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0화 〉80. 스프링 결승 준비 (80/95)



〈 80화 〉80. 스프링 결승 준비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담언은 노골적으로 점 부시가 있는 위치에서 전투를 하려고만 했다.

웃긴 게 아래쪽에서 올라가면서 전투를 해야  경우가 생기면 과감하게 용을 주기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건 우리가 확인을 한 번 해볼게."


감독님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고, 팀원들은 날카롭게 뭔가를 하나 잡은 나를 보며  마디씩 했다.


"오, 역시 오더의 여신."
"날카롭네, 윤 여사."
"뭔가 있어 보이긴 한다. 아얘 그냥 줘버리네."

선수들의 말에 뱅기 코치님도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한다.

"이건 확실히 뭔가 있긴 하다."


이거 의외의 곳에서  건 올렸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어느 스포츠도 마찬가지겠지만 승부를 가르는 건 정말 찰나의 순간이다.

특히나 순간적인 반응 속도나 판단력을 엄청나게 요구하는 LOM의 특성상 그건 더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0.1초에 질 수도 이길 수도 있는 게 바로 LOM의 세계였다. 그렇기 때문에 사소한 것 하나라도 허투루 넘길 수 없다.

'그 사소한 차이로 이기고 지는 게임이니까.'


배릴의 사소한 습관적인 움직임 하나가 본 경기에서 나비 효과를 일으킬 수 있었다.


"세나처럼 뭐 있으면 바로바로 얘기해 줘, 얘들아. 사소한 거라도 좋고 지금처럼 의문이 가는 플레이도 그렇고 다 좋아."


감독님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우리에게 다시 한번 강조를 하시며 영상을 재생시켰다.

#


솔로 랭크 시간이 줄어 든 대신에 스크림을 하는 시간은 늘어났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훈련의 강도는 그렇게 강하지 않아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결승전을 앞둔 상황이니까 난 엄청나게 힘들게 훈련에 매진할  알았는데 의외로 컴퓨터에 앉아서 게임하는 시간은 줄었다.

'그렇지만 훈련은 이게 더 되는 느낌이긴 하다.'

평소엔 11시면 끝나는 스크림이 2시까지 이어졌고, 스크림에 관련된 피드백과 여전히 많이 남은 담언의 경기 영상을 봐야만 했다.


"아, 아까 그건 어떻게 됐어요?"

난 영상을 틀기 전에 감독님에게 물었다.


"안 그래도 그거 보여주려고."


감독님은 영상을 하나 틀었는데 담언이 용 쪽에서 싸우는 모습만 담아서 따로 편집한 영상이었다.

"이걸 보면서 우리도 분석해 알게 됐는데 얘들 이 아래쪽, 그러니까 용을 기준으로 해서 용쪽 앞, 그리고 용 아래쪽에서 위로 올라오면서 했던 전투의 승률이 20%가 안 돼."
"에?"
"20%?"
"대박, 그래서 그냥  때도 있었구나."

감독님의 말에 선수들이 놀라 소리친다.

"왜 그런가 분석해 봤는데 선수들이 이 위쪽에 있는 부시랑 시야를 상당히 잘 장악해서 힘든 전투도 굉장히 유리하게 끌고 가는 경우가 많더라고."

감독님의 말에 우찬 오빠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아... 아래 쪽이나 용 앞은 이용할 수 있는 부시가 없어서."
"꼭 그래서 싸우지 않거나 승률이 낮은 건 아닌  같은데 선수 개개인의 어떤 심리적인 요인이 사실은 더  것 같에. 지금 영상 보면 그냥 주거든?"

감독님은 두 팀의 상황을 비교해서 보여준다.

"보면 담언이 지금 훨씬 좋아. 1명이 지금 없지만 걸어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 분명히 몇 번이나 나오거든? 보면 배릴이 움찔, 움찔 몇 번이나 하잖아. 보이스도 함께 들어보면 고민하거든. 근데 결국엔."


크롸라라라라!

"헌납하네."
"저건 솔직히 충분히 해볼만  싸움인데. 저렇게 좋은 상황인데 1명 없다고  한다고?"
"그러게. 탑이 뭐 온다고 해서 엄청 큰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닌 상황인데."
"원딜 지키기도 좋은 조합이네."

잘 큰 원딜만 지키면 1명이 없다고 해도 담언이 충분히 이길  있는 성장의 차이였다.


확실히 감독님 말대로 심리적인 요인이 있어 보였다.


"그럼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각 나오지?"


감독님의 말에 난 씩 웃으며 말했다.

"무조건 저쪽을 우리가 먹어야 되겠네."


유리하든 불리하든 우리가 저쪽 지역을 장악하면 이미 반은 우리가 먹고 들어가는 거다. 반대로 저쪽을 뺏기면 담언은 이미 반은 우리한테 지고 들어오는 거고.

심리적인 부분이 게임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사실이다.

