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화 〉78. 한국대 소냐
내 말에 찬동이도 갑자기 늘어난 시청자가 자신을 보기 위함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난 그런 찬동이의 어깨를 토닥이며 찬동이가 게임을 할 동안 찬동이 방에 들어온 시청자들과 못다 한 얘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내일 방송 켜는 건가요? 안 켜는 건가요?]
[0시 지났으니까 오늘이라고 해야지.]
"어, 방송은 확실히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저도 모르니까요."
[아니, 근데 어차피 기록 다 남으니까 방송 켜나 끄나 크게 상관없는 거 아님?]
[바보냐? 당연히 부캐로 하겠지.]
[프로들 부캐도 어차피 다 알지 않나?]
"뭐, 알려질 수도 있긴 하지만 비밀 계정이 한두 개가 아니라서. 그거로 하면 다른 팀들이 알 수가 없죠."
어떻게든 찾아내는 사람도 있긴 하던데... 그런 거 보면 참 신기하단 말이야. 그걸 다 어떻게 알아내서 올리는 걸까?
"그런 계정을 쓸 때는 아무래도 방송 켜기가 힘들고 또 우리 팀은 결승을 준비하고 있는 기간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더 민감할 수 있겠죠?"
[어차피 우승은 Y1일 텐데 결승 빨리 끝났으면.]
[우승 미션 이번에 엄청 많으시던데.]
[우승 달성 시 걸린 후원금 지금 장난 아님 ㅋㅋ]
[전 세계적으로 후원금 조공이 이루어지네 ㅋㅋ]
[이번에 그거 소냐 너튜브가 크긴 했음.]
[외국인들 가수 아니고 프로게이머라니까 안 믿음.]
[ㅋㅋㅋㅋㅋ 나라도 안 믿겠다.]
[솔직히 어지간한 아이돌 가수는 다 씹어 먹을 듯]
[이건 인정이지.]
[그건 맞음 ㅋㅋㅋ 노래 듣고 깜짝 놀람.]
[심지어 자작곡... ㄷㄷㄷ 너무 좋아, 너무 달콤해.]
[내 생각엔 첫째 언니보다 더한 것 같음. ㄷㄷㄷ]
[아니, 기타는 언제부터 칠 줄 아셨던 건가요?]
[헐, 기타도 치실 줄 암?]
[저 사람 소냐 너튜브 구독 안 했네.]
엄청나게 빨리 올라가는 채팅에 찬동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말한다.
"와... 진짜 이렇게 채팅창 빨리 올라가는 거 처음 본다. 너는 이걸 어떻게 다 읽냐?"
"집중하면 읽을 수 있어. 너무 빠르면 나도 다 못 읽긴 해."
지금은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채팅 올라가는 속도가 느린 거라고 하면 아주 놀라 뒤집어 지시겠네.
"여기가 내 채널인지 네 채널인지 분간이 안 가네."
찬동이 말에 난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찬동이 말처럼 원래 보던 찬동이 시청자들 채팅이 묻히는 모습이 보였다.
아니, 그것보다 찬동이 시청자들도 이젠 내 얘기를 내 시청자들과 나누고 있어서 웃음이 나왔다.
"끝났네."
억제기가 모두 나가고 쌍둥이 포탑만 남아 있는 상황에서 상대 팀이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했는데 바론이 아직도 9시에 가 있었다.
"못 막아, 밀어. 그냥 밀어. 네가 들어가!"
[ㅋㅋㅋㅋ 여기서도 오더하네.]
[앜 ㅋㅋㅋ 찬동이 오더 듣고 들어가는 게 더 웃겨 앜]
[ㅋㅋㅋㅋ 거의 조건 반사야.]
[이 정도면 뭐 파블로프의 개 수준인데?]
[ㅋㅋㅋㅋㅋㅋ 파블로프의 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찬동이도 내 말을 듣고 들어간 자신의 모습에 헛웃음을 지으면서 말한다.
"아니, 내가 왜 들어갔지?"
의아해 하는 찬동이의 말에 난 등을 두드려 주며 격려했다.
"잘했어, 찬동이 아주 칭찬해."
