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화 〉82. 스프링 결승 준비
적 정글이 솔방울을 터뜨려 넘어온 걸 보고 난 일부러 앞에서 깔짝 거렸다.
"이거 쓰래쉬 Q만 빼주면 우리가 무조건 이김."
내 말에 진선 오빠는 신기하단 표정으로 말했다.
"넌 그게 다 보여?"
"응, 딱 보여. 이거 Q만 안 맞으면 세 명 다 살고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각 나오거든? 우리 원딜만 안 맞으면 돼."
내가 보는 게 아니라 내 능력이 그런 거였는데. 하여간에 난 일부러 쓰래쉬 앞에 알짱거려 Q를 빼고 뒤로 물러났다.
그런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깊게 들어온 나를 잡기 위해서 쓰래쉬가 앞점멸을 사용해 E를 사용했지만 난 무빙으로 E 범위 밖으로 피했다.
"와!"
진선 오빠가 옆에서 내 무빙을 보곤 소리를 질렀다.
정글에서 적 정글이 튀어나왔고 난 화들짝 놀란척을 하며 뒤로 빠르게 도망가기 시작했다.
카이샤도 슬금슬금 뒤로 빠졌고 세 명이 깊게 들어왔을 때 난 몸을 돌려 아꼈던 스킬을 모두 사용했다.
"피카, 츄우!"
괴상한 소리와 함께 난 E를 사용해 빠르게 접근한 뒤 궁을 사용해 W와 Q를 원딜에게 연계했다.
숨었던 우리 정글도 부시에서 튀어나왔고 카이샤도 궁을 사용해 순식간에 적 원딜에게 붙어 녹여버린다.
"나이스."
순식간에 원딜이 녹자 혼비백산 서폿과 정글은 달아나려고 했지만 이미 너무 깊게 들어왔다.
"나이스!"
원딜이 순식간에 트리플 킬을 먹는다.
"바텀은 터졌죠?"
내가 만든 판이 어떠냐는 표정으로 고개를 슬쩍 돌려 진선 오빠를 쳐다봤다.
"와, 대박이네. 방금 진짜 좋았다."
"솔랭 연계 미쳤지?"
솔랭에서도 이런 연계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으니 슬쩍 케낸 서폿에 마음이 갈 것이다.
"으헤헤."
난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라인을 밀고 귀환을 눌렀다.
우리팀 원딜이 채팅창으로 나를 정신없이 찬사했고 난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봤지? 하는 표정으로 내가 진선 오빠를 보자 웃음을 터뜨리며 입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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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심각한 연습을 마치고 기다리고 기다렸던 담언과 잰지의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우린 경기 시작 전에 부산스럽게 움직이며 시킬 음식들을 준비했다.
"진짜 상현 오빠가 쏘는 거야?"
난 눈을 반짝이며 물었고, 상현 오빠는 별다른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우와, 멋져. 역시 페이크!"
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손가락을 빠르게 놀리기 시작했다. 먹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고민이다.
"세나야. 그냥 두고두고 먹게 많이 시켜."
진선 오빠의 말에 난 당연한 소리를 왜 하냐는 표정으로 말했다.
"당연히 그럴 생각이었지."
"세나야, 나도 비싼 거 하나 시켜도 돼?"
우찬 오빠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그럼! 당연하지. 다 시켜, 다!"
"누나, 저도요."
"그래. 우리 우재도 먹고 싶은 거 다 얘기해."
사는 건 상현 오빠인데 왜 다 나한테 시켜도 되냐고 묻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난 충실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더 많이 시키라고 부추겼다.
상현 오빠는 팀원들이 먹을 걸 얘기할 때마다 고개를 이리 돌렸다 저리 돌렸다 당황하는 표정을 짓긴 했지만 어느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근데 이렇게 많이 시켜도 괜찮아요?"
마음 약한 준현이가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상현 오빠의 눈치를 살피며 얘기했는데 난 귓가에 준현이를 보고 속삭이며 말했다.
"저 오빠한테 이거 그냥 껌 값보다 싸다고 생각하면 돼."
거짓말이 아니라 상현 오빠가 받는 연봉이며 부수적인 수입이 우리 다 합쳐도 아마 안 될 것 같은데 얘는 괜한 걱정이다.
그래도 같은 미드라고 상현 오빠 생각하는 건 준현이 밖에 없네. 난 피식 웃고는 준현이를 보면서 말했다.
"너 아직 아무것도 얘기 안 했지? 너도 뭐 먹고 싶은 얘기해. 누나가 시켜줄게."
내 말에 준현이는 양손바닥을 내게 보이며 말했다.
"아, 전 괜찮아요. 이미 다 시키셔서."
준현이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팀원들이 정말 자기가 먹고 싶은 음식은 다 얘기해서 안 나온 음식들이 없었다.
치킨, 피자, 탕수육, 족발, 참치회... 등등 안 나온 걸 찾기가 사실 더 힘들 정도였으니까 시킬 게 없다는 준현이의 말이 거짓은 아니었다.
