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3화 〉83. 스프링 결승 준비 (83/95)



〈 83화 〉83. 스프링 결승 준비

난 찬동이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며 닭 다리를 사수했다.


1경기가 끝나고 비는 시간에 팀원들이 전투적으로 먹기 시작했는데 그 모습이 꽤나 살벌했다.

"숨은 쉬고 먹아라, 우재야."
"아, 그거 내가 먹으려고 했는데."
"먼저 집는 사람이 임자 아니냐?"


 그런 팀원들을 보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누가 보면 진짜 며칠씩 굶은 사람인 줄 알겠다. 좀 우아하게 먹을 수 없어?"


내 말에 진선 오빠는 굉장히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세나야. 닭 다리랑 닭 날개를 양손에 쥐고 그런 말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니?"

진선 오빠의 물음에 난  양손을 보곤 바보처럼 웃어 보였다.

"헤헤."

하긴 내가  말은 아닌  같기는 하다. 나도 다른 팀원들 못지않게 전투적으로 먹고 있었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나도 좀 먹고살려면 그래야 했다.

시킨 음식이 많다고 생각했던 건 크나큰 오류였다. 더 시킬 걸 그랬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는데 상현 오빠도 예상보다 음식이 빠르게 줄어들자 팀원들을 보더니 말한다.


"더 시킬 거면 지금 더 시켜."


난 상현 오빠의 말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럴까?"
"아무리 봐도 이거 모자를 것 같은데."


다들 같은 생각이었는지 난 추가로 몇 가지를  주문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먹기 시작했다.

더 시킨 양도 꽤 많아서 이것도 모자라면 진짜 누군가 걸신이 들리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야야, 우재야! 천천히 먹어라, 천천히. 더 시켰다."

걸신이 들렸다면 우재 아닐까? 팀에서 가장 막내고 뼈도 씹어 먹을 18살이니 뭐 이해는 하는데 숨은 쉬고 먹어야 하지 않겠니?


"누나, 나 지금 천천히 먹고 있어."

굉장히 진지하면서도 서러운 목소리로 날 쳐다보며 말하는 우재를 보며 난 살짝 당황했다.

"아, 그래?"


믿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하니  어쩌겠는가.  우재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곤 등을 토닥이면서 말했다.


"그래, 그래. 너 체할까  걱정돼서 그러는 거야."

내가 혹여나 음식이 아까워서 뭐라고 하는 것처럼 들릴까  말했더니 우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한다.


"응, 나 괜찮아."


그래, 괜찮아 보인다. 대답을 하면서도 아주 야무지게 넣는 폼을 보아하니 내가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영이는 그런 나를 지긋이 바라보다가 눈이 마주치자 별안간 내게 서운하단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누나, 저는 왜 걱정 안 해줘요."
"너 어차피  떨어져서 경기 못 나오잖아."


내 말에 민영이는 입을  벌리곤 나를 쳐다본다. 어떻게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수 있냐는 눈빛으로 바라보기에  피식 웃었다.

옆에 있던 찬동이가 등을 토닥이자 찬동이의 가슴에 얼굴을 기대곤 세상 서럽다는 표정으로 날 째려본다.

"하여간 아주 못 됐다니까."

찬동이의 말에 민영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맞아요, 형. 좀 혼내주세요."
"내... 내가?"


민영이의 말에 찬동이가 당황한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난 어디 한번 혼내보라는 표정으로 살벌하게 노려보니 내 시선을 피하며 민영이에게 말한다.


"그건 좀 힘들  같다."

그 모습에 다른 팀원들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고 나도 실소를 흘리며 먹는 둥 마는 둥 하고는 서류를 뒤적거리며 얘기를 나누는 감독님과 코치님을 보며 말했다.


"감독님이랑 코치님도 이럴 땐 좀 먹고 하세요."
"어? 아, 우린 괜찮아. 많이 먹어."
"저희가  괜찮거든요. 감독님이랑 코치님이 그러고 있는데 저희가 이게 목구멍으로 들어가겠습니까?"

내 말에 감독님과 코치님은 대답 대신에 정말 걸신처럼 먹고 있는 팀원들을 쳐다봤다.

 시선에 팀원들은 그저 입가에 미소를 짓기만 했고, 난  모습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말이 그렇다는 거죠, 말이."


 말에 감독님과 코치님도 웃으면서 제대로 다가와 함께 어울려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상현이가 사는 거니까 많이 먹어야겠다."
"네, 많이 드세요."

감독님의 말에 상현 오빠가 얼른 말했고, 성운 오빠는 그런 상현 오빠를 보며 웃더니 말한다.