허탈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찬동이는 회색빛 화면으로 변한 자신의 화면을 보며 고개를 떨궜다. 어쨌든 자신의 희생으로 상대 팀 전원을 죽였다.
기적의 5:1 교환을 보고 역시 내 오더는 틀림이 없다는 생각을 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상대방이 잘 대처했으면 그래도 2~3명은 데려갈 수 있었을 텐데 내가 오더 했던 시기가 쌍둥이 포탑을 막기 위해 제대로 진영이 갖춰지지 않았을 때였다.
그래서 들어가라고 했는데 결과가 아주 훌륭했다.
"방금 들어간다고 핑 찍고 들어가는 것도 아주 좋았어. 다른 팀원들이 바로 반응해 주니까 다 쓸잖아."
"내가 미끼인 오더였냐? 난 사는 게 아니었냐?"
찬동이는 당연히 자신이 들어가도 사는 오더인 줄 알았던 모양이다.
난 그런 찬동이를 보며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어허! 탑이 어딜 살려고 해. 죽을 때까지 맞아 줘야지. 누나가 뭐랬어? 필사즉생 필생즉사라고 했지? 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반드시 죽는다고. 네가 방금 어, 살고자 하니까 죽은 거야."
내 말에 찬동이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고 난 그런 찬동이의 시선을 피하며 손을 휙 젓고는 몸을 돌리며 말했다.
"빨리 컴퓨터 끄고 나와. 집에 가게."
사실 어떻게 들어가도 죽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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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춥다."
밖으로 나오자 싸늘한 새벽 공기가 온몸을 때린다.
'하, 찬동이가 여자친구가 없었으면 난로로 이용하는 건데 아쉽다.'
난 롱패딩 모자를 뒤집어쓰고 양팔을 교차한 상태로 바람을 최대한 적게 받기 위해 어깨를 잔뜩 움츠리며 숙소로 이동했다.
난 정식 명칭으로 슬립스트림을 사용했는데 찬동이 뒤에 딱 붙어서 총총걸음을 옮겼는데 큰 도움은 안 됐다.
"야, 운동 좀 해라. 운동 좀. 바람이 하나도 안 막히네."
내 말에 찬동이가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내가 너 바람 막아주려고 운동하게 생겼냐?"
"으음, 넌 안 생겼지."
내 말에 찬동이는 하! 하고 어이없다는 듯 웃더니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달려가는 찬동이의 모습에 난 멍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때마침 불어오는 맹렬한 바람에 난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뒤로 돌아야 했다.
'으이씨, 저걸 그냥...'
난 하는 수없이 백스텝으로 힘겹게 바람을 뚫고 숙소에 도착했다. 그래도 저것도 남자라고 앞에 있으니까 좀 도움이 되긴 했네.
찬동이가 먼저 가버리니까 정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아주 찰지게 나를 훑고 지나갔다.
"어후, 추워."
새벽 바람이 매섭게 불어 간신이 숙소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려 타고 올라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숙소는 세상 조용했고, 찬동이도 방에 들어간 모양이었다. 방에 들어가서 불이나 켜고 나올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늦게까지 연습하는 게 기특해서 하지 않기로 했다.
난 내 방에 들어와 따듯한 물에 몸을 씻고는 침대에 몸을 던졌다. 침대에 누워 핸드폰 좀 보다가 자는 게 국룰이라 열심히 손가락을 움직이다가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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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야! 일어 났니?"
어머니의 목소리에 난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네!"
잔뜩 잠겨 갈라진 목소리가 나와 난 목을 가다듬었다.
"그래, 얼른 씻고 밥 먹어라."
"네, 감사합니다!"
이번엔 좀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봤지만 누가 봐도 늦잠을 잤다는 걸 알 수 있는 목소리였다.
시간을 확인하니 11시 13분. 기상 시간을 13분이나 늦게 일어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무래도 어제 늦게 숙소에 들어와서 잠든 게 원인인 것 같았다.
"아, 어제 연습을 너무 늦게까지 했어."
집에 6시 조금 넘게 들어와서 씻고 핸드폰 보다가 7시? 그 정도에 잤으니까 4시간 정도 밖에 못 잔 거다.