"그럼 이제 주문 마무리 합니다?"
내 말에 다들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상현 오빠는 내가 보여준 금액을 보고도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역시,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어. 더 시킬 걸 그랬어. 상현 오빠의 반응에 속으로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사람이 많기도 해서 평소 때보다 조금 더 많이 시켰는데 남을 것 같지는 않았다.
'남으면 뭐 싸가면 되니까.'
그렇게 담언과 잰지의 경기를 기다렸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해설자분들이 나와 인사를 하는 모습이 나왔다.
"아, 이거 시작하기 전에 다 왔어야 하는데."
원래 시작하기 전에 모조리 다 오는 게 베스트이긴 하지만 뭐 오면 오는 거 먼저 먹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코스 요리 같은 느낌도 나고 좋잖아.'
난 그렇게 심드렁하게 생각하곤 담언과 잰지의 밴픽을 보고 있었는데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그걸 보시며 굉장히 적극적으로 토론하는 모습이 보였다.
때론 심각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웃으며 화면을 손가락질 하곤 옆에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도 한다.
선수들도 각자 자신의 상대방이 어떤 픽을 가져가는지 또는 상대방의 픽에 어떤 대응을 하는지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
나도 턱을 괴곤 집중해서 두 서포터를 바라봤다. 둘 중엔 누가 되든 나와 바텀에서 만나게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플레이를 봐둬서 나쁠 건 없었다.
'배릴 선수 데이터를 뭐 지금도 충분히 많지만.'
강키 해설님과 비슷한 인상의 선수였는데 올해 완전 주전을 꿰찬 모습이다. 오더를 통한 플레이 메이킹 능력이 상당히 뛰어나고 특히나 스노우볼에 눈덩이를 붙여서 더 빠르게 굴리는 능력은 LCK에서도 수준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특히나 한타 단계에서 게임 지능이 무척 뛰어나고 상대의 경로를 막거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갑자기 등장한다는 플레이로 맥을 끊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나 팀적으로 이득을 볼 것 같으면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판을 만드는 능력은 정말 탁월하기까지 했다.
'확실히 요즘 서포터 중에선 배릴 선수가 제일 잘하는 것 같다.'
내가 멍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까 감독님과 눈이 마주쳤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 그냥 배릴 선수 생각 좀 했어요."
감독님은 내 말에 고개를 돌려 경기 화면을 쳐다본다. 밴픽이 아무리 되는 단계였고, 곧 경기가 시작될 것 같았다.
"배릴 선수가 이상한 서포터 픽을 들고 올 확률이 있을까요?"
내 물음에 감독님이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다.
"너처럼 조커 픽을 들고 나올 확률을 말하는 거야?"
"네. 그전에 썼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할 거 아니에요. 만약에 있다면요."
감독님은 내 물음에 잠깐 고민을 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순 없는 선수지."
"그래요?"
내 물음에 감독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LEC팬이어서 해외 경기도 대부분 챙겨보는 모양이야. 분석하는 걸 좋아하는 성향인 것 같고 보니까 가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서포터를 픽한 경우도 많더라고."
"아, 그래요? 그런데 그건 또 어떻게 아셨어요?"
"내가 괜히 감독이고 코치가 심심해서 자리 차지하고 있는 줄 아냐? 배릴 개인 방송도 우린 다 봐. 거기서 나오는 정보들도 무시 못하고."
하하, 그렇구나. 대단하네. 그래서 배릴이 LEC 팬이라는 것도 알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되도록 너희들한테 방송하지 말라고 한 거야. 저쪽도 볼 테니까. 은연중에 무심코 노출될 수 있으니까."
난 감독님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간 그런 건 너무 걱정하지 마. 우리가 그런 부분까지 대비하고 있으니까. 대체적으로 보면 보조 계열 서포터의 픽률이 낮아. 그만큼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는 소리겠지."
"아, 그건 확실히 그런 것 같아요. 얄리스타, 노틸러쓰, 래오나처럼 이니시에이터 기반에 탱커 서포터의 승률이 높더라고요. 본인이 많이 고르기도 하고요."
감독님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시며 서류들은 뒤적이기 시작하신다. 그러더니 나에게 몇 장을 건네주시면서 말한다.
"배릴 최근 전적 분석해 놓은 거야. 압도적으로 승률이 높은 챔피언들은 라캰, 판태온이더라. 근데 하늘이 도왔는지 최근에 너프 당했잖아. 아마 대회에서 꺼내긴 힘들 거야."
감독님이 주신 서류들을 읽으며 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다른 챔피언들의 비해 월등하게 높은 승률을 자랑하고 있는 챔피언들이었다.
"라캰은 원래 아마추어 시절부터 장인으로 유명했다고 하더라."
"아, 그런 것까지 아세요?"
"그런 것까지도 알아야지. 안 잘린다."
