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7화 〉77. 한국대 소냐 (77/95)



〈 77화 〉77. 한국대 소냐

오랜만에 방송을 켜서 그런지 굉장히 재미있었다. 채팅을 하면서 또 미션도 수행하면서 하다 보니까 어느덧 6시가 거의 다 돼가고 있었다.


"뭐야?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와, 오랜만에 여러분들이랑 소통하면서 하니까 시간 가는 줄 몰랐네요. 벌써 6시 다 돼가요.  2시간 일 더 했어요."

[정식 명칭은 초과근무라고 합니다.]
[야근이라고 하지.]
[무슨 소리냐? 연장 근무라고 하지.]
[하아, 답답하다. 이 사람들아. 이건 시간외 근로라고 하는 겁니다.]
[ㄷㄷㄷ 뭐야? 뭐가 맞는 거야?]
[그냥 다 맞는 거로 하자.]
[별 쓸데없는  가지고 싸우네.]


"이거 이기고 집에 가야지."

[속보! 윤세나 집에 간다고 함!]
[헐? 탈영은 안 됩니다!]
[숙소에 가야지. 집에 가면 안 됨.]


"아, 거 사람들 참. 집이 숙소라는 말이죠. 내가 설마 진짜 집에 가겠어요?"

[왜 갈 것 같지?]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봄.]
[이상하게 갈 것 같은 외모.]
[약간 고양이 상이라 그런가? 그럴 것 같기도 함.]
[뭔가 강아지 같은 고양이 상이야.]

"이젠 갑자기 내 관상으로 흘러가는 건가?"


도무지 대화가 어디로 흘러갈지 종잡을 수가 없다. 가만히 채팅을 보다가 보면 진짜 오만가지 얘기들이 다 나온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게임, 음식, IT, 스포츠 등등.

[와, 저걸 죽이네? 방금 봤냐?]
[아, 채팅창 보다가 못 봄.]
[말하면서도 프로 킬 내버리는 클라스 오지구요.]
[상대방 프로임?]
[ㅇㅇ 프로임.]
[ㅇㅇ 상대 프로.]


난 게임을 하다가 말고 연습실 안을 둘러봤다. 나 말고는 아무도 없나 싶어서 확인했는데 이 시간까지 연습하고 있을 사람은 없어 보이긴 했다.

"나 말고 아무도 없나?"

난 다시 자리를 고쳐 앉아 게임을 했는데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간다.


[지금 칸느 맹연습 중.]
[아직 칸느 연습실인 것 같은데.]
[칸느 연습 중.]
[칸느 지금 솔랭 중임.]
[지금 칸드 솔랭 함.]
[칸느 연습실에서 하고 있는 것 같은데?]
[ㅇㅇ 저거 연습실 맞음. 아직 방송 켜져 있음.]


"아, 진짜요? 찬동이 아직도 하고 있어요?"

찬동이 자리에는 없는  보니까 개인 방송할 수 있는 독방에서 하고 있는 모양이다.

확실히 거기 들어가면 다른 소음이 없이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기는 했다. 방송도 다른 선수 눈치 안 보고 편하게 할 수도 있고.

"끝나고 찬동이랑 같이 숙소 가면 되겠다. 찬동이는 거의 끝나가요? 갈 때 나랑 같이 집에 가자고 좀 전해줘요."

[와... ㄷㄷ 윤세나 충신 개많네.]
[방금 500명 빠져나감 ㅋㅋ]
[와, 근데 이 시간에 4천 명이나 보는 거 실화인가?]
[대기업이잖아.]
[아까까진 좀 적었는데 .]
[일어나서 들어올 시간 됐지.]
[오랜만에 방송 켜서 그런 것도  있음.]
[언니, 방송  자주 켜주세요! ㅠㅠ]
[마자여, 현기증 날 것 같단 말이에여.]
[그래, 솔직히 초심 잃었다. 윤세나.]
[이제 아프리카에서 놀 수준이 아니라 이거지.]


"이 사람들이 생사람 잡네. 조금 있으면 결승이잖아요. 결승. 그래서 방송을 못하는 거지. 초심을 잃었다니. 나만큼 방송 열심히 한 사람이 어디 있어? 꼬박꼬박 솔랭 때마다 방송 켰잖아."


[그래, 그건 맞지.]
[솔직히 원래 했던 방송 시간보다 더 길어지긴 함.]
[프로게이머 되고 방송 시간 늘어남.]
[솔랭 시간이 늘어서 ㅋㅋ]
[그 시간 아니면 또 방송 못하니까. ㅋㅋ]

생각해 보니까 그렇네! 내가 원래 방송하는 시간보다 훨씬 길게 하고 있네.


"그리고 뭐, 말은 바로 하자고. 솔직히 이거 아니여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어서. 엣헴. 혹시 여기 소냐 구독
안 누른 사람들은 없겠지?"


난 눈을 가늘게 뜨고 카메라를 째려봤다.