난 침대에서 일어나 대충 이불을 정리하고는 눈곱만 떼고 방에서 나와 거실로 향했다. 나 빼고 전부 모여서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잔뜩 잠에 취한 표정으로 산발이 돼 나온 나를 보며 웃음을 터뜨린다.
"아이고, 세나야."
어머니는 그런 내 모습에 어쩌면 좋아를 연발하시면서 웃으셨고 팀원들은 그런 내 처음 보는 망가진 모습에 좋다고 놀렸다.
"야, 나 방금 뭔 산적이 나온 줄."
"이거 어떤 정신 병원 나오는 영화에서 본 것 같은데."
난 그러거나 말거나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어머니는 그런 나를 보며 내 상태가 영 아니라고 여기셨는지 직접 밥과 국을 떠서 내 앞에 놓으신다.
"아이고, 밥이랑 국 먹고 정신 차려."
"아, 제가 가져다 먹으면 되는데... 감사합니다."
난 얼굴을 가리는 머리를 귀 뒤로 넘겨 정리하며 어머니께 죄송하다는 표정으로 몇 번이고 고개를 숙였다.
"여신의 실체."
"이거 팬들이 보면 실망하겠는데."
난 실성한 듯 웃으면서 국물을 떠먹었는데 엄청 맛있었다. 머리가 자꾸 앞으로 내려와 머리를 뒤로 넘기다가 한숨을 내쉬곤 머리를 한번 정리하고 몸을 바로 했다.
머리가 안 흘러내리게 자세를 취하고 밥과 국, 그리고 어머니께서 해주신 반찬을 골고루 입안으로 가져갔다.
그러니 잠이 좀 깨는 것 같았다.
"어제 늦게까지 연습했어?"
상현 오빠의 물음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응, 6시 넘게 했어. 집에 와서 씻고 핸드폰 좀 보니까 금방 7시 넘어가더라. 나 4시간밖에 못 잤어."
"오늘 많이 피곤하겠는데."
상현이 오빠의 걱정스러운 말에 난 역시 상현 오빠밖에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역시 나 걱정해 주는 건 상현 오빠뿐이구나."
"나도 눈으로 걱정했는데."
진선 오빠의 말에 난 양손가락을 눈에 찌를 것처럼 위협했더니 자신의 얼굴 앞에 손날을 가져가 방어 자세를 취해 보인다.
'호,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난 두 손으로 손가락 하나씩 만들어 찌르는 자세를 취했고 그 모습에 진선 오빠는 놀라며 숟가락 두 개를 집어 들더니 눈을 막는다.
난 그 모습에 작게 웃음을 터뜨렸고 우리 둘을 보던 다른 선수들도 어이없다는 듯 웃기 시작했다.
하여간 진선 오빠와 짧았던 콩트가 끝나고 식사를 마친 나는 그릇을 싱크대에 가져다 놓고 곧바로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빨리 준비하고 나와라. 1분이라도 늦으면 우린 그냥 간다. 늦으면 벌금 내는 거 알지?"
진선 오빠의 말에 난 입술을 삐죽였다. 나보다 일찍 일어난 찬동이는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는 여유를 보이고 있었다.
얄밉게 커피를 들어 보이며 입가에 미소를 걸었다.
"야. 너 오늘 좀 일찍 일어났다?"
내 말에 찬동이는 피식 웃더니 말했다.
"내가 일찍 일어난 게 아니라 네가 늦게 일어난 거다."
그 말에 할말이 없어져 새침한 표정을 짓곤 내 방으로 들어왔다. 난 대충 씻고 대충 말리고 대충 얼굴에 바르고 나왔더니 출발 시간에 늦지 않게 나올 수 있었다.
"휴, 안 늦었다."
내가 방에서 헐레벌떡 옷을 걸치고 나오자 진선 오빠가 시간을 확인하더니 웃는다.
"오, 안 늦었네?"
"그럼, 당연하지."
난 기세 등등하게 얘기했지만 허겁지겁 나온다고 상태가 좀 정상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하여간 시간에 맞춰서 나온 게 어디야.
