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1화 〉81. 스프링 결승 준비 (81/95)



〈 81화 〉81. 스프링 결승 준비

어떤 상황에서든 결론이 나질 않으면 결국 나에게 물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정작 내가 집중할 시간이 없었다.

감독님은 그런 내 상황을 보고도 '세나는 어차피  하니까.' 라면서 자신의 일을 은근슬쩍 내게 떠넘겼다.

어쩔  그냥 감독님께서 대놓고 '응, 세나한테 물어봐. 어차피 나랑 세나랑 생각하는  거의 같으니까.' 하시며  쳐다보신다.

그런 게 반복되다 보니까 선수들도 이제 감독님을 찾아가기보다는 나한테 피드백을 받으러 오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주객이 전도된 것 같은데."


내 말에  대답을 기다리는 정글 셋이 사이좋게 고개를 갸웃하며  쳐다본다.


"그게 무슨 소리야?"
"주객이 전도되다니?"
"아니, 감독님한테 좀 물어보라고!"

내 외침에 감독님이 고개를 돌려 날 쳐다본다. 대번에 어떤 상황인지 알아차리셨는지 갑자기 보지도 않던 서류를 굉장히 열심히 찾으신다.


"아니, 왜 갑자기 바쁜 척하세요!"
"아니야, 나 진짜 바빠. 우린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다른 팀들도 분석하고 있잖아."

감독님의 말에 코치님들이 고개를 끄덕이는데 감독이고 코치고 모두 한통속이란 생각이 들었다.

"세나야, 그리고 어차피 게임에선 우리가 피드백을 할 수 없잖아. 최대한 그냥 네 마인드에 맞춰서 팀을 움직이는 게 맞으니까 귀찮더라도 네가 좀 신경 써줘. 우리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올라왔잖아."

내 잘못이다. 다 내 업보다... 사실 감독님도 코치님도 상당히 뛰어나신 능력을 가지고 계신 건 맞지만 솔직히 능력이냐 역량으로 따지자면 나를 넘어서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다.


감독님의 말이 틀린 적은 있어도 내가 한 말은 틀린 적이 없으니까 감독님이나 코치님들이 나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믿어주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뭔가 진짜 그래서 주객이 조금 전도된 느낌도 들었다. 난 선수인데 왜 내가 감독 같고, 코치 같고 그러냔 말이야.

"에이, 원래 뛰어난 선수들은 다 하는 거야."


난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봤지만 정글러  명은 눈을 빛내며 여전히 날 쳐다보고 있었다.

난 결국 그들에게 피드백을 해주고 나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

담언 경기의 분석을 끝내고 우린 예정대로 스케줄을 모두 소화했다. 결승까지는 되도록 방송도 하지 않고 SN과 관련된 일도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정말 죽어라 연습만 했다.

다양한 서포터를 실험했고 그 중에 괜찮은 조커픽도 찾아냈다. 스크림에서도 상대방이 대처하기 어려웠다며 좋은 픽이라는 평도 얻었다.

"오늘 담언 경기 있지 않나?"


난 솔로 랭크를 하다가 팀원들에게 물었다. 그러자 지선 오빠가 헤드셋을 벗더니 의자를 빙글 돌아 내게 말한다.


"아마도?"
"오늘 그거 보나?"

담언 경기를 전부 다 보기로 했기 때문에 아직 남아 있는 영상이 많긴 했지만 최근 영상이 가장 핫한  아닌가?


"감독님한테 말해 볼까? 최근에 우리 너무 빡세게 굴리시는데 담언 경기나 좀 보게 해달라고 할까? 그것도 어차피  건데."


내 말에 민영이가 눈을 빛내며 말한다.


"누나가 얘기하면 감독님도 허락할 것 같은데."
"당연히 허락해야지."


플라잉 코치 비슷한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팀에서 차지하는 권한도 늘었다. 어쨌든 감독님과 코치진 사이에선 내가 그래도 꽤 큰 도움을 주고 있는 존재였으니까 내가 말하면 안 된다고 하기 힘들거다.


"아니,  우리가 놀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치킨에 맥주 간단하게 마시면서 담언 경기 분석하겠다는 거잖아."

내 말에 팀원들이 열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때마침 걸려든 뱅기 코치님을 보며 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뱅기 코치님!"

내 부름에 성운 오빠는 서류를 보다가 말고 고개를 들어 날 쳐다본다.


"어? 왜?"
"오늘 담언 경기 있던데 우리 그거  봅시다."
"아니, 뱅기 코치님은 힘이 없어."

솔로 랭크를 돌리고 있던 상현 오빠가 뱅기 코치님과 나를 보면서 말했고, 난 그말에 일리가 있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곧바로 감독님이 있는 자리로 몸을 돌렸더니 뱅기 코치님은 굉장히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날 따라왔다.

그 모습에 선수들은 재미있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하여간 감독님한테 허락만 받으면 되는 거 아니겠어?

"감독님!"