[헉! 뭐야?  이렇게 예쁘냐. 얘?]
[째려보는 것도 예뻐... ㅎㄷㄷ]
[진짜 여신은 맞는 것 같다.]
[ㅋㅋ 예쁘긴 하네.]
[내숭도 없고, 프로게이머 생활도 장난으로  줄 알았는데 되게 열심히 하고. 솔직히 좀 편견이 있었는데 살짝 깨짐.]
[난 많이 깨졌는데.]
[두 마리 토끼 잡기가 쉽지 않은 텐데.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음.]
[ㅇㅇ 욕심도 좋지만 건강이 우선이니까.]


갑자기 내 건강을 걱정하는 댓글들을 보며 코끝이 찡했다.

"뭐야, 갑자기... 왜 그래. 그러지 마."

[운다. 운다.]
[조금 더 하면 울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
[앙마 새끼들 ㅋㅋㅋㅋ]
[우는 모습도 섹시할  같아. 하악. 하악.]
[근데 진짜 이런 애가 있구나. 얼굴도 예뻐, 마음도 착해, 공부도 잘해, 몸매도 좋아. 설마 집안까지 빵빵한  아니지?]
[여신님 위로 언니만 넷 있다고 함.]
[아, 그 여신님 언니 봄.]
[예쁘냐?]
[ㅅㅂ 개예쁨.]
[여신님 보다?]
[후우... 그건 좀 힘든 질문인데. 하여간 예쁨.]
[위로 언니만 넷이라고?]
[처제!]
[처제 ㅋㅋㅋㅋㅋ]
[바로 처제 나오네 ㅋㅋㅋㅋ]
[여신님 언니들 다 예쁘신가요?]

갑작스럽게 묻는 언니들의 질문에  살짝 고민했다. 첫째 언니야 뭐... 어차피 공인이니까 알려줘도 상관이 없나? 둘째 언니는 얘기하는 거 싫어할  같은데.

세연 언니야 어차피 다 아니까 상관 없고.

"세연 언니랑은 나이 차이가  살인데. 첫째 언니랑 둘째 언니랑은 나이 차이가 좀 나요. 첫째 언니가 28살이고, 둘째 언니가 26살이에요."


[설마... 언니들도 한국대임?]

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맞아요. 첫째 언니, 둘째 언니 다 한국대 졸업했어요."


[와... 미쳤네, 이 집안...]
[헐... 그럼 다 한국대잖아?]
[엥? 셋째 누나도 한국대 다니심?]
[정보 느리네. 가장 먼저 알게된 사실인데.]
[세나 언니 이름이 윤세연인데 같이 살고, 아니 살았고 한국대 의류학과 다니심. 초 예쁨.]
[이름이 뭔가요?]


이름 알려줘도 되려나...


"어... 세연 언니야 다 아실 거고... 둘째 언니는 좀 말하기가 그래요. 무서워서."


[어? 지금 언니 디스 하신 건가요?]

난 펄쩍 뛰며 손사래를 쳤다.

"아니요! 아니요! 절대 그런 거 아닌데요?"


[ㅋㅋㅋ 반응 귀엽네]
[자리에서 펄쩍 뜀. ㅋㅋㅋ]
[둘째 언니 무서운가 봄.]
[왜 갑자기 살쾡이가 생각나지?]
[살쾡이처럼 예쁜가?]
[살쾡이처럼 예쁜 건 뭐냐?]
[뭔가 그려지는 건 왜 그런 거지? ㅋㅋㅋ]
[존나 카리스마 있을 듯. 뭔가 가죽 바지 입고. 맥주 병 목 잡고서 클럽 돌아다니실  같은 이미지.]

"헐... 저희 그러면 아빠한테 죽어요."


[아빠가 엄하신가 보다.]
[아부지 뭐하시노?]

"우리 아빠 속초에서 장사하세요."

[오호라.. 장사라.?]
[거상이신가?]
[아니, 저건  드립이냐?]
[커피 드립.]
[요즘 대세는 핸드 드립.]
[이 방 수준 왜 이럼?]
[이른 아침이라 그러니 다들 양해 부탁드림.]
[우리가 테란 종족이긴 하지.]


 아빠가 생각나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여간 엄청 엄하세요. 잘못하면 대가리 박고 빠따도 맞고 다 했어요."


[둘째 언니가 제일 잘하셨을 것 같음.]

난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둘째 언니가 제일 잘하긴 했죠."


[아니, 그래서 둘째 언니는 뭐하시는 분인데요?]
[일단 나이, 성별은 파악함. 27세, 여자임.]
[그거 지금 모르는 사람도 있냐?]

"의사에요."

[처제!]
[처제에에에에에에에!]
[다 비켜!]
[ㅋㅋㅋㅋㅋㅋㅋ 개웃기네.]
[와... 뭐냐? 아버지는 장사 하시고 어머니는 뭐하시노?]

"엄마도 같이 속초에서 장사하세요."


[부모님은 의외로 무난하시네?]
[자식 농사가 대박...]
[언니가 의사... 그럼 한국대 의대였다는 거잖아?]
[와... 맙소사다. 맙소사.]