"가자."
테이블에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팀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어머니께선 나가는 우리들을 배웅해주시며 격려해주신다.
"오늘도 열심히, 화이팅!"
"화이팅! 밥 너무 맛있게 감사히 잘 먹었어요!"
내 살가운 인사에 어머니께선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아이고, 맛있게 잘 먹어줘서 내가 더 감사해."
난 어머니의 두 손을 붙잡고 흔들며 미소를 짓곤 가장 늦게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어머니가 우리랑 있었을 때랑은 표정이 확 달라지셨어."
진선 오빠의 말에 상현 오빠도 똑같이 느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숙소에 그래도 여자가 있어서 그런가? 뭔가 어머니 얼굴이 좀 밝아지신 것 같긴 하다."
"그래, 좀 칙칙하긴 했지. 우린 상관없는데 어머니가 느끼기엔 좀 그랬을 수 있겠다."
진선 오빠의 말에 난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어머니가 나 오기 전에는 어떠셨는데?"
"아니, 뭐 크게 달라진 건 없으신데 더 웃음이 많아 지시고 밝아지셨어."
"확실히 그건 좀 있는 것 같다."
찬동이도 그렇게 느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아무래도 우리는 잘 표현을 안 하니까. 우리도 맛있으면 맛있다고 어디 안 좋아 보이시면 괜찮으시냐고 뭐 너처럼 그렇게 살갑게 굴진 않으니까."
진선 오빠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흠, 그러고 보면 확실히 아닌 게 아니라 은근히 누나들의 힘이 작용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가? 남자 치고는 아니, 남자였던 것치고는 확실히 다른 남자들에 비해서 내가 좀 더 어머니에게 살갑게 구는 건 있는 것 같다.
"오빠들도 좀 해. 오빠들이 나서서 그래야 애들도 본 받아서 하지."
난 숙소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상현 오빠와 진선 오빠를 타박했고, 찬동이는 째려보는 거로 대신했다.
"내가 잘 할게."
우찬 오빠는 고개를 끄덕이며 얼른 내 말에 미소를 보이며 대답했다.
"빠르네, 우리 우찬이."
"우찬이가 좀 빨라."
진선 오빠와 상현 오빠는 그런 우찬 오빠를 보며 놀렸지만 난 고개를 끄덕이며 대견하다는 미소를 지어줬다.
"아닌 게 아니라 선물이라도 하나 준비할까?"
그래도 내 말이 전혀 먹히지 않는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상현 오빠의 말에 난 고개를 갸웃하곤 말했다.
"크리스마스 선물 안 드렸어?"
내 말에 팀원들은 멍한 표정을 지으며 날 쳐다본다.
"아니, 뭐... 새해를 맞이해서 뭐라도 드렸다거나. 아니면 설날 때나..."
내 말에 다들 고개를 젓는다.
아무리 돈을 받고 일을 하신다고 하지만 그래도 매일 우리를 깨워주고 정성을 다해서 밥을 준비해 주시는데...
"생일은 그래도 챙겨드리지 않았어? 뭐, 미역국은 못 끓여 드리더라도 작은 선물 하나 정도는..."
내가 설마 하는 표정으로 팀원들을 훑어보자 점점 내 시선을 피하거나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이는 모습이 보였다.
"어머니 여기서 오빠들 밥해주신지 오래되지 않았어? 아니, 그래도 생신은 오빠들이 알지? 안 그래도 나 그거 물어보려고 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까 상현 오빠를 쳐다보며 묻게 됐다.
"새... 생신?"
굉장히 당황한 표정으로 안경을 고쳐 쓰며 진선 오빠에게 고개를 돌린다. 갑자기 상현 오빠가 자신을 쳐다보자 진선 오빠는 맹렬하게 고개를 젓는다.
"이러다 늦겠는데?"
"그렇죠, 형? 우리 조금 서두를까요? 나는 신입이라."
찬동이와 우찬 오빠는 대본을 읽듯 말하더니 서로 어깨 동무를 하며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상현이 형이 가장 오래 있었지."
"너도 어머니랑 오래 있었잖아."
...
이것들이,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