상현 오빠를 보며 우찬 오빠는 빠르게 미드로 달렸고,  들어가면 잡을  있는 상황에서 나도 정글도 안 보이자 뒤로 빠졌다.


"이거 여기서   것 같아."
"오케이."

난 그냥 다시 바텀으로 합류해 다시 내려왔다는 걸 보여줬다. 안심하고 있던 정글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우찬 오빠에게 죽었다.

[퍼스트 블러드!]

오늘 우찬 오빠의 니댤리가 날리는 창이 제법 매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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