난 문을 박차고 들어갔고 갑작스러운 나의 등장에 재파 코치님도 놀란다.

양중인 감독님은 패기있게 들어온 나를 보며 물었다.

"어, 세나야. 왜? 무슨 일이야?"
"오늘 담언 경기 있던데 치킨에 맥주  잔 하면서 보고 싶습니다. 우리 최근에 빡세게 굴리셨으니까 그 정도는 괜찮잖아요."


내 말에 감독님과 재파 코치님이 서로를 쳐다봤고 뱅기 코치님은 슬쩍 내 옆을 지나가 자리에 앉는다.

둘은 이게 무슨 일이냐는 표정으로 뱅기 코치님을 봤고 그 눈빛에 뱅기 코치님은 자기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어차피  경기 아닙니까?"

내 물음에 감독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야 그렇긴 하지..."
"담언이야  어차피 플레이 오프가니까 제대로 된 전력을 보기가 힘들  있지만 오히려 반대로 전력을 다할 수도 있잖아요."
"상대가 누구지?"
"잰지요."


운 좋게도 둘  충분히 우리와 결승 상대로 붙을 가능성이 있는 팀이다.

"안 돼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된다고 하기만 해라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더니 굉장히 난처한 웃음들을 보인다.

뱅기 코치님은 정말 자신에겐 권한이 없다고 생각하는지 그냥 저 세상 일처럼 편안한 표정으로 자신이 가지고 온 자료를  뿐이었다.

감독님과 재파 코치님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결국 결정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래, 그렇게 하자."


난 그제야 표정을 풀고 배시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팀원들이 상당히 좋아하겠네요."

최근에 진짜 팀원들이 자발적으로 엄청나게 연습량을 늘렸다는 걸 감독님도 코치님도 알고 있기 때문에 내 제안을 받아들이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승이 코앞인데 치킨에 맥주를 마시겠다는 내 말이 어쩌면 어처구니 없게 들릴 수 있었는데 내가 느끼기엔 선수들이 꽤나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상태라는 걸 알  있었다.


훈련 스케줄 자체가 게임 시간이 줄어들었을 뿐이지 사실상 원래 하던 훈련보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처음엔 괜찮았던 것 같은데... 훈련을 우리가 스스로 늘려서 그런가?'


하여간 처음 할 때는 생각보다  괜찮다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그렇지가 않다. 차라리 게임 더 하는 게 낫지. 머리가 터질 것 같다고 호소하는 선수들이 족족 늘어났다.

'가만히 앉아 있다고 해서 힘들지 않은  아니니까.'

난 기쁜 소식을 선수들에게 전했고 무척이나 좋아했다. 적당한 음주를 허용한다고 했지만 어쨌든 술이 들어가면 정상적인 훈련을  하게 되니까 아마 오늘 하루는  쉬게 해줄 거다.

그걸 선수들도 알기 때문에 조금 마음을 편하게 먹는 부분도 있었다.

하여간 오늘 훈련 시간이 갑자기 확 줄어들어서 그런지 그 성과가 굉장히 빨리 나왔다.


"다들 아주 전투적이네."


솔로 랭크를 하는 시간인데 전투력이 다들 급상승했는지 다들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보였다.


나도 솔로 랭크를 하면서 다양한 챔피언들을 서포터로 기용해 봤는데 애니비야, 샤쿄, 배이가, 리산드랴, 걀리오, 티묘까지 가리지 않고 사용해 봤다.


이기는 게임도 있고 지는 게임도 있었는데 생각보다 서포터로 사용해본 챔피언들 성능이 나쁘지 않았다.

내친김에 원딜 서포터로 이즈리열이나 미포를 써봤는데 그것도 상대방 조합에 따라서 충분히 먹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흠... 확실히 나쁘지 않네."


현재 서포터 중 가장 좋은 티어의 챔피언은 쓰래쉬, 래오나, 얄리스타, 블리츠크럥크 정도였지만 사실 이런 챔피언들은 무난하기 때문에 바텀 라인전 자체도 무난하게 흘러간다.

무난한 게 나쁜 건 아니었지만 그만큼 변수를 창출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가 됐다.

자주 나오는 챔피언들은 익숙했기 때문에 그만큼 상대방도 대처하기가 상당히 편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챔피언을 픽한다면?

그것도 대회에서? 아마 당황할  분명했다. 대처하기가 힘들고 그렇게 되면 위축된 플레이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걸 이용해서 바텀이 주도권을 쥐면 사실  수 있는 게 굉장히 많은  LOM이라는 게임이다.


'나름 연구하는 것도 재미있네.'


 피식 웃으면서 굉장히 열중해서 챔피언들은 연구하는 내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뭐야? 이상한 챔피언을 하고 있네."

진선 오빠가 내 뒤에 와서는 내가 픽한 챔피언을  모양이다.


 고개를 돌려 진선 오빠를 보곤 말했다.