놀라는 사람들의 모습에 난 큭큭 거렸다. 첫째 언니 얘기는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정도에 놀라면 곤란한데."


 말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도배되기 시작한다.


[얘들아. 끝판왕은 첫째 언니인  같다.]
[큰 언니가 제일 무서워요?]
[둘째 언니를  무서워하는 것 같던데.]


"아, 평소엔 둘째 언니가 제일 무서운데 첫째 언니가 화나면 둘째 언니도 엄청 무서워해요. 근데 첫째 언니는 화내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원래 그런 사람들이 화내면 제일 무서움.]
[ㅇㅇ 눈깔 뒤집어 짐.]
[화내도 예쁘겠지? 헤헤헤.]
[뭐냐? 저 변태 새끼는?]
[나도 밟아줘...]
[그래서 첫째 언니는요?]

"첫째 언니는 윤세아라고 해요."


[오, 이름 예쁘네.]
[이름 밝혀도 됨?]
[아까 얘기하는  보니까  사람은 공인인 것 같은데?]
[야야... 얘들아 큰 언니 대박이다.]
[미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뭐야... 이 집안 유전자  이러냐?]
[이거 거의 민영이네 집안이랑 비슷한 것 같은데?]
[솔직히 거의보다 훨씬 윗줄이다.]
[비교할 게 없어서 민영이랑 비교하냐?]
[차원이 다름. 넘사임.]
[뭔데? 검색하기 귀찮음.]
[의사였는데 검사 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에 그 블루 벨트인가? 뭐 그런  받았다던데."

[첫째 언니분 주짓수 하심?]
[ㅋㅋㅋㅋㅋㅋㅋㅋ 뭐냐 주짓수 드립은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주짓수 하냐니 ㅋㅋㅋㅋㅋ 앜 ㅋㅋ]
[개웃기네 저거 ㅋㅋㅋㅋㅋㅋㅋㅋ]
[대검에서 주는  있음. 그 블루 벨트랑 좀 다름.]
[의사 출신 검사면 받을만 하겠네.]
[와... 진짜 이 집안 뭐냐? 뭐 하는 집안이냐 진짜...]
[그냥 머리들이 다 타고난 것 같다.]

"뭐야, 서렌이네."


우리 집안에 대해서 설명하다가 보니까 게임이 끝나 있었다. 채팅을 보며 말하면서 해가지고 제대로 게임에 집중을 못 했는데 내가 집중을 하고 안 하고 크게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내 능력이 너무 사기라. 진짜 최악의 컨디션으로 게임을 해도 내가  이기지 않을까 싶었다. 그 정도로 진짜 이 게임이란 능력이 사기성이 짙었다.

예전에 바둑을 엄청 잘 두는 AI가 나와서 인간 중에 가장 잘하는 바둑 기사와 대결을 해서 4:1로 이겼다고 들었는데 그 AI를 내가 보유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내 능력도 아마... 한계는 그래도 있겠지?'

그래서 너무 능력만 믿고 다른 걸 소홀하게 하고 있지 않긴 했다.


'만에 하나라는  있으니까.'

난 기분 좋게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좋아요, 오늘은 여기까지 방송할게요. 어... 내일도 방송 켤 수 있으면 켜고  건데. 혹시나 못 켜도 이해 좀 해주세요. 다들 아시죠? 중요한 시키라는 거?"


결승을 앞두고 있으니 준비할 게 많았다. 조커 픽을 준비할 수도 있었고 새로운 전략을 짤 수도 있었으니까 부계정으로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 있다.

"아, 찬동이 끝났나?"


난 핸드폰으로 찬동이에게 톡을 보냈다.


[끝나면 같이 집 ㄱㄱ]

보내자마자 사라진 숫자를 보며 난 답장을 기다렸다.


[ㅇㅋ 5분이면 끝남.]


거의 다 끝나간다더니 뭐가 비벼졌나? 나보다 게임이 늦게 끝났네?  컴퓨터를 끄고 옷을 챙겨 입고는 찬동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여긴가?"

난 스르륵 문을 열고 들어갔고 게임을 하던 찬동이가 고개를 돌려 날 쳐다본다. 헤드셋 한쪽을 내리곤 화면을 한 번 보고 날 한 번씩 번갈아 보며 말한다.

"거의  끝났어. 바론 먹었으니까 밀면 돼."

난 고개를 끄덕이곤 방 안으로 들어가 찬동이 뒤에 섰다. 찬동이 방송을 보던 사람들이 날 보며 아는 척을 한다.

[오, 가디스다!]
[오... 진짜 예쁘다.]
[여신님 보러 여기로 왔습니다.]
[역시, 여기로 올 줄 알았음.]


"뭐야? 내 방송 보는 사람 왜 이렇게 많아?"


찬동이가 갑자기 늘어난 시청자 숫자에 당황한 얼굴을 한다. 난 그런 찬동이를 보며 손을 들어 보이곤 말했다.

"진정해, 진정해.  보러 온 거 아니니까 게임에나 집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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