아, 우리 여기에서 싸우면 항상 졌는데. 하고 싸우는 것과 여기서 싸우면 우리가 무조건 이기지. 라고 생각하는 싸움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다.

"바론에선 특별히 그런 게 없어 보이긴 했는데 되도록이면 용과 똑같은 지역도 바론에 있으니까 그쪽 위주로 지역을 먹고 싸우는 게 좋을 것 같아 보인다."

재파 코치님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용에 비해서 조금 덜하다 뿐이지 무의식적으로 플레이에 반영될 수 있었다.

"쭉 봤는데 전혀 없어 보이진 않아. 바론도 이쪽 지역을 자기들이 선점했을 때  주도적인 오더가 많이 나왔어. 근데 실상 어디에서 어떻게 싸우든 승률은 비슷하더라고."

감독님의 말에 재파 코치님이 말을 덧붙였다.

"아마, 선수들이 어느 정도는 의식하고 있는 것 같아. 자기들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같은데. 플레이하는 거 보면 분명히 의식하고 있는 게 느껴지거든? 가능하다면 이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알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선수들의 대답에 감독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럼 다음 경기 영상 하나만 보고 다들 들어가자. 집중해서 봐. 진 팀에 이입해서  보라고 왜 졌는지 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지. 상대방은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하나라도 놓치지 말고.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선수들의 대답에 양중인 감독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담언의 경기 영상을 켠다.


#


우린 담언이 올라온다는 확신을 가지고 다른 팀들의 분석은 감독님과 코치님들에게 맡기고 오로지 담언에만 집중했다.


만약에 잰지나 한하 같은 팀이 올라오면 어떤 역풍을 맞게  줄 짐작조착 가지 않았지만 담언을 분석하는 선수들고 그렇고 감독님과 코치님들도 결국 우리 상대는 담언이 될 거라고 확신했다.

그건 담언을 분석하며 더욱 두드러진 생각이었는데 다른 팀에겐 확실히 약점이 보였다.

그러니 아무래도 순위가 우리와 담언에 비해 낮은 걸 테고 패배도 많은 뿐 아니라 2:0 승리를 가져온 경기도 압도적으로 우리에 비해 낮았다.

'담언만 우리와 비슷하네.'

가장 우리와 비슷한 성적을 거둔 팀은 담언 말고는 없었다. 담언의 경기만 분석해서 솔직히 다른 팀과 비교할 수 없기 때문에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긴 힘들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담언이란 팀이 정말 강하다는 거였다.

'거기다가 상대 감독님도 은근히 신경 쓰이고...'


누구보다 Y1을 잘 아는 사람이 상대편 감독이다. 이건 솔직히 선수 입장에서 꽤 부담스러운 일이다.


뭐, 우리 감독님도 담언에 있긴 했지만 그 기간이 압도적으로 적다. 팀에 오래 몸담고 있다고 해서 그 팀을 더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 시간을 무시할 순 없다고 본다.


"확실히 잘하긴 잘하네."


분석 영상을 보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옆에 앉았던 민영이가 그런 내 말을 들었는지 내게 몸을 기울여 귓가에 대고 속삭인다.

"걱정 마, 누나. 내가 다 이겨."

자신감 넘치는 민영이의 모습에 난 실소를 흘리며 말했다.

"야, 너 요즘 엄청 못 하면서 무슨 개소리야."

내 말에 민영이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입술을 삐죽인다. 초반에 보여줬던 폼이 이어지지 못하고 후반으로 갈수록 폼이 나빠져 결국 진선 오빠가 경기에 나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찬동이는 반대로 초반에 부진한 모습이 많았는데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폼이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찬동이는 뭐, 거의 작년이랑 비슷한 폼이던데.'

작년 찬동이는 정말 누가 막을 수 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척이나 뛰어난 플레이를 보여줬는데 팬들 사이에서도 우리 찬동이가 달라졌어요. 라며 굉장히 좋아하는 분위기였다.


하데스, 우재도 찬동이가 부진할 때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확실히 경험이 부족해 실수가 잦은 모습이 많이 나왔고, 경기를 거듭할수록 부담감을 많이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아무래도 나이가 어리니까...'

어떻게 보면 조금은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경험이 아직 부족하고 어린 선수다. 누구나 겪었던 일이었기 때문에 요즘 내가 팀에서 가장 신경 쓰고 있는 선수였다.

'찬동이는 이제 뭐... 알아서 잘 하니까.'

나랑 친구라서가 아니라 찬동이는 정말 열심히 했다.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연습실에 먼저 나와서 손을 풀고 연습을 했고, 누구보다 늦게 연습실에서 나왔다.

자기 말로는 폐관 수련을 한다느니 뭐 그런 말까지 하며 독하게 연습을 했으니 지금 폼이 올라와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당연했다.

'그러고 보니까 결국엔 이전 시즌 멤버들이네.'


그러고 보니 스프링 결승이 되니까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의 면면을 보니 작년 시즌의 주축 멤버들이었다.