"아, 지금 다각도로 연습 중이야."
"이게 무슨 연습이야. 트롤 아니야? 트롤?"
"트롤이라니. 이거 검증된 픽이야. 내가 벌써 몇 번 해서 이겼다고."


내가 고른 챔피언은 케낸이었는데 물몸이라 그렇지 피지컬이 좋은 나에겐 나쁘지 않은 픽이었다.

"물리지만 않으면 된다니까? 초반 단계 잘 넘기고 존야만 나와도 압박감이 장난 아니야, 진짜로."

내 말에 진선 오빠는 턱을 쓰다듬으며 경기를 그려보는  같았다.

"나쁘진 않을 것 같기는 한데."
"아, 참. 좋다니까 그러네.  봐라."

진선 오빠는 결국 내 말에 옆으로 의자를 가져와 쳐다보기 시작했다.


"초반 단계에서 그냥 짤짤이만 넣어줘도 돼. 무리하지 말고. 이거 상대 쓰래쉬에 물리면 무조건 죽거든."


내 말에 진선 오빠가 웃으며 말한다.


"너무 리스크가 큰  아니야? 경기에 사용하기엔 좀 힘들  같은데."
"어허, 무슨 소리. 충분히 가능하다니까."


 그렇게 말하며 라인전 단계에서 마나가 없다는 점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짤짤이를 넣어 맞췄다.

그러자 어지간히 짜증이난 모양이다. 줄어드는 피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정글을 부르시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난 핑을 찍으면서 뒤로 물러났다.


"이거 라인 당긴다. 정글 불렀나 보다."

 원딜과 함꼐 우리 삼거리 쪽에 와드를 하나 박고 용 앞까지 나가 와드를 박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적 블루 쪽에서 정글이 튀어나온다.

난 빠른 이동기로 공격 범위 안에서 벗어나 바텀에 다시 합류하며 정글 위치를 팀원들에게 알렸다.


"여기 정글 걸렸고요."


정글 위치를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팀원들은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몇 번이나 정글 위치를 찍어줬다.


대략적인 예상 위치 동선도 알려주며 바텀 라인전에 집중했다.

"이거 다시 올 수도 있으니까 살짝 라인 당겨서 먹자."

난 들리지도 않는 말을 열심히 우리 원딜에게 하며 슬쩍 눈치를 봤다. 다시 올 가능성이 전혀 없진 않았기 때문에 과감하게 CS를 포기하고 뒤로 물러났다.

초반에 죽는 것보다 차라리 CS 몇 개 주는  낫다.


 이런 의도를 원딜이 알아차렸는지 최대한 위험하지 않는 선에서 CS를 수급하며 라인을 당기기 시작한다.


난 틈이 있으면 Q를 날려 짤짤이 공격을 적중시켰다. 그렇게  번 맞추자 짜증이 났는지 쓰래쉬가 Q를 사용했고 그러면 이제 케낸이 좋다.

 적극적으로 Q가 돌기 전에 압박을 하며 Q를 날리며 깔짝거렸고  사이에 우리 원딜은 열심히 CS를 먹었다.

"야, 세나 잘한다."

진선 오빠는 그 모습에 웃으며 말했고, 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케낸 좋다니까."
"넌 새나 하면 잘할 것 같은데."

진선 오빠의 말에  설마 개그인가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쳐다봤는데 진선 오빠의 표정을 보아하니 개그였던 것 같다.

난 크흠, 흠. 헛기침을 하며 언짢다는 표정을 지었고 지선 오빠는 웃으며 미안하다고 손을 들어보인다.


다시 게임에 집중하며 진선 오빠에게 설명까지 하곤 말했다.


"얘처럼 오빠가 해주면 나쁘지 않아. 초반에 이렇게 사리면서 6레벨까지 기다리는 거야. 이거 6되면 카이샤랑 나랑 엄청 괜찮은 조합이거든. 징크쓰, 스래쉬도 나쁜 건 아니지만."


내 말에 진선 오빠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카이샤는 진선 오빠도  자신 있어 하는 픽이니까 내가 고른 케낸이랑 나쁘지 않은 시너지를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말고도 많은데 일단 케낸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몇 번 더 해보긴 해야 겠지만 내 생각엔 대회  조커픽으로 써도 나쁘지 않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처하기가 생각보다 힘들 걸?"


내 말에 진선 오빠가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6렙이 되니까 상대방은 눈에 띄게 사리는 모습이 보였다. 우린 자유롭게 CS를 수급했다.


"이거 한 번 걸고 싶은데."

내 말에 진선 오빠가 2:2로 싸우면 어떻게 될까 궁금해 하는 눈치였다.

"이거 부르자. 정글 부르자. 그냥 라인 밀어."

 핑을 찍으면 우리팀 카이샤를 조종했다. 내 핑을 알아 듣고는 적극적으로 라인을 밀기 시작했고 난 우리 정글에게 역갱을 봐달라고 지원 핑을 찍었다.


"온다."


우리 정글이 와서 밀린 라인을 틈타 부시에 숨었고 난 조용히 때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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