"야, 사회 생활 잘하네. 우리 상현이."


성운 오빠의 말에 상현 오빠는 말없이 그저 웃기만 했고 성운 오빠는 상에 가득 올라온 수많은 음식들 중에서 치킨에 손을 뻗으며 말한다.


"내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상현이가 사주는 건 얻어 먹을 수 있지. 잘 먹겠습니다, 구단주님."
"아이고, 예. 코치님. 많이 드세요."

상현 오빠는 그걸 또 받아주며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잠시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지고 나서 2경기가 시작됐다.


중간에 음식이 와서 나와 우재가 받았고, 돈은 상현 오빠가 냈다. 경기를 보는 와중에도 조금씩 먹으면서 선수들이 보기 시작했는데 줄어드는 게 눈에 보였다.

'진짜 다들 잘 먹네.'


새삼 여기 모인 사람들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 중반이라는 사실이 생각났다.

 먹어도 배고플 때지. 나도 포함이고. 배는 부른데 계속 먹고 싶은 마음에 경기를 보면서 중간중간 조금씩 꾸준히 먹고 있었다.


"야, 깔끔하게 그냥 2:0이네."
"질 것 같았는데 이걸 뒤집네요."
"아까, 용 한타에서 정글 자르고 시작한 거랑 바론 시야 못 잡은 거  두개가 결정적인 패배 요인이다. 그것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급격하게 무너지진 않았다."
"그러게요. 디테일적인 부분에서 잰지가 좀 아쉬웠네요."


감독과 코치님들끼리 경기에 대한 소감을 얘기했고 우리들은 먹으면서 그걸 가만히 듣고 있었다.

"확실히 경기력이   다 좋긴 좋다. 잰지에서 실수가 좀 많이 나와서 그렇지 사실 2경기는 잰지가 이겼어도 이상한 게 아니었어."

감독님의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수성하는 부분도 솔직히 조금 아쉽긴 했다. 무리하게 미드 2차 포탑을 막으려고 하다가 몰살을 당한 게 내가 봤을 땐 가장 바보같은 오더였다.


"그래, 그것도 맞아. 세나가 역시  보네. 사실 여기서 기회가 한 번은 있었어. 글로벌 골드는 차이가 나긴 하지만 엄청 많이 차이나는 것도 아니고 잰지가 한타가 더 좋기 때문에 사실  싸우면 다시 흐름을 가지고  수 있었다고 보거든."


감독님의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여기서 무리하게 시야 먹으려다가 짤린 거, 여기서 굴러가기 시작한 거예요. 그냥 안전하게 안쪽 진영에 잡고 차라리 미드를 주고 3차 포탑이랑 억제기를 지키는 게 좋았어요."
"그래, 거기서  굴러갔지. 이건 누구 오더인지 모르겠네."

감독님의 말에 성운 오빠가 말한다.

"잰지는 딱히 오더가 없어요. 주도적으로 하는 사람이 없어서 다같이 하는 식이에요. 앰비션 선수가 있었을 땐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오더까지 총괄했었는데 그 이후엔 없습니다."

성운 오빠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팀에 메인 오더의 부재가 드러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한순간의 판단이 중요한 게임에서 메인 오더가 없다는 건 의견이 갈릴 수 있는 위험성은 언제나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메인 오더가 있는 게 난 좋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의견이 달라도 팀의 오더에 따라야 제대로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감독님도 내게 처음 메인 오더를 맡기실 때 내 오더에 따라 결과가 좋든 나쁘게 나오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하셨다.


이기고 지는 결과보다 모두가 메인 오더에 따라 함께 움직이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다.

나도 그말에 전적으로 동의했고 팀원들도 감독님과  생각에 동의했다. 그래서 그 이후로 내 메인 오더에 따라 철저하게 움직였고 그 결과가 다행스럽게도 좋게 나타나고 있었다.

'각이 영 아니다 싶으면 절대로 안 싸우니까.'


사실 내 능력이 사기인  싸울 각이 알아서 보이고 이길지 질지, 져도 손해를 덜 보는지 이기면 얼마나 큰 이득을  수 있는지가 선명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험성이 높은 전투는 피하고 철저하게 이득이 되는 싸움만 하고 또 그걸 여유가 생겨 전체적인 판을 내가 직접 짜니까 탑, 미드, 정글, 바텀 전체가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니 자연스레 결과가 좋을 수밖에 없다. 내가 신예 프로게이머이지만 긴장하는 기색이 전혀 없다고 느껴지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하여간, 전체적으로 봤을 때 담언이 강한 건 사실이야.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이 좋은 팀이야. 물론, 우리 팀은 더 좋은 팀이지만."