탑은 칸느 찬동이, 미드는 페이크 상현 오빠, 정글은 켜즈 우찬 오빠, 원딜은 태디 진선 오빠. 그리고 서폿은 가디스, 나.

최근 민영이이 폼이 떨어지면서 열심히 갈구고 있었는데 이놈은 뭐 천하태평이다.

연습을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분석에 집중하는 것도 아니고. 잘하긴 하는데 뭔가 건성으로 하는 느낌이 들어서 내가 다 애가 탔다.


"너 이러다 결승전 출전 못한다?"

내 말에 민영이는 못 들은 척하며 담언 경기 영상을 바라본다.


웃긴 건 내 말에 자기도 어느 정도는 동의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귀찮은 건지 담언 경기 영상에 대한 분석에 별로 적극적이지 않다는 거다.

반대로 진선 오빠는 굉장히 열정적으로 임하고 감독님이나 코치님들과 의견 교환도 상당히 많이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얘는 저런  보고도 별로 위기의식이 안 드나?'

나야 아직 서포터가 팀에 나 혼자라서 별다른 위기의식이 안 들지만 내 포지션에 경쟁 상대가 있다고 생각하면 엄청 위기의식이 느껴질 것 같은데...


선수라면 누구나 경기에 출전하고 싶어하는 건  똑같을 것이다.


그런데 민영이는 별로 그런 구석이 없어 보여 때론 얘가 별로 경기에 출전하고 말고를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었다.


'프로 선수가 그럴리야 없겠지만...'

얘도 나름 스트레스도 받고 생각도 있겠지 하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가만히 민영이가 하는 행동을 보면 별로 그런 생각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하여간 요즘 팀에서 가장 걱정되는 놈은 이놈이었다.

켜즈 오빠야 멘탈이 무척 강한 편이라서 한 개도 걱정하지 않았다.

경기에 출전하지 못할 때도 자신의 폼이 좋지 않으니 출전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고, 팀에게도 좋으니 그게 맞다고 해서 그 마인드에 놀란 적이 있었다.

오히려 팀에 정글이 많아서 다행이라며 폼이 좋지 않은 자신을 대신해 극도의 부담감을 느끼면서도 선전해주는 앨림과 헌준이에게 굉장히 미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하여간, 켜즈 오빠는 경기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 오히려 더 좋다며 자신의 폼을 끌어올렸고, 얼마 전에 결국 챌린저 랭킹 1위를 찍었다.

그렇게 시즌 후반에 앨림과 우찬이의 폼이 조금 떨어진 느낌이 있었을 때 특급 소방수로 나와 승리에 많은 기여를 했다.

"나라면 그냥 저기서 돌았을 것 같은데. 지금 상황에선 그냥 스펠 한번 빼주려고 가는 건데 그러기엔 너무 소모값이 크지 않나?"


헌준이의 말에 앨림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나는 가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탑 스펠 빼놓으면 확실히 편하기도 하고, 지금 미드 주도권 있는 상황에서바위개 싸움이나 전령도 시도해 볼 수 있고."
"난 차라리 여기서 위로 올라가는  아니라 아래로 그냥 내려가서 바텀 봐주는  더 좋은 것 같은데. 지금은 아래 죽는 게 더 아프지 않아?"
"그것도 그렇긴 한데. 어차피 바텀은 후반 가면 우리가 유리한 조합이잖아."
"탑이나 바텀 역갱 보는 게 아니라 여기서 그냥 상대 정글 보였을 때 전령 쳐보는 것도 괜찮았을  같다."
"그것도 나쁘지 않긴 하다."
"형, 이건 어때?"

처음에는 그냥 아무렇게나 앉았는데 감독님과 코치님이 이왕이면 같은 포지션끼리 대회에서 앉을 때처럼 앉으라고 하셨는데 그게 분석 영상을 볼 때 은근히 나쁘지 않아 보였다.

정글은 셋이나 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활발하게 의견을 나눴고, 나도 양 원딜 사이에 앉아서 상황에 따라 이것저것 조언도 하고 생각을 듣기도 했다.

"세나야, 방금 건 들어가도 괜찮지 않았어?"

담언이 거리가 나왔을 때를 진선 오빠가 물어보기에 난 고개를 저었다.


"질 걸?"
"그래?"


진선 오빠가 고개를 갸웃하긴 했지만 반박은 하지 않았다. 내가 얘기해서 틀리는 게 거의 없다 보니까 이젠 내 말이 거의 법처럼 됐다.

나를 믿어주는 건 굉장히 감사한 일이다. 오더로서 믿고 경기에서 내 말을 그대로 따라주니까. 하지만,  좋은 점도 역시 존재했다.


"세나야."
"누나!"
"야, 저기서 미드를 한번 가는 게 더 낫지 않냐?"
"아, 형 아니라니까요. 지금 상황에선 바텀이 맞다니까요."
"무슨 소리야. 그냥 정글만 찾아주면 된다니까!"


 정글 놈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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