감독님의 말에 난 작게 웃음을 터뜨리곤 서류들을 면밀하게 봤다. 전적과 관련된 서류 주변으로 낙서처럼 보이는 수많은 글씨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는데 얼마나 감독님과 코치진들이 노력하는지 고스란히 느껴졌다.
"진짜 열심히 하시네요."
"돈 주는데 열심히 해야지."
감독님의 말에 난 웃으며 말했다.
"아니, 돈을 얼마나 주면 이렇게 하시는 거예요?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받으시는 거 아니에요?"
내 말에 감독님이 개털이라며 손사래를 치신다. 난 그 모습에 웃으며 물었다.
"아니, 돈도 많이 못 받으시면서 뭐 이렇게 죽자고 달려드세요."
"이렇게 하고 지면 후회는 안 남더라. 나 지는 거 엄청 싫어하거든. 근데 할 수 있는 거 다 해보고 지면 그건 괜찮더라고."
감독님은 피식 웃으며 말한다.
"그냥 나 편하자고 하는 거야. 나 편하자고. 이 게임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감독이라는 직책을 맡아서 그런 것도 있고. 뭐, 돈도 주고 하니까. 이왕이면 내가 감독으로 있는 팀이 1등 하면 나한테도 좋은 거 아니겠어?"
난 감독님의 말에 눈을 가늘게 뜨고 한껏 의심스럽다는 표정으로 넌지시 말했다.
"아항, 본인 가치도 올라가고?"
내 말에 감독님은 웃음을 터뜨리며 입술에 손을 가져가곤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작게 내게 속삭이듯 말했다.
"뭐, 그게 가장 큰 이유지."
감독님의 말에 내가 곱지 않은 시선으로 흘겨보자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냐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이신다.
난 그 모습이 뭔가 좀 얄밉기도 하면서 솔직한 모습이 나쁘지 않아 보이기도 했다.
"적당히 속물적이셔서 마음에 드네요."
"칭찬 고맙네."
감독님은 그렇게 말씀하시며 경기가 시작되지 눈빛이 확 돌변하신다.
분위기 자체가 갑자기 달라진 모습에 뭔가 다시 보게 된다. 경기를 할 때 감독님을 볼 기회가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함께 했던 시간이 그래도 제법 오래된 것 같은데 전혀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건 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경기가 시작되자 왜 이렇게 음식이 안 오냐며 어린애처럼 투덜거리던 인간들이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무섭게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스파링 상대가 적당해서 보는 맛이 좀 있겠다."
진선 오빠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담언 경기를 하나부터 열까지 다 보고 있었는데 사실 담언이 너무 강해서 유의미한 성과를 얻은 경기는 몇 개 안 됐다.
담언의 스파링 상대도 좀 강해야 얻을 수 있는 게 더 많아질 텐데 다행스럽게 잰지는 그럼 팀이다.
게다가 우리가 보던 경기는 시간이 좀 지난 경기였지만 이건 따끈따끈한 담언의 최신 버전 아닌가.
'당연히 눈이 가지.'
담언의 시즌 초반의 경기가 머릿속에 담겨 있어서 더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담언이 얼마나 경기를 거듭하며 보완했는지가 눈에 보였다.
음식이 왔는데 다들 먹는둥 마는둥 하다가 1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전투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결과는 역시나 담언의 승리. 전체적으로 팽팽했던 경기가 바론 한타에서 잰지가 대패하면서 예상했던 부분이었다.
"와, 담언 확실히 잘하긴 잘한다."
"그러니까 2위지."
"롤드컵 우승 팀인데 당연히 잘하겠지."
"근데 확실히 시즌 초반보다 더 강해진 느낌이다."
"보이스 들으면서 하니까 애들이 확실히 달라진 게 느껴지네. 거의 배릴 오더로 판이 돌아가네."
"어, 그건 확실해. 제일 정확한 오더가 나오는 것 같아."
"원래 서포터들이 오더를 잘 하나?"
"상대적으로 맵 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서 그렇지 뭐."
내 말에 팀원들은 그건 아닌 것 같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렇게 따지면 서포터들 전부 다 오더를 잘 해야지."
"그냥 능력 차이야, 능력. 내가 봤을 때 세나도 그렇고 배릴도 판 짜는 거나 흐름 자체를 읽는 능력이 굉장히 뛰어난 것 같아."
"이거 아무래도 오더 싸움일 것 같은데."
"에이, 세나가 배릴보다는 훨씬 낫지. 벌써 몇 번이나 이겼는데 뭐."
"그래. 우리는 세나만 믿고 따르면 되는 거야."
"우리 같은 잡졸들은 원래 여왕님 말만 들으면 돼."
난 팀원들의 말에 손에 들고 있던 닭 다리를 팽기치며 말했다.
"아, 먹는데 왜 부담 주고 그래!"
"아싸, 개이득!"
찬동이가 기다렸다는 듯 내가 팽개친 닭 다리를 집어 든다.
이 새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