감독님의 말에 다들 슬며시 웃음을 보인다. 자만이 아니라 사실이다. 그러니 우리가 더 위에 있을 수 있는 거니까.

담언도 PO 확정이고 부담을 확 내려놓고 게임을 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충분히  가치가 있었네요. 최근 담언이 이 정도라 이거지?"


난 재미있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입술을 핥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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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담언전을 준비하는  시간을 보냈다.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거구나 싶을 정도로 우린 분주한 일과를 소화했다.

그 와중에 내 너튜브 채널은 무럭무럭 자라 순식간에 이주일 만에 300만이 넘어섰는데 블루 핑크에 재니나 로재만큼이나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수준이었다.

"진짜 금방 올라가네."


잠깐 휴식하는 동안에도 몇 백, 몇 천씩 올라가는 구독자 수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거의 대한민국에서 가장 빠르게 100만을 달성하고 200, 300만도 돌파하는 쾌거를 거뒀다. 그것도 영상을 많이 올린 것도 아니고 딱 두 개의 영상으로 말이다.


 번째 노래가 담긴 영상은 대회가 끝나고 난 뒤에 업로드를 하려고 준비 중에 있었는데 지금 이 기세라면 정말 천 만도 금방 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BST랑 블루 핑크, SN 식구들이랑 최근에 역주행 하신 걸그룹 분들... 어우, 너무 많네.'


사실 내가 이렇게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던 건 유명 가수들의 언급 때문이었다. 너튜브에서 알고리즘의 선택을 어떻게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해외 가수들이 내 영상을 보고 자신의 SNS나 너튜브에 올렸고 그 유명 가수들의 지인들도 관심을 가지고 올리고...

거기다가 정말 한국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엄청 유명하신 BST의 멤버들 또한 나를 언급했다.


'김진석이라고 했던가?'


사실... BST의 팬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남자인 입장에서 김진석이라는 분이 내게 호감을 표했다는 것보다는 블루 핑크의 재니와 로재님께서 나와 친해지고 싶다고 했다는 게  관심이 갔다.

'이게 꿈이야, 생시야. 헤헤.'

 마른 세수를 하며 인터넷 기사를 보며 잔뜩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블루핑크도 BST만큼은 아니지만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였다.


그런 블루핑크의 멤버인 재니와 로재님의 언급의 파급력은 당연히 상상을 초월할 수밖에 없었다.


'운도 좋아요.'

참, 나란 남자... 아니, 나란 여자... 어떻게 된 게 여자가 되고 나서 일이 엄청나게 잘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뭐, 아닌 게 아니라 여자가 되고 얻은 능력을 가지고 여기까지 왔다고 해도 사실 과언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 미모에 이 몸매면 사실 전 세계적으로 안 넘어올 수 없기는 하다. 거기다가 남자들에게 어필할  있는 게임 실력에 여자들에게 어필할  있는 미모와 노래, 몸매까지.

자화자찬이라고 하면 뭐라고 할 말은 없지만 사실이었다.


'근데 왜 여자한테 인기가  많은 거지?'

보통 여자면 남자한테 인기가 많은 게 정상 아닌가? 이상하게 난 상당한 수의 팬들이 여자였다. 내가 남자 같은 구석이 있어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내가 여자를 좋아해서 그런건가? 아무래도  좋다고 달려드는 남자들 보다야 여자들이 더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자연스레 남자를 대할 때랑 여자를 대할 때가 다를 수밖에 없을 거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여자 팬들이 훨씬 많았는데 그렇다고 해서 남자 팬들이 또 적은  아니었다.

하여간,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여자가 되고 훨씬 나은 삶을 살게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평범한 남자로 사는 것보다야... 차라리 이렇게 사는 게 더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뭐라고?"

민영이가 헤드셋을 벗으며 내게 묻기에 난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뭐가?"
"아니, 누나가 나한테 뭐라고 한 거 아니야?"

난 고개와 손을 동시에 저으며 말했다.

"아니."

내 격렬한 표시에 민영이는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다시 헤드셋을 끼고 게임에 집중한다.

"아, 진짜 이 서폿 뭐하는 거야!"

게임이 잘 안 풀리는지 짜증을 내는 민영이의 모습에 난 눈에 불을 켜고 민영이의 뒤통수를 갈겼다.


"야, 서포터 욕하지 말고 너나 잘해. 너나."


이게 뒤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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